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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언데드 딸에게 양육당하고 있습니다
작가 : 브라이트먼
작품등록일 : 2019.10.9

“반드시 책임지고 너를 키울게!” “하등한 인간 주제에 저를 키우겠다구요? 제가 아버지를 키울 예정입니다만.” 있는지도 몰랐던 딸이 어느날 불쑥 찾아왔다—언데드들의 여왕, <리치 퀸>이 되어서. 그런데 ‘리치 퀸’은 십 년이 지나면 다시 죽음을 맞아야 한다고 한다. 기간은 십 년 한정! 죽은 딸이 산 아버지를 ‘키우’러 왔다!

 
4화 - 제 딸이지만 좀 무섭네요 (完)
작성일 : 19-10-09 23:11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4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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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인혁은 배에서 피를 쏟아내며 서서히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미안해, 인혁 군. 하지만 하등한 인간이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 세상에는 있는 법이야.”

 

  마법으로 형체화한 검을 들고서 예나는 인혁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넌... 누구야...?”

 

  가까스로 목소리를 내며 인혁이 물었다.

 

  “...난 리치 퀸. 모든 언데드들의 정점에 군림하는 자.”

 

  “그렇구나... 게임에만... 있는 건 줄...”

 

  검을 내리꽂는 자세로, 인혁의 목을 노린다.

 

  미안하다, 라는 말을 남기며.

 

 

  ‘—맘대로 해. 넌 어차피 맘대로잖아.’

 

 

  “!”

 

  검이 인혁의 목에 닿기 전, 예나는 동작을 멈추었다.

 

  재훈이 한 말이 왜 하필 지금 뇌리에 스치는 것일까.

 

  왜 하필 그 말일까.

 

  “제발!”

 

  필사적으로 검을 인혁의 목에 꽂아넣으려 하지만, 무언가가 자꾸만 가로막고 있다.

 

  문득 인혁이 검을 잡았다.

 

  화염 속성의 마법부여가 된 검날을 잡은지라 손의 피부가 타들어간다.

 

  “저기... 리치... 퀸? 나... 살고 싶어...”

 

  인혁의 눈과 마주친다.

 

  이미 모든 절망을 끌어안았으면서도.

 

  발악하는 저 두 눈빛.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기억 교란 같은 마법은 하필이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예나는 인혁의 꿰뚫린 복부를 내려다보았다.

 

  이미 장기 손상이 심각하겠지만, 회복 마법으로 저 정도는 금방 복구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녀석을 살렸을 경우의 리스크였다.

 

  자신의 정체를 들킨 이상, 이쪽 세상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방도는 없다.

 

  그렇다면 아버지와 이전처럼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도...

 

  “역시 죽여야겠어.”

 

  검을 꽉 쥔 채 예나는 결의를 다졌다.

 

  예나는 칼을 내리꽂는 대신 인혁의 목을 베는 것이 아무래도 동작이 편할 것 같았다.

 

  양손으로 칼을 쥔 채, 벤다—

 

  “...우리 엄마는... 누굴까...”

 

  —그러나 결국 벨 수는 없었다.

 

 

 

 

  “네, 네! 지금 가겠습니다, 선생님!”

 

  예나네 학교에서 또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반 친구하고 싸운 모양이었다.

 

  벼르고 벼르던 반차라는 것을 쓴 뒤, 재훈은 서둘러 옷을 챙겼다.

 

  “딸내미가 사고뭉치인가봐요?”

 

  옆을 지나가던 치현이 놀리듯 말했다.

 

  “아, 네... 좀 그런 게 있네요. 하하.”

 

  멀리 사라져가는 재훈을 향해 시선을 꽂은 채 치현은 고개를 모로 했다.

 

  “의외로 오래 버틸지도 모를 듯?”

 

 

 

 

  재훈이 이토록 황급히 학교로 온 데는 사실 이유가 있었다.

 

  [제 정체가 들통 났어요.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해요.]

 

  끝내주는 카톡 한 방.

 

  잡무에 시달리느라 누적됐던 잠기운이 단번에 달아나는 효과가 있었다.

 

  한편 교무실에는 예나와 담임 교사, 그리고 같이 싸운 것으로 보이는 흙투성이의 소년과 그 아버지가 보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딸 교육을 잘 시켰어야 하는데... 예나야, 너도 어서 사과 드리렴.”

 

  예나는 뭔가 탐탁치 않은 표정이었지만, 인혁을 슬쩍 보고선 결국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드님한테 상처 입힌 것도 죄송해요. 인혁아, 미안해. 앞으로는 친하게 지내자.”

 

  예나가 사과하자, 인혁의 아버지는 원래 애들은 치고받으면서 크는 거라는 전형적인 대사를 치며 아무렇지도 않아 했다.

 

  예나는 슬쩍 인혁의 눈을 보았다.

 

  그 두 눈은 또렷하게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큭...”

 

  재훈은 예나가 이토록 당황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대형사고를 쳤구나 싶었다.

 

  한참을 빤히 예나를 쳐다보던 인혁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냥은 용서 안 할 거야.”

 

  “박인혁! 사내자식이 그렇게 쪼잔해서 쓰냐!”

 

  제 아버지가 꾸짖어도 요지부동이었다.

 

  문득 먼저 악수를 내민 사람이 있었다.

 

  예나였다.

 

  잔뜩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예나는 ‘어서 이 악수를 받지 않으면 자결할 테다!’라는 태세로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혁은 목석이었다.

 

  “크으으읏!”

 

  예나는 아랫입술을 깨물었고, 두 아버지는 어쩔 줄 몰라했다.

 

  “예나, 아까 그건 되게 중요한 비밀이지?”

 

  “!!”

 

  예나와 재훈 모두 놀란 표정으로 인혁에게 시선을 붙들렸다.

 

  재훈은 예나를 슬쩍 훔쳐보았다.

 

  예나는 엄청나게 초조해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기억 지우는 마법 같은 건 없나 보네...’

 

  재훈은 난감했다.

 

  문득 인혁이 웃음을 지었다.

 

  “이거이거... 아마도 예나 아버지 다음으론 내가 예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된 듯?”

 

  ‘어라?’

 

  왜 이렇게 갑자기 기분이 나쁘지, 라고 재훈은 생각했다.

 

  인혁은 삽시간에 예나의 악수를 받았다.

 

  “뭐, 뭔 시덥잖은 소리...”

 

  예나가 몹시 당혹스러워하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좋아, 너를 용서할 거야! 대신 조건이 있어.”

 

  인혁은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조건?

 

  세 사람은 합창하듯 동시에 반문했다.

 

  “너, 축구부에 들어와라!”

 

  “뭐? 그렇지만 나는 햇빛이 싫다고 누누이 말했...”

 

  “매니저도 괜찮아! 아니, 나는 네가 매니저 안 하면 ‘큰일’이 날 것 같은데. 그렇지... 않겠어?”

 

  더할 나위 없이 사악한 미소에 ‘리치 퀸’은 치를 떨었다.

 

  “수락...한다.”

 

  한편 두 아버지는 서로 눈이 마주쳤다.

 

  하하.

 

  허허.

 

  두 아버지는 마음으로 소주잔을 함께 기울이고 있었다.

 

 

 

 

  오늘은 드디어 부녀가 한 방에서 다시 같이 자는 날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잠이 오지 않았다.

 

  어색한 기류만이 삼십여 분간 주욱 흘렀다.

 

  “...진짜 정체 들킨 거니?”

 

  “네.”

 

  ......

 

  다시 몇 분이 그대로 흘렀다.

 

  “어쩌다가?”

 

  “죽일 뻔했어요.”

 

  “......”

 

  “뭐 죽이진 않았으니 어쨌든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변명이잖아, 그거!”

 

  이부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재훈은 불을 켜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앉아라. 아빠로서 대화를 좀 해야겠다.”

 

  이러다가 또 저번처럼 스파크 튈 것 같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그렇지만 예나는 의외로 이번에는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었다.

 

  무릎을 꿇고 재훈의 앞에 앉는다.

 

  “아니, 어쩌다가 죽일 뻔한 지경까지 간 건데!?”

 

  “그게... 사정이 있어서...”

 

  하아. 재훈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서 깊게 숨을 내쉬었다.

 

  “네가 그 흑마법인지 뭔지를 안 쓸 수는 없는 거냐?”

 

  “언제 적이 나타날지를 몰라서요. 의식적으로 봉인해두는 건 위험합니다.”

 

  “적도 있어...?”

 

  재훈은 점점 더 머리가 복잡해졌다.

 

  “지고의 존재에게 도전하려는 멍청한 존재들은 언제든지 나타나는 법이니까요.”

 

  “아니, 그럼 나랑 같이 있으면 위험한 거 아냐...?”

 

  “아뇨. ‘차라리’ 이 편이 안전합니다.”

 

  “......? 아, 맞다. 그 박인혁이라는 반 친구. 걔가 네 정체를 누설할 가능성은 있어?”

 

  “없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아마도 안 할 것 같아요. ...왠지 그런 느낌이에요.”

 

  “예나답지 않은 약한 표현인 걸.”

 

  “저, 아버지.”

 

  팔짱을 끼고 한참 무언가 고민하던 재훈에게 갑자기 예나가 말을 걸어왔다.

 

  “응?”

 

  “저번에는 죄송했어요. 제가 너무 안하무인으로 굴었던 것을 인정합니다. 반성하고 있어요.”

 

  진심이에요, 라고 예나는 답지않게도 수줍은 얼굴로 덧붙였다.

 

  재훈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뭐 딱히 네가 뭔가를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그 아줌마가 유난 떤 것도 있으니까... 물론 네 행동은 지나쳤지만! 그래도 반성하고 있다니 다행이네?”

 

  예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앗!”

 

  그러다가 부드러운 느낌이 정수리에 전해졌다.

 

  “아빠도 심한 말 해서 미안했어.”

 

  예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재훈은 온화하게 웃어주었다.

 

  예나도, 잘 드러내지 않는 미소를 띠며 비로소 안심했다.

 

 

 

 

  “그렇구나. 그 ‘제약조건’이란 건 어떻게 해서도 풀 수가 없는 거구나...”

 

  “네. 저는 아버지와 평생을 함께할 수만 있다면, 남들보다 조금 빨리 죽는다 해도 상관없어요.”

 

  “조금이라니, 고작 십 년인데... 게다가 영혼까지 빼앗긴다면서.”

 

  “그건 그때 가봐야 영혼이 속박당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죠.”

 

  재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예나는 걱정 말라는 듯, 씩씩하게 미소하고 있었다.

 

  “...좋아! 그렇다면 나도 질 수 없지.”

 

  “무엇을 질 수 없다는 건가요?”

 

  “아버지 VS 딸이다! 누가 더 아버지 노릇, 딸 노릇 잘 하는지 내기하는 거야.”

 

  물론 재훈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딸과 고작 십 년만 살고 헤어질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설령 일찍 헤어지고 말더라도.

 

  “...가능한 한 많이 즐기자.”

 

  재훈은 마저 그렇게 말했다.

 
작가의 말
 

 드디어 1막이 끝났습니다! ‘기간한정’ 부녀의 일상은 이제 본격적으로 어디를 향해 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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