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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소꿉친구는 시간 관리자
작가 : 허므
작품등록일 : 2019.9.28

 
(8)
작성일 : 19-10-06 21:08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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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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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얼굴에서 내 이름이 튀어나와 그리 놀라진 않았다.

 

  마치 오랜만에 본 친구가 어색하게 말을 걸어오듯이 느껴졌다.

 

  갑자기 본 얼굴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이름이 잘 생각이 나질 않았다.

 

  “이름이…?”

 

  “나 기억 안 나? 기연이잖아, 박 기연.”

 

  분명 기억이 난다.

 

  안 난다고 하는 게 더 이상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적 모아는 외국에 가 있었다.

 

  그때 나를 위로해 준 게 기연이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너야말로 왜 여기서 나와”

 

  “난 보시다시피 시간 여행을 했다.”

 

  “법을 어기고도 당당하기는.”

 

  “시간 여행이 불법이야?”

 

  “당연하지.”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뒤로 가서 그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난 지금 처음 알았어. 그러니까 이것 좀 풀어주면 안 돼?”

 

  “박 기연 많이 늙었네. 손목이 몰라보게 가늘어졌어.”

 

  “너도 내 나이 되면 똑같아. 그보다 이것 좀 풀어줘. 답답해.”

 

  “잔말 말고 따라와.

 

  “친구끼리 이러지 말자. 좀 더 부드러운 방법 없어?”

 

  “그딴 거 없으니까 이리 나와.”

 

  화장실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했는지 하늘이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오해하겠다. 빨리 풀어줘.”

 

  “범죄자는 체포돼야지.”

 

  아까 화장실에 나왔을 때 모아는 보이지 않았다.

 

  퇴근길이라 사람이 많아서 밖으로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모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회색빛 직장인들이 휴대폰은 보며 걷고 있었다.

 

  “얘가 어딜 간 거야.”

 

  “또 누구 있어?”

 

  “모아 기억 하냐?”

 

  “아~ 모아. 너랑 친했던 애?”

 

  “기억하네. 일단 너를 데리고 모아한테 가야 해.”

 

  “걔한테 왜?”

 

  “심판을 받아야지 범죄자 양반.”

 

  “아, 좀 봐줘. 나쁜 짓 하려고 온 것도 아니고.”

 

  “그건 조사하면서 천천히 말해도 돼.”

 

  주위를 계속 둘러봐도 모아의 모습이 보이질 않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끌고 나왔냐?”

 

  “끌고 나오긴 했는데….”

 

  “왜. 뭐 문제 있어?”

 

  “일단 와봐.”

 

  얼마 지나지 않아 모아는 많은 인파를 뚫고 나왔다.

 

  마스크를 낀 채 헉헉거리는 모습이 답답해 보였다.

 

  “어디 있었냐.”

 

  “근처 카페에 좀 있었어.”

 

  그녀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안녕. 되게 오랜만이다.”

 

  “안녕은 무슨.”

 

  “나 기억 안 나? 박 기연.”

 

  “야, 너는 범죄자 입을 열게 하냐. 테이프로 막아 놨어야지.”

 

  “그건 너무 하지 않나.”

 

  내가 말했다.

 

  “맞아, 너무하지.”

 

  기연이도 내 말에 동의했다.

 

  “이 자식들이.” 그녀는 우리 둘을 보고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둘 다 따라와.”

 

  “그전에 이것 좀 풀어줄…”

 

  “조용히 하고 따라와.”

 

  우리 둘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 택시에 올라탔다.

 

  기연이가 타기 힘들어하자 내가 굴려서 밀어 넣었다.

 

  모아는 앞자리에 앉았고 나는 기연이를 돌봤다.

 

  “학생들, 장난이 심한 거 아닌가?”

 

  택시 기사님이 백미러로 기연이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기연이는 불편한 자세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괜찮아요, 기사님. 쟤 저런 거 좋아해요. 취향이 좀 그래서.”

 

  모아가 유연하게 대처하자 택시 기사님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모아네 집 앞에 내려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기연이를 방바닥에 앉혔다.

 

  “내가 뭘 잘못 한 거야.”

 

  “시 공간을 이동했잖아.” 모아가 말했다.

 

  “그게 죄야?”

 

  “죄야. 우리가 그걸 관리하고 있거든.”

 

  “너희가 누군데.”

 

  “시간 관리자.”

 

  기연이는 모아의 말이 끝나자 바닥에 뒹굴며 웃었다.

 

  “너희 무슨 중2병 걸렸냐?”

 

  “지금 잘 생각해, 박 기연. 우리가 중2병에 걸린 거라면 시간 여행을 한 너는 뭐야? 너도 심각한 백일몽을 꾸고 있는 거 아니야? 넌 지금 가진 것도 없잖아. 지금 이렇게 손도 묶여있고. 저기 전봇대 밑에 처박혀 있고 싶어?”

 

  “…….”

 

  “야, 애 울겠다.”

 

  “성연아 혹시 팬티 남는 거 있니?”

 

  “쌌냐?”

 

  “아직. 좀 있으면 쌀 거 같아.”

 

  “아니 팬티 주지 마. 그냥 내비 둬.”

 

  “미안. 말 잘 들을 테니까 좀 살려주라.”

 

  “묻는 거나 대답해.”

 

  “알았어.”

 

  “몇 년도에서 왔지?”

 

  “2045년.”

 

  “성연아 쟤가 하는 말 좀 메모해줘.”

 

  “오케이.”

 

  “여기 온 목적은?”

 

  “하, 그건 좀 창피한데.”

 

  “뭔데 그래. 얘기해봐.”

 

  “내가 이 나이 되도록 결혼을 못 했단 말이야. 과거에 인연 좀 만들어 두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해서 왔다.”

 

  “…자주 있는 일이지. 다 적었어?”

 

  “어.”

 

  “어떻게 왔어. 정확히 말해서 어떤 방법으로 왔어?”

 

  “전단지에 붙어 있는 거 보고 왔지. 시간 여행 실험을 하는 데 하겠냐고.”

 

  “야, 넌 무슨 그 나이 됐는데 전단지를 보고 그런 걸 하고 있냐?”

 

  “넌 몰라. 이 나이 되도록 이룬 게 없는 사람을…. 꿈도 희망도 품지 못하고 앞으로 발을 내밀지도 못하는 심정을 넌 이해 못 해. 넌 젊어서 좋겠다. 하고 싶은 것도 다하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노력을 안 한 건 너잖아.”

 

  “노력? 노력이라고 했냐? 내가 고3 때 한 일을 옆에서 보고도 너는 그런 말을 해?”

 

  “난 아직 고2야. 그때 너는 아직도 놀고 있었고.”

 

  “아…. 어쨌든 좀 있으면 알게 될 거야. 내가 무슨 노력을 했는지. 이 나이 되도록 가진 게 하나 없으면 알 거야.”

 

  솔직히 자기가 고2가 될 때까지 놀아놓고 뭘 노력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기연이는 어느 순간부터 얼굴에 웃음기를 빼고 앉아 있었다.

 

  사뭇 진지해 보이던 그의 표정은 비장해 보였다.

 

  “노력한 걸 들어줬으면 하는 거야?”

 

  모아가 말했다.

 

  “됐어, 이 새끼들아. 필요 없어.”

 

  분위기가 싸해진 걸 온몸으로 느꼈다.

 

  숨을 가쁘게 들이쉬고 있는 기연이의 모습은 화나보였다.

 

  그러다가 그의 얼굴을 훑어봤다.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턱수염.

 

  한 가닥 살짝 삐져나온 코털.

 

  그런 그였지만 목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금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는 수갑 때문에 뒷짐을 지고 있어서 어깨가 결리는지 아까부터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건 언제 풀어줄 거야.”

 

  기연이 말했다.

 

  “아직 질문이 남았어. 질문이 끝나고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풀어줄 거야.”

 

  “네~네~. 그러시던지요.”

 

  “널 여기로 보낸 사람 얼굴 봤어?”

 

  “아니, 다 가면을 쓰고 있었어.”

 

  “돈을 내고 탄 거야?”

 

  “아니, 공짜로. 나 가지고 있는 거 없다니까. 여기 와서 하늘을 보니까 확실히 느껴졌어. 내가 과거로 왔구나 하는걸.”

 

  “그렇구나. 그럼 그거 어디서 탔는지 기억은?”

 

  “탄 위치 말하는 거야? 어디 건물에 들어갔긴 했는데, 그 사람들이 내 눈에 안대를 씌우더라고. 그리고 또 어디론가 데려갔어.”

 

  “으음, 알겠어. 이 정도면 됐어. 성연아, 저것 좀 풀어줘.”

 

  내가 일어서서 기연이에 곁으로 가자 그는 나를 노려보았다.

 

  “야, 때릴 생각은 하지 마. 여기 테이저건 보이지?”

 

  모아가 조련사처럼 말했다.

 

  “안 때려.”

 

  나는 기연이 차고 있던 수갑을 풀어서 방구석에 던졌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글쎄. 미래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그냥 여기서 살아야지.”

 

  “그럼 여기에 사는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괜찮아. 마주쳐도 상관없어.”

 

  “절대 마주칠 수 없는 두 사람이 만났는데 괜찮아?”

 

  “나중에 다 설명해 줄게. 일단은 나이 차이라고 해둘게.”

 

  “진짜 괜찮은 거야? 지구가 터지거나 그러진 않아?”

 

  “아니라고. 괜찮다고. 우리 아빠도 말했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고.”

 

  “그래도 일단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미래의 기연이는 어떻게 되는 거야?”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아 참, 말 많네.”

 

 “어? 그건 좀 궁금하다. 어떻게 되는 거야.”

 

  기연이 말했다.

 

  “쌍으로 이러고 있네. 미래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어. 그러니까 기연이 너는 아마 실종 처리 될 거야.”

 

  “뭐야, 되게 허무하네. 알았어. 그럼 난 가 본다.”

 

  기연이가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야, 그 상태로 가게?”

 

  모아가 말했다.

 

  “그럼, 뭐. 뭐라도 줄 거야?”

 

  “우리가 하는 일은 너희도 보살피는 거야. 일단은 어른이기도 하니까, 돈이랑 집은 마련해 줄 거고.”

 

  “그 뒤로는?”

 

  “자유지.”

 

  그는 자유가 두려워 보였다.

 

  “지금 당장은 좀 무리니까, 우리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

 

  모아의 한 마디가 그날 밤을 바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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