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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월계수의 기억
작가 : 나호
작품등록일 : 2019.9.23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
정통 판타지.

 
7화 잃어버리다(7)
작성일 : 19-10-06 11:24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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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밝았다. 에녹스는 뻐근한 몸을 일으키고 목을 몇번 돌렸다. 뚜둑 하는 소리가 아침을 알리는 신호처럼 들렸다. 시계를 보니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8시다.

 

 밤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어젯밤의 괴물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어두워진 아버지의 안색때문이었을까? 무엇 하나 확신하지 못한 채로 그는 왼손으로 어깨를 주물럭거렸다.

 

 고개를 숙여 오른손을 쳐다봤다. 붕대가 감겨져있었다. 손을 데인데다가 검까지 꽉 붙잡아 살이 갈라져 피가 난 것을 기억해냈다. 붕대는 어젯밤 엘이 감아준 것이었다. 풀어볼까 했지만 이 상태로도 괜찮은 것 같아 그냥 냅두었다.

 주변을 살펴 세숫물이 담긴 세숫대야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평소대로라면 바로 옆의 서랍 위에 놓여있을 터였다. 에르젠은 외출했나? 평소에 에녹스의 방에 세숫대야를 내놓는 자는 에르젠이었다. 다른 하인들이 준비해주지 못한 것도 이해는 갔다.

 

 에녹스는 침대에서 다리를 내어 일어섰다. 몇가지 옷을 걸친 뒤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와 중앙홀을 지나쳐 식당으로 간다. 그곳에선 시자크가 먼저 아침을 들고 있었다. 평소에 없던 일이라 이상함을 느꼈지만 구태여 그것을 말하진 않았다.

 

 의자에 앉으면서 에녹스가 말을 건냈다.

 

 "어제 밤에 잘 주무셨어요?"

 

 수프를 한 숟갈 떠 입에 넣는다.

 

 "그래."

 

 대답이 간결했다. 어제만 같았어도 좀 더 다정하고 길게 답해주실 아버지였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겉보기로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에녹스에게는 어렵지 않았다.

 

 "에르젠은 어디 나가셨어요?"

 "내가 잠시 심부름 좀 시켰다. 일찍 나갔지."

 

 역시 그랬군. 에르젠은 잠시 외출했었다. 그렇다면 금방 돌아올 터였다.

 

 "그래요? 그럼 오늘 아침은 벨킨하고 줄리가 했나보군요. 엘도 옆에서 도와주고."

 "그렇겠지."

 

 어느새 대화는 일방적인 질의응답의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에녹스는 이런 분위기가 더 이상 계속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금껏 묵혀왔던 말이었다.

 

 "아버지. 어제 그 검은 망토하고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안색이 안좋으세요. 행동도 부자연스럽고."

 "..."

 

 침묵이 흘렀다. 불편한 침묵이었다. 평소에 조용한 것을 좋아하던 에녹스는 그것이 싫었다. 숟가락으로 수프를 뜨는 소리와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자르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리기만 했다. 하인들이 이곳에 오지는 않을까. 그들이 와서 이 불편한 침묵을 깨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침묵을 깬 사람은 다른아닌 시자크였다.

 

 "밤까지 짐 싸라. 내일 어디 갈 데가 있으니."

 

 뜬금없이 들린 목소리의 내용에 에녹스는 약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갑자기 짐을 싸라고? 그것도 내일 당장 출발? 그는 영지 밖으로 나가본 적도 별로 없었고 이렇게 짐을 싸들고 나갈 정도로 오래 밖에 머문 적이 없었다. 이번 것은 달랐다. 짐을 쌀 정도로 밖에 오래 머물 것이라는 뜻이었다.

 

 에녹스가 물었다.

 

 "갑자기요? 어디로 가는데요?"

 "내일 아침에 알려주마."

 

 궁금했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는 시자크도 가는지 물어보았다. 시자크는 고개를 저으며 저택에 남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에녹스는 내일 이후로 시자크를 오랫동안 못 보게 된다. 조금 서글펐다. 상태가 좋지 못한 아버지를 남겨두고 떠난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안했다. 시자크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침을 다 먹고 식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의 행동은 이상했다. 어제보다 더. 마치 에녹스를 멀리 대하는 것 같았다. 평소에는 좀 더 대화했을텐데. 에녹스는 얼굴을 찡그렸다. 눈살이 조금 찌푸려진 것이었지만 평소의 에녹스를 보아오던 자들이 그것을 본다면 놀랄 것이다. 그는 표정 변화가 별로 없었다.

 

 그만큼 지금 그의 심정은 좋지 않았다.

 

 *

 

 에녹스는 얼굴을 씻고 서재로 올라갔다. 이렇게 불안한 시기에 그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검, 또 하나는 책이다. 책은 그에게 지식을 제공해주고 안식을 제공해준다. 그는 평소에 책을 많이 읽었다.

 

 때문에 아는 것도 많아 영지를 나가 세계를 직접 돌아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왠만한 모험가들보다 지식의 폭이 넓다. 본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서재에 들어오자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남색 머리에 푸른 눈을 지그시 뜨고 책을 읽고 있는 그는 지티스였다. 보통 하인이 이런 서재에 들어오는 일은 금지되어있지만 프라이넨스 가문에서는 아니었다. 하인들도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는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그런 장소는 이 서재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장소가 하인들에게 열려있었다.

 

 서재에 들어오는 사람은 항상 정해져있었다. 에녹스, 에르젠, 그리고 지티스. 지티스는 보기보다 영특한 자였다. 전에 용병일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에녹스가 그에게 다가갔다.

 

 "지티스."

 "아, 도련님."

 

 에녹스는 책 한 권을 짚고 지티스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가 짚은 책은 《마인케르스 전쟁의 72일》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마인케르스 평원에서 일어났던 전쟁에 관한 것을 서술하는 책이었다. 서술이 자세히 되어있어서 에녹스가 몇 번이고 본 책이었다. 그는 자신이 읽던 부분을 평치며 지티스에게 말했다.

 

 "에르젠이 나갈 때 무슨 말 안 남겼어?"

 "말이요? 글쎄요. 저희도 잠에서 깨어난 뒤에야 에르젠께서 나가신 것을 알았는걸요."

 "그래..."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아니야."

 

 그 뒤로 그들은 책을 읽어나갔다. 1시간이 흐르고 2시간이 흘렀다. 점심 시간이 지나자 지티스가 점심을 먹으라고 권했지만 에녹스는 거절했다. 입맛이 별로 없던 것이다. 지티스도 먹지 않았다. 둘은 다시 책을 읽었다. 서재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뿐이었다.

 

 그 후로 5시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해는 이미 지고 있었다. 에녹스는 고개를 들어 목을 조금 풀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똑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책을 본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앞의 지티스가 불현듯 말했다.

 

 "이 소설, 재밌네요."

 

 에녹스는 책쪽으로 눈을 돌렸다. 두꺼운 책이었다. 거의 끝자락을 짚고 있는 지티스의 손이 한 장을 더 넘겼다. 에녹스는 약간 의아했다. 서재 안에 저렇게 두꺼운 소설책이 있었나? 그가 서재안에서 책을 읽은 것은 꽤 오래되었다.

 

 저런 책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책도 있었나?"

 "아, 예. 이건 얼마 전에 잠깐 밖에 나갔을 때 에르젠이 사온 것입니다. 재미있는 작가가 썼다고, 한 번 읽어보라는군요."

 

 서재에 잘 들어오는 사람들 중에서 에르젠이 가장 나이가 많았다. 그만큼 수 없이 많은 책을 봐왔을 것이니, 그가 지티스에게 책을 추천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에녹스는 작가가 궁금했다.

 

 "누가 썼지?"

 "데데슈 드 로도본티입니다."

 

 그 이름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고전 문예가였던가. 남긴 책들이 대부분 유명한 것들이라 에녹스도 알고 있었다. 소설은 잘 읽지 않는 에녹스라 그의 책을 본 적은 없었다. 흥미가 일은 그가 다시 물었다.

 

 "뭐가 재미있는데?"

 "내용도 그렇지만... 주인공의 사고방식도 재밌군요."

 

 그대로 지티스는 한 구절을 손으로 짚으며 읽어내려갔다.

 

 "'어떤 문제에 대한 불안을 조성하는 것은 다름아닌 당사자의 마음이다. 그 자신이 불안을 낳고 품고 끝내 삼켜버린다. 그들은 그 불안을 없애기위해 언제나 무언가를 한다. 그 불안과 상관없을 무언가를,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 믿고서. 그로써 문제는 해결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째서 모르는 것일까. 그것이 불안을 키우는 방법이라는 것을. 그 불안은 나중에 반대로 그들을 집어삼키고 말 것이다. 나는 그렇게 불안을 키우는 녀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안절부절하며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일을 하지 말고 차라리 문제에 직접 부딪히라고. 도망치지 말라고. 그것은 적어도 마음속의 불안을 없애고 다른 길로 열어주는 문이 될 것이라고. 물론 그 길이 그들을 더욱 나쁜 쪽으로 향하게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덧붙여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불안해하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주인공이 독백을 하고 있는 구절이지요. 이게 좀 흥미롭더군요. 불안을 품고 있으면 언젠가 그 불안이 자기 자신을 망칠 수도 있다니.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려면 문제에 직접 부딪혀야한다는 것까지도요."

 

 에녹스는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지티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도련님. 이 주인공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불안을 품어계시지 말아주세요. 해가 될 겁니다. 주인님도 그런 일은 원치 않으시겠지요."

 

 에녹스가 엷게 웃었다. 그는 언제나 침착했고 문제가 일어나면 해결책을 갈구했다. 그 해결책은 대부분 그 스스로가 생각해냈지만 가끔씩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역시 전에 용병일을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군."

 

 그 말을 하고 에녹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를 나갔다. 서재안에는 지티스만이 남았다. 뭔가 깨달은 것일까. 그럴 것이다. 도련님은 똑똑하고 현명한 분이시니까.

 

 

 -계속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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