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차우의 마을 이야기
작가 : 치르비
작품등록일 : 2019.10.9

꿈능력자 차우에게서 벌어지는 기묘하고 이상한 사건들.
믿을 수 있는 것은 친한 친구와 시간을 초월하여 정보를 알려주는 꿈들 뿐.
과연 그는 평범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Prologue
작성일 : 19-10-09 14:27     조회 : 396     추천 : 0     분량 : 506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바에부스트로 숲이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한 건, 달빛이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밤 12시 즈음이었다. 습한 공기가 무겁게 내리 앉은 숲 안쪽으로 어떤 남성이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 쓴 채로 급히 걷고 있었다. 남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오로지 전등에서 나오는 불빛만으로 숲의 길을 찾았다. 군데군데 파여 있는 구덩이가 가끔 길을 가로막기는 했지만, 그는 어려움 없이 다른 길을 찾았다. 물론 이 숲은 근방에 있는 다른 숲보다 매우 위험했기 때문에 남자는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그렇게 걷기를 십분, 남자는 걸어가던 도중 멈춰서 가슴에 손을 올리더니 숲의 위험성을 더욱 철저하게 되새겼다. 자랑스럽기 그지없는 가슴근육에서 조금씩 힘이 빠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굵직한 손도 조금이나마 가늘어졌다. 걸으면 걸을수록 힘이 빠졌고, 몸집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에,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는 다급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봤다. 아직 늪이 보이지 않았다. 은신처에 도착하려면 한참 남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더욱 빠른 걸음으로 숲을 가로질렀다.

 

  시간은 계속 흘렀다. 남자는 다시 손을 들어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조금 전에 확인했을 때보다 더욱 많이 가늘어진 손으로 하여금, 자신이 얼마나 ‘원래 상태로 되돌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로브 위로 당연하다는 듯 불끈 튀어나왔었던 우람한 가슴 근육은 흐물흐물해짐과 동시에 피부 아래로 자취를 감췄고, 굵은 통나무처럼 굳건하던 근육질의 다리도 그 우수한 영광을 많이 잃은 상태였다. 육체가 이러니 자신의 얼굴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남자가 매우 불안해할 무렵, 드디어 늪이 미약한 전등 불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숲 속, 그 한가운데 자리를 잡은 거대한 늪은 공포 그 자체였다. 단 한 번이라도 그곳에 발을 집어넣었다가는 다시 빛을 볼 수 없으리라. 남자가 기쁜 마음에 늪 가까이 다가가자 역한 냄새가 얼굴을 확 덮쳤다. 보통 때라면 욕지거리 한 마디라도 내뱉었겠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반갑기만 했다. 남자는 늪 주변을 조심스럽게 돌아서 어느 작은 풀숲 길로 들어갔다. 길 끝에는 오래된 오두막집이 있었고, 남자는 주변을 살펴본 뒤에 안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집 안에서 가장 먼저 그를 반긴 것은 심한 허브 냄새였다. 여러 허브가 한데 뒤섞여 결코 좋지 못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지만, 남자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보였다. 오히려 콧노래를 부르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안을 살펴볼 뿐이었다. 집안 풍경은 남자가 마지막으로 찾아왔을 때 그대로였다. 길고 큰 탁자가 거실로 저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었는데, 그 위에는 온갖 때 묻은 실험기구와 말라비틀어진 허브 찌꺼기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널려 있었다. 구석에는 알 수 없는 그림과 문구가 적힌 책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대부분 물건이 오래되어있다는 점만 빼면, 집안은 남자의 취향대로 말끔하게 정리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탁자 위에 전등을 내려놓고 벽에 매달린 초에 불을 붙던 남자는 갑자기 찌릿하고 올라오는 가벼운 고통을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은 강렬해졌고, 마침내 몽둥이로 세게 두들겨 패는 것 같은 아픔이 되어 그를 덮쳤다. 남자는 고통을 참아내려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던 그의 몸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한 건 그 즈음이었다.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눈에 보일 만큼 확실한 변화였다. 이윽고 변화가 끝나자, 남자의 몸집은 입고 있는 로브가 너무 크게 느껴질 만큼 왜소해졌다. 남자는 깊게 숨을 몰아쉬고는 힘겹게 다시 전등을 가져간 뒤, 오두막집 깊숙한 곳에 위치한 방으로 향했다.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지.’

 

 방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마을 사람 중 하나가 물었던 질문이 남자의 머릿속에서 번뜩 떠올랐다. 그 질문에 남자는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떠올렸고 곧 미소를 지었다. 마을사람에게는 그와는 전혀 다른 것을 말했었지만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강한 힘을 가지는 것, 그의 열렬한 목표이자 삶의 유일한 가치였다. 방문을 열자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허브 냄새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 조금 뒤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당연히 참아낼 수 있었다.

 

 방 안은 아주 어두웠다. 얼마나 어둡냐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조차도 방안의 어둠에 파묻힐 정도였다. 남자는 벽에 붙어있던 초에 하나 둘 불을 붙이기 시작했고, 방이 밝아지자 전등불을 끄고서 방해되지 않도록 구석에 내려놓았다.

 

  방의 모습은 상당히 독특했다. 방 전체가 붉은색의 기하학적이고 독특한 문양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는데, 돌로 투박하게 조각된 커다란 수조와 같은 종류의 작은 수조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두껍고 커다란 수조는 방 중앙에 있었으며, 큰 수조에서 일직선으로 쭉 뻗어 나온 수로는 방구석에 위치한 작은 수조와 연결되어있었다.

 

  남자는 작은 수조 쪽을 살펴봤다. 수조 안은 물과 허브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 안에는 웬 젊은 남성이 한명 누워있었다.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 남성은-고동색 반바지 하나만을 입기는 했지만-모두 벌거벗은 상태였다. 때문에 잘 다듬어진 몸을 고스란히 드러냈으며, 우람한 육체로 하여금 오랫동안 몸을 단련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작은 수조에 누워있는 남성을 보던 남자는 온 몸을 타고 어떤 희열을 느꼈다. 늘 느끼는 것이었지만, 언제 느껴도 익숙해지지 않는 쾌감이었다.

 

 남자는 곧 작은 수조에서 시선을 거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수로 옆에 섰다. 이번에도 ‘의식’을 시작하기 위한 모든 준비는 순조롭게 끝났다. 만족스러운 미소로 수로를 쳐다보던 그는 이제 곧 벌어질 일을 생각하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매우 낮고 거친 목소리는 처음에 아주 희미했지만 곧 방 안을 가득 메울 정도로 크게 메아리쳤다.

 

 남자가 ‘주문’을 반쯤 외우자 수조 안에 누워있던 젊은 남성이 괴롭다는 듯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괴로움에 못 이겨 몸부림치기 시작했는데, 마치 밧줄로 묶여있는 사람처럼 몸을 크게 비틀지는 못했다.

 

 온 몸에서 푸른색의 알 수 없는 물질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남성이 몸부림치기 시작한지 오 분이 흘렀을 무렵이었다. 푸른색의 물질은 겉보기에는 액체처럼 보였지만 수조 안의 물과 전혀 섞이지 않았다. 마치 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듯 수조 안을 자유롭게 유영하던 푸른 액체는 곧 수로를 통해 중앙의 큰 수조로 쏟아졌다.

 

 한동안 이 일이 지속되었다. 남성의 몸에서 푸른색 액체가 쉼 없이 빠져나왔고, 빠져나온 즉시 모두 수로를 통해 큰 수조로 따로 분리되어 옮겨졌다. 그렇게 큰 수조가 반쯤 차기 시작하자 젊은 남성의 몸이 조금씩 변해갔다. 우람한 근육질에 남성미가 넘치던 몸은 푸른 액체가 빠져나올수록 약해지고 가늘어졌고, 얼마 못가 근육 하나 없이 뼈와 살만 남은 것 같은 약한 몸이 되었다. 한때 영광스러웠던 우월한 육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햇빛에 그을린 건강한 구릿빛 피부마저 새하얗게 질린 듯 하얘졌다. 그 시기에 맞추어 큰 수조가 가득 찼고, 푸른색 액체도 더는 젊은 남성의 몸에서 흘러나오지 않았다.

 

 남자는 주문 외우기를 멈추고 작은 수조를 살펴봤다. 볼품없는 남성의 몸이 무척이나 불쌍해보였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마르고 힘없는 몸에서부터 느껴지는 나약함을 혐오스럽게 여길 뿐이었다. 자신은 절대 저리 되지 않겠다는 무언의 확신이 표정에 서려 있었다.

 

 이번에 남자는 곧 큰 수조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커다란 수조는 젊은 남성에게서 빠져나온 빛나는 파랑색 액체로 가득 찬 상태였다. 자칫 잘못하면 흘러넘칠 만큼. 수조로 다가간 남자는 로브를 벗은 뒤 옆에 난 계단을 타고 수조 위로 올라갔다. 유일하게 짧은 바지-하지만 그마저도 그에게는 너무 커서 바지춤을 붙잡고 있어야 했다.-하나만 입고 있는 마른 몸이 사뭇 긴장하고 있었다.

 

 처음 푸른 액체 속으로 발을 담그자, 곧장 온 몸을 훑고 지나가는 감각이 남자를 쾌감 속에 빠뜨렸다. 뼈가 드러날 만큼 작고 마른 발이 그 액체와 만나자마자 금방이라도 새로운 힘을 받은 듯 탱탱해졌으며 동시에 조금씩 커지고 있는 듯 했다. 다른 부위를 집어넣을 때마다 비슷한 일이 벌어졌는데, 그럴 때마다 남자는 기쁨으로 가득 찬 신음을 흘렸다. 얼마못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쾌락을 느낀 그는 수조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남자가 완전히 안으로 들어가자 푸른 액체는 십여 분 동안 부산스럽게 부글거렸고, 얼마 후 빠른 속도로 양이 줄어들었다. 마침내 액체가 완전히 사라지자 그 안에 있던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한쪽 무릎만 꿇은 채 앉아있던 그는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늘어난 키가 익숙하지 않았던 탓에 남자는 한동안 스트레칭 하듯 몸을 쭉쭉 뻗었는데, 촛불에 비치는 ‘근육’이 선명하게 피부 위로 드러난 채 제 모습을 선보였다. 조금 전까지 빼빼 말라있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근육질로 거듭난 것이었다.

 

 스트레칭을 한 뒤 그는 자신의 몸을 천천히 살펴봤다. 우람한 가슴근육과 단단한 복근, 선명한 근육질의 팔과 팽팽하게 솟아난 굵은 다리 근육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 아름답게 각을 잡고서 그를 반겼다. 핏줄이 보일 만큼 하얗던 피부도 변해, 지금은 구릿빛에 단단하고 건강미마저 넘쳤다. 상체와 하체, 어느 하나 흠잡을 곳 없이 완벽 그 자체였다.

 

 남자는 작은 수조 속에 있는 젊은 남성의 우월한 육체적 특성이 모두 자신의 소유가 되었다는 사실을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 이 짓을 여러 번 해왔지만 그때마다 놀라운 경험을 했기 때문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팔다리로 굳건한 활력이 뿜어져 나왔고, 심장은 강력한 힘을 마음껏 분출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우월감이 다시금 감돌았다. 남자는 조용히 흥분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완벽의 경지’에 다시 이른 것이었다.

 

 한참동안 자신의 몸을 경이롭게 살펴보던 남자는 천천히 수조를 나왔다. 아무렇게나 두었던 로브를 다시 쓴 뒤, 불을 모두 끄고서 전등과 함께 방을 나왔다. 뒷정리는 나중에 와서 해도 괜찮았다. 이제 쓸모없어진 제물은 늘 하던 방식대로 처리하면 될 터였다.

 

 이윽고 남자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은신처를 나와 숲을 빠져나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3 12화 2019 / 10 / 30 219 0 6101   
12 11화 2019 / 10 / 30 243 0 5549   
11 10화 2019 / 10 / 30 226 0 5234   
10 9화 2019 / 10 / 30 239 0 5397   
9 8화 2019 / 10 / 30 253 0 6271   
8 7화 2019 / 10 / 29 239 0 5536   
7 6화 2019 / 10 / 29 236 0 8740   
6 5화 2019 / 10 / 29 234 0 8386   
5 4화 2019 / 10 / 26 229 0 12154   
4 3화 2019 / 10 / 26 255 0 8153   
3 2화 2019 / 10 / 9 244 0 16607   
2 1화 2019 / 10 / 9 243 0 11973   
1 Prologue 2019 / 10 / 9 397 0 506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살루스 : 여정의
치르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