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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월계수의 기억
작가 : 나호
작품등록일 : 2019.9.23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
정통 판타지.

 
8화 잃어버리다(8)
작성일 : 19-10-09 11:58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3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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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녹스는 서재를 나가 재빨리 시자크의 방으로 향했다. 마음은 전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해야할 일을,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한다. 시자크는 지금껏 그 자에 대한 질문을 회피했다. 그는 그 자를 꺼려하고 있었다.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에녹스 자신에게 그 자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그가 위험하기 때문일까. 알아선 안되는 인물이기 때문일까.

 

 에녹스도 이해는 했다. 분명 아버지는 그 자가 내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시는 거겠지. 자신의 입장이 시자크였다면 그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넘기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니까. 그러나 그는 시자크가 아니었다. 알아야했다. 진실을. 자신의 아버지가 혼자서 짊어지는 것을 더 이상 보기싫었다. 지금까지 미뤄왔지만 더 이상 미루면 안됐다.

 

 에녹스가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와라."

 

 안쪽에서 시자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녹스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시자크는 넓다란 책상에 앉아있었다.

 

 그가 말했다.

 

 "...무슨 일이냐, 에녹스?"

 

 에녹스가 담담하게 답했다.

 

 "알려주세요."

 

 시자크가 순간 움찔했다. 에녹스는 이어 말했다. 놀라울 만큼 차분한 목소리였다.

 

 "아버지가 걱정하시는 거 알아요. 그 자, 검은 망토에 대한 얘기가 제게 악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하시는 거죠? 지금껏 그렇게 생각했어요. 굳이 아버지께서 그 자에 대해 먼저 얘기해주시지 않아도 전 괜찮다고요. 그런데 아버지, 이제 괜찮지 않아요. 그 자때문에 계속 이 상태이신 거잖아요. 두려우신 거잖아요. 이런 아버지 모습이 절 불안하게 만들어요. 아버지께서도 말씀하셨잖아요. 저도 이제 다 컸다고. 그러니까 아버지..."

 

 한번 말을 끊다가 말했다.

 

 "절 믿어보시는 건 어떠세요?"

 

 침묵이 흘렀다. 잠깐의 침묵이었다. 그것을 깬 사람은 시자크였다.

 

 "그랬지. 다 컸지."

 

 에녹스가 고개를 들었다. 시자크가 그의 얼굴을 보면서 얘기했다.

 

 "넌 내가 보아온 어떤 소년들보다 침착하고 현명했지. 왜 까먹고 있었을까. 이것도 다 그 녀석때문인걸까."

 "그 녀석이요?"

 "그래. 그 검은 망토, 켈른 피아델리아말이다."

 

 드디어 시자크가 그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차분하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에녹스는 그 떨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왕실 소속인 하이렐리안 기사단에 있었다."

 

 에녹스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생각을 정리해야했기때문이다. 그러니까, 아버지께서 왕실 기사단에 몸을 담그셨었다고?

 

 "예? 하지만 전에 물어봤을 땐 단순히 대륙을 여행했었다고..."

 "거짓말이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진실에 에녹스는 조금 당황했다. 지금껏 그가 알고 있던 것은 거짓된 것이었다. 청년 시절에 대륙을 여행하며 세상을 돌아봤다는 아버지. 그러나 그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그는 왕실 기사단 소속이었다.

 

 에녹스는 의문이었다.

 

 "왜... 숨기셨어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가 얽혀있으니까. 그리고 네가 알아봐야 좋을 것이 없으니까."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지간히 말하기 싫었나보다. 그가 이어 말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말해주도록 하마. 켈른은... 내가 그 기사단에 있을 때 함께 지냈던 후배 녀석이다."

 "후배였다고요? 근데 왜..."

 "옛날에 그와 일이 좀 있었다. 그 일로 인해 그는 기사단을 그만두었지. 그렇게 행방이 묘연해졌다가... 어제 날 찾아온 것이다."

 

 그와 일이 좀 있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기사단을 그만두었고. 그렇단 말은 시자크가 켈른에게 상당히 심한 짓을 했다는 뜻이 된다. 에녹스는 믿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 따위, 절대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작 그 본인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과연 저 말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때문에 그가 기사단을 그만두었다고요?"

 "그래. 그런 그가 왜 어제 날 찾아왔을까."

 "복수..."

 

 그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원한이 있는 사람에게 얼굴을 비친 이유가 그것말고 또 뭐가 있겠는가. 복수는 강한 감정이었다. 그 대상을 죽이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하는 감정이었다. 강하고 무서운 감정인 것이다. 그런 강한 복수심을 심게 하려면 그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을 줄 수 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그 복수의 대상인 시자크는 과연 무슨 일을 벌였단 말인가.

 

 "대체 그 자에게 무슨 일을 벌인 것이지요? 대체 무슨 일을 하면 그 오래전의 원망을 품고 이곳까지 찾아오지요?"

 "그건..."

 

 에녹스는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그러자 의구심이 들었다. 복수심을 품은 자가 그렇게 평온하게 행동할 리 없었다. 어제 본 그는 그랬다. 복수심을 품은 자에게는 없는 그런 여유로움이나 느긋함이 있었다. 시자크의 이름을 말하는 그 목소리는 아는 지인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서 복수심을 느끼지 못했다.

 

 에녹스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꺄악!"

 

 비명 소리가 울렸다. 방안에 있는지라 작게 들렸지만 그것은 분명 비명 소리였다. 에녹스는 다른 말 없이 방문을 열고 나갔다. 시자크도 그를 따랐다.

 

 계단을 내려가 비명이 난 곳을 찾았다. 이미 지티스도 찾고 있었다. 저 멀리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 엘이 보였다. 최소한 저 두 사람은 비명 소리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지티스가 저택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보이는 그대로의 것을 확인하고 외쳤다.

 

 "여깁니다!"

 

 에녹스가 그 앞으로 나왔을 때 그는 눈앞의 것을 보고 몸을 떨었다. 시자크는 이게 무슨 일이냐고 소리쳤다. 엘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작게 소리를 질렀다.

 

 줄리는 그곳에 있었다. 시퍼런 얼굴로 가쁘게 숨을 쉬었다. 그 앞은 붉었다.

 

 붉은 피웅덩이 속에 벨킨이 엎드려있었다.

 

 지티스와 에녹스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벨킨의 상태를 확인했다. 지티스는 벨킨의 손목에 손가락을 대어 맥박을 확인했다.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에녹스는 그 고갯짓을 보고 황급히 그의 가슴에 귀를 대보았다. 피가 묻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상태를 확인하고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대체...무슨..."

 

 그 목소리의 주인이 벨킨이 아니라 시자크임을 알고 에녹스는 고개를 숙였다. 시자크는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었다가 이마를 짚었다. 침묵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벨킨을 안으로 옮겨라."

 

 붉게 물든 노을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프라이넨스 가문의 저택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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