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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소꿉친구는 시간 관리자
작가 : 허므
작품등록일 : 2019.9.28

 
(10)
작성일 : 19-10-09 00:58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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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와 씨.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얘 하는 거 봤어? 자기 뺨을 막 그냥…”

 

 놀란 모아를 진정시키려고 이런저런 말을 내뱉었지만, 그녀는 계속 떨고 있었다.

 

 “처음 해보는 거야?”

 

 그녀는 떨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손은 아직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미안해. 이런 거 하게 만들고.”

 

 “맞아…. 나쁜 놈….”

 

 나한테 말하는 건지 기연이한테 말하는 건지 헷갈렸다.

 

 그녀의 작은 목소리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그녀는 조금 있자 숨을 크게 들이쉬기 시작했다.

 

 깊고도 차분하게 자신을 다스렸다.

 

 모아는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괜찮아진 것 같아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괜찮아?”

 

 “그냥 좀 놀랐을 뿐이야. 별거 아니라고.”

 

 “별거 아니긴….”

 

 “아무튼, 쟤는 어떡할 거야.”

 

 “네가 기절시켰잖아.”

 

 “쟤 하는 짓 못 봤어? 분명 저러다가 뛰어내렸을 걸.”

 

 “그러게.”

 

 “내가 이 일을 먼저 해오면서 느낀 건데, 남에 인생에 훈수 두는 거 아니더라. 더군다나 저런 애한테는.”

 

 “사실을 말했는데도 너무 아파하네.”

 

 “일단 쟤는 우리가 모르는 시간을 더 살다 왔으니까….”

 

 “우리보다 더 많이 아파했단 거야?”

 

 “오랜 산만큼. 그렇겠지.”

 

 “끔찍하네. 오래 살수록 아픔만 많아지는 인생이라.”

 

 “분명 그사이에 행복도 있었을 거야.”

 

 기연이는 아직 기절해 있었다.

 

 어쩌면 잠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다소 보기 흉한 자세로 엎어져 있었고 우리는 그냥 내비 두기로 했다.

 

 쓰러진 그를 보고 있으니 치킨 맛이 뚝 떨어져서 그만 먹기로 했다.

 

 그의 입가에 묻어 있는 튀김옷과 옷에 맥주가 묻어 있는 자국은 그가 얼마나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나타냈다.

 

 “얘 내일 아침이면 필름 끊겨 있겠지?”

 

 내가 물었다.

 

 “아마.”

 

 모아는 치킨을 치우고 식탁을 닦고 있었다.

 

 “남은 치킨은 어떡할 거야?”

 

 “버려야지. 너 달라고?”

 

 “아니. 더러워서 못 먹을 것 같아. 아마 당분간 치킨은 못 먹을 것 같다.”

 

 모아는 식탁을 다 닦고 식탁 다리를 접었다.

 

 “내 방에서 괜히 먹은 것 같네.”

 

 “나 때문에 미안하게 됐다.”

 

 발에 묻은 튀김가루들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칫솔을 챙겼다.

 

 칫솔에 치약을 묻히자 모아도 뒤에서 따라 들어왔다.

 

 거울에 비친 이 장면은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장면이었다.

 

 초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위, 아래, 오른쪽, 왼쪽 순으로 닦아냈다.

 

 모아는 입에 넣었던 치약이 매웠는지 얼굴을 한 번 찡그리고 다시 닦기 시작했다.

 

 “기여이는 어허케 하고 와써? (기연이는 어떻게 하고 왔어?)”

 

 “이러나도 아무지도 모하게 후갑 태워나써. (일어나서 아무 짓도 못 하게 수갑 채워놨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도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졸린 눈이 역력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눈을 껌뻑껌뻑 감았다가 뜨기를 반복했다.

 

 몇 번 더 솔질하고 입을 헹궈냈다.

 

 나는 거실에 나와서 모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불 줘.”

 

 내가 말하자 모아는 하품을 길게 했다.

 

 “귀찮아. 그냥 자.”

 

 “빨리 줘.”

 

 “귀찮게 하네. 좀만 기다려.”

 

 모아는 자기보다 더 큰 두꺼운 이불을 들고 왔다.

 

 그것을 거실에 내려놓고 다시 방에 들어가서 이불을 또 들고 왔다.

 

 “넌 밑에서 자. 내가 소파에서 잘 거야.”

 

 “싫어.”

 

 “아님 나가던가. 졸려 죽겠으니까 빨리 정해.”

 

 “알았어.”

 

 그녀는 감기고 있는 눈을 억지로 부여잡고 말하고 있었다.

 

 눈을 비비기도 하고 크게 한 번 떠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당장에라도 졸음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그녀만큼은 아니었다.

 

 그녀는 소파 위에 잽싸게 눕고는 가지고 온 두꺼운 이불을 뒤집었다.

 

 “잘 자.”

 

 “이거 안 펴줘?”

 

 “네가 펴.”

 

 더 말 걸었다가는 한 소리 들을 것 같았다.

 

 “아 그리고 불 좀 꺼줘.”

 

 그녀는 자는 것처럼 보였다.

 

 아까 그렇게 떨던 그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지금은 잠을 자고 있다.

 

 태연한 척 연기하고 있을 것이다.

 

 십몇 년 동안 같이 지내서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저래 보여도 편히 잠을 자지는 못할 것 같았다.

 “자냐?”

 

 내팽개쳐진 이불을 깔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

 

 “나 아까 기연이한테 신기한 얘기 들었어.”

 

 “…”

 

 “내가 미래에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데.”

 

 “구라치고 있네.”

 

 “원래 미래는 그런 거야?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

 

 “그렇지. 어쩌면 그때쯤이면 지구가 멸망했을지도 몰라.”

 

 “그래?”

 

 “큰 운석이 떨어질지도 모르고, 외계인이 침략하러 들어올지도 모르고.”

 

 “야, 됐어. 그냥 자.”

 

 “잘 자. 너무 피곤하다.”

 

 “진짜 자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진짜 이해할 수 없는 게 내가 미래에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다는 거야.”

 

 “그럴 수도 있나 보지.”

 

 “그런가?”

 

 “걔가 그렇다는 데 그런 거지. 나 진짜 잔다.”

 

 “잘 자.”

 

 어쩌면 좋을까.

 

 지금 이대로라면 미래에 나는 시간 관리자 일을 하고 있을 텐데.

 

 프로게이머 부럽지도 않은 돈을 벌고 있을 텐데.

 

 시간을 멈추고 여행자를 돌보는 괜찮은 일을 하고 있을 텐데.

 

 나는 지금부터라도 미래를 바꾸지 않기 위해 게임을 해야 하나.

 

 어쩌면 지금 이대로 살아도 저절로 프로게이머가 될지도 모른다.

 

 어느 날 게임에 눈을 뜨고 랭킹 1위를 찍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만큼 미래는 알 수 없다.

 

 제일 확실한 건 현재인데도 지금껏 그 현재가 불확실해 하며 살아왔다.

 

 시간 관리자 인턴이 된 지금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살고 있다.

 

 많이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소중한 경험들이었다.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게 아니라 그저 스스로 빛나는 경험들이었다.

 

 나와 모아는 방으로 돌아와서 기연이가 깨기를 기다렸다.

 

 주말이라 꽤 늦게까지 늦잠을 잤음에도 그는 계속 자고 있었다.

 

 모아는 따뜻한 커피를 마셨고 나는 달짝지근한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혀에 착착 감기는 단맛이 아침이랑 어울렸다.

 

 “주말이라 이렇게 늦잠을 자는 걸까. 아니면 평소에도 이렇게 게으른 걸까.”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기연이를 보고 말했다.

 

 “아침부터 왜 시비냐.”

 

 “우리는 너를 자립시켜야만 한다, 어른이여.”

 

 “어제 날 그렇게 까더니 어른이라고?. 웃기고 있네.”

 

 “기억하고 있는 거야? 그럼 좀 미안한데. 뭐 어쨌든. 일어나 봐.”

 

 “이 수갑은 또 언제 채운 거야. 이거부터 풀어줘야 일어나든가 하지.”

 

 “아 그런가. 그럼 그 상태로 들어.”

 

 “…”

 

 “첫 번째로 돈을 줄 거야.”

 

 “응.”

 

 “그게 다야.”

 

 “뭐? 집도 주고 다 해준다며.”

 

 “그건 모아랑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어째서?”

 

 “우린 너한테 도움을 주는 사람이지 부모가 아니란 말이지.”

 

 “그게 무슨 책임감 없는 말이야.”

 

 “원래 있던 시대에서도 열심히 살지도 않았으면서 여기 와서 열심히 살겠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

 

 “…”

 

 “우리가 뭐 돈도 주고 집도 주고 다 줘야 하는 건 아니잖아.”

 

 “…”

 

 “그걸 다 해주면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해. 단순히 돈만 주는 거라면 우리는 책임지지 않아도 되지. 그리고 우리는 널 믿어.”

 

 “믿기는 개뿔.”

 

 “솔직히 우리가 책임감 없는 건 맞아. 근데 지금 말하고 있잖아. 널 책임지진 않겠다고. 넌 너 스스로 책임지라는 거야. 알겠어?”

 

 모아가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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