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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규격 외 던전 보스
작가 : 오구진
작품등록일 : 201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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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캠핑을 즐기던 평범한 30대 독신남!

쉬러 갔던 캠핑장은 던전이 되어버리고, 헌터들은 몬스터를 퇴치하러 몰려 온다.

나는 그저 쉬고 싶었을 뿐이라고!

살아남기 위해 던전의 보스가 되어 헌터들을 퇴치해야 하는 생존형 던전 보스.

 
004화 반복되는 악몽(1)
작성일 : 19-10-09 22:13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8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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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1)

 반복되는 악몽

 

 

 

 

 

 

 

 “맛있었냐?”

 “…….”

 “어쭈, 대답 안하지?”

 

 방금 전까지 장민수의 피를 빨았던 써커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아씨, 망했다.’

 

 언제나 그놈의 욕심이 문제였다.

 피를 빨 수만 있다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어 기껏 들어갔던 전문 던전 헌터팀에서도 쫓겨났었다.

 

 “넌 오늘 특식 없다. 가서 피나 마저 뽑아.”

 “아! 리더! 그건 쫌!”

 

 써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 지저분하고 낙후된 던전에 들어오는 이유는 딱 그거 하나였다.

 신선하고 맛좋은 특식.

 자신이 이 밑바닥 생활을 하는 유일한 이유가 그 특식을 던전에서만 맛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쫌 뭐.”

 “피값은 제가 벌충할 테니 특식만은 쫌 봐줘요. 제가 왜 던전 들어오는 지 아시잖아요.”

 

 리더 흡혈종은 피식,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왜 던전에 오긴, 니놈이 그 피에 눈 뒤집혀서 상품 빼먹다가 걸려서 전문 헌터 팀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탓에 우리 같은 떨거지 팀에서 받아줘야 겨우 피맛 볼 수 있으니까. 틀리냐?”

 “아 씨, 틀린 건 아닌데.”

 “너 그 버릇 안 고치면 우리 팀에서도 쫓겨나니깐 엔간히 해라.”

 “…….”

 “뭐해? 가서 피 안 뽑구?”

 

 ‘이렇게 되면 특식 먹긴 글러먹었네.’

 

 써커는 억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씨발 피 보면 환장하는 게 자신뿐인 것도 아닌데!

 다들 그러고 싶으니깐 밑바닥 인생이어도 꾸역꾸역 던전에 들어오는 거 아닌가.

 

 “아, 이 맛난 거 우리끼리 먹어서 어쩌냐. 크흐흐.”

 “그러게요. 아, 요놈 이거 실하네. 어? 이거 완전 특대 사이즌데요?”

 “진짜네? 야 오늘 대박이다!”

 

 써커의 눈이 휙 돌아갔다.

 

 ‘뭐? 특대?’

 

 리더의 손에 들린 특식은 확실히 특대 사이즈였다. 이런 저급 기초 던전에서 나올 만한 사이즈의 특식이 아니었다.

 

 특식. 그들이 말하는 특식은 바로 몬스터의 내장, 그 중에서도 굵직한 혈관이 몰려있어서 가장 피가 많은 간과 심장이었다.

 채혈 기계를 통해 몸에서 뽑아낸 피는 상품이기 때문에 바로 혈액팩으로 들어가 보존처리 된다.

 그걸 건드는 순간 혈액 브로커들한테 찍혀 장사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간과 심장에 남아있는 피는 채혈 기계로 뽑아낼 수 없기 때문에 던전에서 밖에 먹을 수 없는 헌터들의 특식이 되었다.

 

 ‘저, 저거, 내가 상급 던전에서 몰래 처먹다가 쫓겨난 거랑 같은 사이즈잖아?’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저런 사이즈에 눈이 돌아가 몰래 훔쳐 먹었다가 자신이 이런 저급 던전이나 돌게 됐는데!

 얄미운 리더와 동료의 웃음소리에 써커의 눈이 시뻘게진다.

 

 써커가 특식을 바라보며 이를 부드득 가는 모습을 보고 리더 흡혈종은 피식 웃는다.

 

 “야. 흑염룡.”

 “……네.”

 

 입이 한 닷 발은 튀어나온 써커가 부루퉁하게 대답한다.

 

 ‘저거 그냥 못 먹게 했다간 나중에 사고치지.’

 

 밑바닥 던전 헌터들 중에 리더의 팀은 최저급 던전만 골라서 도는 제일 밑바닥이었다.

 때문에 문제가 많은 놈들이 굴러들어오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며 사고도 많이 일어났다.

 자신의 생의 반을 헌터로 뛰어온 리더는 이런 경우에 벌어지는 사고를 잘 알았다.

 

 던전 내 사고.

 아마 저 피에 눈이 돌아간 써커 놈은 뒤통수를 때리고 동료를 죽인 다음 피를 가져갈 놈이었다.

 그러나 리더는 그런 놈들을 아주 잘 다룰 줄 아는 베테랑이었다.

 

 “남은 건 너 줄게.”

 “네?”

 “던전 아직 안 닫혔다. 아직 사냥감 남았어.”

 

 써커의 눈에 선 핏발이 가라앉고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가서 남은 거 너 혼자 먹어.”

 “가, 감사합니다! 리더!”

 “가서 얼른 피나 마저 뽑아.”

 “넵!”

 

 써커의 얼굴이 헤벌쭉 녹아내린다.

 그리곤 후다닥 시체들로 달려가서 기계를 꽂아 넣곤 피를 쭉쭉 뽑아댔다.

 

 “리더, 저 새끼 계속 데리고 다닐 거예요?”

 

 다른 부하가 불만스런 얼굴로 써커를 바라본다.

 부하도 아는 거다. 피에 미친 저놈이 언제든 자신들 뒤통수를 때리고 사고를 칠 수도 있다는 걸.

 

 “어쩌겠냐. 우리랑 달리 저 놈이 그래도 전문 헌터 팀에 들어갈 정도로 능력은 있잖아.”

 

 욕망이 자제가 안 되는 골칫덩이들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전문 헌터 팀에 들어가지 못한다.

 저급 던전이야 이렇게 간단하지만 중급 던전만 가도 방심하는 순간 헌터 여럿 죽어나가는 킬링필드였다.

 써커도 쫓겨났다지만 그런 킬링필드에서 활동하는 전문 헌터 팀에 있던 능력자였다.

 

 “다행히 피만 주면 말은 잘 들으니깐 당분간은 데리고 다녀야지.”

 “나중에 사고 나도 전 모릅니다.”

 “재수 없는 소리하지 말고 얼른 먹자.”

 

 리더와 부하 흡혈종은 신이 나서 장민수의 간과 심장을 으적으적 씹어 먹었다.

 

 ***

 

 던전이 닫히는 법칙은 간단했다.

 던전 내부의 몬스터들을 모조리 죽이면 던전은 그 힘을 잃고 게이트가 닫힌다.

 던전의 규모나 등급에 따라 그 시간이 다르지만, 지구 시간으로 평균 6~18시간 내에 던전은 폐쇄된다.

 그리고 그 기준은 헌터들에게 ‘아나운서’라고 불리는 던전 내 알림 방송이었다.

 아직 알림 방송이 울리지 않았다는 건 죽지 않은 몬스터가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기껏해야 한두 마리겠지 뭐.”

 

 그래도 그게 어딘가. 피를 빨고 특식을 먹는 것.

 그것이 써커가 던전을 도는 유일한 이유였다. 아까 먹은 수컷 몬스터처럼 건강한 놈이라면 먹을 것도 많을 터였다.

 

 “별로 넓지도 않은데 좀처럼 보이질 않네. 스킬 쓰면 코가 아파서 싫은데.”

 

 써커는 진심으로 싫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특식을 먹겠다는 욕심이 앞섰기 때문에 곧장 바이저를 들어 올리고 코를 팽 풀었다.

 후드득 써커의 코에서 시커먼 피딱지들이 떨어져 나왔다. 그러자 민감한 콧속으로 온갖 냄새들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후으읍!”

 

 흡혈종은 유전적으로 냄새를 잘 맡게 진화한 종이었다. 그들은 야행성이었고 빛이 없는 시간에만 활동을 했다.

 자연스럽게 빛에 의존하는 시각 보다는 후각에 더 의존하게 되었고, 원시적인 시절엔 오로지 후각으로만 사냥감을 찾아내곤 했다.

 문명이 발달하고 후각을 대신할 많은 도구들이 발명된 이후로는 불필요해진 후각을 억누르고 사는 게 더 편리했다.

 예민한 후각을 항상 활성화 시키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기 때문에 흡혈종들은 코 안에 피딱지를 채워 후각을 억누르고 살았다.

 

 “어우, 여기도 아주 온갖 것들이 다 있구만.”

 

 독특한 이계, 즉 지구의 밤공기가 수많은 정보를 담아서 써커의 코로 빨려 들어온다.

 지구의 식물의 향, 동물의 대소변, 캠핑장의 음식물, 물비린내 등 다양한 냄새 정보가 써커의 콧속 점막을 찔러댔고, 써커는 따끔거리는 그 정보를 차근차근 분석해갔다.

 

 [후각 탐지]

 

 써커가 전문 던전 헌터 팀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후각 탐지]덕분이었다.

 흡혈종 고유의 민감한 후각을 극도로 단련해 얻게 되는 스킬.

 냄새로 정보를 탐지하고 분석하는 능력으로 먼저 던전에 들어가 위험을 판별하고 헌터 팀을 목표로 이끄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스킬을 발동한 그의 후각은 반경 20km의, 48시간 내의 것이라면 모든 걸 알아낼 수 있었다.

 아마 그가 피나 특식에 손을 대서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전문 헌터 팀들은 그를 모셔가려고 앞 다퉈 달려들었을 것이다.

 

 “흐흐, 찾았다.”

 

 주르륵.

 민감해진 그의 코에서 시커먼 피가 흘렀다. 콧속 혈관이 자극을 견디지 못하고 터진 것이었다.

 써커는 킁 소리를 내며 흡혈종 특유의 혈액구속능력으로 흘러나온 피를 피딱지로 만들어 콧속을 뒤덮었다.

 피딱지는 고르게 콧속을 뒤덮어 후각을 억눌렀다.

 

 “이제 좀 살겠네. 아오 얼얼해.”

 

 아마 지구의 인간이었다면 이 스킬을 쓰는 순간, 과도한 자극으로 후각이 마비되고 심하면 신경에 손상을 입어 영구적인 장애가 남았을 것이다.

 써커가 천성적으로 후각이 강하고 혈액구속능력이 있는 흡혈종이기 때문에 부담 없고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그런데 냄새가 좀 희미하네.”

 

 [후각 탐지]로 감지한 몬스터의 냄새는 적어도 일주일은 지난 듯 정보가 흐릿했다.

 하지만 냄새 자체는 맡아 본 적이 있는 냄새였다. 바로 던전에 들어와서 사냥할 때 맡았던 냄새였다.

 게다가 자신이 아까 맛있게 먹은 몬스터의 냄새가 같이 나는 걸로 보아 그 몬스터의 가족인 듯했다.

 

 “뭐, 어디 있는지만 알면 됐지.”

 

 냄새의 근원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상류 쪽이었다. 써커는 입맛을 다시며 부지런히 발을 놀렸다.

 

 ***

 

 이현은 이를 악물었다. 역시 아이 혼자 내버려 두는 게 아니었다.

 멍청하게 일을 해결한답시고 민아를 동굴에 방치하고 나온 게 이현은 몹시 후회가 되었다.

 

 ‘아마 그 아이도 봤을 거야. 그러니 그렇게 떨었지.’

 

 처음엔 이현은 아이가 그저 부모와 떨어져 길을 잃어서 불안해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피까지 봤으니 더 무서웠을 거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민아도 그 괴물들을 본 게 틀림없었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의 공포.

 

 ‘내가 좀 더 아이를 잘 살펴봤어야 했는데…….’

 

 아이를 길러본 적도 없는 이현의 육아 경력은 조카들이랑 몇 번 놀아준 게 전부였다.

 그래도 더 주의해야했다. 아이의 목숨이 걸린 상황이었다.

 이현은 이를 악물고 몸을 돌렸다. 다시 동굴 밖으로 가야했다.

 

 ‘울다 지쳤으니깐 그리 멀리 가진 못했겠지.’

 

 서둘러서, 조용히 찾아야했다.

 아이를 찾으려다 그 괴물들에게 들키는 순간 이현도 배가 갈려 내장을 먹힌다는 건 불 보듯 뻔했다.

 

 “후욱, 후욱, 민아야, 기다려. 아저씨가 찾으러 갈게.”

 

 이현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곤 단단히 그러쥔 도끼처럼 마음을 다잡고 동굴 입구로 향했다.

 

 [던전이 공략되었습니다. 잠시 후 던전이 폐쇄됩니다.]

 

 이현은 놀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알 수 없는 소리가 방송처럼 울려 퍼졌다.

 

 ‘방송?’

 

 혹시 몰래카메라가 아니었을까?

 이현은 지금 이 상황이 공포상황에 몰아넣고 시민의 반응을 보는 아주 고약한 저질의 몰래 카메라가 아닐까 의심해보았다.

 

 그럴 리가 없었다.

 출연자의 동의도 받지 않고 이런 상황을 만들 리가 없었다.

 심지어 민아는 7살 난 아이였다. 아이에게 이런 공포상황을 체험하게 한다고?

 이런 악질적인 아동학대가 방송에 나갈리 없다.

 

 “아우 시발.”

 

 이현은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자신이 이렇게 딴 생각을 하는 게 현실도피임을 깨달았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이현은 나가는 게 두려웠다. 민아에 대한 원망도 들었다.

 이현이 말한 대로 가만히 동굴 안에 있었다면 둘 다 위험은 피해갈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의 혈육도 아닌 아이를 위해 목숨까지 무릅쓰고 나갈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아이잖아.”

 

 이현은 자신의 품에서 떨었던 아이의 온기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씹어 처먹을 놈들이 아이에게까지 그런 짓을 하게 놔둘 수는 없었다.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땐, 하늘이 시퍼렇게 밝아오고 있었다.

 여름은 밤이 짧다. 동이 일찍 튼다. 이현은 시계를 보지 않아도 새벽 4시쯤 됐을 거라고 짐작했다.

 밝아오는 하늘을 보니 밤새 눈도 못 붙이고 이리저리 뛰고 기었던 게 새삼 느껴져 피로가 확 몰려왔다.

 

 ‘아마 민아는 더 힘들겠지.’

 

 어른인 자신도 이런데 7살짜리 아이는 오죽할까. 아마 어딘가에서 잠이 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 괴물들이 민아를 찾기 전에 먼저 찾아야 했다.

 

 “민아야!”

 

 이현은 겁이 나서 큰 소리를 낼 수가 없자 부끄러워졌지만, 애써 목청을 키우려 해도 몸이 긴장해서 그런지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겨우 들릴 만큼 속삭이듯이 소리를 내며 주변을 뒤졌다.

 민아가 잠들어 있거나 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반대로 괴물들이 자신의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내 목숨이 날아가겠지.’

 

 그 상황을 생각하니 이현은 오금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현은 민아를 부르는 걸 멈추지 않았다.

 

 “민아야! 아저씨야! 어디 있어!”

 

 부스럭.

 이현은 소리가 들리자마자 근처 수풀로 몸을 던졌다.

 

 ‘윽’

 

 바닥의 돌에 찧어 무릎이 깨진 것 같았지만 이현은 입을 꼭 닫고 신음을 참았다.

 이현의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두근거렸다.

 부스럭대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이현은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제발 민아여라, 제발 민아여라.’

 

 수풀 너머로 보이는 건 입에 피칠갑을 한 괴물이었다.

 

 ‘망했다.’

 

 이현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밀려드는 공포에 밤새 참았던 눈물이 주륵 흘렀다.

 

 “□□□ □□□ □□!”

 

 쌍안경을 통해서가 아닌, 가까운 곳에서 직접 두 눈으로 본 괴물은 더 역겨웠고 소름이 돋았다.

 얼추 190cm는 넘어 보이는 덩치에 밀가루 반죽 같은 회백색의 얼굴을 한 괴물은 흉하게 사람을 잡아먹은 이를 드러내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번들거리는 노란 눈과 벌름거리는 들창코가 금방이라도 이현을 발견할 것만 같았다.

 뱀 앞에 놓인 개구리마냥 이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느꼈다.

 

 ‘제발 가라, 제발 가라, 제발…….’

 

 이현은 이가 덜덜덜 떨리고 요의가 밀려오는 걸 꾹 참았다.

 괴물에 대해 잘은 몰라도 조금이라도 티를 내는 순간이 이현의 마지막이란 건 알았다.

 그게 설령 이가 부딪히는 작은 소리나 오줌 지린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아니, 오히려 냄새는 더 위험해 보였다.

 이현의 눈에는 아까부터 괴물이 코를 벌름거리며 주변을 돌아다니는 게 꼭 냄새를 맡는 것처럼 보였다.

 

 “□ □□□□.”

 

 괴물은 팽, 들창코를 눌러 코를 풀어내더니 이내 몸을 돌려 가버렸다.

 천운이었다. 자신을 찾지 못한 게 분명했다.

 이현은 괴물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서둘러 도망가려는 순간,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피묻은 담요를 보았다.

 

 이현이 민아에게 덮어줬던 담요였다.

 피로 얼룩지고 흙이 묻어 더러워진 담요를 따라 올라간 이현의 눈에,

 그토록 이현이 찾아다녔지만 절대 보고 싶지 않았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으아아아아!”

 

 ***

 

 “영 거슬리네.”

 

 써커는 아까부터 자신을 찝찝하게 한 냄새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후각 탐지]로 찾아봤을 때, 더 이상 몬스터는 남아있지 않았다.

 아나운서도 던전의 공략이 끝났다고 분명히 알려왔다.

 

 그런데 자꾸 오늘 사냥한 적 없는 몬스터의 냄새가 났다.

 처음엔 스킬로도 감지되지 않고, 뭔가 오래되고 묵은 듯한 냄새라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

 그렇게 복귀하려는 찰나, 멀리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아아!”

 

 ‘옳거니, 뭔가가 있구나!’

 

 써커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아나운서의 알림은 항상 정확하지만은 않았다.

 던전의 폐쇄를 알려왔으니 이 던전의 활동이 끝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간혹 다른 던전에서 몬스터의 카운트가 잘못되거나 새로운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던전이란 워낙 알 수 없는 곳이니깐.’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굴러 떨어진 특식이었다.

 써커가 이를 드러내며 바람 빠지는 소리로 히죽 웃었다.

 비명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분명 마지막으로 잡았던 몬스터 사체를 버리고 온 방향이다.’

 

 써커는 방금 전의 소리가 동족의 사체를 보고 놀랐거나 화가 났거나 둘 중에 하나일 거라고 판단했다.

 몬스터가 극도로 흥분한 상태는 위험하지만, 이정도 저급 던전의 몬스터가 흥분해 봤자 식은 죽 먹이였다.

 

 조금 달리자마자 써커는 자신이 아까 걸어놓은 몬스터 사체를 보았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정체를 알지 못해 거슬렸던 냄새가 강해졌다.

 여전히 [후각 탐지]에는 걸리지 않았지만 분명히 이 주변에서 흥분해서 날뛴 듯, 써커는 진하게 남아있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어?”

 

 냄새가 향한 길 끝에는 그냥 절벽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분명 냄새가 이 방향을 향해서 따라왔건만, 단단한 절벽 한 가운데에서 흔적이 끊겨 있었다.

 전후좌우 위아래 사방을 둘러봐도 그 흔적이 이어진 곳은 없었다.

 

 “이거 허탕 친 거면 굉장히 짜증나는데…….”

 

 혹시 땅굴을 파고 숨었나 싶어서 써커는 절벽 바로 앞의 흙바닥도 헤집어 봤다.

 발자국 몇 개가 어지럽게 남아있는 것 말곤 흙을 헤친 흔적도 없었다.

 

 “크으윽.”

 

 써커는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특식을 먹을 생각에 한껏 치솟았던 기대 때문인지, 원래 참을성이 없던 성격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써커는 치솟은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씩씩댔다.

 분풀이라도 할 겸, 눈앞의 암벽을 힘껏 걷어차려는 순간이었다.

 

 [흑염룡아, 던전 문 닫는다는 데 뭐하니?]

 

 써커의 무전기에서 리더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써커는 벽을 걷어차려던 발은 멈췄지만, 여전히 분은 풀리지 않았고 그대로 무전을 무시하고 씩씩댔다.

 

 [어쭈, 대답 안하네?]

 […….]

 [오냐, 너 준다고 특식 하나 빼놨는데 그냥 가야겠다.]

 [!!]

 [배가 불러서 심장 하나 남겼는데 말이야. 여기 특식이 참 실하네. 아까워도 그냥 버려야겠어.]

 [아이고! 무전 수신이 잘 안됐어요. 리더 부르셨어요? 헤헤.]

 

 무전기 너머로 기가 찬 듯한 리더의 비웃음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분노가 모두 날아간 써커에겐 그것마저도 기분 좋게 들릴 정도였다.

 

 [니 속이 시커먼 게 다 보인다. 이 흑염룡 자식아. 얼른 튀어와.]

 [알겠습니다!]

 

 써커는 던전에 들어와서 제일 활기찬 모습으로 리더가 있는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갔다…….”

 

 이현은 써커가 사라진 지 십 수분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작가의 말
 

 흔한 몬스터 시점에서 보는 헌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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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07화 사우레노르 헌터(1) 2019 / 10 / 9 282 0 8302   
7 006화 반복되는 악몽(3) 2019 / 10 / 9 258 0 8124   
6 005화 반복되는 악몽(2) 2019 / 10 / 9 258 0 7919   
5 004화 반복되는 악몽(1) 2019 / 10 / 9 268 0 8026   
4 003화 던전 발생(3) 2019 / 10 / 9 283 0 6821   
3 002화 던전 발생(2) 2019 / 10 / 9 272 0 6878   
2 001화 던전 발생(1) 2019 / 10 / 9 294 0 7343   
1 000화 프롤로그 2019 / 10 / 9 482 0 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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