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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불완전한 모든 것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그 끝없는 끝에 네가 지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줄 거야.’

늘 나사하나 빠진 채 몽롱하니 걸음을 옮기는 것 같고, 퍼즐 조각 하나를 들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듯이 끝이 없는 지루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준다면 그것만으로 세상은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비록 자신의 삶을 완벽함으로 채우진 못했어도 나 또한 누군가의 완전을 바라니까.

‘그런 네 옆에 내가 걸음 맞춰 걸을게. 이제 함께 걷는 거야. 가다가 힘들면 등 맞대고 쉬고, 또 손 맞잡고 걷고, 누가 이기나 뛰어도 보고, 느릿하게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수도 세는 거야. 네가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줄게.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도 해주고, 힘들까 물도 건넬 거야. 그럼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거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 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 chapter 4
작성일 : 19-10-07 17:55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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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이 늦은 화해였지만 아랑과의 화해 이후 모든 일들이 술술 풀려갔다. 물론, 고 대표와 갈등은 있었지만 도현은 제 문제가 아니란 듯이 천하태평이었다. 아랑의 시집이 1쇄로 만부가 찍힐 거라는 소문이 돌자 정환이 그를 찾았다.

 

 “현 팀장, 진짜 만부 찍게?”

 “웬일로 선배 귀에 늦게 들어갔네요.”

 “너무 도박 아니야?”

 

  도현이 태연하게 커피를 마셨다.

 

 “잘 팔리면 어련히 알아서 찍어줄까. 굳이 고 대표 눈에 나면서까지?”

 

  정환의 오른 눈썹이 의미심장하게 올라갔다.

 

 “또 시작이네. 좋은 작품 밀어주는 거 한, 두 번이에요? 뭘 새삼스레.”

 “그 좋은 작품들 대부분은 네임벨 작가였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보석. 찾으면 좋은 거 아니에요?”

 “만부우? 만부가 웬 말이야?”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르르 달려온 희수와 민후, 누리가 정환의 곁에 섰다.

 

 “진짜 만부 찍게?”

  답 없는 도현에 정환이 대신 답했다.

 

 “찍는데. 만부. 진짜.”

 “너무 도박이야.”

 

  정환이 또 대신 답했다.

 

 “조개 속에 감춰진 진주. 찾으면 대박이래.”

 “그래도 그렇지. 물론 아랑 작가님 시 좋지만.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시집을 사.”

 “담당 팀 직원에게서 나올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희수가 아차 했지만 다시 말을 이었다.

 

 “더군다나 1쇄잖아. 초판본. 잘 팔린다고 쳐. 나중에 초판본 희소성이 떨어지잖아.”

 

  도현이 잠시나마 했던 고민이었다. 하지만 아랑이 은연중에 했던 말.

 

 ‘나는 내 시가 어딘가에 꽁꽁 숨겨져 있는 기분이야.’

 ‘네가 꽁꽁 숨겨 놓은 건 아니고?’

 

  바람 빠지듯 푸시시 웃던 그녀가 말했다.

 

 ‘내 시가 바람을 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세상사람 많이많이 알게.’

 

  도현이 커피를 머금었다. 아랑에겐 초판본의 희소성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했다면 아까 회의실에서 그를 뜯어 말렸을 것이다. 아랑은 그저 제 시가 세상에 나가길 바랐다.

 

 “그런 거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라. 그런 좋은 시들이 나오는 거겠죠.”

 

 

 ***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아랑이 급히 회의실을 나왔다. 때마침 그녀에게 가던 도현에 두 사람이 복도에서 마주쳤다. 핸드폰과 지갑만 들고 나온 아랑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어디가?”

 “소연이 좀 잠깐 보고 와야 할 것 같아. 금방 올 거야.”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아랑에 도현이 하는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배웅했다.

 

 “밥 같이 먹을까 했더니. 왜 무슨 일 있대?”

 “요즘 좀 심란한가봐. 이럴 때 얘기라도 들어줘야지. 밥을 같이 먹자고 하네.”

 “그래, 다녀와.”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아랑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도현은 그녀를 보내고 가볍게 허기진 배를 채운 뒤 사무실로 돌아왔다. 다른 팀원들보다 먼저 사무실로 돌아온 누리가 막 아랑이 있던 회의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두 사람이 복도의 끝과 끝에서 마주쳤다. 오로지 직장 동료로 돌아간 두 사람은 어색하지만 그 불편한 기색을 감추었다.

 

 “다른 사람들은요?”

 “아, 1층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신다고 해서요.”

 “왜 같이 안 마시고요.”

 “전 오전에 마셔서요. 요즘 커피를 너무 마셔서 그런지 잠을 좀 설쳐요.”

 

  두 사람은 꽤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복도 가운데에 있는 휴게실에서 만났다.

 

 “다른 거 마셔 봐요. 요거트 스무디, 뭐 그런 거.”

 

  도현이 카페에만 가면 아랑의 손에 들려 나오는 그 흰 음료를 떠올렸다.

 

 “단 걸 별로 안 좋아해서요.”

 

  누리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내렸다.

 

 “작가님이랑 식사 안 하셨나 봐요? 혼자 오시는 게...”

 “아, 친구랑 약속이 있으시대요.”

 “아...”

 

  짧은 정적이 어색하게 굳어지려 하자 누리도, 도현도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누리가 간신히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작가님이 그간 시 많이 쓰셨나 봐요. 좋은 거 많던데.”

 

  도현이 그녀를 보았다.

 

 “작가님 다이어리가 펼쳐져 있길래 조금 봤거든요. 한 두 장이요. 시집에 실릴 건 아닌 것 같아서 덮어놨는데... 그냥 그대로 둘 걸 그랬나...”

 

  누리가 어색하게 말끝을 흐리자 다시 어색한 정적이 굳어지려 했다. 이번엔 도현의 커피가 그 정적을 깼다. 삐- 커피를 가져가라는 기계음에 그가 말했다.

 

 “괜찮을 거예요. 신경 쓰이면 혹시 몰라 덮어뒀다고 할게요.”

 “네. 시 정말 좋다고도 전해주세요.”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누리를 지나쳤다. 어색함에 누리가 서둘러 제 책상으로 가 양치도구를 들고 화장실로 자리를 피했다. 도현이 그런 그녀를 의식하다가 뻔히 서로가 보이는 사무실에 있기가 불편해 아랑의 짐이 있는 회의실로 갔다. 문을 닫고 나서야 그가 아랑이 앉았던 자리의 맞은편 의자를 빼고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어색한 건 여전했다. 그때 그의 시야에 누리에 의해 잘 덮어진 아랑의 다이어리가 보였다. 종종 그 안에 있는 시를 보았던 그인지라 슬쩍 다이어리를 제 앞으로 끌어왔다.

 

 “욕심낼까 걱정이라면서 펼쳐놓고 가냐.”

 

  그가 다이어리를 펼쳤다. 시집에 실으려 선별되었던 시들이 종종 눈에 띠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손이 멈췄다.

 

 

 ‘영원

 

 우리 맛 잡은 손 그대로 주름져.

 주름진 손 그대로 맛 잡고

 눈을 감는 것.’

 

 

  그녀가 제 사랑이 아프지만은 않다며 들려주었던 시가 자리하고 있었다. 도현이 그 시를 들려주며 꽤 뿌듯해하던 아랑이 떠올라 핏 웃음이 났다. 그가 사락 종이를 넘기곤 다음 시에서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밤나무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

 어차피 다 가짜.

 내가 밤나무.’

 

 

  그녀의 미처 알지 못한 재치에 도현이 다이어리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너도밤나무. 그 한 구절에 도현은 학교 뒷산에 올라 종종 시간을 보내곤 했던 어린 날을 떠올렸다. 아랑과의 화해 이후 그는 열아홉을 추억하는데 더 이상 어색함이 없었다.

 

  여름의 어느 날, 반팔 티 안에서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르면서도 오른 산 중턱은 학교보다 살짝 높은 위치라 마을이 내려다 보였다. 그곳에서 마을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산 중턱에 마치 누군가 오기라도 할 것을 알았는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너도밤나무. 언제 몸집을 키웠는지 넓은 그늘을 만들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그늘 아래 들어가 기둥에 등을 맞대고 잠시 있으면 금방 땀을 식혀주려 불어오는 여름 바람이 더위와는 달리 산뜻하게 불어왔다. 끈적임 없이 땀을 식혀주는 바람을 알기에 그 곳에 오르기 위해 여름 땡볕 아래 옮겼던 걸음엔 걱정이 없었다. 땀이 다 마를 때쯤 멀리 제 집을 보면 언제부터 있었는지 집 담에 기대있는 아랑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너무 멀어서 얼굴을 볼 순 없지만 편한 옷차림으로 제 집 담에 기댈 소녀는 그녀뿐이었다. 어디를 보는 건지, 무엇을 하는 건지 소년만큼이나 한참 담에 기대있던 소녀는 그가 잠시 다른 곳에 시선을 두었다 찾으면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그 기억에 도현의 외보조개가 슬쩍 모습을 보이려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시 종이가 사락 넘어갔다.

 

 

 ‘첫사랑

 

 넘어진 내게 무심하게 뻗어진 손.

 그 손길 한 번에 너를 더 사랑하게 된다.

 어쩌다 마주친 너의 눈.

 내게 닿은 그 눈길 한 번에 너를 더 사랑하게 된다.

 문득 맞춰준 네 걸음.

 그 걸음 한 번에 너를 더 사랑하게 된다.

 다른 이에게 보인 웃음.

 그 웃음에도 나는 너를 더 사랑하게 된다.

 너도밤나무 그늘 아래 앉아

 바람이 실어다 준 네 온기에

 난 숨을 쉰다.’

 

 

  도현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넘겨야 할 종이 끝을 잡은 그의 손이 지그시 종이를 누르고 있었다. 그의 엄지아래 눌려 있던 종이가 이내 넘어갔다.

 

 

 ‘따라쟁이

 

 나는 슬프지 않았는데

 네가 울어서 슬퍼.

 나는 기쁘지 않았는데

 네가 웃어서 기뻐.

 

 자꾸만 따라쟁이가 돼.

 

 내가 아닌 너로 살고 싶어지는데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란 말이야.’

 

 

  아랑의 다이어리가 잠시 혼동했는지 서둘러 마음을 감추었다. 그가 보았지만 모르길 바라며 그녀의 마음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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