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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당신의 연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가 : Lonan
작품등록일 : 2019.9.20

DDDDD---DDDDDD---. [07:30].

중, 고등학생 시절 언젠가, 만약 내일은 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만약 내일 세계가 멸망하게 된다면? 과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만큼 오늘 하루가 힘들었거나, 아니면 걱정거리가 많았거나. 둘 중 하나였을 수도, 둘 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양은,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어제보다 오늘 더 붉게 타올랐고, 어제보다 오늘 하루가 조금 더 힘들게 느껴졌었다.

그래서일까, 그런 사실들을 몸으로 직접 경험하고 느낄 무렵. 나는 딱히 내일을 기대하지 않게 됐다. 학교를 다닐 때 했던 성적과 관련한 사소한 고민들부터, 연애, 금전, 가정, 입시…

모든 고민은 결국, 오늘뿐만 아니라 내일까지 이어질 테니까. 오늘의 힘듦은 내일의 힘듦이 될 뿐이니까. 그저,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내일이, 나는 지겨웠을 뿐이었다. 그랬을 뿐이었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혼자...오셨나요?
작성일 : 19-10-10 22:59     조회 : 168     추천 : 0     분량 : 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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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지나쳐온 수많은 간판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고개만 기웃거리던 진우는, 관심 없다는 듯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명진이를 보고 조금 짜증이 났는지 가던 길을 멈추고 명진이를 관찰한다.

 

 명진이는 진우가 멈춰 선 것도 모른 채, 휴대폰만 바라보며 두세 걸음 혼자 앞으로 걸어가더니 이내 허전함을 깨달았는지 주위를 둘러본다.

 

 “야, 거기서 뭐해?”

 철없는 명진이의 말에도 진우는 최대한 짜증 내는 기색 없이, 웃는 낯으로 명진이 쪽으로 다가간다.

 

 “그냥, 꼭 밥 먹자고만 하면 ‘네가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 상관없어’이러는데 대체 내가 뭘 골라야 하나? 싶어서.”

 “왜? 나 진짜 아무거나 잘 먹는다니까?”

 

 한탄 섞인 진우의 말에 자신은 전혀 개의치 않으니 마음대로 고르라는 명진. 그런 명진이의 말이 진우에게는 결정타였는지, 스르르-붙잡고 있던 인내심을 결국 놓치고 말았다.

 

 “잘 먹긴 뭐가 잘 먹어! 꼭 결정해서 갈려고 하면 ‘이건 어때?’, ‘저것도 괜찮은데?’, ‘아…그건…좀…’이라고 사사건건 태클 걸다가 결국 가까운 치킨집이나 가서 닭이나 뜯겠지!”

 

 그래도 많이 참았다는 듯. 아니, 봐줬다는 듯 조곤조곤 자신의 불만을 말하는 진우에게 알겠다며 손만 몇 차례 흔들고 여전히 휴대폰 화면에 집중하고 있는 명진. 진우는 그런 명진이의 태도를 보며 포기했다는 듯 다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너, 내가 고르면 그냥 입 닫고 먹어라.”

 “네~네. 당연합죠.”

 

 ***

 

 

 들어선 식당 안에는 흡사 형사 드라마의 취조실을 연상케 하듯, 둥그런 탁자 위에 하얀 연기들이 뭉게뭉게 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형사 드라마와는 달리 죄인을 심문하는 소리도, 고통과 결백을 주장하는 신음소리도 없었지만

 ‘지글지글’, ‘자글자글’, ‘치익-‘하는 고기를 심문하는 소리와, 침샘과 위를 자극해 허기진 배에서 ‘꼬르륵’하고 울리는 울음소리들이 넓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야…또 고기야?”

 대놓고 실망했다는 듯, 질색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명진이와 들어와서 빈자리를 찾고 있는 진우. 진우는 투덜거리는 명진이를 돌아보며 정색한 채,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댄다.

 “입”

 명진이는 진우의 진심어린 한 마디에 순한 어린 양이 되어 진우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어서 오세요. 혹시 두 분이세요?”

 빈 테이블을 치우러 가고 있는 알바생이 멀뚱히 서있는 진우와 명진이에게 다가와 묻는다.

 “….?”

 “네. 두 명 맞아요.”

 

 “네. 그럼 두 분은 이쪽으로, 금방 치워드릴게요.”

 알바생은 익숙한 듯, 치워 드릴게요-라는 말이 끝나기 전부터 소주병, 음료병, 맥주병 등등을 비롯한 병들을 한 손에 끼고 옆 테이블을 정리하던 알바생에게 건네준다.

 

 그러고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식기 정리 및 흘린 음식들까지 한 번에 닦아내고서 다시 한번 마른행주로 물기를 제거한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주방으로 돌아가 식기와 음식물 찌꺼기를 정리하고 마른 수건에 손을 한번 닦아낸 후, 메뉴판 하나를 집어 들어 진우와 명진이의 테이블 위에 놓아 둔다.

 

 “주문하실 때 벨 눌러 주시면 됩니다.”

 “아…네. 감사합니다.”

 알바생의 포스에 압도당한 듯, 멍하니 메뉴판만 보는 명진이와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살짝 고개를 숙이는 진우. 알바생은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군인 같은 얼굴로 다시 전장으로 복귀했다.

 

 “야…뭐…먹을까?”

 “아…무거나…”

 하지만 명진이는 여전히 ‘아무거나’를 외치고 있었다.

 

 ***

 

 “아, 저희 삼겹살 3인분에 목살 2인분 주세요.”

 “저희 소주도 한 병 주세요!”

 벨을 눌러서 주문하고 있던 진우의 옆에서 ‘소주도 한 병 주세요!’를 외치는 명진.

 진우는 그런 명진을 보며 ‘너 진짜 술 마시게?’라고 은은히 물어보지만, 명진이는 못 들었는지 아니면 못 들은 척하는 건지 ‘C1으로요!’라고 꿋꿋이 주문한다.

 

 “네, 신분증부터 확인할게요.”

 “아, 진우야 미안하네. 나 때문에 괜히 신분증 검사도 하고.”

 

 명진이는 알바생이 신분증 확인을 위해 아직 테이블에 남아있었지만, 대놓고 뻔뻔하게.

 아직 자신도 신분증 검사를 하는 구나, 라며 기분 좋게 지갑에서 자기 신분증을 꺼낸다.

 옆에서 보고 있던 진우는 고개만 저을 뿐, 별다른 말없이 신분증을 꺼내고 있었다.

 

 “아, 손님은 안 봐도 괜찮았는데…”

 명진이가 보여준 신분증을 보고 알바생은 짐짓 난처하다는 듯,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자 명진이는 충격에 빠진 듯 신분증을 든 채로 굳어버렸고, 진우는 그저 진심으로 유쾌한 듯 웃으며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네, 확인했습니다. 제가 죄송하니까 음료 한 병 서비스로 넣어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아니라며, 계산서와 메뉴판을 들고 사라지는 알바생과 여전히 충격에 빠져 조용히 신분증을 지갑에 넣고 있는 명진.

 

 “야, 그래도 네 덕분에 음료 한 병 받았네?”

 “왜 그게 내 덕분이야? 아-, 내 얼굴이 삭아서? 뭐 여기 숙성 돼지처럼? 아니 그러면 나는 뭐, 발효 명진이냐?”

 “노잼이야. 발효맨.”

 

 ***

 

 

 ‘헉..헉…’

 혹시 내 숨소리가 들릴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근처에 있는 건물에 등을 맡긴 채 전방을 주시한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의 승부…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진우와 명진이의 속도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서, 둘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부터 뛰어 내려가기 시작해 3층에서 한 번. 다시 쉴 틈 없이 2층에 내려가 또 한 번.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간신히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붙잡고 그들의 등 뒤를 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제발 아무거나 좀…먹어…”

 떨리는 두 다리에게 조금만 더 참으라고, 제발 저기까지만 가달라고 사정사정해도 들리지 않는지, 자꾸만 주저앉으려고 한다.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 진우는 얼마 안가 걸음을 멈추고 명진이를 쳐다본다.

 ‘제발, 명진아 너도 눈치껏 가만히 있어!’ 라고 속으로 외쳐보지만, 닿을 리 없는 외침은 그저 혼잣말에 지나지 않았다.

 

 건물 뒤에서 벽에 기댄 채 사람들을 흘긋흘긋 쳐다보는 내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소곤거리지만, 얼굴을 가릴 힘도. 그렇다고 따라오는 시선을 피해 이곳을 달아날 만큼의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불륜 현장을 덮치려는 남자친구쯤으로 보이겠지.

 

 제발 경찰에 신고만 하지 말아 주세요.

 

 “야, 거기서 뭐해?”

 주변의 목소리를 전부 차단하고 명진이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순간, 저 눈치 없는 녀석이 나를 발견했나? 싶어 가슴이 철렁거렸지만 이제서야 멈춰 선 진우의 모습을 발견한 것 같다.

 

 “그냥, 꼭 밥 먹자고만 하면 ‘네가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 상관없어’이러는데 대체 내가 뭘 골라야 하나? 싶어서.”

 “왜? 나 진짜 아무거나 잘 먹는다니까?”

 진우의 짜증이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그렇지만!!

 명진이가 아무거나 다 잘 먹는다잖아!!!

 오늘만, 제발 오늘만, 아무거나 먹고 다음에 맛있는 거 둘이서 먹으러 가시면 안 될까요?

 

 “잘 먹긴 뭐가 잘 먹어! 꼭 결정해서 갈려고 하면 ‘이건 어때?’, ‘저것도 괜찮은데?’, ‘아…그건…좀…’이라고 사사건건 태클 걸다가 결국 가까운 치킨집이나 가서 닭이나 뜯겠지!”

 

 그래. 진우야, 네 말이 맞다.

 네 말이 다 옳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둘이 열띤 토론을 벌여서 내가 잠깐 쉴 틈 좀 마련해주라.

 

 “너, 내가 고르면 그냥 입 닫고 먹어라.”

 “네~네. 당연합죠.”

 하지만 아무 생각 없는 명진이에게 반론할 만한 의지가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진우는 이런 대화가 익숙한 듯, 화도 내지 않고 묵묵히 앞장서고 있었다.

 

 ***

 

 

 

 진우는 익숙한 듯 점점 좁은 골목길로 들어갔고, 내가 숨어서 엿볼 공간 역시 점점 사라져갔다. 그렇게 ‘와, 맛있는 냄새’라고 코가 먼저 여기가 어디인지를 인지할 때쯤, 탁 트인 길가의 고기집 앞에서 진우는 멈춰 섰다.

 

 ‘이제부터는 최대한 가까이에서 뒤쫓는다.’

 평소 장사가 잘 되는 가게인지, 길목인지, 근처에는 담배를 피는 사람, 전화를 받는 사람, 웨이팅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다소 번잡했다.

 

 사실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천리통을 사용할 수만 있다면 문제될 일은 없겠지만, 사람의 심리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들 보다 역시 눈으로 보고 교감하는 게 제일이니까.

 사람의 행동과 표정. 말과 억양에서 그 사람의 심층 심리를 파악해 낼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같은 식당으로 들어가자.

 

 “오늘 저녁은 고기인 것 같네.”

 아마 내 심층 심리는...

 

 ***

 

 

 “야…또 고기야?”

 “입”

 

 결국 음식 투정하는 명진이를 조용하게 만들고, 진우는 빈 테이블을 찾는다. 때마침 마주 보고 있는 두 자리에 손님들이 빠진 모양인지, 알바생들이 뒷정리를 위해 다가가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혹시 두 분이세요?”

 그러다 진우와 명진이를 발견했는지, 다가와 인원 수를 확인한다.

 “….?”

 “네. 두 명 맞아요.”

 

 그리고 흘깃, 나를 쳐다보며 정확한 인원을 확인하는 듯하지만 명진이와 진우는 그저 더 올 사람이 있냐, 없냐로 받아들인 듯 명쾌하게 두 명이라고 대답했다.

 

 두 사람이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 다행이지만, 생각보다 두 명과의 거리가 가까웠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혼신의 힘을 다한 ‘일행 아닌 척’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열심히 손을 젓지 않았다면 아마도 “뒤에 분은요?”하고 물어보지 않았을까…?

 

 “후…이 짓도 할 짓은 못 되는구나.”

 

 그렇게 잠깐 한탄하고 있던 사이, 진우와 명진이는 알바생의 안내로 자리에 착석했고, 나는 그 옆의 빈 테이블을 치우던 알바생이 다가와 “혼자…오셨나요?”라고 쓸쓸히 물어온다.

 

 순간 ‘혼자 오면 안 되는 곳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딱히 잘 못한 것 같지는 않아 그렇다고 작게 고개만 끄덕거렸다.

 

 “제가 진짜 깨끗하게 치워드릴게요!”

 

 왠지 모르게 저 친구에게 동정받은 것 같다.

 

 

 그렇지만 진짜 깨끗하게 치워준다는 말은 빈말은 아니었는지, 빈 플라스틱 맥주 박스를 가져와서는 옆 테이블에서 치우고 있던 병들과 내 테이블에 쌓여져 있던 병들까지 한 번에 모아 놓고, 그 위에 빈 접시를 차곡차곡 끼어 넣는다.

 그리고 화룡점정을 찍는 붓놀림처럼 화려하면서도 세심하게, 행주로 테이블 위를 닦더니 고기와 김치, 콩나물 찌꺼기와 탄 마늘들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흰 캔버스처럼 깨끗한 테이블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제서야 할 일을 다했다는 듯,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총총걸음으로 카운터로 가더니 메뉴판을 들고 다시 돌아온다.

 

 “주문하실 때 벨 눌러주세요.”

 옆 테이블도 비슷하게 정리가 끝났는지, 깨끗해진 테이블을 바라보며 진우와 명진이 역시 감탄하고 있었다.

 

 “야…뭐…먹을까?”

 “아…무거나…”

 

 여전히 명진이는 아무 생각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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