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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5. 신기(神技) (3)
작성일 : 19-10-10 15:40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4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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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루는 눈앞에 놓인 새빨간 열매를 잠시간 노려보았다. 싱그럽게 여문 탐욕과는 그렇게나 매혹적인 자태로 자신을 꾀고 있었다.

 

 

  먹어, 빨리! 어서 먹어 치워버려!

 

 

  거센 폭풍에 휩싸인 머릿속과는 달리, 탈루의 몸은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눈동자 역시 정상적인 검정색이었다.

 

  -너무 가까워! 간격을 유지해!

 

  “걱정 마, 이 정돈 괜찮으니까.”

 

  하나, 둘, 셋…….

 

  그러고 가만 열까지 센 탈루는 천천히 열매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절대로 경계를 풀지 마!

 

  “알고 있어.”

 

  현재 탈루의 메는 두 개로 분산되어 있었다. 탐욕과를 감싸고 있는 것 하나와 자신의 눈을 보호하고 있는 것 하나. 그리고 이제는 하나가 더 추가되어야 할 차례였다.

 

  “후…….”

 

  꿀꺽.

 

  탈루는 탐욕과를 한입 베어 무는 것과 동시에 메의 일부로 머리를 감쌌다. 열매에서 나온 ‘무언가’가 그의 정신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 곧이어,

 

 

  모조리…… 다 먹어치워!

  가만두지 마…… 없애버려!

  죽여서라도 뺏어, 뺏으라고!

 

 

  귀기(鬼氣)와 원한에 찬 목소리들이 머릿속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큭…….”

 

  사실 메로 머리주위를 감싼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이었다. 탈루는 아직까지도 열매가 어떤 식으로 자신의 정신에 침투하는지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고, 이에 마땅한 대응책도 찾지 못한 상태였다.

 

  -정신 차려!

 

  “……알아, 안다고!”

 

  탈루는 정신을 거세게 압박해오는 목소리들에 저항하기 위해 메에 조금 더 의지를 실었다. 이에 머리 주위에서 일렁거리던 메가 옅은 초록빛으로 살짝 빛나긴 했으나, 딱히 효과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죄다 먹어치워!

  빼앗아! 가져와! 몽땅!

  죽여, 훔쳐! 가만두지 마!

 

 

  탈루는 이를 악물었다. 제발 진정돼라, 진정!

 

  -심호흡!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어!

 

  “후…… 하.”

 

  -무시한다고 생각해! 하나씩 막고 흘려내는 거야, 하나씩!

 

  하나씩 흘려낸다고? 탈루로선 절로 헛웃음이 나올법한 조언이었다. 겨우살이의 저 말은 지금 이 목소리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나 효과가 있는 말이다. 애초에 공격해 들어오는 방법 자체를 알지 못하는데, 막고 흘려낸다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 턱이 없었던 것이다.

 

  ‘휴, 일단 다 참아내는 수밖에…….’

 

  다행히 요 며칠간 메와 겨우살이와의 연결이 긴밀해진 덕인지 정신을 빼앗기지 않는 선에서 버틸 정도는 되었다.

 

  “끙…….”

 

  열매와의 사투는 그로부터 20여분 가량이나 더 계속되었고, 탈진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서야 마침내 목소리들이 잦아들었다.

 

  -괘, 괜찮아?

 

  “……어느 정도는?”

 

  말마따나 그토록 고생한 사람의 얼굴치고는 그렇게까지 창백하지도, 또 어둡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탈루의 안색은 밝은 쪽에 가까웠는데, 이는 정말로 그의 상태가 괜찮아서라기보다는 그 특유의 태평한 성향 탓이 컸다.

 

  영신이 끝난 무렵부터 부쩍 감정의 요동이 잦았던 탈루는 최근 들어 다시금 본래의 느긋함을 되찾고 있는 상태였다. 늦었다고는 하나 어쨌거나 다시금 시작된 겨우살이와의 대화가 그에게 심적인 여유를 되찾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동시에 한 가지 단점을 동반하게 되었는데, 전에 비해 너무나도 느긋해진 나머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겨우살이의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또! 그냥 참아낸 거지? 메를 요렇게, 저렇게 막 움직여보라니깐!?

 

  말과 동시에 허공에서 살랑거리던 풀꽃이 그 가느다란 줄기를 온갖 방향으로 비틀어대며 기괴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렇게 잘 안된대도…… 그리고 뭐, 어느 정도는 버텨낼 만 하니까.”

 

  -아직도 어떤 식으로 침투해오는지 모르는 거야? 너 이대로는 안 된다니까!

 

  겨우살이는 탐욕과의 정신침투는 물론이거니와 탈루의 메 운용방식 또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사실 그렇게까지 도움이 되는 조언자는 아니었다. 다만 탈루 역시도 그의 말마따나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었다.

 

  “이것저것 시도는 해보고 있는데…….”

 

  탈루 또한 자신의 ‘차단’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완벽은커녕, 현재로선 외부에서 오는 물질적 충격만을 일부 감경시키는 게 고작이었다. 정신을 직접적으로 타격해오는 탐욕과의 목소리는 이제껏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막아낸 적이 없었다.

 

  -그때 돌로 막…… 어떻게 변신해보려던 건 이제 그만둔 거야?

 

  “그, 그건…….”

 

  겨우살이의 말에 탈루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얼마 전 있었던 당혹스런 순간이 퍼뜩 생각났기 때문이다.

 

 

  *

 

 

  실은 불과 이틀 전의 일이었다.

 

  탐욕과의 목소리에 장시간 노출되어 기진맥진해 있던 그에게 격려는 못해줄망정, 끊임없는 참견질로써 2차 정신공격을 감행해오는 쪼끄마한 풀꽃을 보며 탈루가 문득 떠올린 것은 다름 아닌 ‘돌’이었다.

 

  ‘돌…… 그래, 돌이 되는 거야!’

 

  가뜩이나 신기(神技)에 대한 고민 때문에 학당에서의 시간을 유난히도 많이 되새겨보고 있을 무렵이었다. 탐욕과 섭취에 따른 후유증과 겨우살이의 쉼 없는 잔소리에 괴로워하고 있을 즈음, 언젠가 티브리 으뜸신녀가 스쳐가듯 내뱉었던 말이 한순간 생각이 났던 것이다.

 

 

  “프타 이 녀석은 어떻게 된 게 허구한 날 말썽이니…… 저 녀석만 보면 이젠 머리가 다 지끈거리는구나. 이거야 원…… 어떻게 ‘거인 들이받는 사슴’에게 신기를 전수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거인 들이받는 사슴’이요?”

 

  “그는 신체의 일부를 마치 사슴의 뿔 마냥 경질화(硬質化:단단하고 굳게 만듬)시킬 수 있잖니. 머리를 돌처럼 굳힐 수만 있다면야 지금처럼 지끈거릴 일도 없지 않을까? 하여간에 이 녀석 잡히기만 해봐, 아주 그냥 혼쭐을…….”

 

 

  사실 두통이 조금 심하다고 해서 머리를 통째로 돌로 바꿔버리겠다고 마음먹는 게 결코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라 볼 순 없겠으나, 그제까지의 정신적 피로에 몹시도 힘겨워하던 탈루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이 비이성적인 생각을 몸소 실천에 옮기는 기행을 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더욱이 겨우살이의 개성과 경질화의 관련성은 조금도 생각해보지 않은 상태였다.

 

  -너, 너 지금 뭐, 뭐하려는 거야!

 

  갑작스런 메의 진동을 느낀 겨우살이가 기겁하여 소리쳤음에도,

 

  “……가만 있어봐.”

 

  평소라면 겨우살이의 그 다급한 목소리에 한번쯤은 스스로를 돌아봤겠지만, 당시의 탈루에겐 그럴만한 심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에겐 다만 어서 빨리 돌이 되어 편해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으므로, 겨우살이의 허둥대는 어투는 오히려 그의 기분을 흡족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탈루는 이어 지난날 학당에서의 수업을 다시금 떠올려보았다. 기술의 정확한 구현을 위해선 보다 적확한 메의 움직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버마재비와 꽃나비 위장(僞裝)법의 차이를 살펴보자면,

  버마재비는 자신의 메를 주위 사물로 변형시킨 뒤 그것을 덮어쓰는 쪽인데 반해, 꽃나비는 스스로의 몸을 실제로 변형시키는 쪽이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둘의 기술은 실제로 굉장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단다. 위장이라는 목적만 제외한다면 메의 운용방식이나 구현된 모습에서의 세밀함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지. 버마재비는 다양하고도 신속한 변화가 가능하지만, 꽃나비의 위장에는 시간이 걸린단다. 또한 한 번 위장한 뒤에도 오랜 시간 그것을 유지해야 하는 한계가 있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발각될 염려가 현저히 적은 것도 바로 꽃나비 쪽이지. 물론 행위자의 능력에 따라 위장의 세밀함이 그다지 차이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쨌거나 기본적인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는 거야. 그럼 둘의 기술이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냐? 그건 간단해. 서로 받드는 신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들의 개성마다 알맞은 메의 운용법이 따로 있다는 걸 명심해야 된단다. 호환되는 능력을 찾아내는 것 역시도 일종의 개인역량이라고 볼 수 있지."

 

 

  ‘돌이 되려면 아무래도…… 꽃나비와 같은 방식이겠지?’

 

  탈루는 메를 머리 부근으로 모두 모은 다음, 자신의 머리가 돌덩이가 되는 상상을 시작했다.

 

  ‘돌이 되자, 돌이 되는 거야. 피부를 돌처럼 굳히는…… 아냐, 그냥 완전한 돌이 되어버리는 거야. 아무런 고통도 받지 않는 단단한, 그래 마치 바위와 같은…….’

 

  탈루의 의지를 실은 메는 놀랍게도 일순간 겨우살이의 색을 한껏 토해냈고, 이어 그의 머리가 영롱한 초록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이 머, 멍청이가 얼간이 같은 짓을!

 

  탈루는 겨우살이의 외침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메의 변형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이어진 결과는,

 

  -바, 바보가! 당장 멈추라고 했잖아!

 

  그야말로 참담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으헉!”

 

  당연지사 신체의 경질화(硬質化)는 겨우살이의 개성과는 하등 상관없는 것이었고, 탈루가 메를 통한 신체의 변형을 시도한 적 또한 이번이 처음이었으며, 심지어 단순히 단단해지는 것을 넘어 돌로의 완전 변신을 꾀한 것이었으니, 메 능력이 제대로 구현될 턱이 없었던 것이다.

 

  탈루는 메말라 쩍쩍 갈라지기 시작한 피부와 돌처럼 뻣뻣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 목 상태에 기겁하여 죽어라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으아악!”

 

  -너 지금 얼굴…… 아냐, 안 보는 게 낫겠다…….

 

  탈루가 원래의 상태로 돌아온 건 무려 반나절이란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고, 그 이후론 바닥에 떨어진 자그마한 돌멩이만 봐도 흠칫 놀라는 상태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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