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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놈이 온다!
작가 : 알케이
작품등록일 : 2019.10.3

“ 이 세상에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두 가지가 있지.
내 마음과 네 마음. 내 거든 네 거든 사람 마음은 마음대로 안 되더라. “
- 본문 중에서

 
# 8. 그 여자의 시선 (4)
작성일 : 19-10-06 14:08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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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야기 구조입니다.

 앞 부분에 조연처럼 등장했던 나왔던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요 인물이 되는가 하면 인물과 인물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엮어 전체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조입니다.

 또한 앞 부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나중에 일어날 일의 복선이 되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조를 짜임새 있게 엮었습니다.

 또한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나누어서 진행되며 중간에 교차되기도 하는 구성을 통해 마치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극적 구성을 더하였습니다.

 따라서 항상 회차별 제목을 꼭 확인해 주세요!!!!!

 ======================================================================================================

 “지금요? 혼자요? 어딘데요?”

 당황했는지 수화기 너머의 일우는 한 번에 여러 개의 질문을 쏟아냈다.

 “응. 삼성동이야. 혼자 내 차로 갈 거야. 주소 좀 알려줘.”

 “여기가 주소를 네비에 찍는다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은 아닌데. 차라리 우리 쪽에서 차를 보낼게요.”

 “아니야, 내 차로 갈 거야.”

 진경은 쓸데없는 고집을 부렸다.

 “알았어요 그럼. 지금 바로 주소 문자로 보낼게요.”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그가 보고 싶어졌다. 여럿이 함께 있는 동창회 자리에서 지영에게 보기 좋게 쏘아 붙이고 나왔지만 아직까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쾌한 기분을 해소하고 싶은데 생각난 사람이 그 사람뿐이었다. 효진도 있었지만 친자매처럼 너무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 오히려 조금 걸렸다. 반면에 그 사람은 어쩌면 다시 보지 않아도 될 사람이라는 생각에 편하게 속 얘기를 아무렇게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주소가 문자로 왔고 네비에 입력한 후 천천히 출발했다.

 

 

 확실히 정확한 곳을 한 번에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근처 큰 길까지는 금방 왔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워낙에 좁은 비포장 길인데다 수풀 더미에 곳곳이 가려진 길을 지나야 해서 이 곳이 맞나 싶어 헤매기를 여러 번하다 드디어 지난 번 그곳을 발견하고는 공터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기 전 습관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차에서 내려 얼른 건물 앞으로 다가가서 효진이 했던 것처럼 벨을 눌렀다. 형식상의 인증 절차를 마치고 건물로 들어서자 효진 언니가 윤상무라고 불렀던 남자가 현관 입구에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아이고 누님, 오늘은 어쩌신 일로 혼자서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역시나 능글맞은 웃음을 얼굴 한 가득 품고 있었다.

 “제가 누나는 아닌 것 같은데요.”

 진경 자신도 모르게 까칠한 대답이 나왔다.

 “하하, 그러시죠. 그래도 저희는 예의상…”

 진경이 뚫어지게 바라보자 그는 더 이상의 접대용 멘트 없이 진경을 룸으로 안내했다.

 “잠시 후 바로 말근이 들어오도록 하겠습니다.”

 진경이 자리에 앉자 윤상무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갔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이 화려하게 장식된 룸 안에는 예전처럼 술과 그에 맞는 잔들이 정갈하게 세팅된 테이블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누님.”

 잠시 후 일우가 들어와서 인사를 하고는 바로 진경의 옆에 앉아 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어쩐 일이세요, 이렇게 갑자기.”

 “그냥.”

 예전에는 사람들이 ‘그냥’이라고 대답하면 꽤나 성의 없다고 생각했었던 진경이었다. 딱히 말하고 싶지 않거나 귀찮을 때 하는 얘기가 ‘그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진경의 심정이 정말 그랬다. 아무 이유 없이 보고 싶었고 그래서 생각나자마자 연락하고 온 것이다. 말 그대로 ‘그냥’이었다.

 “누님, 어떤 노래 들려 드릴까요?”

 술을 다 따른 일우가 물었다.

 “노래는 됐고, 너 술 잘 마시니?”

 지난 번에 계속 존댓말로 얘기하자 일우가 끈질기게 말을 편하게 하라고 해서 어느 순간부터 진경은 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술 좀 하죠. 근데 왜요?”

 “그러면 오늘은 나랑 술이나 마시자. 노래고 춤이고 다 필요 없이.”

 진경의 얘기에 일우는 생뚱맞다는 듯 쳐다 보더니 이내 표정을 바꿨다.

 “그래요, 그럼.”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자신의 잔과 진경의 잔에 술을 채우고는 건배를 제안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누님의 상처가 빨리 낫기를 기원하며-”

 건배를 한 그는 그대로 한 잔을 비워냈다.

 “상처? 내가 상처가 있어 보여?”

 뜬금없는 일우의 건배사에 물었다.

 “이런 술집에 와서 노래도 춤도 다 필요 없고 술만 마시자고 하는 건 상처가 있으니까 그런 거겠죠. 느닷없이 전화해서 오겠다고 한 것도 그렇고. 이렇게 유명하신 여배우가 혼자서 오겠다고 한 것도 그렇고.”

 그의 생각은 정확했다. 이쪽 일을 하면 독심술가라도 되는 걸까?

 “네 말이 맞다. 내가 친구한테 배신 당했거든. 그것도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한테.”

 “친하다고 생각했던이라…”

 일우가 진경의 얘기 중에 일 부분을 읊조리듯 얘기하자 진경은 궁금해서 물었다.

 “그 얘기가 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착각하는 게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만큼 그 사람도 나를 생각할 거라고 믿어버리는 거거든요.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생각보다 일방적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나는 친하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은 나를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던가. 결국 무의식적인 강요에 의해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리는 인간의 습성 같은 거죠.”

 습관적으로 왼손 검지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말하는 일우의 얘기를 듣던 진경은 잠시 아무 말없이 그의 얘기를 곱씹으며 어쩌면 그 얘기가 정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지영에게 제대로 된 배신을 당했으니까. 그러면서 동시에 효진을 떠올리며 그녀가 했던 말을 생각했다.

 ‘네가 나한테 보통 존재냐. 우리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같이 있어줬지, 내가 힘들 때마다 옆에서 위로해줬지, 아니할 말로 자매들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지.’

 나도 효진 언니를 그렇게 생각해 왔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일우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 네 얘기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넌 나이도 어린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니?”

 “누님을 잘 모르겠지만 여기 오는 손님들이 전부 사연이 있는 분들이거든요. 100명이면 100가지 사연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얘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훗, 재밌네.”

 얘기를 하면서 진경은 문득 굉장히 친했던,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연락이 끊긴 친구의 소식이 궁금해졌다. 고등학교 1학년과 3학년 때 두 번이나 같은 반을 하면서 언제나 단짝처럼 친하게 지냈던 친구였는데 3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의기소침해지고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더니 결석도 자주했지만 좀체 속내를 털어놓지 않았던 친구. 고등학교 졸업 후 가끔씩 들려오던 소문으로는 백화점에서 명품 쇼핑하는 걸 봤다, 최고급 외제차를 운전하는 걸 봤다라는 것들이었고 그마저도 얼마 후에 완전히 소식이 끊어졌다. 그 때 그 친구도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날 생각하지 않았던 걸까. 그래서 연락을 완전히 끊고 살고 있는 것일까.

 “그나저나 누나의 그 배신 당한 스토리 좀 들려 주세요”

 “왜, 내 얘기 듣고 다른 사람들에게 또 얘기해주려고?”

 진경은 빙긋 웃으며 물었다.

 “설마요. 우리 가게의 원칙. 손님에게 들은 얘기는 절대 다른 곳에서 얘기하지 않는다. 아시잖아요?”

 “농담이야. 그나저나 난 네 얘기를 좀 듣고 싶은데. 넌 어떻게 살았니?”

 “제 얘기요? 글쎄… 어떤 얘기를 해드려야 우리 누님 기분이 좀 좋아지시려나?”

 진경의 질문을 받은 일우는 살짝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아무 얘기나 해줘.”

 “누나 혹시 다단계라고 알아요?”

 일우의 질문을 받은 진경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대답했다.

 “다단계? 그 뭐야, 피라미드 같은 거?”

 “오, 잘 아시네요”

 “그냥 들어서 아는 거지 잘은 몰라.”

 “잘 됐다. 그럼 그 얘기 해드릴게요.”

 

 

 

 일우는 대학교 1학년 2학기가 시작 된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친구들과 한창 추리 동아리 활동도 하고 알바를 두 개씩 하면서 등록금을 모으며 열심히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교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복학생 선배와 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일우 네가 그렇게 열심히 산다며?”

 그 선배는 소문을 들었다며 일우에게 칭찬을 했다.

 “아니에요. 다 저처럼 열심히 살잖아요.”

 일우는 밥을 입으로 밀어 넣으며 멋쩍게 대답했다.

 “근데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는 거야?”

 “그야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고 등록금도 모아야 하니까 그렇죠.”

 “네가 돈이 좀 필요하구나. 하긴 나도 그랬었지.”

 그 선배는 갑자기 눈 빛이 바뀌며 말을 했고 일우는 ‘그랬었지’라는 과거형 문장을 듣고는 지금은 돈을 많이 벌었나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일우 너 이번 주에 나랑 어디 좀 안 갈래?”

 “어디요?”

 갑작스런 선배의 제안에 일우는 조심스레 물었다.

 “자식, 표정 봐라. 내가 널 어디 갖다 팔겠냐? 걱정하지 말고 일단 가 보면 알아. 그런데 한 가지 말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 얘기하던 선배는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더니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는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라는 거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에 솔깃해진 일우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알바가 비는 시간에 그 선배를 따라 잠실 근처의 한 건물로 갔다. 건물은 지은 지 좀 되어 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낡아 보이는 정도는 아니었다. 놀라웠던 건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내렸을 때 눈에 들어온 모습이었는데 꽤나 넓은 공간은 드라마 같은 방송에서 보던 사무실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교 강당처럼 크진 않았지만 밖에서 건물을 봤을 때는 상상하지 못한 넓이였다. 일우가 ‘내가 이렇게 공간 감각이 없었나’ 라는 생각을 하며 눈을 이리저리 돌려 보니 그 안에는 의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고 그 의자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좀 멀어 보인다 싶은 정면에는 연단과 프로젝터, 스크린이 놓여있었다.

 “야, 촌스럽게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

 선배는 일우의 팔을 툭 치더니 한 쪽으로 데려가서는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얼마 후 사람들이 좀 더 들어와 빈 의자를 찾기 힘들어 보일 때쯤 누군가가 앞으로 나가 연단에서 마이크를 켜고는 인사말을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공사다망 하신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저희 설명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이 벌써 100번째 설명횐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특별히 저희 회원 중에 최고 등급이시며 이미 한 달에 3,0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계신 정낙수 회원님의 특별 강연이 있겠습니다. 그럼 박수로 정낙수 회원님을 모시겠습니다.”

 연단에 선 사람이 정낙수란 사람을 소개하자 설명회장은 열렬한 박수로 가득 찼고 정낙수란 사람은 만면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연단으로 걸어갔다.

 “감사합니다. 방금 소개 받은 정낙수입니다.”

 정낙수란 사람은 간단한 인사와 함께 자기가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처음에는 어느 정도 고생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얼마를 벌고 있으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며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있던 일우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자 설명회장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눈이 불을 켜고는 그의 설명을 듣고 있었고 일우도 언제부턴가 열심히 메모를 하며 설명에 집중하고 있었다. 물론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꾸벅꾸벅 조는 사람도 몇 명 있기는 했지만.

 “여러분도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시면 저처럼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 제가 외치는 구호를 따라 해주시기 바랍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정낙수가 외치자 이 곳이 모인 사람들은 일사분란하게 그리고 우렁차게 그 외침을 따라 했다.

 “될 수 있다!”

 “될 수 있다!”

 일우는 그 사람들 속에서 그 외침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마치 신흥 종교의 신도들처럼 일우는 물론 이 곳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정낙수의 외침을 따라 했다.

 “여기까지 온 김에 아예 등록하고 가는 게 어때?”

 “네?”

 선배의 얘기에 일우는 무슨 얘기냐는 듯 물었다.

 “아까 설명 잘 들었지? 네가 내 아래로 등록하는 거지. 그리고 넌 또 누군가를 네 아래로 등록시키는 거고. 그게 이 사업의 핵심이야.”

 선배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뜬 채로 일우에게 설명을 했다.

 “알겠습니다.”

 일우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설명회장 옆에 있는 사무실로 가서 선배와 함께 등록을 했고 등록을 마치자 선배는 커다란 짐 꾸러미 두 개를 주며 말했다.

 “일단 내가 돈을 빌려줄 테니까 물건 두 개를 사서 팔아 봐. 아마 좋은 연습이 될 거야.”

 “이게 뭔데요?”

 “옥 장판.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하시는 거지. 우리나라 어른들은 옥을 좋아하시잖아.”

 “이거 얼만데요?”

 “한 개에 30만원.”

 일우는 자신도 모르게 선배가 내미는 옥 장판 두 개를 받아 들며 물었다.

 “그러니까 제가 선배한테 60만원 빚을 진 거란 얘긴가요?”

 “그렇지. 그러니까 개당 40만원에 팔면 넌 20만원을 버는 거야.”

 일우는 한 개에 40만원씩이나 하는 옥 장판을 과연 살 사람이 있을까 의아해 하면서도 옥 장판의 특장점에 대한 선배의 설명을 귀담아 들었다. 설명을 마무리하면서 선배는 작게 속삭였다.

 “아현동 쪽에 가봐. 저기 어르신들 많거든”

 그리고 며칠 후 일우는 옥 장판을 살만한 사람을 찾기 위해 선배의 조언대로 아현동 고갯길을 걷고 있었는데 마침, 쉼터 같은 곳에서 얘기를 나누고 계신 할머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고 어르신들, 안녕하세요.”

 일우는 넉살 좋게 할머니들 틈에 끼어 앉아 이런 저런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정이 넘치는 할머니들은 손자 같은 일우를 스스럼없이 자신들의 세계에 들어 앉혔다. 그렇게 한참을 얘기를 하다 일우는 본격적으로 할머니들에게 물었다.

 “할머니들, 옥 좋아하세요?”

 “아, 좋아하다 마다. 옥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그럼 옥으로 된 장판을 매일 깔고 주무시는 건 어떠세요?”

 “그런 장판도 있어?”

 세상 물정을 잘 모르시는 할머니들은 일우의 얘기에 혹해서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제가 내일 옥 장판을 갖고 다시 올 테니까 한 번 보세요. 그런데 가격이 좀 비싸서…”

 “얼만데?”

 이쯤 되면 일우의 사기에 거의 다 넘어 온 셈이다.

 “개당 40만원이요. 그런데 40만원 투자해서 할머니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실 수 있으니까요.”

 일우는 열심히 설명을 하며 이미 넘어 온 할머니들을 더욱 자극했다.

 “잠깐 이럴 게 아니라 제가 시원하게 하드 하나씩 사드릴게요.”

 일우는 종지부를 찍기 위해 없는 돈에도 불구하고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할머니들께 하나씩 드리며 더욱 환심을 샀다.

 다음 날 약속대로 일우는 옥 장판 두 개를 들고 다시 찾아갔고 장황한 제품 설명과 함께 두 개를 모두 팔아 80만원을 벌었다.

 

 

 

 “그래서 그 짧은 시간에 물건을 다 팔았다 말이야?”

 일우의 얘기를 듣고 있던 진경은 놀라워하며 물었다.

 “그럼요.”

 “대단한데. 영업에 소질이 있네.”

 “소질은요, 무슨. 그냥 할머니들이니까 가능했던 거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어요.”

 

 

 

 ‘돈 벌기 생각보다 쉽네’라는 생각을 하며 할머니들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돌아온 그날 밤 일우는 알지 못하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저, 오늘 옥 장판 파신 분?”

 굵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예, 그런데요?”

 “아, 다름 아니라 옥 장판 하나 더 사려고 하는데 내일도 이 동네에 오실 수 있나요?”

 일우는 들뜬 마음에 ‘당연하죠’라고 말하고는 약속 시간을 잡고 바로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옥 장판 하나를 더 받기로 했다.

 다음날 선배에게서 물건을 받은 일우는 그대로 아현동으로 갔다. 한참 고갯길을 올라가는데 저 멀리서 웬 덩치 있는 남자가 양 손에 옥 장판을 하나씩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 모습을 본 순간 일우는 직감적으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주위를 살펴보고 혹시나 몰라서 퇴로를 확보하고 머리 속에 그려 넣어본 뒤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혹시 어제 전화하신 분?”

 일우의 얘기가 끝나기 무섭게 그 남자는 일우에게 바싹 다가서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이 후진 걸 40만원씩이나 받고 우리 어머니한테 판 놈이냐?”

 순간 일우는 1초도 망설임 없이 선배에게 새로 받아 온 옥 장판을 그 남자에게 던지고는 뒤돌아서 뛰기 시작했고 그 덩치 큰 남자는 소리치며 일우를 뒤쫓기 시작했다.

 “거기 안 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숨가쁘게 도망친 일우는 큰 길로 나오자마자 택시를 타고는 바로 대학로로 갔다.

 

 

 

 그 때 진경의 전화기가 울려 발신자를 보니 진희였다.

 “언니, 어디 계세요?”

 “진희야,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내일 새벽부터 촬영 있어서 협찬 받은 옷 좀 언니 집에 미리 갖다 두려고 왔는데 안 계셔서요.”

 아, 내일 일찍 촬영이 있었지.

 “이거 어쩌지? 내가 동창회 모임이 있어서 왔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직감적으로 홍구와 같이 있다는 걸 알아채고는 거짓말을 했다. 그렇다고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니까, 라며 진경은 스스로를 합리화 시켰다.

 “그래요? 그럼 일단 홍구 오빠 차에 둘게요. 내일 새벽에 다시 올게요.”

 “그래, 고마워.”

 전화를 끊고 진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유 시간이 없어, 자유 시간이. 참, 그나저나 어디까지 들었지?”

 “도망간 데까지요.”

 “맞다, 그 다음엔 어떻게 됐어?”

 “뭐 무사히 살았죠. 그 선배도 다시는 안 마주치려고 노력했고요.”

 “네 인생도 꽤나 버라이어티 한데?”

 그 때 또 다시 진경의 전화기가 울려 발신자를 보니 효진이었다.

 “응, 언니.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이 시간에 어쩐 일이냐니, 좀 섭섭하다.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야 연락 하는 사이냐.”

 “에이 언니는. 그냥 하는 얘기 갖고 왜 그래.”

 “그렇지? 그나저나 너 어디야?”

 “왜?”

 “진희한테 전화 왔었어. 너랑 같이 있냐고.”

 “아, 나한테도 방금 왔었어. 그래서 동창회에 와 있다고 얘기해 줬거든.”

 “동창회?”

 그렇게 되물은 효진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설마 이 언니가 눈치 챈 것은 아니겠지?

 “그래 알았다. 내일 촬영 있다며, 일찍 들어가.”

 “고마워 언니. 내일 전화 할게.”

 그렇게 전화를 끊은 진경은 또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바쁘시네요.”

 “그러게 말이야.”

 그 때 전화기가 다시 울렸다. 이번엔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의 연출을 맡고 있는 박 PD였다.

 “진경 씨 통화 괜찮아?”

 “네, PD님.”

 “내일 급하게 좀 봐야겠어. 이수련 선생님이랑 김작가도 보기로 했거든.”

 박 PD의 언짢아하는 어투에 진경은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 시에요? 예, 알겠습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에요?”

 통화가 끝나자 일우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드라마 제작에 뭔가 문제가 생겼나 봐.”

 박 PD가 김작가와 함께 이수련 선생님까지 함께 보자는 것은 뭔가 심각한 일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가장 안 좋은 가능성은 방영 중이던 드라마가 엎어지는 것이다.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안. 오늘은 이만 가봐야겠어. 나중에 와서 마저 들을게.”

 

 - 다음 편에 계속 -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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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10. 그 여자의 시선 (5) 2019 / 10 / 8 264 0 6864   
9 # 9. 그 남자의 시선 (5) 2019 / 10 / 8 280 0 8201   
8 # 8. 그 여자의 시선 (4) 2019 / 10 / 6 251 0 9140   
7 # 7. 그 남자의 시선 (4) 2019 / 10 / 6 249 0 7786   
6 # 6. 그 여자의 시선 (3) 2019 / 10 / 5 255 0 9696   
5 # 5. 그 남자의 시선 (3) 2019 / 10 / 5 253 0 5893   
4 # 4. 그 여자의 시선 (2) 2019 / 10 / 3 257 0 6221   
3 # 3. 그 남자의 시선 (2) 2019 / 10 / 3 250 0 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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