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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놈이 온다!
작가 : 알케이
작품등록일 : 2019.10.3

“ 이 세상에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두 가지가 있지.
내 마음과 네 마음. 내 거든 네 거든 사람 마음은 마음대로 안 되더라. “
- 본문 중에서

 
# 12. 그 여자의 시선 (6)
작성일 : 19-10-09 13:31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9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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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야기 구조입니다.

 앞 부분에 조연처럼 등장했던 나왔던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요 인물이 되는가 하면 인물과 인물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엮어 전체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조입니다.

 또한 앞 부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나중에 일어날 일의 복선이 되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조를 짜임새 있게 엮었습니다.

 또한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나누어서 진행되며 중간에 교차되기도 하는 구성을 통해 마치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극적 구성을 더하였습니다.

 따라서 항상 회차별 제목을 꼭 확인해 주세요!!!!!

 ======================================================================================================

 

 “그래, 데이트. 만나서 밥도 먹고 놀러도 가고 하는 그런 거.”

 “갑자기…왜…”

 진경의 제안을 들은 서일우는, 미리 예상했지만, 당황스러운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손님으로부터, 그것도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여배우란 사람이 데이트를 하자고 했으니 당황스러운 것이 당연했다.

 “그냥. 데이트를 너무 하고 싶은데 같이 할 사람이 없네?”

 한탄스러워 하는 진경의 얘기에 서일우는 여전히 당황스러운 듯 조용히 있더니 이내 말을 꺼냈다.

 “어떤 데이트가 하고 싶은데요?”

 “글쎄, 일단 놀이 공원에 가서 사진도 찍고, 맛있는 저녁도 먹고. 특별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 그런 거.”

 “그런데 얼굴 알려진 사람이 그래도 되요? 금방 사진 찍히고 기사도 나고 그럴 텐데. 괜찮아요?”

 서일우는 마치 진경의 마음을 읽은듯한 질문을 했다. 곳곳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대서 비밀 연애란 걸 하기도 힘든 진경 같은 사람은 요즘 같은 시대에 공개 연애는 더더욱 하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방법이 하나 있긴 있어.”

 “그게 뭔데요?”

 “네가 데이트 하겠다고 하면 알려줄게.”

 진경의 제안에 그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이내 시원하게 대답했다.

 “하죠, 뭐. 내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 여배우와 데이트 해보겠어요? 그것도 도진경 같은 유명한 여배우랑.”

 일우의 대답과 함께 두 사람의 데이트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주말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평일 중에서 진경이 촬영이 없는 날, 서일우가 진경의 소속사 사무실로 오기로 했다.

 차를 몰고 사무실로 가면서 진경은 파란 하늘을 보며 감탄했다. 어제 비가 오더니 미세먼지가 완전히 씻겨 나간 듯 했다. 신호대기를 하면서 문득 룸 미러를 본 진경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까부터 어떤 차가 계속 자신을 따라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파파라친가. 그래도 오늘 계획은 아무도 모를 테니 신경 쓰지 말자. 오늘까지 기분을 망칠 순 없으니까.’

 신호가 바뀌자 천천히 차를 출발한 진경은 계속 룸 미러를 보며 확신이 들었다.

 ‘저 하얀색 차구나.’

 이따금씩 있는 일이어서 큰 신경을 쓰지 않은 진경은 사무실에 도착하자 차를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고는 1층으로 올라갔다.

 “아저씨, 이따가 저 찾아오는 남자 후배가 있을 건데요 들여 보내 주세요.”

 “그 분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워낙 도진경 씨 보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서요.”

 “서일우요. 잘 부탁 합니다.”

 경비 아저씨에게 친절하게 부탁을 하고 다시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사무실 맞은 편 카페에서 누군가 자신을 촬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역시나 늘 있던 일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건물로 들어섰다. 카페테리아가 있는 3층으로 올라가서 TV를 보며 기다리기로 했다.

 옷은 최대한 평범하게 입었다. 가장 평범해 보이는 티셔츠에 가장 평범해 보이는 바지, 그리고 가장 평범해 보이는 신발에 가장 평범해 보이는 야구 모자. 거기에 선글라스만 끼면 사람들이 쉽게 알아보긴 힘들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마스크까지 쓸까 했지만 마스크를 쓰면 오히려 더 튀어 보여서 안 쓰기로 했다. 긴 머리를 올릴까 싶었지만 그러면 모자에 안 들어가서 포기했다. 화장도 거의 안하고 로션과 자외선 차단제만 발랐다. 더구나 오늘 계획은 파파라치까지 완벽하게 따돌릴 자신이 있었다.

 “어? 어쩐 일이야? 홍구가 오늘 스케줄 없다던데?”

 사무실 복도에서 만난 유도진 이사가 진경을 보더니 의아해하며 물었다.

 “스케줄이 없으니까 왔죠. 사무실에 너무 안 왔더니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기도 하고.”

 진경은 대충 둘러대고는 가볍게 목례를 한 후 커피를 뽑으러 카페테리아로 갔다. 나름 사무실 커피가 맛있다고 진희가 얘기해줬던 게 기억이 났다. 윙-하는 원두 갈리는 소리를 들으며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까지 10분 정도 남았다. 그가 오기만 하면 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면 된다.

 홍구한테 부탁하면 이것저것 물어볼 것이 뻔해서 진희한테 살짝 부탁해서 가장 평범해 보이는 차를 렌트해서 지하 주차장에 주차해 달라고 부탁해 두었다. 커피 향을 만끽하며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전화가 왔다.

 “저예요. 여기 1층인데.”

 “안에 들어왔어?”

 “네.”

 “그럼 엘리베이터 앞에 있어.”

 바로 전화를 끊고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혹시나 다른 사람 눈에 띌까 최대한 조심하며 1층과 지하주차장 두 곳의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일우의 얼굴이 보였고 진경은 아무 말 없이 얼른 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올라타자 빠르게 닫힘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는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진희에게 전달받은 차량 번호를 확인 한 후 미리 약속한대로 일우가 운전석에 진경은 조수석에 올라타서 의자를 최대한 뒤로 제쳐 눕다시피 했다. 도로를 오가는 수 많은 차들과 버스에서 얼굴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다. 드디어 일우가 시동을 걸고 차는 건물을 빠져 나와 도로에 들어섰다.

 “뭔가 굉장히 스릴 있지 않아?”

 진경은 거의 눕다시피 한 채로 빙긋이 웃으며 물었다.

 “글쎄요, 전 뭐 딱히 그렇진 않은데 누나는 아무래도 스릴 넘치겠는데요.”

 그는 무덤덤하게 정면을 보며 대답했다.

 “흥, 나만 신났군.”

 진경 역시 역시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파란 하늘을 보며 삐친 척 말했다. 얼마 만에 보는 파란 하늘인가.

 “삐쳤어요?”

 “아니, 뭐 삐쳤다기 보다…”

 잠시 후 일우가 말을 건네왔고 난 대충 얼버무렸다. 이 이벤트를 실행하기 위해 얼마나 가슴 졸이며 긴장했는데 무덤덤하게 자신은 별로라고 하니 본인도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았었나 보다.

 “모처럼 놀이 공원 가는 건데 삐치지 마요. 삐치면 누나만 손해지 뭐.”

 하긴 맞는 말이다. 얼굴이 알려질 대로 알려진 진경이 카메라도 없이 아는 사람과 단 둘이 놀이 공원을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래, 제대로 즐겨야지.

 

 

 파란 하늘만큼이나 아름답게 공원을 수 놓은 수 많은 꽃들 사이를 누비며 곳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행여나 모자나 선글라스가 벗겨질 수 있는 롤러코스터 같은 건 타지 않았고 가벼운 것만 탔으며 사파리를 보고 퍼레이드를 보며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아, 정말 좋다.”

 놀이공원 안의 식당에서 주문한 돈까스를 입에 넣으며 진경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렇게 좋아요?”

 “그럼. 내가 언제 또 이렇게 다른 사람과 놀이 공원이 오겠니? 이런 돈까스도 먹어 보고 말이야.”

 “아는 사람들하고 같이 놀러 오면 되잖아요.”

 일우가 밥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고는 우물우물 씹으며 말했다.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여서 제대로 놀지도 못해.”

 “그냥 친구 없어요?”

 일우의 질문에 진경은 입으로 가져가던 돈까스를 접시 위에 내려 놓고는 후-하고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없어. 어릴 때부터 연기하느라. 그나마 알고 지내던 친구들은 대학에 가면서 전부 연락이 끊어졌고. 그리고 지난 번에 얘기했던 것처럼 소식이 끊겼거나 배신을 당하기도 했고. 어차피 가는 길이 다르니까.”

 어차피 가는 길이 다르니까, 라는 얘기에 일우는 음식을 씹으며 곰곰이 생각했다. 학주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고 김미향은 야쿠자의 현지처가 되었다. 나는 호스트를 하고 있고 도진경은 배우를 하고 있다.

 그렇다. 그 이유가 무엇이고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길을 가고 있다, 그러니 남하고 비교하면서 내 인생은 왜 이래하며 슬퍼할 이유가 없다, 라고 일우는 생각했다. 그 때 진경의 전화가 울려서 보니 문자가 와 있었다.

 

 [지난 번에 문자 보냈는데 답이 없어서 네 번호가 안 바뀌었다는 걸 알았어. 어떻게 지내니? 궁금하구나.]

 

 준서였다. 지난 번 접촉 사고 이후 이따금씩 문자를 보내오곤 했는데 진경은 그 때마다 답장을 보낼까 말까 고민하다 끝까지 참고는 보내지 않았다. 신경 쓰지 않겠다고,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문자를 볼 때마다 흔들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하필 지금 이 순간 또 다시 문자를 보내온 것이다. 진경은 그 문자가 신경 쓰여 억지로 못 본체하며 일우에게 물었다.

 “그런데 너 연애 안 해?”

 진경의 질문에 일우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연애는요, 무슨. 지금 연애할 상황이 아니라는 거 누나도 잘 알잖아요.”

 “네가 왜 어때서. 키도 그 정도면 됐지, 얼굴도 그 정도면 훈훈하지. 하는 일이 조금 거시기 하지만 그래도 쉬는 날 이렇게 데이트도 할 수 있는데 뭐가 어때서.”

 “말씀은 감사하긴 한데, 그게 또 마음 같진 않아서요.”

 “하긴 내가 네 속을 어떻게 알겠니. 네가 내 속을 모르는 것처럼. 그런데 말이야…”

 진경은 말을 하다가 잠시 쉬면서 선글라스 너머로 천천히 일우의 얼굴을 살피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 너, 나랑 연애 할래?”

 “켁, 켁-“

 느닷없는 진경의 제안에 일우는 갑자기 사래가 들렀는지 씹던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꺽꺽거리면서 물을 들이켰다.

 “뭘 그렇게 놀라냐.”

 “갑자기 무슨 얘기에요.”

 물을 마시고는 잠시 진정이 됐는지 일우는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며 물었다.

 “말 그대로지 뭐. 너무 심각하지 않게, 이렇게 데이트 하면서.”

 “에이, 장난하지 마요. 누나 정도면 재벌 집 아들도 만날 수 있고 잘 생긴 연예인들도 많을 텐데. 괜히 젊은 남자 가슴에 불지르면 나중에 벌 받아요.”

 일우가 장난스레 말하자 진경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재벌들 관심 없어. 그 인간들 만나려고 했으면 벌써 만났지. 그런데 사랑도 돈으로 하려고 하는 애들 정말 관심 없어. 연예인들? 정상적인 사고 방식과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배우가 얼마나 될 것 같니? 전부 바람둥이지 뭐.”

 진경은 얘기하면서 잠시 준서를 떠올렸다. 나를 이용해서 인기를 얻더니 바로 나보다 어린 여자에게 가버린 나쁜 놈.

 

 

 “학교로 가야 할 것 같아요.”

 “학교? 무슨 학교?”

 “복학이요.”

 “아, 너 휴학 중이라고 했지.”

 몰래 데이트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서일우는 올 때처럼 옆에 눕다시피 한 채로 있는 진경에게 말을 건넸다. 왼손 검지손가락은 습관적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진경은 아무 말이 없었고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지자 일우는 말을 이었다.

 “졸업은 해야죠.”

 “그래 졸업은 해야지.”

 진경은 나지막이 일우의 말을 반복했다.

 “졸업하면 뭐할 건데?”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취직을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유학을 가고 싶기도 하고.”

 “그래 넌 열심히 사는구나. 꿈이 있어 좋겠네.”

 얘기를 하면서 진경은 꿈을 꾸었던 때가 언제였던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던 것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데뷔하자마자 인기를 얻으면서 꿈이란 걸 가져볼 사이도 없이 그저 바쁘게만 살아온 인생이었다. 꿈은 꿀 때만 꿈이다.

 그 꿈을 이루고 나면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니었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룬 지금 그건 더 이상 꿈이 아니었고 지금의 자신에겐 꿈이 없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이 진경에겐 꿈만 같았다.

 “그리고 누나, 아까 했던 얘기 말인데요.”

 일우가 다시 말을 이었다.

 “무슨 얘기? 연애 하자는 거?”

 “네. 그거 말인데요…”

 “신경 쓰지마. 네가 싫다는데 내가 억지로 너랑 연애할 수는 없으니까.”

 “그게 아니라…음. 사람이나 물건이나 그냥 그럭저럭한 거 고르지 말라고요.”

 “그게 무슨 얘기야?”

 일우의 뜬금없는 얘기에 진경은 물었다.

 “그냥 그럭저럭할 걸 고르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실패하기 십상이거든요. 항상 꼼꼼하게 고르고 비교도 해보고 그리고 나서 골라야 관계가 오래 간다고요. 사람이든 물건이든. ”

 일우는 동생에게 훈계하듯 말했다.

 “있잖아, 일우야.” 진경은 천천히 고개를 일우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운명이다 싶은 사람도 고르고 나면 운명이 아니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지 않으면 왜 세상의 많은 연인들이 헤어지고 또 이혼하는 부부는 그렇게 많겠니. 그렇게 재고 따진 다음에 운명이라고 선택한 사람들이. 그래서 말인데, 어쩌면 그럭저럭한 사람을 골라서 가기에 맞춰가는 것이 편할지도 몰라.”

 그렇다. 우리는 대부분 '당신은 나의 운명' 또는 '나는 당신의 운명'이라며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지만 그 운명은 오래 가지 못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이별을 하게 된다.

 운명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별도 사랑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은 지극히 거짓말이다. 거부된 운명이 어떻게 사랑일 수 있겠는가. 그러니 힘들게 따지지 말고 좋으면 좋은 대로 맞춰 살아가는 것이 훨씬 편한 삶일 수도 있다.

 “그나저나 복학하면 하던 일은?”

 “잘 얘기 해봐야죠.”

 “그럼 잘 된 거네. 이제 밤의 남자가 아닌 대학생 서일우로 돌아가게 된 거니까.”

 “그런가요?”

 “그러면 말이지, 우리 좀 더 만나도 되지 않아?”

 “누나, 제가 진심으로 하는 얘긴데요, 저 말고 좋은 남자는 세상에 많아요.”

 “근데 왜 내 주변엔 없냐. 네가 많다는 그 좋은 남자들 말이야.”

 진경의 말에 일우는 풋, 하고 웃고는 잠시 생각했다. 이 누나, 정말 진심으로 하는 얘긴가?

 

 

 “이 귀한 사진들을 구하시다니. 고생하셨어요.”

 조용한 카페에서 선글라스를 낀 채 앞에 앉은 남자로부터 건네 받은 사진을 보며 감탄하듯 지영은 말했다.

 “계약금이 비싸니 저희도 열심히 해야죠. 한 명은 도진경 집 앞에서, 한 명은 도진경 사무실 앞에서 죽치고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다른 한 명은 그 남자를 계속 따라다녔고요. 그런데 사무실에 전혀 드나들지 않던 차가 그 날 따라 드나들더라고요. 도진경 옷 차림새도 너무 평범하고 말이죠. 그래서 직감으로 알았죠. 우리에겐 직감이란 게 있으니까요.”

 지영의 칭찬을 받은 남자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했지만 희끗희끗한 머리가 곳곳에 보이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파일도 갖고 오셨죠?”

 지영의 얘기에 남자는 자켓 안 주머니에서 작은 USB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 놓았고 지영은 그 USB를 집어 들며 물었다.

 “복사본 없죠?”

 “당연히 없죠. 우리 일은 신뢰가 생명인데.”

 “좋아요. 그럼 지금 잔금 넣을게요. 잠시만요.”

 지영은 전화기를 들어 은행 어플을 실행시킨 뒤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계좌로 돈을 이체시키고는 말을 이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이 일은 우리만 아는 일이에요.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이 알면 우리 모두가 피곤해지거든요.”

 띵똥-하고 신호음이 울리자 남자는 자신의 전화기를 꺼내 역시나 은행 어플을 실행시킨 뒤 돈이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잘 알다마다요. 저희한테는 익숙한 일인데. 그나저나 빠른 잔금처리 감사 드리고, 나중에 또 필요하시면 연락 주세요.”

 남자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갔다.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지영은 생각했다.

 ‘도진경, 기다려. 철저하게 밟아줄 테니까.’

 

 

 진경이 출연한 드라마의 시청률은 다행히 꾸준히 올랐다. 지난 번 긴급 회의 때 내용을 바탕으로 김작가가 줄거리를 다소 수정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박 PD의 얼굴에도 지난 번과는 달리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오케이. 다음 컷으로!”

 박 PD의 외침에 출연자들과 스텝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희가 어느 샌가 다가와 담요를 어깨에 덮어주었다.

 “언니, 고생했어요.”

 “고생은 무슨. 네가 더 고생이지.”

 두 사람은 다음 장면을 찍으러 이동하기 위해 함께 차에 올랐다.

 “진경이 너 요즘은 술 안 마시지?”

 차를 출발시켜 홍구가 물었다.

 “오빠는! 내가 무슨 술고랜가.”

 “너 술고래처럼 살았잖아. 기억 안 나? 왜 지난 번에…”

 그 때 진경이 홍구의 말을 자르면서 대답했다.

 “알았어, 알았어. 요즘은 안 마시네요.”

 홍구는 아무 말 없이 빙긋 웃었고 진경도 진희를 보며 함께 웃었다. 그 때 진경의 전화기가 울려 살펴보니 문자가 와 있었다. 오지영이었다.

 [진경, 잘 지내?]

 ‘무슨 일이지? 얘가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건가?’

 지난 번 일로 사과를 하려고 문자를 보낸 건가 싶어 자세히 확인하는데 사진 한 장이 첨부 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그 사진을 클릭하자마자 진경은 너무 놀라 전화기를 떨어트릴 뻔했다. 놀이 공원에서 일우와 함께 있을 때 찍힌 사진이었다. 그 때 다시 문자가 왔다.

 [사진 보니까 너무 잘 지내는 거 같아서 말이야. 그런데 이 남자 누구야?]

 뭐지? 지영이가 대체 이 사진을 어떻게 구한거지? 진경은 순간적으로 너무 많은 생각에 들어 당황스러웠고 문자에 답장을 할 수도 없었다. 잠시 후에 지영으로부터 문자가 연달아 들어왔다.

 [답장이 없는 거 보니 많이 놀랐나 봐?]

 [같이 있던 남자, 난 누군지 아는데 설마 네가 모른다고는 하지 않겠지?]

 지영이가 일우의 정체까지 알고 있다니 진경은 더더욱 놀랐다. 가슴이 갑자기 무언가에 콱 막힌 듯 해서 쓰러지듯 의자에 기댔다.

 ”언니, 왜 그래요. 무슨 문잔데요?”

 진경의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운 듯 진희가 물었고 홍구도 무슨 일이냐 듯 룸 미러로 뒤 쪽을 바라봤다.

 “아니야, 아무 것도.”

 진경은 간신히 없는 힘을 짜내서 얘기했다.

 “나 물 좀 줄래?”

 진경의 부탁에 진희는 허겁지겁 보온 병에 들어 있던 물을 따라 진경에게 건넸다. 진경은 물을 마시면서 호흡을 깊게 하고는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그 때 불현듯 그 날의 이상했던 느낌이 떠 올랐다. 집에서부터 사무실까지 쫓아온 흰색 차, 사무실 건너편 카페에서 사진을 찍어대던 남자. 늘 있던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는데 아무래도 그 사람들인 것 같았다. 아니 그 사람들 밖에 없었다.

 지영이의 성격으로는 이 사진을 공개할 듯 했다. 그것도 그냥 공개하는 게 아니라 일우의 직업까지 함께 공개하면서 더 이상 연예계 생활을 못하게 할 수도 있다. 그 때 진경의 머리 속에 불현듯 효진이 떠 올랐다.

 ‘그래, 효진 언니. 이 일을 해결해 줄 사람은 효진 언니 밖에 없어. 언니한테 빨리 연락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며 전화기를 잠금 해제 하는 순간 지영으로부터 또 다른 문자가 들어왔다.

 [우리 언제 한 번 봐야 하지 않을까?]

 

 - 다음 편에 계속 -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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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6. 그 여자의 시선 (3) 2019 / 10 / 5 255 0 9696   
5 # 5. 그 남자의 시선 (3) 2019 / 10 / 5 253 0 5893   
4 # 4. 그 여자의 시선 (2) 2019 / 10 / 3 257 0 6221   
3 # 3. 그 남자의 시선 (2) 2019 / 10 / 3 249 0 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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