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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언데드 딸에게 양육당하고 있습니다
작가 : 브라이트먼
작품등록일 : 2019.10.9

“반드시 책임지고 너를 키울게!” “하등한 인간 주제에 저를 키우겠다구요? 제가 아버지를 키울 예정입니다만.” 있는지도 몰랐던 딸이 어느날 불쑥 찾아왔다—언데드들의 여왕, <리치 퀸>이 되어서. 그런데 ‘리치 퀸’은 십 년이 지나면 다시 죽음을 맞아야 한다고 한다. 기간은 십 년 한정! 죽은 딸이 산 아버지를 ‘키우’러 왔다!

 
2화 - 제 딸이지만 좀 무섭네요 (2)
작성일 : 19-10-09 23:07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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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이재훈 씨. 대학교 졸업 후 4년 간 아무 활동도 없으셨는데 무슨 사유라도 있나요?”

 

  “아, 네. 근데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고...”

 

  재훈은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이곳은 전자업계 모 중견업체의 공개채용 면접장이었다.

 

  서류를 낸 곳 중, 면접까지 온 곳은 이곳이 가장 좋은 회사였다.

 

  따라서 기필코 기회를 잡아야 했다.

 

  잡아야 하는데.

 

  “고시도 준비하셨다고 나오네요? 행정고시? 아니면 CPA라도 준비하셨나요?”

 

  면접관은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아... 둘 다 준비해본 적은 있습니다만, 주로 했던 것은 공인중개...”

 

  “......”

 

  앞머리 까진 중년이 안경 속에 시선을 감췄다.

 

  “...사입니다.”

 

  “4년 간 고시 공부 외에 특별히 한 활동은?”

 

  “...봉사활동도 좀 하고 자격증도 땄습니다.”

 

  “좋아요. 그 중에서 우리 업체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것을 꼽는다면?”

 

  “보고 계신 대로 토익은 900점을 넘겼습니다...”

 

  하아.

 

  깊은 한숨을 대놓고 내뱉는 면접관.

 

  “뭐 우리 회사에 대해 포부나 비전을 한 말씀 해본다면?”

 

  “저는 정말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비록 대학은 인문계열 학과를 나오고 졸업 후 특별한 성과는 없었지만, 열정 만큼은 누구 못지 않게...”

 

  “네, 수고하셨어요, 이재훈 씨. 아, 나가시면 그 다음 대기자 불러주세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개뿔.

 

  재훈은 터벅터벅 힘없는 걸음으로 면접실을 나갔다.

 

 

 

 

  “그래서 아버지, 오늘의 채용 결과를 보고하세요.”

 

  “또 떨어졌어...”

 

  자취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재훈은 개지도 않아놓은 이부자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흐음.”

 

  열 살의 소녀, 재훈의 딸이자 지고의 언데드 여왕인 예나는, 잠시 무언가를 계산했다.

 

  “‘드디어’ 열 번째 실패군요, 아버지.”

 

  “크헉...”

 

  가슴을 부여잡으며 재훈은 마음 속으로나마 사나이의 눈물을 흘렸다.

 

  “괜찮아요. 실패는 성공할 수 있는 기회와 연습의 다른 이름이니까요. 좀 더 실패하셔서 나쁠 것도 없지만요.”

 

  이젠 괜찮을 거예요.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예나는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예나야, 밥은 먹었어?”

 

  “아버지가 오실 때까지 기다렸지요.”

 

  “아니 왜 기다려!? 알아서 챙겨 먹지 그랬어! 배고팠을 텐데.”

 

  “그야, 같이 식사를 해야 ‘식구’니까요.”

 

  재훈은 놀랐다. 그동안 어느 나라에서 살았길래 한문의 어원까지 꿰고 있담.

 

  “아빠가 열 번 째 광탈 기념으로 요리해줄게...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니?”

 

  예나는 옆에 두고 있던 양산을 펼쳤다.

 

  양산 속 아공간에서 칠흑생물의 아가리가 튀어나왔다.

 

  “히, 히익!”

 

  ‘마루’라고 불리는 저 이빨만 새하얀 새까만 괴물은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재훈은 생각했다.

 

  딱딱. 아가리가 이를 부딪치는 소리.

 

  “그래그래. 응, 뭐라고? 아버지. 마루는 토마토 파스타가 먹고 싶다네요.”

 

  “토마토 파스타쯤이야 쉽지... 금방 해줄게...”

 

  터덜터덜 피곤한 걸음으로 주방 쪽으로 걸어간다.

 

  그런 재훈을 보더니 예나는 무어라 말을 외웠다.

 

  “어라? 뭔가 개운해졌어. 좋아, 오늘은 특제 파스타다!”

 

  활력을 회복하는 제2위계 축복 마법에 걸리자마자 기운 차게 변모해버린 아버지.

 

  딸은 살짝 미소 지었다.

 

 

 

 

  “잘 먹었습니다. 하등한 인간치곤 훌륭한 맛이었어요.”

 

  “...예나야, 적어도 아버지한테 하등하다는 말은 너무한 것 아닐까?”

 

  이윽고 두 사람과 한 생물(?)이 족히 6~7인분은 되는 파스타를 다 먹어치우고서.

 

  저녁식사 후 자취방의 풍경은, 재훈의 생각보다는 평범한 생활감이 가득했다.

 

  텔레비전을 열심히 시청하는 예나를 지켜보다가 문득 재훈은 상기했다.

 

 

  ‘저를 낳은 아비의 수명 십 년 분을 몫으로 해서 소생하는 대신, 십 년이 지나고 나면, 저는 육체가 소멸하고, 사신(死神)에게 영원히 영혼을 속박당하게 될 것이다, 라는 제약을.’

 

 

  그 제약조건에 대해 재훈은 사실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 수명이 십 년 줄은 것에 대해 별 감정은 없었다.

 

  그 정도는 아버지로서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고작 십 년이라니.

 

  십 대를 보내고 나면 이승 굿바이라는 거잖아.

 

  그런 건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예나를 죽게 내버려둘 순 없어!

 

  재훈은 결기 있게 운명을 부정했다.

 

  기필코 예나를 구하고야 말겠어.

 

  재훈은 다짐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여.

 

  예나를 사신 놈한테서 지킬 것이다.

 

 

 

 

  “네? 싱숑전자요?”

 

  재훈이 집에서 추리닝을 입고 뒹굴다가 받은 전화는 너무나도 뜻밖의 소식을 전해왔다.

 

  “저 거기 원서 넣은 적 없는데... 네네, 이재훈 맞고, 주민번호 앞자리도 910110도 맞습니다만... 아, 원서가 접수되어 있다구요?”

 

  재훈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싱숑전자라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 중의 대기업 아닌가.

 

  그런 곳은 당연히 엄두도 못 내고 자연스레 지원도 안 했을 터인데.

 

  “아... 서류전형 합격이고, 면접 보러 오라구요?”

 

  전화가 끊기고 나서, 재훈은 한참 동안 멍을 때렸다.

 

  ‘이게 뭔 일이지?’

 

  “......”

 

  - 지이잉.

 

  “까, 깜딱이야!”

 

  갑자기 핸드폰이 또 울렸다.

 

  순간, 아까 그 합격 통보는 실수였다는 전화일 줄 알았지만, 다행히도(?) 아까랑은 번호가 달랐다.

 

  “여보세요?”

 

  [아, 예나 아버님 맞으신가요?]

 

  예나 아버님?

 

  “아, 네. 예나 아버지는 맞습니다만...”

 

  [갑작스레 전화를 드려 죄송합니다. 저는 예나네 반 담임교사입니다. 다름 아니라 예나가 반 친구 학부모님이랑 크게 다퉈서요... 맞은 쪽이 강력하게 예나의 보호자를 뵙기를 요구하셔서...]

 

  대략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그렇지만 ‘맞은’이라니?

 

  예나가 다른 애들을 때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알겠습니다. 지금 곧바로 가도록 할게요.”

 

 

 

 

  “하등하고, 천박해.”

 

  “이, 이, 이... 아주 못돼 처먹은 여자애구나! 어른한테 말버릇이 대체 그게 뭐니!”

 

  재훈이 예나네 초등학교 교무실에 도착하자, 상황은 상상을 넘어서는 형국이었다.

 

  “손 대지 마. 입도 뻥긋하지 마. 이번에는 싸대기를 날리는 수가 있어.”

 

  “이, 이...!”

 

  상대 쪽 아이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중년의 여성이 손을 크게 올렸다.

 

  찰싹!

 

  “아야야... 일단 진정하시죠, 사모님.”

 

  재훈의 뺨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예나를 때리려던 것을 자기가 대신 맞은 것이다.

 

  “...이 진주 목에 낀 돼지 같은 아줌마가... 감히 이 몸의 아비를 후려쳐?”

 

  예나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오라가 감지되고 있었다.

 

  재훈은 팔을 붕붕 저으며 으하하, 억지 웃음을 터뜨렸다.

 

  “아주 손맛이 일품이시군요, 사모님은! 어머니한테 혼날 때 기억이 아련합니다... 덕분에 그리운 시절을 회상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를 때려주신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검은 오라가 살짝 수그라들었다.

 

  후, 하고 재훈은 한숨을 토했다.

 

  “당신이 이 아이 아버지인가요? 그렇다고 치기엔 너무 젊은데...”

 

  씩씩거리던 상대 쪽 어머니도 조금 진정이 됐는지 슬슬 상황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제가 아직 어리긴 합니다만, 이 아이 아버지는 맞습니다.”

 

  흐음, 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이쪽을 바라보던 여성은, 이내 히죽 웃었다.

 

  “아하-. 어째서 저렇게 싹수가 노란지 알 것도 같군요. 하기야 아버지부터가 자기 간수 하나 제대로 못 하면, 제 자식도 어른한테 손찌검하는 못된 버릇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법이겠죠.”

 

  재훈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속도위반이나 한 주제에, 제 주제나 알아라.

 

  재훈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자신을 욕보이는 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속도위반해서 낳은 자식이라고 제 딸까지 욕보이는 건—

 

  “—상스러운 것.”

 

  찰싹.

 

  여성의 얼굴이 회전했다.

 

  여성을 뺨 때린 것은, 교무실 책상 위에 서 있는 한 소녀.

 

  “자고로 그 사람이 타인을 보는 잣대로 그 사람 자신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이 하나 틀린 것이 없구나.”

 

  예나는 몹시 불쾌하다는 듯이 입술을 씰룩거렸다.

 

  “그래, 사과하지. 아이를 윽박지른 것은 미안하다. 하지만 그 아이도 우선 예의범절이란 걸 집안에서부터 똑바로 교육시키도록.”

 

  여성의 얼굴이 경악으로 차기 시작했다.

 

  예나는 씰룩씰룩 웃고 있었다.

 

  “대신, 나를 불쾌하게 하고, 나의 아비를 욕되게 한 것은 그 대가를 당신이 직접 치뤄야겠어.”

 

  그리고 시작됐다.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여성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를 때까지, 예나는 연속 뺨 치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예나! 대체 그게 무슨 짓이야!”

 

  자취방으로 돌아와서, 재훈은 예나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짓’이라뇨? 저는 정당한 보복을 했을 뿐입니다, 아버지.”

 

  “상식적으로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 행동이잖아! 그래, 정말로 잘못한 게 없다면, 굳이 네가 용서를 구하진 않았어도 돼. 하지만 어떻게 어른을 그렇게 대놓고 두들겨 팰 수가 있는 거야...?”

 

  “그녀는 어른이 아니었으니까요. 어른다워야 어른 대접을 받는 겁니다.”

 

  “그럼 아버지인 나도 너한텐 어른도 뭣도 아니겠네? 한심한 백수니까?”

 

  “......”

 

  예나는 말없이 재훈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예나!”

 

  “잊으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하등한 인간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입니다. 그런 존재가 인간들의 관행에 어울려주는 것만 해도 인간들에겐 크나큰 영광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예외입니다.”

 

  “거만하고, 비겁한 말뿐이구나. 민영이가 너를 이렇게 키웠니?”

 

  “어머니 얘기는 하지 마시죠!!”

 

  삽시간에 정전이 일었다.

 

  아마도 동네 일대가 정전되었으리라.

 

  그 만큼, 지고의 존재답게 박력 있는 외침이었다.

 

  달빛이 희미하게 비춰주는 어둠 속에서, 재훈과 예나는 침묵을 타고 서로를 마주 보고만 있었다.

 

  “......”

 

  “......”

 

  검은 기운이 예나를 천천히 삼켜 갔다.

 

  “...오늘은 다른 곳에서 자고 오겠습니다.”

 

  “맘대로 해. 넌 어차피 맘대로잖아.”

 

  “......”

 

  굳이 변명 않은 채, 이윽고 예나는 칠흑 속에 감춰진 공간으로 사라졌다.

 

  예나가 없어진 자취방에서, 재훈은 우두커니 앉은 채 실내를 그저 둘러보았다.

 

  집은 텅 비어 있었다.

 

 

 

 

  캄캄한 아공간 속에서, 무릎을 끌어안은 채 예나는 훌쩍였다.

 

  “축하드린다고 말도 못했는데... 아빠는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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