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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북마스터
작가 : 빙그
작품등록일 : 2019.9.2

평화롭던 일상을 깨버리는 듯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거대한 지진과 해일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했고,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울음소리가 세상을 울렸다.
이에 세계 각국은 지진과 해일의 원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그들은 거대한 사실과 직면하게 되는데...



※화/금 연재됩니다.

작가 메일 : bjsalth@naver.com

 
21화
작성일 : 19-10-07 19:40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5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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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21]

 팡이의 말과 함께 허공에서 서랍이 생기더니 그중 한 곳에서 책이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책은 빠르게 펼쳐졌다.

 

 [공격의 북] : 중급

 ▶ No.5252 주문의 정석!

 - 주문할 때는 서빙 중인 직원이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불러주세요!

 

 [수비의 북] : 중급

 ▶ No.5688 휴가철 피서지 주의 사항!

 - 엄청난 사람들이 모이는 피서지. 몸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시비가 붙을 수 있다는

  거 아시죠? 최대한 접촉하지 않게 조심하세요.

 

 [보조의 북] : 중급

 ▶ No.21 안구 운동, 제대로 따라 하기.

 - 눈이 피로하십니까? 그럼 지금부터 제가 하는 방법대로 따라 해보세요.

  눈이 밝아질 겁니다.

 

 박은수는 부여된 능력을 확인하며 실소를 터트렸다.

 

 “진짜 대단하다. 매번 이렇게 어이없기도 쉽지가 않은데. 이 능력, 볼수록 참 대단하다. 정말 이런 쪽으로는 독보적이야.”

 

 이젠 짜증 내기도 지쳤는지 은수는 허탈하게 웃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팡이는 은수의 눈치를 살피며 멋쩍게 웃었다.

 

 “에효, ‘주문의 정석!’, ‘휴가철 피서지 주의 사항!’, ‘안구 운동, 제대로 따라 하기.’ “

 [요청자의 요청을 받아 능력을 부여합니다! 뾰로롱!]

 

 신비한 빛이 자신에게 흡수된 것을 확인한 은수는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자 안심하며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근. 데. 어? 목. 소. 리. 가. 왜. 이. 렇. 게...”

 

 한창 걷던 중, 궁금증이 생긴 은수가 팡이에게 말을 거는 순간.

 목소리가 한자 한자 엄청난 크기로 터져 나왔다.

 심지어 자신의 목소리에 닿은 자동차는 찌그러지기까지 했다.

 

 ‘이런 시발! 이번에는 사자후 같은 거야? 하나같이 예상을 못 하겠어!’

 “어떤 새끼야! 네놈 혼자 사냐? 왜 이렇게 떠들어!”

 

 누군가 은수의 고성방가를 들었는지, 어디선가 버럭 하고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호통에 화들짝 놀란 은수가 황급히 능력을 해제했다.

 

 “주. 문. 의. 정. 석. 해. 제!”

 [능력을 해제합니다!]

 “야 이, 미친놈아!”

 

 팡이의 능력 해제 안내와 동시에 다른 이의 고함소리가 들려오자 은수는 빠르게 보법을 펼쳐 그 자리를 벗어났다.

 한동안 보법을 펼쳐 어느 정도 그 현장(?)에서 멀어지자 은수는 달리던 것을 천천히 멈추었다.

 

 “와, 진짜 상식을 깨는 능력이다. 어떤 미친놈이 주문할 때 이렇게 큰 목소리로 소리쳐? 그것도 한자 한자 또박또박!”

 [소리칠 수도 있지.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단다.]

 

 방금 전 경험한 황당한 사태로 인해 드디어 짜증이 폭발한 은수가 씩씩거렸다.

 그 모습을 차분히 바라보던 팡이가 어깨를 토닥이며 온화한 표정으로 은수를 달랬다.

 

 “아까는 진짜... 눈앞이 캄캄했네.”

 『 눈이 피로하십니까? 그럼 지금부터 제가 하는 방법대로 한 번 따라 해보세요. 눈이 밝아짐을 바로 느끼실 겁니다! 』

 

 은수의 말에 갑자기 ‘안구 운동, 제대로 따라 하기.’ 의 능력이 활성화되더니 안구가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 진짜...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겠네. 갑자기 발동하고 난리야.”

 

 황당한 능력의 발현에 결국 자포자기한 은수는 눈을 감고 능력이 끝나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얼마 후 안구의 운동이 멈추고, 은수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러자 쓰고 있던 뿌연 안경을 벗은 것 마냥 눈앞이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쓸데없이 고퀄이네. ‘안구 운동, 제대로 따라 하기’ 해제!”

 [능력을 해제합니다!]

 

 선명해진 눈 상태가 조금은 만족스러운지 은수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곧바로 고개를 흔들며 귀가를 서둘렀다.

 더 이상의 황당한 일이 벌이기 전, 집에 가는 것이 안전하겠다고 결론을 내리며.

 그렇게 말없이 걷던 것도 잠시, 은수가 팡이에게 물었다.

 

 “팡아, 궁금한 게 있는데... 내가 방금 공격이랑 보조의 능력은 썼잖아. 근데 수비의 능력은 발동시켰는데 아직 활성화가 안됐잖아. 이런 경우도 한 시간이 지나면 페널티를 받는 거야?”

 [음, 그렇지는 않아. 요청자가 능력을 발동했지만 활성화가 되지 않는 상황이니 페널티가 발생하지 않지.]

 “그래? 다행이네.”

 

 팡이를 통해 궁금증을 해결한 은수는 순간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불쌍해 자조적인 웃음을 보였다.

 이런 거지같은 능력도 능력이라고, 페널티를 받을까 걱정하다니.

 씁쓸하게 웃던 은수는 어느새 자신의 집 앞에 다다랐다.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편한 트레이닝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은수는 다시 집을 나서 공터로 향했다.

 

 ‘이곳에서 무한 구타권을 수련하며 저녁을 기다린다. 그놈은 저녁에 움직인다고 했으니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나타나겠지.’

 

 그렇게 계획을 세운 은수가 공터에 도착해 천천히 수련을 시작했다.

 

 

 태양이 자취를 감춰버리고 어두움이 내려앉은 저녁.

 공터에서 수련을 마무리한 은수가 높은 건물 위로 올라가 기감을 최대한으로 펼치며 주변을 살폈다.

 능력자들이 대륙의 일부분을 수복하기는 했지만, 가끔 길 잃은 괴물들이 출몰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로 인해 괴물의 침공 이후 늦은 저녁에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줄어든 밤거리의 불빛들로 황량해진 도시를 바라보는 은수의 얼굴에는 쓴웃음이 가득했다.

 

 ‘확실히 불빛이 많이 줄었네. 괴물 침공 전에는 사람도 많고, 거리도 다 반짝반짝했었는데.’

 

 잠시 옛 추억에 젖어 과거를 떠올리던 그 순간.

 원했지만 평소에는 들리지 않았으면 하던 소리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은수가 수련을 마치고 높은 건물 위로 올라가기 전.

 이십 대 여자가 한 손에는 약봉지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얼마 후, 걸음을 재촉하던 여자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골목과 큰길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골목으로 가면 오 분이고, 큰길로 가면 십오 분인데. 어쩌지.’

 

 여자의 본능은 늦더라도 안전한 큰길을 원했지만, 이성은 아픈 동생을 위해 빠른 길을 강요했다.

 괴물에게 부모님을 잃고 가족이라고는 자신과 자신의 여동생 단둘뿐인 상황.

 불안한 치안과 괴물의 습격을 염려하여 밤에는 외출을 삼가던 여자는 열이 펄펄 끓는 동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섰다.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이던 여자는 공포에 떠는 자신을 다독이며 골목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약국을 큰길로 다녀오느라 너무 늦었어. 빨리 지나가면 별일 없을 거야.’

 

 한가득 걱정을 했지만 골목길을 뛰어오는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골목길의 끝에 다다랐을 때.

 

 ‘휴, 다행이야. 아무 일도 없어.’

 

 여자는 거의 다 빠져나온 공포스러운 골목길을 돌아보며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너무 섣부른 안도가 문제였는지, 앞쪽으로 몸을 돌린 그녀 앞에는 복면을 둘러쓴 낯선 이가 길을 막고 있었다.

 

 “아, 악!”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여자는는 소리를 지르기 위해 한껏 입을 벌렸다. 하지만 한 발 빠른 낯선 이의 손길에 외마디 비명을 끝으로 행동을 저지당했다.

 위기감을 느낀 그녀가 격하게 저항하려던 그때.

 낯선 이의 손에 쥐어진 빛나는 물건을 보고 움직임을 멈췄다.

 

 “박은영, 생일 축하해.”

 

 낯선 이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기묘한 말을 내뱉고 복면을 벗으며 무릎을 꿇었다.

 복면의 정체를 확인한 박은영은 그제야 긴장했던 표정을 풀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최창식! 이 나쁜 놈아! 난 진짜 나쁜 사람이 나타난 줄 알았잖아!”

 “미안, 미안. 요즘 은영이 네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동생이랑 같이 준비했어.”

 “죽어! 죽어!”

 

 놀랐던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리며 박은영이 최창식의 어깨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최창식이 맞은 어깨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박은영을 진정시켰다.

 

 “미안, 내가 장난이 너무 심했지?”

 “알긴 알아? 다음부터 또 이러면 진짜 죽을 줄 알아! 얼마나 놀랬다고!”

 “진짜 미안해. 이제 이런 장난 안 칠게. 그리고 걱정 마! 나쁜 놈 나오면 오빠가 지켜줄게!”

 “미친놈이 꼴값을 떤다.”

 

 그때, 최창식이 박은영을 다독이며 사과하는 도중 끼어든 반갑지 않은 목소리.

 갑자기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남자가 황급히 여자를 자신의 몸 뒤로 돌려세우며 소리쳤다.

 

 “너 뭐야?”

 “동업자인 줄 알고 비켜주려고 했더니. 그냥 꼴값하는 커플이었어. 으, 눈꼴 시려.”

 

 최창식의 외침에 구석의 어둠 속에서 희미한 실루엣을 보이며 남자가 걸어 나왔다.

 호기롭게 소리친 최창식은 걸어 나오는 남자의 불길한 기운을 느꼈는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남자는 검은색 일색의 상, 하의와 복면을 착용하여 온통 검은색이었다.

 

 “난 커플이 싫어! 보기만 해도 싫어!”

 “저, 저, 절로 안가? 죽을래?”

 “큭큭, 너도 남자라고 여자 앞에서 강한 척하고 싶은 거야? 빨강!”

 

 최창식의 발악에 남자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더니 손을 들어 두 사람을 가리켰다.

 남자의 손짓에 몸이 경직되어 버린 두 사람.

 

 “다, 다, 당신 능력자야? 근데 능력자가 왜 일반인인 우리한테 이래?”

 “크크큭, 뭐야? 능력자면 설마 인간들을 위해 능력을 써야 한다는 유치한 생각을 하는 거야? 아직 뭘 모르네.”

 

 한동안 최창식을 비웃던 남자가 방향을 바꿔 박은영에게 다가가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남자의 손길에 박은영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이, 이, 이 개새끼야! 은영이한테 손 떼지 못해?”

 “하, 이래서 내가 이 짓을 멈추지 못하겠다니까. 그럼 시끄러운 놈은 얼른 재워버리고 우리 둘이 본격적으로 즐겨볼까?”

 

 말을 마친 남자가 최창식의 목덜미를 내리쳐 기절시켰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울부짖는 박은영을 품에 안고 조용히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 넌 내가 질릴 때까지 버리지 않을 테니까.”

 

 자신의 귓가에 울리는 남자의 말에 박은영이 악에 받힌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이, 이 개새끼야! 천벌 받을 새끼!”

 “난 이런 앙칼짐이 좋더라. 근데 그거 알아? 세상에 천벌은 없어. 그리고 위기에 빠진 당신을 구해줄 영웅도 없어. 하하하.”

 

 저주를 퍼붓는 박은영을 한껏 비웃어준 남자가 그녀를 데리고 걸음을 옮기려 할 때.

 스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있어, 천벌! 개새끼야!”

 

 욕설과 함께 남자는 머리카락이 뽑혀 나갈 것 고통에 소리를 지르며 몸을 흔들었다.

 격한 움직임에 박은영은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 바닥을 굴렀다.

 

 “아, 아, 악!”

 

 잠시 후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사라지자 남자는 빠르게 앞으로 걸음을 옮기고 몸을 돌렸다. 그러자 최창식의 앞에 박은영을 조심스럽게 안아 바닥에 내려놓는 은수가 보였다.

 남자는 자신이 알아채지 못하게 등장하여 뒤를 잡은 은수를 경계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소리쳤다.

 

 “하, 너 뭐 하는 새끼야!”

 “나? 네가 말한 천벌과 영웅!”

 [우웩, 느끼해. 버터를 생으로 삼킨 것 같은 느끼함이야.]

 

 얌전히 있던 팡이가 자신의 말에 진저리를 치며 토하는 시늉을 하자 은수가 어색하게 웃었다.

 

 “뭐래, 등신같이 생긴 게?”

 

 팡이의 진저리가 지나가자 이번에는 남자의 욕설이 날아왔다.

 은수는 분노와 함께 조금 전의 낯부끄러움을 밀려오자 빠르게 보법을 펼쳐 달려들었다.

 얼굴을 붉히던 상대가 갑자기 사라지자 남자가 고개를 황급히 돌리며 은수를 찾기 시작했다.

 

 “뭘 그렇게 살펴?”

 

 그때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은수의 목소리에 남자가 빠르게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은수는 공격을 하지 않은 채 남자를 놀리듯 어깨만 으쓱거렸다.

 그 모습에 자신을 농락한다고 생각한 남자가 손을 뻗어 은수를 가리키며 외쳤다.

 

 “이, 이, 이 개 같은 놈이! 빨강!”

 

 남자의 외침에 발휘되는 남자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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