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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불완전한 모든 것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그 끝없는 끝에 네가 지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줄 거야.’

늘 나사하나 빠진 채 몽롱하니 걸음을 옮기는 것 같고, 퍼즐 조각 하나를 들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듯이 끝이 없는 지루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준다면 그것만으로 세상은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비록 자신의 삶을 완벽함으로 채우진 못했어도 나 또한 누군가의 완전을 바라니까.

‘그런 네 옆에 내가 걸음 맞춰 걸을게. 이제 함께 걷는 거야. 가다가 힘들면 등 맞대고 쉬고, 또 손 맞잡고 걷고, 누가 이기나 뛰어도 보고, 느릿하게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수도 세는 거야. 네가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줄게.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도 해주고, 힘들까 물도 건넬 거야. 그럼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거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 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 chapter 5
작성일 : 19-10-09 13:34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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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5

 

 

 

 

  도현은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출판사로 돌아온 아랑을 애써 모른 채했다. 예상보다 늦어진 시간에 그녀는 등을 보인 도현이 일에 집중한 걸로만 안 채 서둘러 회의실로 갔다.

 

  아랑이 일이 끝났다며 문자를 보내온 현재, 오후 네 시였다. 도현이 회의실 문 앞에서 망설이다 문을 열었다. 아랑의 몸이 짧게 움찔하며 어깨가 굳었다. 도현이 태연하게 그녀 앞에 자리했다. 그녀가 선별 작업을 하느라 이리 저리 종이가 널브러져 있던 테이블은 어느새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그녀의 다이어리도 보이지 않았다. 잘 정돈 된 원고 뭉텅이를 제 앞으로 끌은 도현이 물었다.

 

 “다했어?”

 “응.”

 

  그가 수정 사항이 많은지 확인을 위해 원고를 적당한 만큼 집어 휘리릭 넘기며 검토를 시작했다. 아랑이 말없이 그를 보았다. 검토를 끝내 도현이 그녀를 보았다.

 

 “비장하게 말 하길래, 갈아 엎으려나 했는데.”

 “챕터 별로 하나씩 교체했고. 다른 건 구절 좀 다듬었어.”

 “더 이상 미련 없으면 이대로 제본 들어갈 거야.”

 “응.”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도현이 긴장한 아랑을 보았다.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이 아래를 향했던 그녀가 움직일 기세가 보이자 그가 말했다.

 

 “윤소연은 어떻게 됐어?”

 “어?”

 “많이 심각한 일이야?”

 

  지금 우리의 문제보다 심각한 일이 있을까. 아랑이 제 입술을 살짝 물었다.

 

 “지금은.”

 

  원고를 쥐고 있던 도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뭔 문제든 눈앞에 닥치면 인생 무너질 것 같이 심각하게 느껴지잖아.”

 

  지금 아랑도 그러했다. 그녀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소연인 잘 이겨낼 거야. 답도 찾을 거고.”

 “그래.”

 

  아랑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완전히 끝났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 먼저 일어날게. 점심 같이 못해서 저녁이라도 할까 했는데... 소연이가 괜찮은 집이 있다고 같이 보러 가자네. 기회 왔을 때 잡아야지.”

 

  그가 느릿하게 일어났다.

 

 “어쩔 수 없지.”

 “응. 먼저 갈게.”

 

  아랑이 홱 뒤돌아 도망치듯 회의실 문을 열고 나왔다. 간신히 지어보였던 미소가 어느새 지워지고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아랑이 이미 엘리베이터에 올라 사무실을 벗어났음에도 그는 회의실 그 자리 그대로 서있었다.

 

 

 ***

 

 

  도현은 걱정이 많았다. 다행이도 그간은 아랑의 시집 제본일로 바빠 하루 종일 그 날을 곱씹으며 걱정하진 않았지만 늘 그의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애써. 애써 회복된 관계의 톱니바퀴가 툭 뭔가에 걸려 멈춰 버렸다. 연락이 없는 아랑에 삼일을 보냈을 때 별안간 혁준이 어느새 만든 단톡방에 공지를 올렸다.

 

 - 친구들아.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어때?

 

  그의 답에 1등은 소연이었고, 다음으로 아랑이었다. 아랑이 선뜻 나온다 답한 메시지를 몇 분간 뚫어져라 봤을 때 혁준이 그를 불렀다.

 

 - 현도현 왜 답이 없어? 읽씹이야?

 

  ‘ㅋ’이 난무하는 와중에 도현이 답했다.

 

 - 좋아.

 

  그리하여 이번엔 소연이 정한 약속 장소에 모이기로 한 네 사람 중 도현이 퇴근 후 뒤늦게 도착했다. 들어가기에 앞서 담배 한 대를 태우던 그는 간간히 가게에 드나드는 손님들에 가게 안 친구들의 웃음소리를 건너들을 수 있었다. 거기엔 아랑의 웃음도 있었다. 도현이 아랑의 밝은 웃음소리를 듣자마자 곧바로 담배를 태우다 말곤 꽁초가 쌓인 야외 재떨이에 버렸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제일 먼저 그를 발견한 혁준의 그를 가리키자 그녀가 그를 보았다. 아랑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다른 친구들처럼 그에게 어서 오라 손짓하고 있었다. 좁혀지는 거리에 도현은 그녀의 볼이 붉어져 있는 것을 보곤 자신이 가게 앞에서 망설이던 사이 술이 오갔음을 알 수 있었다. 도현이 아랑과 혁준 사이 빈 의자에 앉았다.

 

 “자, 지각생은 지각주 한 잔.”

 

  혁준이 병을 들자 아랑이 소연에게 건네받은 빈 잔을 그에게 건넸다. 그녀는 정말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도현은 괜스레 마음이 놓였다.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크라스 가득 따라진 소주에도 도현이 거리낌 없이 단 번에 목으로 넘겼다. 그런 그를 보던 세 사람이 환호했다. 술자리는 어색함 없이 늘 그랬듯이 즐거웠다. 네 사람이 동시에 잔을 비우자 소연이 도현에게 대뜸 말했다.

 

 “야, 너도 알지.”

 “뭘?”

 

  소연이 인상을 썼다.

 

 “뭘? 너 몰라? 아랑아 말 안 해줬어?”

 

  혁준과 잔을 기울이던 아랑이 소연과 도현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녀가 잔을 내려놓고 소연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아무리 친구 사이여도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는 말이다.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소연이 감동을 받은 듯 아랑을 안았다.

 

 “역시! 신아랑이야!”

 

  혁준이 먼저 도착해 술을 홀짝이던 소연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청승맞게 일찍 와서 홀짝일 때부터 알아봤다. 벌써 취했네.”

 

  아랑이 물을 따라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가 물 한 컵을 단번에 마시곤 말했다.

 

 “나 별거녀야.”

 

  그녀가 테이블을 가로질러 도현의 팔을 툭툭 치며 말했다.

 

 “별거하는 유부녀.”

 

  뭐가 웃긴지 홀로 키득거리는 소연에 아랑과 혁준이 그녀를 안쓰럽게 보았다. 소연이 주량을 넘어선 지 오래였고, 술이 깨긴 힘들 듯 보였다.

 

 “참나, 답답한 건 난데 지가 뭔데 시간을 갖재?”

 

  아랑이 소연의 술잔에 물을 채웠다. 소연이 그것도 모르고 물을 넘기며 인상을 썼다.

 

 “네들은 절대 결혼 하지마. 완전 돈 낭비, 시간 낭비, 감정 낭비. 장난 아니다.”

 “잘만 굴러가면 뭐가 문제야.”

 

  혁준의 눈치 없는 말에 아랑이 눈치를 주자 그가 머쓱하게 잔을 들었다.

 

 “그렇지. 잘만 굴러가면야... 좋지. 좋고말고.”

 

  소연의 머리가 테이블에 닿을 듯이 내려가자 아랑이 그녀의 몸을 안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그만 헤어져야겠다. 소연이 집에 데려다 줘야 할 것 같아.”

 “그래? 그럼 데려다 줘야지.”

 

  알딸딸한 혁준이 눈을 느릿하게 뜨자 아랑이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도현을 보았다.

 

 “도현이 넌 몇 잔 안 마셨지?”

 “응.”

 “우리가 데려다 주고 오자. 소연이 집, 바로 건너편 아파트야.”

 

  그때 혁준이 발끈하면서 말했다.

 

 “야! 나 아직 안 취했어.”

 “취한 사람치고 자기 취했다고 하는 사람 본 적 없어. 안 취했으면 넌 네 발로 집에 가.”

 

  아랑의 말에 그가 쳇 고개를 틀곤 짐을 챙겼다.

 

 “잘 봐. 내 발로 간다.”

 

  가게를 나온 아랑은 자꾸만 흐느적거리는 소연에 휘청였다. 혁준이 그런 두 사람을 지나쳐 할 일 없는 한량처럼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며 손을 흔들었다.

 

 “잘 가라, 친구들!”

 “조심히 가!”

 

  아랑이 그를 보내고 다시 소연의 어깨를 붙잡았을 때 계산을 마치고 나온 도현이 그녀 앞에 몸을 굽혀 앉았다.

 

 “괜찮겠어?”

 “안 괜찮아도 어째, 이렇게 생겨서 어떻게 끌고 가. 이게 빨라.”

 

  아랑이 소연을 그의 등에 업혀주자 그가 그 상황이 어이가 없는지 허탈하게 웃었다.

 

 “나참, 이래서 친구 잘 사귀라고 하는 거였어.”

 

  그 말에 아랑이 핏 웃었다.

 

 “진짜 괜찮겠어?”

 

  도현이 일어나며 건너편 아파트를 보았다.

 

 “쉽지 않은 길이 될 것 같긴 하다.”

 

  그의 농담에 아랑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어서 가자.”

 

  두 사람이 소연의 아파트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입을 오물거리는 소리에 도현이 인상을 구겼다.

 

 “얘 토하면 어쩌지?”

 “왜? 토할 것 같대?”

 “느낌이 좋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닫히고 붕 뜨자 도현의 얼굴이 더 굳어졌다.

 

 “거의 다 왔는데.”

 “왜 하필 맨 꼭대기에 사는 거야?”

 “집이 좋으니까.”

 

  짧은 대화가 오가고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아랑이 소연에게 미리 물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남편이 집을 나가 혼자라던 소연의 말과는 달리 긴 복도 끝에서 걸어오던 그녀의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낯선 얼굴에 인상을 썼다.

 

 “누구십니까?”

 “어?”

 

  아랑이 미처 설명을 하기도 전에 그가 현관 앞으로 다가왔고 소연을 업은 도현이 한발 내딛었다. 도현이 그를 보고 인상을 쓰며 말했다.

 

 “남편 되십니까?”

 

  그는 답이 없이 술에 취한 제 와이프를 바라보았다. 정적 속에서 웅얼웅얼 맴도는 그 이름이 제 이름임을 깨닫고 그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죄송합니다. 신세가 많았네요.”

 

  그가 제 아내를 도현에게서 받아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었다.

 

 “다음에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지금은 소연이 좀 눕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랑이 예의바르게 미소를 지었다. 왠지 친구의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세요. 실례 많았습니다.”

 

  아랑이 도현을 데리고 그녀의 집을 나왔다. 아파트를 벗어나며 도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소연의 집을 올려다보았다. 아랑이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왜?”

 “너도 봤지?”

 “뭘?”

 “최대한 늦게 받아가는 거. 윤소연 무거운 거 아는 거지.”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치는 그에 아랑이 웃었다.

 

 “아니던데? 우구랑은 다르게 되게 가뿐하게 드시던데?”

 

  도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들었잖아. 너도.”

 “뭘?”

 “다음에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지금은 소연이를 눕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자기 와이프 좀 편하게 재우려고 한 말이겠지.”

 

  도현이 코웃음을 쳤다.

 

 “과연 그럴까?”

 “못됐어, 정말.”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어느새 여름 바람에 더위가 많이 가셨다. 이젠 서울의 여름밤도 선선해졌다. 근처 역에 다다르자 그녀가 그를 보았다.

 

 “나 이만 갈게.”

 “막차 시간 멀었잖아.”

 “어?”

 

  그가 꽤 가까이 보이는 마포대교를 가리켰다.

 

 “좀 걷자.”

 

  그렇게 그녀의 걸음에 맞춰 마포대교를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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