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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정오마을 살인사건
작가 : 다시봄
작품등록일 : 2019.8.27

25년 전 한 사건으로 인해 여자아이, 연이가 죽었다. 그 후, 마을사람들은 쉬쉬 거리며 모든 것을 없던 일처럼 여겼다. 그리고 25년 후, 마을에 새로운 손님. 그의 정체는 신부이다. 그가 나타난 후, 살인이 시작된다. 범인은 그 신부인가? 왜 연이는 25년 전에 죽었을까?

 
16. 사라진 시체-4
작성일 : 19-10-09 14:36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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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사라진 시체-4

 

 

 

 양이삭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는 몸을 숙이고는 방 안으로 한 손을 짚고 다른 손으로 들어간 문고리를 잡았다.

 

 누군가 찬 얼음을 온 몸에 쏟아 붙는 것 같았다. 양이삭은 잠시 몸을 으스스 떨었다. 그는 작은 방 문을 꼭 닫고는 등을 돌렸다.

 

 그는 갑자기 서늘해진 목 뒤로 왼손을 갖다 대며 슬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양이삭의 시야와 동일선상에 있는 방문의 창호지가 살짝 뜯겨 있었다.

 

 그 뜯겨진 창호지 틈 사이로 희미하게 방 안의 모습이 보였다. 그곳에는 이불 끄트머리를 비집고 나온 푸른 천이 있었다. 푸른 천은 마치 이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손을 내미는 것 같았다.

 

 

 ‘제발 도와달라고.’

 

 

 

 2

 

 

 똑.

 똑.

 똑.

 

 “이삭씨. 저 복순이에요. 안 계세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박복순은 문 옆의 창문으로 고개를 쭉 빼었다. 창문을 통해 양이삭이 머물고 있는 방안이 훤히 드러났다. 그녀는 오른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았다.

 

 그러자 갑작스레 정전기가 찌릿, 하고 전해졌다. 앗, 하며 그녀의 미간이 오그라들었다. 그녀는 양 손바닥을 마주하고 비볐다. 생각보다 따가웠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문고리를 톡톡, 건드렸다. 다행히 정전기는 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문고리를 조심스럽게 잡고 돌렸다. 문은 잠기지 않았는지 문고리가 빙그르르 비틀려 돌아갔다.

 

 

 “안 왔네. 어디 갔지?”

 

 

 박복순은 배낭을 방 입구에 내려놓았다.

 

 

 “이건 또 뭐가 들었길래 이렇게 무거워?”

 

 

 그 배낭은 양이삭 거였다. 그녀는 잠시 그대로 서 있다가 돌아섰다. 문 밖으로 몸을 빼내려는 찰나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책 한 권 있었다. 박복순은 다시 돌아서서 신발을 벗었다. 그녀는 곧바로 그 책을 집었다.

 

 왜 용서해야 하는가?

 책 제목이었다.

 

 박복순은 책을 펼쳐 몇 장을 넘기다가 목차를 보았다.

 

 

 “원한이란 암 덩어리, 라고?”

 

 

 푸핫, 하고 박복순의 입 밖으로 비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책을 탁 덮었다.

 

 그때 책에서 바닥으로 종이 하나가 툭하고 떨어졌다. 박복순의 시선이 바닥으로 동시에 떨어졌다. 그것은 4번 접힌 종이였다. 그녀는 수구려 종이를 집었다.

 

 4번 접힌 종이를 펼쳐 읽자 박복순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하, 하고 그녀의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기가 막힌다는 탄성이 새어나왔다. 박복순은 보면 안 될 것을 본 느낌이었다. 그때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최선생, 어디 갔어요?”

 

 

 오남현의 목소리였다. 박복순은 당황하며 종이를 반만 접어 책 사이에 대충 쑤셔 넣었다. 종이는 살짝 구겨진 상태로 책 사이로 몸을 미처 다 들이밀지 못했다.

 

 종이 끝이 책 끝으로 삐쭉 나왔다. 박복순은 서둘러 문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오남현과 박태호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의외의 장소에서 박복순이 나오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복순씨가 거기서 왜 나와요?”

 

 

 박태호는 좁아진 미간을 더 좁게 일그러뜨리며 팔짱을 꼈다. 누가 봐도 삐친 모습이었다.

 

 

 “아. 아까 방앗간에 같이 갔던 이삭씨가 갑자기 사라져서 찾으러 왔어요. 이상하잖아. 갑자기 사라지고.”

 “이삭? 그건 누군디?”

 

 

 오남현은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이삭은 누군데요? 설마 남자친구 생겼어요?”

 

 

 박태호의 목소리가 까슬까슬했다. 그는 눈을 치떴다.

 

 

 “아... 뭐야. 나도 남자친구 있었음 좋겠네.”

 “남자 친구 아니에요? 그럼 누군데?”

 “거 왜 있잖아요. 최선생님 대신 온다는 사람~ 최선생님이 전시회 때문에 서울 갔거든요. 최선생님이 여기 맡기고 간 친구에요. 애씨게 꾸며놓았는데 없는 사이에 무슨 일 벌어지면 그렇잖아요.”

 “그런 일이 있는 줄도 몰랐네.”

 “모를 수 있지. 뭐... 우리가 소장님께 다 보고하고 살아야 하나?”

 “그래그래. 알았어. 그건 알았고. 아무튼 그럼 복순이가 그 이삭이라는 사람헌티 전해. 당분간 산이나 그 위쪽으로 싸댕기지 말라고.”

 

 

 오남현은 조곤조곤 타이르는 투였다.

 

 

 “네. 걱정 마요. 그리고 멧돼지 짓 정말 맞아요? 진짜?”

 “그렇다니까. 내 과학수사에 의하면 100% 정확해. 과학수사 못 믿어?”

 “누가 못 믿는데?”

 “아무튼 협조해 줘. 아직 의사부부 시체도 못 찾았았는디... 우리 팀이 근심이 이만 저만이 아니여.”

 “팀은 무슨... 고작 2명이서...”

 

 

 박복순은 소곤거리듯 혼잣말을 했다.

 

 

 “뭐라고?”

 “아니요. 근데 정말 멧돼지 맞을까요? 난 왜 아닌 것 같지.”

 “거거거... 쓸디없는 소리 허지 말고. 암튼 조심해.”

 “알았어요.”

 “그 이삭이라는 사람이랑 친해요?”

 

 

 박태호의 목소리가 뾰족했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서운함과 질투의 마음이 배었다. 오남현이 눈치를 채고는 박태호의 등짝을 툭 쳤다.

 

 

 “우리 그만 가볼 테니께. 조심해. 복순이도.”

 “네.”

 

 

 오남현은 뚱한 박태호의 팔을 잡아끌었다. 박태호는 예전부터 그녀를 좋아했다. 박복순은 박태호에게 슬쩍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안 친해요. 잘 몰라.”

 

 

 박복순은 오른쪽 눈을 요염하게 살포시 내리깔며 윙크를 했다. 사람이 이렇게나 단순해도 되는 것일까. 박태호는 일순간에 얼굴이 헤실헤실 풀어졌다.

 

 

 “정말?”

 

 

 그렇다니까, 라고 박복순은 입모양으로 말했다. 박복순은 조막만한 입술을 달싹거렸다. 박태호는 빙글빙글 웃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눈을 지그시 내리깔며 쌩긋 웃었다.

 

 

 ※※※※※

 

 

 ‘양이삭,’

 ‘그는 어제 왔다.’

 ‘그가 나타나자마자 이진만 부부가 사라졌다.’

 ‘그리고 어제 밤.’

 ‘범인을 봤다.’

 ‘그 사람이 범인이다.’

 

 

 평상 위에는 까다 만 양파와 껍질들이 그대로 있었다. 박복순은 손가락으로 양파 껍질을 휘휘 저었다. 그녀는 껍질 몇 개를 모아 평상에 배열했다. 배열한 모습은 마치 정오마을 같았다.

 

 방앗간으로 보이는 양파껍질에 위에 집게손가락으로 X표시를 했다.

 

 

 “두 사람은 실종...? 정말 죽은 건가?”

 

 

 그녀의 집게손가락이 다른 양파껍질로 향했다. 그 위치는 노진식의 축사였다. 집게손가락은 노진식의 축사인 양파껍질에서 꼭대기집 이씨 집을 가리키는 양파껍질로 선을 그었다.

 

 

 “바람, 조만간 사단이 나도 나지. 흥미진진한데...”

 

 

 평상 위를 튕기던 집게손가락이 학교를 표시한 양파껍질 위에 올려졌다.

 

 

 ‘양이삭.’

 ‘정체불명.’

 ‘그리고’

 ‘범인.’

 ‘양이삭.’

 ‘정체불명’.

 ‘그리고’

 ‘범인.’

 ‘음.’

 

 

 아악, 소리를 지르며 박복순은 두 손으로 뺨을 꾹 눌렀다. 생각의 한계가 온 모양이었다.

 

 ‘그런데 의사 부부 시체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박복순은 두 손을 툭 떨어뜨렸다. 잠시 후 그녀는 오른쪽 손바닥으로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심장이 거칠게 뛰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때 노진식이 꼭대기집 이씨 집으로 허겁지겁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저씨?”

 

 

 노진식은 뛰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고개를 돌린 그의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들려왔다. 그 말은 곧 박복순의 비위를 거슬렸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이미 멀어져가는 노진식의 뒤에 대고 박복순은 툴툴거렸다. 그녀는 애먼 양파와 양파껍질을 모아다 쓰레기통에 다 쳐 박았다.

 

 

 3

 

 

 장례식장은 조문객으로 붐볐다. 사실상 조문객들은 평생 병상에만 누워있던 철수의 손님들은 아니었다. 대부분 이복규의 지인들이었다.

 

 옛날부터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려면 장례식을 보면 안다고 했던가.

 

 아들의 장례식이지만 이복규의 지인들의 발길은 끊일 줄을 몰랐다. 이복규는 상당히 지쳤다. 장례식장이 한산해진 틈을 타서 그는 분향소의 구석에 쓸쓸히 앉았다.

 

 

 “오빠, 식사 좀 해요. 네?”

 

 

 이복규와 똑같이 생긴 여동생은 이복규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녀는 오빠가 걱정되었다.

 

 이복규는 장례식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배가 고프지 않았다.

 

 

 “됐다.”

 

 

 이복규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25년간 병수발 했으면 됐지, 왜 굶기까지 해? 이제는 오빠가 살아야지.”

 

 

 이복규의 입가에 미묘한 웃음이 새겨졌다.

 

 

 “마른 거 봐. 어디 아픈 사람 모양으로. 제발 좀, 어? 사람답게 살아요. 이제. 간 아이는 어쩔 수 없잖아.”

 “신경 쓰지 마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에휴. 답답해서. 알아서 하긴 뭘 알아서 해.”

 

 

 여동생의 목소리가 마음과 달리 뾰족하게 나왔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분향소를 나갔다.

 

 이복규는 철수의 사진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모습은 훨씬 수척해졌다. 그는 여동생이 한 말을 반추했다.

 

 

 ‘25년간의 병수발이라.’

 

 

 그건 그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칭찬받을 일이 아니었다. 이복규는 그의 기억에 이끌리어 25년 전 어느 시점으로 끌려갔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그는 무릎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비싸 보이는 외제차 한 대가 장례식장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는 주차장 한 가운데에 차선을 두 개나 잡아먹고 주차했다.

 

 차에서 내리는 것은 검은 양복을 입은 말쑥한 모습의 노일남이었다. 나름 몸에 딱 맞게 맞춘 트랜디한 양복이다. 그는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돈을 확인하고는 다시 안주머니에 넣었다.

 

 

 “이 정도면 될라나...?”

 

 

 노일남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장례식장 건물 앞에 섰다. 그는 문득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봉투를 꺼냈다.

 

 

 “스읍. 너무 많아. 자주 왕래한 것도 아닌데.”

 

 

 노일남은 봉투에서 몇 만원을 빼서는 바지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다시 봉투를 봉하고는 양복 안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복도에는 많은 화환들이 줄지었다. 이복규의 지인들이 보낸 화환들이다. 노일남은 화환들을 지나 그대로 조객록을 작성하는 입구로 들어갔다. 그는 조의금 봉투를 함에 넣기 전에 봉투에 노일남이라고 썼다.

 

 혹시라도 이름을 안 적었다가 나중에 조의금이나 축의금으로 돌려받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옹졸한 마음에서였다.

 

 노일남은 조객록에도 노일남이라고 서명하고 분향소로 들어갔다. 그는 우선 지식 땡에서 검색한 대로 국화 1송이를 헌화했다. 그리고 향 하나에 불을 붙여 분향을 했다.

 

 그가 멈칫한 것은 이때였다. 절을 몇 번을 해야 하는지 잊어버린 것이다. 그는 순간 당황해서 머뭇거렸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생각이 도무지 나질 않았다. 그는 잠시 철수의 사진 앞에서 망설였다.

 

 결국 그는 고개를 살짝 숙여 기도를 했다. 노일남이 등장하고 내내 이복규는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복규의 시선은 15도 아래로 향했다. 그의 시선은 노일남의 눈과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분향소에는 어색하고 답답한 공기가 몰려들었다.

 

 

 “안녕하셨어요?”

 “...”

 “진즉에 철수를 보러 갔어야 했는데.”

 “입 바른 소리는.”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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