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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정오마을 살인사건
작가 : 다시봄
작품등록일 : 2019.8.27

25년 전 한 사건으로 인해 여자아이, 연이가 죽었다. 그 후, 마을사람들은 쉬쉬 거리며 모든 것을 없던 일처럼 여겼다. 그리고 25년 후, 마을에 새로운 손님. 그의 정체는 신부이다. 그가 나타난 후, 살인이 시작된다. 범인은 그 신부인가? 왜 연이는 25년 전에 죽었을까?

 
15. 사라진 시체-3
작성일 : 19-10-06 13:32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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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사라진 시체-3

 

 

 

 ‘할머니?’

 ‘저 분이 그 미친 할머니인가?’

 

 

 할머니는 양이삭과 눈이 마주치자 몸을 홱 돌렸다. 그러다 중심을 잃고 앞으로 엎어졌다.

 

 

 ‘어?’

 

 

 좀처럼 할머니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양이삭은 마을 사람들에게서 빠져나와 할머니가 엎어진 언덕길로 향했다.

 

 방앗간 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책상에는 멧돼지가 할퀸 발톱 자국이 선명했다. 발톱 자국은 바닥과 벽에도 선명하게 남았다.

 

 피는 붓으로 뿌린 것처럼 벽에 흩뿌려져 있었다. 바닥에는 곳곳에 피 웅덩이가 고여 있었다. 그러나 방앗간 부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오남현은 방앗간 안을 살펴보았다.

 그는 이 일대를 관할하는 파출소 소장이다. 그는 키가 작고 전형적인 푸근한 시골아저씨였다. 그는 부서지거나 떨어져서 어질러진 물건들을 발로 휘휘 저었다. 그렇다 뿐이지 뭔가를 자세히 들여다볼 마음은 없었다.

 

 

 “어떠세요? 누구 짓인지 아시겠어요?”

 “이러니까 니는 만날 순경인거라... 딱 보면 한 눈에 촥촥!!! 사진처럼 찍고 그냥 확 사건 전후가 머리 속에 파노라마처럼 그려져야지.”

 “와... 그럼 누구 짓인지 단박에 아신 거에요? 역시...”

 “그래서 내가 소장인기라... 그기 니와 나의 갭이지. 이리 와 봐라.”

 

 

 박태호가 말했다. 그는 오남현과 같은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순경이다.

 180센티가 넘는 훤칠한 키에 어깨는 담벼락처럼 떡 벌어졌다. 그러나 늘 표정은 어리바리했다.

 

 

 “사바엥 발톱 자국이 인정사정없이 있고 방앗간 물건들이 죄다 짜부러지고 핏 자국 튄 거 보면 딱 모르것나? 살벌하잖아.”

 “아... 그럼 역시...”

 “그렇지. 딱 봐도 멧돼지지.”

 

 

 오남현의 어조는 확신에 찼다.

 

 

 “멧돼지가 이렇게 큰 가요? 이 정도로 여기를 개박살낼 정도면?”

 

 

 박태호의 말투는 순박했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없었다.

 

 

 “크지. 엄청나게 크지. 자네가 직접 못 봐서 그렇구만. 엄청나. 그러니까... 한 이정도? 아니 아니 아니지. 한 이정도?”

 

 

 오남현은 두 손을 양쪽으로 크게 벌렸다. 멧돼지의 크기를 가늠하며 대충 크기를 알려주려는 폼이었다.

 

 이 마을에 온 지 벌써 5-6년이 되어가지만 박태호는 한 번도 멧돼지를 본 적이 없었다.

 

 

 “헉. 그렇게나 커요? 소장님은 직접 보셨어요?”

 

 

 박태호는 잔뜩 위축되어 말했다. 오남현은 허를 찔린 표정이었다. 오남현도 신고 접수만 받아봤지 실제로 직접 본 적은 없었다. TV로만 보던 멧돼지를 상상하며 크기를 말해 준 것뿐이었다. 오남현은 얼버무리며 말을 돌렸다.

 

 

 “그걸 말이라고. 지금... 이 살벌한 사건 현장에서 해야 쓰것어? 사람이 죽어나갔는지 모르는 판국에... 아무튼간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 소장이 과학수사 하는 걸 지대로 답습하라고. 박순결은 엄청난 기회를 얻은 거여.”

 “아. 넵.”

 “거. 그러니까 현장 처리 하고 방앗간네 내외 수색하자고.”

 “아. 네.”

 “이것들이 한 놈이 아니지. 어지러진 걸 보면 분명 몇 마리 내려와서 시체를 물고 간 것 같으니께.”

 “윽. 시체를 물고 가요?”

 “시체가 잘렸을 수도 있으니 그거 생각해서 찾아보자고.”

 “네? 시체가 잘려요?”

 

 

 박태호는 그 모습을 상상한 모양이었다. 갑자기 헛구역질을 했다. 방앗간에서 오남현과 박태호가 나오자 꼭대기집 이씨가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오소장님. 멧돼지유?”

 “야. 딱 봐도 그래요.”

 “간만이네. 이 잡것들이 다시 마을에 내려오고.”

  “대신 이번엔 큼지막허니 여러 마리 같아요. 이것들이 징허게 시체를 물어 가버린 모양이요. 시체가 없어.”

 “시체가 없어유? 살발하네... 그럼 멧돼지가 먹은규?”

 “모르지. 아직 과학수사를 안 했응게. 일단 시체가 없어서 당분간 이 일대를 수색하려니까 마을 분들 협조 부탁드려요. 거 위험하게 밤늦게 싸다니지 말고. 그러다 또 일처리 나면 과학 수사에 차질있응게.”

 “당연하쥬. 그런디 시체라믄 그름 죽었단 말여유?”

 “방앗간 상태를 보면 살아남지 못했을 거예요. 아마 멧돼지 놈들이 시체를 먹었을지도 모르는디... 방앗간에서 아니고... 아마 산 속으로 끌고 가져가서 먹었을지도 모르는 거고.”

 “정말 멧돼지 짓 맞아요?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멧돼지라고 신고하긴 했는데.”

 

 

 박복순은 끝말을 얼버무렸다.

 

 

 “발톱 자국도 있고 뭐 피도 그렇고 멧돼지 밖에 이런 짓 할 놈이 없지. 아니면 설마... 이게 사람 짓이게?”

 

 

 오소장이 던진 한 마디는 깊은 파문이 되었다. 순간 마을 사람들은 얼어붙었다. 박복순은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을 말하려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그녀는 전날 밤의 기억을 떠올렸다.

 

 전날 밤은 잠이 오지 않는 이상한 밤이었다.

 계산대 옆 쇠 통에서 수면제를 찾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그녀는 한 사람이 허청거리며 걸어가던 모습을 보았다.

 

 한 가지 생각이 박복순의 머릿속 한 구석에서 스멀스멀 피어났다. 그것은 점점 커져서 이윽고 하나의 모양을 갖추었다.

 

 

 ‘그 사람은 왜 그 시각에 방앗간 방향으로 갔을까.’

 ‘아니, 방앗간 방향이 아니다.’

 ‘정확하게 방앗간에 간 것이다.’

 ‘손에 분명 그것을 들고서.’

 ‘이건 멧돼지 짓이 아니다.’

 ‘그 사람 짓이다.’

 

 

 박복순은 눈썹을 늘어뜨렸다.

 

 

 ‘그가 범인이다.’

 ‘확실하다.’

 

 

 박복순은 전날 밤 병원으로 가던 범인의 모습을 우연히 본 것이다. 그녀의 가늘어진 눈빛은 마을 사람들을 훑었다.

 

 그 눈빛은 전날 밤 방앗간을 가던 그 사람을 쫓고 있었다.

 

 미묘한 웃음을 띤 채 경찰들과 말을 하고 있는 이씨.

 눈에 요요한 빛을 담고는 노진식을 바라보는 이씨부인.

 불쾌한 눈빛으로 입맛을 다시는 노진식.

 그리고 또 한 사람.

 양이삭.

 

 

 “어? 이삭씨 어디 갔지?”

 

 

 그가 보이지 않았다.

 

 

 ※※※※※※

 

 

 언덕길 위에서 할머니는 발목을 접질렀는지 혼자서 일어나지 못했다.

 

 

 “아아고. 괜찮으세요? 할머니?”

 “응. 괜찮아요. 아니... 안 괜찮아. 괜찮은가?”

 

 

 할머니의 음산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애기 같은 표정이었다. 할머니는 자꾸 헛소리를 내뱉었다. 양이삭은 할머니 앞에 등을 보이며 앉았다.

 

 

 “할머니 업히세요.”

 “응. 업혀? 그래. 업혀.”

 

 

 할머니는 양이삭에게 등을 내보였다. 양이삭을 업으려는 모양이었다.

 

 

 “우리 아기. 업혀. 이 할미한테 업혀. 우쭈쭈쭈.”

 “아니요. 저한테 업히시라고요. 저 업으시면 허리 부러지세요.”

 “업혀?”

 

 

 양이삭은 할머니를 안아 자신의 등에 기울였다. 할머니는 양이삭의 등 위로 그녀의 몸을 스르르 걸쳤다.

 

 

 “우리 연이, 봤수? 아까 등에 업혀있었는데 이 눔의 지지배가 어디로 갔는지...”

 

 

 할머니는 멍하니 업혀 있다가 뜬금없이 양이삭에게 연이 얘기를 꺼냈다.

 

 

 “아니요. 일단 집에 같이 가요. 이 길 맞죠?”

 “우리 연이, 어데 갔노? 할미가 등도 따숩게 데펴놨는디...”

 

 

 양이삭의 등에 업힌 할머니는 바싹 말랐다. 생각보다 너무 가벼웠다.

 

 다행히 언덕을 오르는 길이 버겁지 만은 않았다. 그렇게 10여분 오르자 할머니의 허름한 집이 나왔다.

 

 

 “할머니? 저기가 할머니 집이죠?”

 

 

 양이삭은 턱을 쳐들어 집을 가리켰다. 할머니는 집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응. 우리 연이 챚으러 가는 거여? 맞어. 저기가 연이 집이여.”

 “연이는 할머니 손녀에요?”

 “잉. 우리집이여.”

 

 

 양이삭은 매정하게 할머니에게 손녀는 죽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할머니, 일단 집에 가서 쉰 다음에 같이 연이 찾을까요?”

 “그려? 연이집이여. 쉬었다가 연이 찾아 연이랑 놀다가.”

 “네.”

 

 

 그의 팔을 붙잡고 있던 할머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손은 주름으로 가득하고 칙칙했다. 양이삭과 할머니가 연이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들은 벌써 할머니 집 마당에 들어왔다.

 

 할머니 집은 적당한 크기의 마당이 있고, 큰 방과 작은 방 그리고 부엌이 있는 일자형 집이다.

 

 큰 방 벽에는 어린 여자아이 사진이 액자로 걸려 있다. 액자 속의 어린 여자 아이는 25년 전 죽은 손녀인 백연이이다.

 

 

 “다 왔습니다. 할머니, 자. 이제 내리세요.”

 

 

 양이삭은 조심스럽게 할머니를 큰 방으로 연결된 대청마루에 앉혔다. 할머니의 조막만한 발에서 신은 벗겨졌다.

 

 양이삭은 그녀를 안고 큰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큰 방에 깔려 있는 이부자리 위에 할머니를 눕혔다. 양이삭은 찬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할머니를 덮은 이불 모서리를 잘 정돈했다.

 

 

 “한숨 주무세요.”

 “잉. 자고 나믄 연이 챚으러 가는 기지?”

 “그럼요. 어서 주무세요.”

 “잉.”

 

 

 양이삭은 큰 방 문을 닫고 나와 대청마루에 앉아 신발을 신었다. 그는 옆에 작은 방 문이 열려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양이삭은 작은 방 문을 닫으려고 몸을 돌렸다. 방 안에는 넓게 이불이 펼쳐져 있었다. 뭔가를 덮었는지 이불이 봉긋 솟았다.

 

 

 “옆방엔 가지 말어. 연이 방이여.”

 

 

 할머니의 작은 목소리가 적막한 기류를 타고 양이삭에게 전해졌다.

 

 

 “우리 연이. 어제 왔우. 연이꺼여. 건들지 말어. 연이가 지 물건 건드리는 거 엄청 싫어햐.”

 

 

 단순한 잡음처럼 갈라지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바뀌었다. 할머니는 타협을 허락하지 않는 어조였다.

 

 

 “아나 만져요. 걱정 말고 얼른 주무세요. 그래야 연이 만나러 가죠.”

 “잉.”

 

 

 연이라는 말에 할머니의 어조는 다시 나근나근해졌다. 양이삭은 작은 방문 밖에 섰다. 이불은 필시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볼록 튀어나왔다.

 

 작은 방은 대략 2-3평 정도였다. 창호문은 여닫이문으로 방 밖이 아닌 방 안으로 열리는 문이다.

 

 입구 맞은 편 정면에 오래된 큰 나무 궤짝이 있다. 문이 생각보다 낮아서 성인 남성이 방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개를 숙여야만 할 높이였다.

 

 양이삭은 작은 방문을 닫기 위해 대청마루에 오른쪽 무릎을 걸쳐 몸을 숙였다. 그때 희미하지만 쾌쾌한 냄새가 콧구멍을 비집고 훅 하고 들어왔다.

 

 

 “윽”

 

 

 그는 그대로 몸을 뒤로 쭉 빼고는 이불을 잠시 쳐다보았다. 양이삭은 잠시 머뭇거렸다.

 

 무언가를 망설이는 눈치였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았는데 꽤나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그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했는지 뻣뻣한 목구멍을 타고 마른 침이 거칠게 내려갔다.

 

 양이삭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는 몸을 숙이고는 방 안으로 한 손을 짚고 다른 손으로 들어간 문고리를 잡았다.

 

 누군가 찬 얼음을 온 몸에 쏟아 붙는 것 같았다. 양이삭은 잠시 몸을 으스스 떨었다. 그는 작은 방 문을 꼭 닫고는 등을 돌렸다.

 

 그는 갑자기 서늘해진 목 뒤로 왼손을 갖다 대며 슬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양이삭의 시야와 동일선상에 있는 방문의 창호지가 살짝 뜯겨 있었다.

 

 그 뜯겨진 창호지 틈 사이로 희미하게 방 안의 모습이 보였다. 그곳에는 이불 끄트머리를 비집고 나온 푸른 천이 있었다. 푸른 천은 마치 이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손을 내미는 것 같았다.

 

 

 ‘제발 도와달라고.’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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