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소꿉친구는 시간 관리자
작가 : 허므
작품등록일 : 2019.9.28

 
(9)
작성일 : 19-10-08 00:42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333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너, 너 그게 무슨 말이야.”

 

 너무 황당해서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태연하게 말하는 그녀와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는 기연이 사이에서 나는 홀로 동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이런 음흉한 새끼. 여기서 너 혼자만 이상한 생각 하고 있어.”

 

 기연이가 말했다.

 

 “난 괜찮아. 어차피 집에 혼자 살아서 방도 남아돌고.”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럼 뭔데.”

 

 “나도 여기서 같이 잘래.”

 

 “응?”

 

 모아와 기연이가 동시에 대답했다.

 

 “뭐. 쟤도 자겠다는데, 나도 자겠다고.”

 

 둘 사이는 친하다 의심치 않았지만 나는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그래? 자고 가는 거 오랜만이네.”

 

 “그럼 나 일단 집 좀 다녀올게.”

 

 “밑에 문 열어둘 테니까 다녀와.”

 

 나는 여벌 옷을 따로 챙기기 위해 일단 우리 집으로 향했다.

 

 밤이 되자 낮에 깔렸던 미세먼지는 어느덧 구름과 같이 저 멀리 날아가 있었다.

 

 엄마는 내가 모아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하니까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칫솔과 속옷, 잠옷을 챙기고 그녀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형 왔다. 근데 기연이는 어디 갔어?”

 

 “걔 먼저 씻는다고 욕실 들어갔어.”

 

 “아~. 그럼 그다음에 나 씻는다?”

 

 “그래.”

 

 15분 정도가 지나자 기연이가 욕실에서 나왔다.

 

 수증기가 다 빠지지도 않은 욕실은 왠지 기연이의 체온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영 껄끄럽지는 않아서 빨리 씻고 나오기로 했다.

 

 “아, 개운하다.”

 

 “나왔냐? 우리 밥 뭐 먹을까.”

 

 기연이가 말했다.

 

 “우리 밥도 안 먹고 있었구나. 대충 야식 시켜 먹자.”

 

 “그럼 난 씻고 옴. 메뉴 정해서 시켜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욕실로 들어갔고 나와 기연이만 남았다.

 

 그는 내가 가져온 옷을 아직 입고 있었다.

 

 트레이닝 복이라 그렇게 불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는 메뉴판 몇 개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뭐 먹을까.”

 

 내가 말을 던졌다.

 

 “보쌈 어때.”

 

 “아니야, 느낌 없어.”

 

 “그럼 뭐 먹자고.”

 

 “음… 짜장면?”

 

 “네가 더 느낌 없는데.”

 

 우리는 몇 번 말을 더 주고받았다.

 

 “아 진짜 뭐 먹어.”

 

 “이럴 땐 치킨이다.”

 

 아무 의견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아서 회심의 일격으로 말했다.

 

 “오? 센스 있네. 그럼 여기 거로 시킨다.”

 

 “빨리 시켜.”

 

 그는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서 주문했다.

 

 “야 담배 있냐?”

 

 “미친 새끼. 그런 거 없어.”

 

 “그거 알아? 내가 온 시대에 너는 골초야, 인마.”

 

 “난 절대 담배 안 필 거야.”

 

 “다 피게 돼 있어. 어딜 가든 우리는 피게 될 구조 속에 살고 있다고.”

 

 “넌 돈도 없었다는 놈이 담배는 계속 사고 다녔냐?”

 

 “할 수 있는 게 없거든.”

 

 “그래도 뭐 알바라도 했을 거 아니야.”

 

 “했지…. 이것저것 손도 대보고 굴러보고 그러다가도 혼자 자괴감에 빠지고…. 그랬어.”

 

 “누가 들으면 되게 힘들게 산 줄 알겠다.”

 

 “힘들었어. 너 내가 아까 같았으면 화냈는데, 지금은 화 안 내는 줄 알아.”

 

 “왜? 난 괜찮은데.”

 

 “그냥 그런 게 있어. 이 나이 돼서 쪼끔 한 놈 때리기도 싫고.”

 

 “폼 잡기는.”

 

 “됐고, 술이나 사러 가자.”

 

 “너 혼자 가.”

 

 “난 돈도 없는데? 아까 나한테 돈이랑 집도 주겠다며.”

 

 “알았어. 가자, 가. 어휴.”

 

 “도대체 술 담배가 없으면 무슨 이유로 살았는지.”

 

 우리는 치킨이 언제 올지 몰라 빠르게 나갔다.

 

 “난 커서 뭐하고 있냐?”

 

 내가 물었다.

 

 “너? 게임 열심히 해서 프로게이머 하고 있지.”

 

 “뭐? 프로게이머? 진짜?”

 

 “너 게임 진짜 잘하더라.”

 

 “무슨 소리야, 네가 나 맨날 게임 못한다고 짜증 냈잖아. 같이 못 하겠다고 하면서.”

 

 “얜 또 무슨 헛소리래. 너 맨날 애들 캐리 해주잖아.”

 

 듣다 보니 이상한 소리다.

 

 난 게임을 많이 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도저히 나한테서는 나올 수 없는 직업이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가 마트에 있는 술을 보자마자 뛰어가느라 물어보지 못했다.

 

 그 뒤로 아무 말 없이 집에 들어왔다.

 

 기연이는 사서 들어온 술이 제법 마음에 들었나 보다.

 

 “술이야?”

 

 우리가 방으로 들어오자 모아가 따라 들어왔다.

 

 “뭐 그렇게 됐다.”

 

 “그렇게 됐다는 무슨. 범죄자한테 저런 걸 주다니 너도 참.”

 

 “너도 막 싫어하는 눈치는 아닐 거 같아서.”

 

 “맘대로 해. 난 몰라. 둘 다 이상한 짓 하는 순간 재워 버릴 거야. 그렇게 알아 둬.”

 

 그녀는 한 손에 테이저건과 다른 한 손에는 전기충격기를 들고 있었다.

 

 “그거 짜릿하겠네.”

 

 기연이가 말했다.

 

 모아가 방에 상을 까는 동안 치킨이 왔다.

 

 봉지 속에서 김이 살살 올라와 튀김옷 냄새를 강하게 풍겨왔다.

 

 “3마리 시켰다. 1인 1닭 가능하지?”

 

 기연이가 기세등등하게 얘기했다.

 

 “당연하지.”

 

 “난 알아서 먹을 테니까 남는 거 너희가 먹어.”

 

 기연이는 컵에 맥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자, 자. 마시자고.”

 

 이렇게 보니 아저씨 느낌이 확 풍겨왔다.

 

 나와 모아는 컵에 탄산음료를 따라 대충 건배하는 시늉을 했다.

 

 기연이는 그게 기뻤는지 크게 웃었다.

 

 “혼자 그렇게 취하지만 말고 미래 얘기나 좀 해줘라.”

 

 “음…. 미래라…. 이거 말해도 되는 거지?”

 

 “괜찮.”

 

 “미래도 나름 괜찮아. 좋은 세상이야. 아름다웠어.”

 

 “근데 그 아름다운 곳에서 왜 그렇게 살았어.”

 

 “아쉽게도 노는 것만 좋아해서 돈 버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여기 온 거고?”

 

 “그렇지. 전단지에 붙어 있는 광고가 재미있어 보였거든.”

 

 “철도 없다.”

 

 “넌 내가 고3 때 얼마나 노력했는지 넌 모를 거야.”

 

 “그 1년 공부해서 될 것 같았으면 진작에 성공했겠지.”

 

 “그러게. 1년이면 될 줄 알았어. 공부도 목표도. 전부.”

 

 “아니 잠깐만. 결혼하고 싶어서 여기 온 거 아니었어?”

 

 모아가 닭 다리를 집고 말했다.

 

 “그것도 맞아.”

 

 기연이는 맥주를 들이켜고 말을 이었다.

 

 “과거에 만났던 여자가 있었거든. 부잣집 애.”

 

 “이 쓰레기 새끼.”

 

 “뭐가 쓰레기야. 나름 열심히 살기 위해서 발악한 거지.”

 

 “어떻게 해서 만났는데.”

 

 “내가 고3 때 악착같이 공부했던 게 도움은 됐나 봐. 대학은 들어갈 수 있더라고. 거기서 만났지.”

 

 모아는 우리 얘기를 계속 듣고만 있었다.

 

 “10년 사귀었는데 걔가 나를 차더라고.”

 

 “10년씩이나 사귄 걸 보면 여자도 남자 보는 눈이 없다. 그래서 그 여자를 다시 잡아보려고 여기 왔다? 생각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말이 좀 심하네. 나는 시간 여행을 마지막 동아줄이라고 생각하고 여기 왔어.”

 

 “한심한 새끼. 평생 그렇게 살아라.”

 

 “말 다했냐?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기연이는 먹고 있던 치킨 조각을 내려놓고 나를 노려봤다.

 

 몇 초간에 정적이 흘렀다.

 

 “아니지. 다 맞는 말이야.”

 

 “뭐야, 갑자기.”

 

 “그래 성연아. 네가 하는 말이 다 맞아. 이런 놈은 차라리 죽어야지.”

 

 기연이는 자신의 뺨을 때렸다.

 

 장난으로 살짝 때리는 것이 아닌 증오하는 손으로.

 

 “그래.”

 

 짝

 

 “나같은 건”

 

 짝

 

 “살아 있는 게”

 

 짝

 

 “죄야.”

 

 짝

 

 “빨리 나가 죽….”

 

 그는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방바닥에 맥주와 같이 쓰러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이 되지 않아 모아를 쳐다봤다.

 

 모아는 전기충격기를 손에 쥔 채 떨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6 우린 때로 우리 자신에 관해 무지하다 2019 / 10 / 15 192 0 4049   
15 15 2019 / 10 / 15 195 0 3865   
14 한낮에 빛이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2019 / 10 / 13 190 0 3865   
13 국밥 2019 / 10 / 12 181 0 3496   
12 선글라스를 준비하도록 2019 / 10 / 11 210 0 3678   
11 불행이 행복을 낳았네. 2019 / 10 / 10 215 0 3554   
10 (10) 2019 / 10 / 9 186 0 3324   
9 (9) 2019 / 10 / 8 201 0 3335   
8 (8) 2019 / 10 / 6 184 0 4005   
7 (7) 2019 / 10 / 5 195 0 3760   
6 (6) 2019 / 10 / 5 206 0 3054   
5 (5) 2019 / 10 / 3 184 0 2697   
4 (4) 2019 / 10 / 3 218 0 3450   
3 (3) 2019 / 10 / 1 168 0 3323   
2 (2) 2019 / 10 / 1 199 0 3561   
1 (1) 2019 / 9 / 29 323 0 274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