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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버킷메시아
작가 : 비맞은산타
작품등록일 : 2019.10.6

물이 찰랑이는 양동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청년은, 팔이 빠질 것 같은 아픔에 끙끙대며 자신을 천계로 끌고 온 눈매 사나운 여신에게 질문했다.

-누님. 이 물양동이는 뭐죠?

-그거 지구.

-네?

-그거 떨어트리는 순간 70억이 죽거든? 그 꼴 보기 싫음 버텨라?


10년.

20년.

100년.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은 양동이를 고쳐들며 이를 부득 갈았다.


-망할 년들. 이쁜 것들은 얼굴값을 한다더니...

 
여긴 누구, 나는 어디(3)
작성일 : 19-10-06 17:41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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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 하지만 그건 그저 유언비어 같은 수준일 텐데요? 믿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그게 어떻게 공지가 될 수 있나요?"

 

 "그래서 말 했잖느냐. 약간의 공지라고.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적이 있긴 한데, 설마 그게 진짜일 줄이야!'같은 느낌. 절망과 좌절, 그리고 약간의 납득이랄까. 원래 종말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은 그 정도가 좋은 거다."

 

 "......."

 

 "뭐냐. 그 미심쩍은 눈은. 덤으로 1999년 지구멸망설도 내가 퍼트린 거다. 내 인내가 언제 한계에 달할지 나도 잘 모르는 터라 대충 그쯤 해서 공지를 몇 개 퍼트려 놓은 거지. 사실 99년 7월 24일이 원래 예정일이고 2012년은 보험이었는데... 그날 비서들이 일정체크를 제대로 안 해주는 바람에 그만 모르고 넘어가 버렸단 말이지. '어머, 아무 말씀 없으셔서 그냥 스킵하시는 줄 알았어요.'라니. 그게 비서씩이나 돼서 할 소리냐! 망할 년놈들. 그때 세계를 닫았으면 지금 와서 이 삽질을 안 해도 됐잖아. 아! 생각 할수록 열 받네. 그 자식들, 오늘 돌아가면 기수별로 줄빠따나 쳐야겠다. 야! 너! 양동이 제대로 안 들어!? 물 한 방울이라도 흐르면 세포단위로 분해했다가 재조립 해 주마!!!"

 

 우왓! 끓는 점 낮아! 그새 스트레스치가 다시 올라간 거냐! 누가 내게 저사람 스트레스 게이지를 측정할 수 있는 스카우터를 줘!

 

 난 튀어오는 불똥에 화들짝 놀라 양동이를 바짝 치켜들며 굽실굽실 그녀의 비위를 맞췄다.

 

 "재조립은 해 주시는 거군요. 감사합니다. 마음 깊이 스며드는 상냥함에 눈물이 흐릅니다. 암요."

 

 "다만 조립할 때 네놈 머리와 거시기의 위치가 바뀌어있을지도 모르지만. 괜찮다. 그렇게 되면 내가 꼭 거시기에다가 입이랑 코랑 눈을 달아주마. 덤으로 머리로 대소변을 보는 기능도 추가해 주지. 어때? 좋냐?"

 

 "...살려주세요."

 

 양동이 한번 편하게 들려고 하다가 인류 최악최흉의 키메라로 재탄생하게 생겼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인 후 말을 다시 이어갔다.

 

 "여하튼 조건이 만족되고 관리신이 세계의 종말을 고하면 그 세계는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드물게, 아주 드물게 시스템에 불과한 세계 쪽에서 관리자인 신의 종말선언을 유예시키려 드는 경우가 있어. 그리고는 검증을 제안하지. 바로 이번 같이 말이야."

 

 그녀가 말을 끊고는 잠시 침묵한다. 난 그 침묵이 바로 내 이해와 질문을 종용하는 시간임을 깨달았다. 음‚ 질문 할 거리라면 밑도 끝도 없이 많지만... 그럼 우선은 이것부터.

 

 "일단 이건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여쭈는데... 말씀하시는 세계란 건, 지구를 의미하는 게 맞나요?"

 

 “네가 말하는 지구가 ‘지구라는 세계’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옳고, ‘지구라는 행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틀렸다.”

 

 “네? 둘이 다른 건가요?”

 

 “흠... 이건 설명이 좀 필요하겠군. 수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건 의무화 되어 있으니... 성가시긴 하지만 일단 거기서부터 시작해 볼까.”

 

 그녀는 배 앞에다 팔짱을 끼고 가슴을 밀어 올리며(가슴이 크면 가슴위에다 팔짱을 낄 수 없다더니 정말이었다!)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가슴골에다 손을 쑥 집어넣었다. 그리곤 거기서 무려 안경과 지휘봉을 끄집어냈다. 아니 세상에! 왜 도*에몽 주머니를 그런 위험천만한 곳에 달아놓으신 겁니까...?

 

 안경 하나로 순식간에 OL에서 여교사로 변한 그녀가 지휘봉을 딱 하고 튀기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녀를 지칭하는 단어가 너무 한쪽분야로 편중되었다고 뭐라 그러지 말자. 품번으로 일본어를 배워서 그렇다.

 

 "200년 전이라면, 그 둘은 같은 의미를 갖는 게 맞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세계란 건 인간이 이해하기엔 좀 애매한 것이기 때문이지."

 

 "...?"

 

 "세계의 중심은 그 세계에 존재하는 지성체이다. 다시 말해 세계가 있어 지성체가 탄생한 게 아냐. 지성체가 있기에 세계가 이를 위해 존재하는 거다. 그래서 지성체의 활동범위와 인지가 넓어지면 그에 따라 세계도 확장되게 되지. 즉 과거, 지구가 인류의 전부일 땐 지구 가 바로 세계였지만, 우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지금에 와선 이야기가 달라졌다는 말이다."

 

 "그럼 지금의 세계는 어디까지인가요?"

 

 "명확하게 정의하자면 태양, 그리고 지구부터 화성까지. 세계로서 의미를 갖기 시작한 부분까지 포함하자면 태양부터 명왕성까지 아우른다고 할 수 있겠지. 음, 만약 이 세계가 100년 정도 더 지속된다면 오르트구름까지 범위가 확장될지도 모르겠군."

 

 "그럼... 명왕성 바깥의 별이나 공간들은 뭔가요? 거긴 뭐, 세계의 바깥쯤 되는 곳인가요?"

 

 "만약 그곳에 다른 지성체가 존재한다면 거길 중심으로 또 다른 신과 세계가 있겠지. 그렇지 않은 이도저도 아닌 여타 공간은 미닝러스(Meaningless)라 불리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존재하고 관측도 되지만 의미를 갖지 못하고 그저 존재만 하는 그런 곳이라고나 할까."

 

 너무 낮선 이야기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지만 일단 모두 접는다. 계속 변죽만 울리면 틀림없이 저 누님이 폭발할 테니까. 그러니 중요한 부분만 챙기고 넘어가자.

 

 "좀 전에 세계가 종말을 유예시키려 든다고 하셨죠? 그럼 세계가 사람처럼 지성을 갖고 살아있다는 말 같은데요. 음, 가이아이론 같은 개념인가요?"

 

 그녀가 다시 팔짱을 끼고 장고에 들어간다. 거기다 무지하게 고민스런 표정까지 짓는다. 아니, 내가 알아먹도록 가르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거야!? 나, 이래봬도 공부 좀 한다는 소리 듣고 살았단 말이다!

 

 "좀 전에 이야기한 것은 네놈에게 익숙한 과학적 개념으로 세계를 설명한 거고... 이번엔 관점을 좀 바꿔 영성학적으로 세계를 설명해 보지. 이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리소스는 위시스트림(소망하는 힘-Wish stream), 혹은 라이프스트림(생명의 힘-Life stream)이란 에너지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에너지와는 다르지만, 여튼 그렇게 이해하는게 제일 쉽겠지. 그리고 이 에너지의 흐름을 구조화하고 통제하는 것이 바로 태초의 말(The word)라는... 음, 그렇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소망과 생명과 말이 만나면 비로소 세계(World)라는 계(System)가 탄생하지."

 

 "...으음?"

 

 "이렇게 탄생한 세계는, 으음... 대단히 높은 지능과 지식을 갖지만 자의식은 없는 컴퓨터(리소스)와 그 운영체제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자의식이 없기에 기본적으로 관리자인 신의 의사를 99프로 따르지. 다만, 관리자는 전지가 아니기에 관리자가 놓친 것이 있으면 시스템차원에서 관리자의 명령을 거부하고 경고 메세지를 띄우기도 한다. 바로 지금과 같이 말이다. 아 시바... 갑자기 또 화가 치미는데. 야! 양동이 똑바로 안 들어!? 팔 구부러졌잖아!!! 뒈질래!? 앙!?"

 

 "아닙니다! 보세요! 옷 주름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에요! 정말입니다!!!"

 

 큰일 났다. 이 누님 다시 혈압이 오르는 모양이다! 젠장! 자기가 말하면서 자기가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젠장. 천계(?)엔 신경정신과의도 없는 거냐! 이 누님 아무리 봐도 분노조절장애잖아!!!

 

 그녀는 발을 쾅쾅 굴러 땅을 쪼개며 한동안 화풀이를 하더니 조금 골이 난 목소리로 다시금 설명을 이어갔다.

 

 "좌우지간, 이번에 내 종말을 망친 경고메세지는 '열 명의 선인'이란 명칭을 갖고 있다. 멸망할 모든 요소를 갖추긴 했지만, 이런 곪고 썩은 세계임에도 묘하게 모럴이 높은 지성체의 숫자가 일정 수 이상 존재할 때 한 번씩 뜨는 메시지지. 쉽게 말해 이왕 망할 거 샘플테스트 한번해 보고 결과가 괜찮으면 쪼오~끔만 더 지켜보자는 거다."

 

 "...그리고 그 샘플이란 게 바로 저...인가 보죠?"

 

 "그래. 이 망할 놈아."

 

 살벌하게 빛나는 그녀의 눈빛을 보면 난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어우야...”

 

 제발 그런 눈으로 보는 건 참아주세요. 누님이 그렇게 보실 때 마다 살아도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단 말입니다...

 

 ------------------

 그녀에게 던진 질문의 수가 두 자리에 들어서고 내 궁금증이 거의 해소될, 아니 정확히는 이제 질문 따윈 어찌되어도 좋다고 여길 무렵, 난 완전히 한계에 달해있었다.

 

 무겁다. 팔이 빠지다 못해 찢겨나가는 것 같다. 온몸에 식은땀이 바짝바짝 오르면서 학질환자마냥 덜덜 떨린다.

 

 "아으으으..."

 

 머리위에 있는 물양동이는 이미 부모의 원수마냥 증오스런 존재가 되어 있었다.

 

 내 몸 상태 따윈 완전히 아웃오브안중이란 느낌으로 위협과 폭력이 버무려진 설명을 이어가던 그녀가 문득 내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나저나... 네놈, 내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군. '악마라도 이렇게 패면 반드시 개심한다 실전편 5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줘 팬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좀 뭐하지만... 너무 쉽게 믿는 거 아니냐?"

 

 당신, 그런 짓을 나한테 한 겁니까... 정말 당신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뭐 하군요. 악마는 당신입니다.

 

 난 으그극, 하는 신음과 함께 물양동이를 조금 고쳐들었다. 그리곤 대답에 짜증이 실리지 않게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안 그럼 성질낸다고 걷어차일 테니까. 그리곤 양동이 떨어트렸다고 다시 두들겨 패겠지. 안 봐도 비디오다.

 

 "이, 이 상황에서 누님...이 아니라 신님의 말이 지, 진실이 아니라면 정말 대책이 없으니까요. 만약 거짓이라면, 으윽... 난 그저 자신이 신이라 믿는, 정신이 이상한 어떤 초월적인 존재에게 납치당해 대책 없이 두들겨 맞고 나서, 끙!!! 물양동이를 들고 있다는 황당한 상황에 처한 셈이 되는데... 그, 그렇게 되면 정말 끔찍한 상황 아닌가요? 그러니 믿을 밖에요. 적어도 이쪽은 최소한 뭘 해야 할지가 제시되어 있, 끄으응.... 으니까요..."

 

 "흠. '필요하니까 믿는다'인가. 재미있군. 뭐, 좋아. 이제 대충 필요한 설명은 다 한 것 같구나."

 

 그녀의 말에 난 반색하며 외쳤다.

 

 "그, 그럼 이제 그 시험이란 걸 시작하는 거죠!? 일단 이 양동이 내려놔도 되는 거죠!? 이 바보 같은 벌서기는 끝인 거죠!?"

 

 "아니."

 

 "어째서!!!"

 

 난 절규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대로 1분만 더 있으면 정말 죽어버릴 것 같다. 오죽하면 그녀의 하이힐 킥을 연료삼아 날아다녔던 삼단, 오단분리 비행이 오히려 더 견디기 쉬웠다는 생각이 들까. 여튼 지금의 난 이 양동이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살인도 불사할 것 같은 심정이다.

 

 "그 '바보 같은 벌서기'가 바로 너의 시험이니까."

 

 "...네?"

 

 "네놈이 그 물양동이 떨어트리는 순간 네놈 세계도 같이 멸망한다고. 거기 양동이에 이해하기 쉽게 써 줬잖냐. ‘EARTH’라고."

 

 "...설마?"

 

 “그래. 네가 들고 있는 그 양동이가 바로 '세계(World)'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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