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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소꿉친구는 시간 관리자
작가 : 허므
작품등록일 : 2019.9.28

 
불행이 행복을 낳았네.
작성일 : 19-10-10 00:32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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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놈들….”

 

 그는 체념한 듯 보였다.

 

 “우릴 너무 원망하지는 마. 넌 우릴 책임감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우리가 하는 게 가장 책임감 있는 행동이야.”

 

 모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기연이를 보며 말했다.

 

 “그럼 돈도 주지 말던가. 왜 애매하게 딸랑 돈만 주고 그러냐고.”

 

 “적어도 사람 구실은 할 수 있잖아. 우리는 널 믿기 때문에 주는 거야. 안 그랬으면 옆에 보육원에 넣었을걸.”

 

 “…”

 

 “속는 셈 치고 한 번 살아봐. 성연아, 얘 수갑 좀 풀어줘.”

 

 딸각

 

 수갑 때문에 뒤로 묶여있던 손이 자연스레 옆구리로 갔다.

 

 기연이는 수갑이 풀린 뒤에도 가만히 멍 때리고 있었다.

 

 앞을 바라보는 두 눈의 초점은 의미가 없어 보이는 듯했다.

 

 그저 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나도 가만히 있었다.

 

 수갑에 구속된 것이 아니라 마치 자기 자신을 구속한 것처럼 보였다.

 

 “그럼 가볼게. 나쁜 친구들.”

 

 “잘 가. 부디 행복해야 해.”

 

 나는 그의 행복을 빌었다.

 

 그는 현관문 앞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너한테는 그 소리 듣기 싫은데.”

 

 “너무 미워하지 마. 핸드폰 생기면 연락해. 언제든 받아 줄게.”

 

 “됐어. 너한테는 전화 안 해. 근데 이 시대에 있는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넌 여기에 자신한테 피해가 안 가도록 얌전히 살아야지. 굳이 해야 할 건 개명.”

 

 “그거면 돼?”

 

 “나머지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괜찮아. 그리고 여기 통장이랑 비밀번호.”

 

 “고마워, 모아야. 이제 가볼게. 그럼.”

 

 그는 자기만의 목적지로 가고 있었다.

 

 자식을 자립시키는 부모의 마음이라는 게 아마 이런 기분일 것 같았다.

 

 그는 다시 뒤로 돌아 모아한테 인사하고 갔다.

 

 “저 자식 나한테는 인사 안 하는 거 봐. 많이 삐졌나 보네.”

 

 “네가 이해해. 그 정도 미움은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어른인 내가 이해해야지.”

 

 모아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상쾌하지는 않은 발걸음이었다.

 

 민현이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 들었다.

 

 민현이 때는 길에 버려진 강아지를 집에 데려다준 기분이라면 기연이는 자식을 자립시킨 부모의 마음이 들었다.

 

 아직 우리 엄마도 그런 기분은 느껴보지 못했겠지만, 나는 먼저 알게 됐다.

 

 내가 이 집을 떠날 날이 오게 되면 미련 없이 떠나리다.

 

 그러고 보니 민현이의 소식을 묻지 못했다.

 

 민현이 걔는 우리를 많이도 애타게 하였었다.

 

 조금 남아 있는 그리움으로 모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왜. 놓고 간 거 있냐.”

 

 “아니. 그게 아니라 민현이 잘 지내나 해서.”

 

 “민현이? 완전 잘 놀던데.”

 

 “그런 거면 다행이네. 민현이한테는 뭐 물어본 거 있어?”

 

 “조사라면 하긴 했어.”

 

 “뭐 알아낸 사실은?”

 

 “민현이는 자기 스스로 시간 여행을 한 게 아니야.”

 

 “그럼 어떻게?”

 

 “여기 오기 전에 마지막 기억이 부모님이랑 같이 있었던 거래. 그날 다 같이 놀이동산 가고 외식도 하고 그랬는데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고 하더라고. 그게 마지막 기억이라고 했어.”

 

 “그렇구나.”

 “보육원에 처음 들어가서 울고불고 난리였데. 근데 자기랑 비슷한 처지에 애들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나 봐.”

 

 “불행이 행복을 낳았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이 입 주위를 맴돌았다.

 

 “그런 셈이지. 그리고 의외에 사실이 하나 있어.”

 

 “뭔데 그래.”

 

 “얘가 피아노를 되게 잘 쳐. 치는 거 보고 놀랐다니까.”

 

 “오호. 나중에 써먹을 수 있는 재능이네. 잘됐다.”

 

 “뭐, 아무튼 그래.”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아, 기연이는?”

 

 “걔 뭐?”

 

 “얼마 줬어?”

 

 “1억.”

 

 “너무 후하게 준 거 아니야? 발전 가능성이 있는 애라면 500만 원 가지고도 굴리겠다.”

 

 “기연이 가능성 없어. 아마 쭉 저렇게 살 거야.”

 

 “아까는 그렇게 믿는다고 하더니.”

 

 “자기편이 하나라도 없으면 그렇게 외로운 것도 없어. 거짓으로 믿어주는 사람 하나만 있어도 자신감이 생겨.”

 

 “악마다, 악마.”

 

 “노하우야. 받아 적어.”

 

 “그래, 뭐. 알겠다.”

 

 “끊게?”

 

 “그럼 끊어야지. 더 얘기해?”

 

 “너 내일 미팅 가야 해.”

 

 “나? 여소 시켜 줄라고? 누군데? 예뻐?”

 

 “본사 가야지, 멍청아. 정직원 돼야 할 거 아니야.”

 

 “내일 가? 주말인데?”

 

 “그쪽에서 오라고 하면 가야지. 어쩔 수 없어.”

 “마음대로네.”

 

 “아무튼, 내일 점심 먹고 1시까지 역 앞으로 와. 끊는다.”

 

 삐

 

 얘나 회사나 막무가내라니까.

 

 시계를 보니 아직 3시였다.

 

 앞으로 미팅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전화를 끊고 1시간 동안 책을 읽다가 문득 모아랑 같이 샀던 꽃이 생각났다.

 

 이름이 달맞이꽃이라고 했던가.

 

 아직 정직원은 아니지만, 꽃을 미리 키워보려고 했다.

 

 달맞이꽃은 병충해에 강하고, 노지 월동이 가능해 비교적 키우기 쉽… 노지 월동이 뭐지?

 

 겨울에도 밖에 내놓고 키울 수 있다고?

 

 그렇구먼, 대단한 놈일세.

 

 아, 비교적 키우기 쉽다고 적혀있네.

 

 또 건조함에 강하고 겉흙이 마르면 물을 흠뻑 준다.

 

 나머지는 다른 꽃들이랑 똑같네.

 

 내가 아담한 화분에 씨앗을 묻는 중에 엄마가 집에 들어왔다.

 

 “아들 뭐해?”

 

 베란다에 앉아 쭈그리고 있는 모습이 궁금했나 보다.

 

 “꽃 키우려고.”

 

 “꽃? 무슨 꽃?”

 

 “달맞이꽃.”

 

 “갑자기?”

 

 “뭐든 갑자기 해야 재미있지.”

 

 “너무 뜬금없는 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 그냥 재미있을 거 같아서.”

 

 “아들이 재미있으면 됐지. 이왕 키우는 거 열심히 키워봐.”

 

 “알았어.”

 

 양분 가득해 보이는 흙에 씨앗을 심고 물을 가득 담아 주었다.

 

 꽃을 피우면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말은 달콤해 보였다.

 

 그렇게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꽃을 피운다는 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니깐 말이다.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였다.

 

 “여보세요.”

 

 모아가 전화를 걸었다.

 

 “왜?”

 

 “뭐 입고 올 거야?”

 

 “추리닝 입…”

 

 “추리닝 입을 생각하지 말고 깔끔하게 입고 와.”

 

 “그냥 편하게 입으면 안 돼?”

 

 “잘리고 싶으면 그렇게 입던가.”

 

 “아니야, 알았어.”

 

 하여튼 걱정도 팔자다.

 

 아직 관리자가 된 건 아니지만, 열혈 사원이 되기 위해 약속 장소에 10분 전에 도착했다.

 

 그녀가 말한 대로 추리닝은 피해서 입었다.

 

 엄마가 여자 친구 만나러 가냐는 말에 모아 만나러 간다고 얘기하자 엄마는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잘 만나고 와. 이상한 얘기 하지 말고.”

 

 이게 엄마의 말이었다.

 

 “왔냐?”

 

 “하이.”

 

 그녀는 평소랑 분위기가 달랐다.

 

 화장도 조금 한 것처럼 보였고 전체적으로 화사했다.

 

 “누구냐. 모아 맞아?”

 

 “됐고, 빨리 가자. 우리 서울까지 가야 해.”

 

 “그럼 여기서 1~2시간은 가야겠네.”

 

 오랜만에 기차에 탄 거라 왠지 가슴이 설렜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가슴이 들 떠 있었고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기차는 빠르게 움직여 창밖에 풍경을 자세히 보도록 만들어 주었다.

 

 아름다운 풍경들이 스쳐 지나갔다.

 

 “일어나. 다 왔어.”

 

 어느 순간부터 자고 있었나 보다.

 

 우리는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본사로 향했다.

 

 몇 정거장 지나고 우리는 커다란 백화점 앞에서 내렸다.

 

 “여기야?”

 

 “아니, 그 옆에.”

 

 백화점 옆에는 외부가 다 유리로 되어 있는 빌딩이 하나 서 있었다.

 

 빌딩은 백화점 꼭대기에 맘먹는 높이였다.

 

 겉에 유리가 두껍고 햇빛을 반사해서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여기야?”

 

 “응. 들어가자.”

 

 그녀는 앞장서서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내 예상과는 달리 빌딩 내부에는 시계가 많지 않았다.

 

 전형적인 회사 느낌이 강했다.

 

 역시 정체를 감추기 위함인가.

 

 모아는 안내 데스크에 가서 뭐라 말을 했다.

 

 뭐라고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빈 의자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느라 바빴다.

 

 “성연아.”

 

 “왜?”

 

 “너 ‘인도자’님이 들어오지 말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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