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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 N번째 고백
작가 : 멍무
작품등록일 : 2019.9.30

창가 너머에는 이따금씩 한 남자아이가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의 일상에 끼어들고 싶었다. 내가 노력한다면 너는 얼마만큼 내어줄 수 있어? 부탁인데, 너와 가까워질 수 있게 해줘!

 
3.그러게, 참 이상하지?
작성일 : 19-10-07 23:11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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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 사건이 있고 2주가 지났다. 이후로 권재우와 나는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가끔 권재우가 교실로 찾아오는 일도 있었다.

 말하기도 제법 편해졌고, 처음에 느꼈던 위화감도 많이 사라졌다.

 

 수학 시간. 턱을 괴고 멍하니 복도 창문만 바라봤다. 누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시간이나, 복도의 풍경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학교 밖의 모습들은 적어도 이 순간보다는 흥미로웠다. 오늘은 창문 너머로 권재우가 지나갔다. 나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나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손가락으로 칠판 쪽을 가리켰다. ' 공부해 ' 권재우는 또박 또박 말했다. 나도 그런 권재우를 보고 미소 짓고 나서 어깨를 으쓱였다.

 

 " 선생님, 저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

 

 교실 창 너머로 해맑게 웃는 그를 보고 있자니,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교실 밖으로 나와 조심스럽게 니 손목을 잡았다. 여기서 이야기 하다가 들킬 수도 있으니까. 너는 순순히 나를 따라왔다. 앞장 서기는 했지만 막상 어디로 가야할지는 정하지 못 했다. 얘를 데리고 여자 화장실에 갈 수도 없고... 그렇게 몇 분간 땀만 삐질 삐질 흘리고 있었는데, 도리어 니가 내 팔을 잡더니 성큼 성큼 걸음을 옮겼다.

 

 "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 "

 

 " 아.. 너희 반 비어있었어? "

 

 " 응, 지금 일본어 시간이니까. "

 

 그럼 내가 방황할때 왜 구경만 하고 있었던 거야!

 권재우를 쏘아보자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시선을 피했다. 그는 의자 하나를 빼주면서 내게 말했다.

 

 " 여기, 내 자리야. "

 

 그 여름의 더운 공기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마음을 어루만졌다. 여름 특유의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어두운 교실에 나와 권재우, 단 둘 뿐이었다. 내가 의자에 앉자 너는 책상에 걸터앉았다. 너와 눈을 마주하고 있던 몇 분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권재우는 손을 내 귓가로 뻗었다. 따뜻한 손이 피부에 닿았다. 그 손은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면서 귓등을 쓸고 지나갔다. 지금 침을 삼키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는 건 나도 안다. 그치만, 너무 긴장되니까..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게 된다.

 

 " 귀걸이, 니가 고른 거야? "

 

 우리 사이에 감돌던 그 미묘한 정적을 깬 건 다름아닌 권재우였다.

 

 " ..어? 으응. "

 

 말 더듬었다. 완전 바보같겠지. 왜 이렇게 혀가 말을 안 듣냐. 이 놈의 혀는 주인이 이렇게 고생하는데,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어!

 

 " 오늘 끝나고 뭐 해? "

 

 너는 뒷목을 쓸었다. 그 때 마침 종이 울렸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내 마음 속에 종이 울린 것은 아니다. 정말 그저 단순한.. 수업 종이었다.

 

 " 종 쳤네, 톡으로 하자. 반 데려다줄까? "

 

 " 아니. 괜찮아! "

 

  너무 당황한 난 급하게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이 느껴졌다.

 

 -

 

 +)

 

 " 너무 티나는데.. 바보. "

 

 소년은 중얼거렸다. 그 때 막 수업이 끝난 아이들이 반으로 몰려들어왔다. 그리고 다른 소년이 책상 위에 걸터앉은 그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너, 몸 안 좋다며. 아까까지 죽어가던 자식이 왜 여기 있냐?

 그 물음에 소년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

 

 " 이상하게 안 아프네. "

 

 " 뭐야? 이상한 놈일세. "

 

 " 그러게.. 참 이상하지. "

 

 소년의 손에는 조그마한 실리콘이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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