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별
민이는 태열의 무덤을 찾아왔다. 그동안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은 까닭에 무덤은 잡초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태열의 가족은 태열이 그 일로 죽은 후 한국이 싫다며 1년이 지난 후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민이는 살다보면 이렇게 떠나간 사람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어느새 잊혀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민이는 아무도 돌보지 않은 것 같은 그 무덤 앞에서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민이는 간신히 울음을 참고 무덤주위에 무성히 자라있는 잡초를 베기 시작했다.
‘오빠, 술 한 잔 할래? 오빠 술 좋아 했잖아?’
민이는 잡초를 다 베고 나서 태열의 무덤에 술을 따라주었다. 술을 처음 가르쳐 준 사람도 태열오빠였다. 간신히 참고 있던 눈물이 기어이 민이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밤이 되어서야 민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주방에서는 윤화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민이 온 거니?”
윤화가 물었다.
“예.”
민이는 욕실에 들어가서 씻고 나온 후 거실에 앉아 TV를 보았다.
“민아, 민규한테 저녁 먹으라고 내려오라고 해라.”
윤화는 저녁상을 장만하며 말했다.
“예.”
민이는 대답을 하고 나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밤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제 아름다움을 뽐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민규는 옥상에서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하고 있었다.
“하늘 참 아름답다. 어떤 별을 보고 있는 거니?”
민이는 민규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나즈막한 소리로 물었다.
민규는 천체 망원경에서 눈을 뗐다. 그리고는 조금 이상하다는 듯이 누나를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직녀성을 보고 있는 중이야. 아직 초여름이라 밝게 빛나지는 않지만 한여름 때는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거든.”
“내가 좀 봐도 될까?”
민이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즈막했다.
“응.”
민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평소 별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누나였다.
민이는 천체망원경에 눈을 갖다대었다. 눈앞에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빛을 내뿜는 별이 비쳤다. 한참을 넋을 잃은 듯이 쳐다보다가 민이는 천체망원경에서 눈을 뗐다.
“어때, 정말 아름답지?”
민규가 물었다.
“그래.”
민이는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
“저 별에 오빠가 살고 있을까?”
“......?”
민규는 누나가 던진 뜻밖의 말에 누나의 얼굴을 쳐다볼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만 내려가자. 어머니가 저녁 먹으러 내려오라고 하니까.”
“누나 먼저 내려가. 난 조금만 더 있다 내려 갈게.”
“그래. 그럼 빨리 내려와라.”
민이는 말을 마치고 계단을 향하여 걸어갔다.
“누나.”
민규가 계단을 내려가려던 민이를 부르자 민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태열이 형은 그 별에서 잘 살고 있을 거야. 누나를 지켜보면서 말야.”
“그래. 그렇겠지.”
민이는 엷게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에는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