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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언데드 딸에게 양육당하고 있습니다
작가 : 브라이트먼
작품등록일 : 2019.10.9

“반드시 책임지고 너를 키울게!” “하등한 인간 주제에 저를 키우겠다구요? 제가 아버지를 키울 예정입니다만.” 있는지도 몰랐던 딸이 어느날 불쑥 찾아왔다—언데드들의 여왕, <리치 퀸>이 되어서. 그런데 ‘리치 퀸’은 십 년이 지나면 다시 죽음을 맞아야 한다고 한다. 기간은 십 년 한정! 죽은 딸이 산 아버지를 ‘키우’러 왔다!

 
3화 - 제 딸이지만 좀 무섭네요 (3)
작성일 : 19-10-09 23:08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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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신입사원 이재훈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 신입은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는데? 잘 해보자고-.”

 

  상사가 어깨를 툭툭 치고 가는 것으로만도 벌써 온몸의 근육이 긴장된다.

 

  재훈은 후- 하고 숨을 들이켰다.

 

  아직까지도 믿기지가 않는다.

 

  자신이, 비록 수습사원 신분이라고는 해도, 국내 최고의 전자업체, 싱숑전자에서 일하게 되다니!

 

  비록 추측일 뿐이지만, 자신이 면접에서까지 합격한 것은 어쩌면 이들이 바라는 인재상이 꽤나 독특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저희는 더 이상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원합니다.’

 

  “훌륭한 아버지가 될 거야...”

 

  재훈은 언제나 그랬다.

 

  항상 자신이 먼저 나서서, 짊어질 책임을 초과하곤 했다.

 

  무엇보다도 재훈은 제멋대로 딸을 낳고는 십 년 동안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남은 십 년만이 그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것은 죽을 때까지 책임을 다 한다 해도 갚을 수 없는 업보였다.

 

  “아들? 딸? 어느 쪽?”

 

  “으앗!”

 

  불쑥 튀어나와 말을 건 사람이 있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요-. 신입 놀래키는 게 취미라서 말이죠.”

 

  악취미잖아, 그거.

 

  째진 눈의 남자는 자신을 ‘우치현 대리’라고 소개했다. 즉, 수습인 재훈의 상사였다.

 

  “딸입니다.”

 

  치현이 건넨 캔커피를 따며 재훈이 말했다.

 

  “헤에.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장가 일찍 갔네요?”

 

  “아, 그게... 장가를 갔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치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이내 아하, 하고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뭐 책임질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거예요. 열심히 살게 되거든.”

 

  멋있는 말이었다.

 

  무심코 재훈은, 멋지다고 생각한 치현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퀭한 것이 정말로 죽은 동태 눈깔이 따로 없었다.

 

  “...가능하면 과로사는 피하고 싶습니다.”

 

  “하하. 그거 쉽지 않을 걸. 우리 회사는 일 많이 하기로 유명하니까.”

 

  회사 분위기는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노조도 없는 기업이니만큼 자발적인 초과근무는 역시나 암묵적인 룰인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자본주의의 현실이랄까, 라고 치현은 덧붙여 말했다.

 

 

 

 

  “오, 신입. 벌써 9시 넘었는데 아직도 일하는 거야?”

 

  “아, 부장님. 실은 일은 다 끝났는데 이걸 좀 깔끔하게 정리해놔야 사후처리가 편할 것 같아서요.”

 

  “흐흐, 간만에 제대로 된 청년 들어왔네 이거. 나중에 거하게 쏴줄 테니까 오늘은 나 먼저 간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부장이 나간 걸 확인하고서, 아무도 없는 사무실.

 

  재훈은 구글에 들어가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집에서는 들킬 수도 있으니까.’

 

  검색어는 ‘사령술’이었다.

 

  역시나 쓸모없는 정보 위주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검색어를 이리저리 바꿔 가며, 루트를 다변화하며, 재훈은 마침내 작지만 큰 소득을 간신히 하나 얻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 한정으로 되살릴 수 있습니다]

 

  영어로 된 그런 홍보문구를 단 간소한 외국 사이트였다.

 

  거기에는 자신을 ‘사령술사’라고 자칭하는 사람의 간략한 인적사항이 기재되어 있었다.

 

  “어디 보자, 주소가... 매사추세츠 주 아캄 시... 미스캐토닉 대학교? 미국에 그런 대학이 있었나?”

 

  물론 미국에는 별의별 대학이 다 있을 테니까.

 

  “그런데 아캄 시는 진짜로 처음 들어보는 지역인데?”

 

 

 

 

  - 드르렁. 푸우.

 

  재훈이 완전히 잠에 곯아떨어진 걸 확인하고서, 예나는 매번 따로 자기 위해 들어가 있던 아공간으로부터 완전히 빠져나왔다.

 

  “열심히 일하셨군요.”

 

  전력으로 코를 고는 재훈의 머리맡으로 다가가, 예나는 재훈의 머리를 나긋나긋하게 쓰다듬었다.

 

  “가정을 위해 헌신하고 돌아오신 아버지에게는 상을 드려야겠죠.”

 

  창백한 피부의 은발 소녀는 이윽고 재훈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 날은 죄송했어요. 사랑해요, 아빠.”

 

 

 

 

  “예나야- 우리 같이 놀자!”

 

  “귀찮게 하지 말랬을 텐데요, 초딩.”

 

  “내 이름은 박인혁이고, 너도 초딩이잖아! 그리고 만날 그렇게 혼자 책만 읽으면 안 심심해? 나가서 여자애들이랑 피구도 하고 해봐.”

 

  “저는 햇빛이 싫습니다. 땀도 싫습니다.”

 

  강당에서 체육 수업을 하는 시간이었다.

 

  본래라면 모든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해야 했지만, 예나는 탁월한 말솜씨와 논리력으로 선생을 눌러버리고 당당히, ‘이예나는 체육 시간에 뛰지 않는다’라는 특권을 손에 넣었다.

 

  “끄응. 너는 도무지 구제불능이구나.”

 

  “박인혁 군은 성적이 어떻게 되지요?”

 

  “성적? 받아쓰기 말하는 거야? 후후, 나는 최근에 90점 받았지롱!”

 

  “저는 멘사 회원입니다. 멘사가 어떤 곳인지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드리자면, 고등학생들도 못 푸는 문제를 가볍게 푸는 사람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단체입니다. 더 쉽게 말해, 박인혁 군은 구제불능이고, 저는 구제불능이 아니라 천재란 거지요.”

 

  “와 재수없어-.”

 

  인혁 주변에 같이 모여있던 반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인혁은 여전한 태세였다.

 

  “같이 공 차자! 여자애들이 싫으면 우리들이랑 축구하면 되잖아.”

 

  “말했을 텐데요? 저는 땀이 싫다고—”

 

 

  “—과연, 골키퍼는 땀을 흘릴 일은 별로 없겠군요.”

 

  골키퍼 장갑을 끼고서 예나는 강당에 설치된 어린이용 고무 골대를 지키고 서 있었다.

 

  저 멀리서 인혁이 공을 몰고 치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놀라운 드리블 솜씨였다. 인혁은 과연 저학년 축구부 에이스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각오해라!”

 

  이내 인혁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만들었다.

 

  예나는 인혁이 슈팅할 때까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인혁이 발등에 공을 얹었다. 절묘한 아웃프론트 슈팅 각도였다.

 

  “아 진짜. 인혁이는 예나 쟤를 왜 껴줘갖고. 쟤 할 맘도 전혀 없어 보이잖아.”

 

  “그니까. 재수없는 계집애.”

 

  예나를 째려보는 두 여학생의 시선에서 전류가 흘렀다.

 

  “받아랏!”

 

  인혁은 마침내 강하게 슈팅을 때렸다.

 

  골대 구석으로 향하는, 어지간한 반응능력이 아니고서는 붙잡을 수 없는 공이었다.

 

  “골키퍼... 확실히 땀이 안 나겠어.”

 

  예나는 그렇게 말하곤 무언가를 외웠다.

 

  죽은 자들과 교감하는 목소리가 지하에 있는 한 영혼을 끄집어냈다.

 

  <사령 교합술>.

 

  흑마법 제6위계의 주문.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와, 일시적으로 자신의 육체에 덧입힐 수 있다.

 

  이 주문이 무려 제6위계로 분류되는 까닭은, 죽은 자가 살아 생전 가졌던 능력을 어느 정도 패널티를 갖고서라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데 있었다.

 

  본디 마력을 상당히 소모하는 능력이지만, 그것은 평범한 흑마법사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

 

  언데드들의 정점에 군림하는 자 — 위계를 초월한 흑마법사 <리치 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였다.

 

  “[깨어 나라.]”

 

  공이 예나의 코앞에 다가온 순간.

 

  예나의 영혼 속에서 또 다른 영혼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어?”

 

  “라?”

 

  경기를 지켜보던 모두가 일순 입을 다물었다.

 

  예나로서는 단지 가볍게 오른팔을 뻗었을 뿐이다.

 

  허공에 살짝 뜬 것은, 제3위계 마법 <비행>을 써서 마치 점프한 것처럼 트릭을 부린 것.

 

  하지만 일반인의 눈에 비친 그것은.

 

  마치 프로 농구선수가 제자리에서 점프해서.

 

  축구 골키퍼 세계의 레전드, ‘레프 야신’이 범보다도 빠른 반사신경으로 재빨리, 골대 구석으로 향하는 공을 받아쳐낸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축구공은 그대로 강당 바닥에 처박혔다가, 제멋대로의 방향으로 튀어올랐다.

 

  축구를 하기보다, 테니스를 한 것만 같다.

 

  “......”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인혁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숨을 헐떡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어느덧 예나가 인혁의 눈앞에 다다라 있었다.

 

  골키퍼 장갑을 건네주며.

 

  “확실히, 재미는 있군. 땀도 안 나고 말이야. 정정하지. 박인혁, 너는 적어도 보통의 초딩들보다는 낫다.”

 

  그대로 수업 종이 울렸다.

 

  예나가 강당을 나가고 나서야 인혁을 정신을 차렸다.

 

  “쩐다...”

 

  인혁은 몸을 바들바들 떨며 탄성을 내질렀다.

 

  “완전 쩐다고, 예나는!!”

 

 

 

 

  예나는 그대로 교실로 돌아가는 대신, 잠시 강당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마경이여, 주인에게 응답하라.”

 

  그러자 예나의 손에 검은 소용돌이가 일며, 멀리서 일어나는 일이라도 관찰할 수 있는 악마의 거울 ‘마경’이 입을 벌렸다.

 

  거울 속에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제 아버지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예나는 뿌듯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일순간에 예나의 얼굴이 회빛으로 어두워져갔다.

 

 

 

 

  “야, 신입! 일 이딴 식으로 하기야? 열정만 있으면 뭐해, 능력이 없잖아!”

 

  “죄, 죄송합니다!”

 

  “신입! 아까 프린트해놓으라고 시킨 게 벌써 30분이 지났는데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회사가 학교로 보여요?”

 

  “죄송합니다! 지금 곧바로!”

 

  “신입!”

 

  “네, 넷!”

 

  “신입!”

 

  “잠시만요, 제발...!”

 

  치현은 담배를 입에 물고 옥상으로 가던 중 재훈을 보고는.

 

  “저 치는 오래는 못 가겠네.”

 

  혀를 차며 그대로 갈 길을 향했다.

 

 

 

 

  예나의 얼굴은 표정이 지워져 있었다.

 

  아빠?

 

  취업이란 건, 아빠처럼 처절하게 산 사람이 받는 보상이고, 처절하고 열심히 일하면 거기서 또 다른 보상을 받는 게 아니었어?

 

  근데 왜 아빠가 보상이 아니라, 벌을 받아야 해?

 

  예나는 오른팔을 뻗었다.

 

  주문을 영창한다.

 

  <차원 왜곡>.

 

  제9위계 시공간 마법.

 

  예나 바로 앞의 공간이 마치 동물의 배를 가른 것처럼 찢겨 있었다.

 

  저 안에 자신이 손을 넣는 순간, 곧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회사 사람들에게 모조리 저주를 걸 것이다.

 

  누군가는 짐승으로 변하고, 누군가는 눈과 귀를 잃고, 누군가는 평생 고칠 수 없는 고통으로 시름하게 될 것이다.

 

  예나는 천천히 왜곡된 차원 속으로 손을 뻗쳤다.

 

  이 모든 것은.

 

  “사랑스러운 우리 아빠를 위해서야. 그치, 아빠?”

 

  씰룩거리던 웃음이 찢어지며 귀에 걸렸다.

 

  “예나야! 너 축구부에 들어...와? 어?”

 

  “!!”

 

  예나는 자신이 부주의했음을 그제야 인지할 수 있었다.

 

  인혁은 보고 말았다.

 

  예나의 잔혹한 표정과.

 

  무엇보다도, 저 뒤틀린 공간의, 너무나도 불길하게 찢긴 형태를.

 

  “저기... 이건 뭐야?”

 

  남자아이치곤 또래에 비해 다소 성숙한 인혁은, 지금 상황이 무언가 생존에 직결된 것이라는 것만큼은 감지할 수 있었다.

 

  “‘차원 왜곡’ 철회. [마의 화살이여, 나의 군세를 따르라.]”

 

  인혁이 도망칠 틈을 주지 않고, 예나는 계속해서 주문을 읊었다.

 

  인혁은 어차피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직감할 수 있었다.

 

  자신은 죽는다고.

 

  “[한 명의 적군도 놓치지 말라.]”

 

  마법의 화살이 날아간다.

 

  그리고 화살은 이제 열 살 된 소년의 복부를 그대로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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