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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쉿, 다들 모른 척 하세요.
작가 : 파란필통
작품등록일 : 2019.9.22

“안녕. 폐하. 난 평민인 아레샤야.”

“”“...”“”

쨍그랑, 궁인 하나가 들고 있던 찻잔을 떨궈 깨트렸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무서우리만큼 고요한 침묵.
그에 이상함을 느낀 아레샤는 페르온을 돌아보며 무심히 물었다.

“이거 아니야?”

“...”

“아닌가 보네. 실수.”

그에 페르온은 너무 어이없는 상황이라 굳어버린 황제를 대신해 최대한 목소리를 죽여 아레샤를 타박했다.
마음 같아선 멱살을 잡아 탈탈 털어버리고 싶었지만 감히 주인님께 그럴 수는 없어 주먹만 쥐고 동동 구르며 말이다.

“제정신입니까? 인간인척하신다면서요! 폐하께 반말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오자마자 처형대에 올라가고 싶으세요?”

-4화 중-

[인간인 척하고 싶다면서 뱀파이어인 거 다 티 내는 여주][여주가 뱀파이어인 거 목숨 걸고 모르는 척해주느라 힘든 인간들][가벼운 로코][뱀파이어가 첫사랑이라 힘든 단장 남주 1][인간인 척하는 방법 알려주느라 힘든 남주 2]

 
.
작성일 : 19-10-05 23:59     조회 : 167     추천 : 0     분량 : 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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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힐덴은 아레샤가 애완동물 격으로 페르온을 주워온 줄 알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인간 지역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인간을 실제로 볼 일이 없는 대다수의 뱀파이어에 포함 되는 아레샤는 옆구리가 터진 페르온을 보자마자 생각했다.

 

 인간 같은데, 이렇게 있는 걸 보니 버림받았나?

 이 정도 상처면 금방 치유가 될 텐데 애는 상처가 난 지 꽤 됐음에도 치유가 안 되네.

 아, 혹시 겉모습만 성체고 능력은 그만큼 성장하지 않은 미숙아인가?

 그래서 버림받았네.

 불쌍해, 착한 내가 (주워가는 것만 하고) (힐덴에게 넘겨서) 보살펴줘야지.

 

 즉, 뱀파이어의 능력치를 기준으로 재단하다 보니 페르온이 버림받은 미숙아쯤으로 보여 돌봐줘야겠다 생각했다는 거다.

 애완동물 키우듯 키우고 싶다가 아니라.

 

 그렇기에 아레샤는 이 상황 또한 다르게 해석했다.

 

 “저를, 크흠... 아레샤님이 키워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 행동이 창피한지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럽게 말하는 페으온의 태도는 새끼 새가 눈 떴을 때, 제 눈에 보이는 첫 생물체를 부모라 인식하는 격으로 자신을 구해준 저에게 키워달라 부탁하구나. 쯤으로.

 

 그게 최대한 사랑스럽게 한 거냐? 잘도 키워주겠다.는 식의 짜게 식은 눈으로 페으온을 책망하며 한숨 쉬는 힐덴의 태도는 잘 돌봐 주려 해도 처음 저를 구해준 사람에게 돌아가려 하네, 서운하다. 쯤으로.

 

 생명 하나를 책임지는 것엔 많은 수고와 희생이 드니 아레샤는 잠시 고민했다.

 

 음, 어쩌지?

 

 그런 아레샤의 생각을 눈치챈 힐덴은 아레샤를 설득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내던졌다.

 

 “원래 인간은 처음 구해준 사람에게 속박된다 하더라고. 그래서 어쩌냐, 내가 못 키울 거 같은데. 아, 명령 불복종이 아니라 저렇게 키워달라 애원하는데(?) 내가 키우는 것도 도리가 아닐 거 같지 않냐?”

 

 “음... 그런가?”

 

 망설이는 아레샤에 힐덴이 턱짓하자 페으온도 재빨리 아무 말이나 덧붙였다.

 

 “예. 뱀파이어님께 감히 인간의 규칙을 강요할 순 없지만 원래 인간은 처음 구해주신 분 곁에 있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불안해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그렇습니다.”

 

 내뱉고 나니 이게 뭔 말인가 싶지만 아레샤는 아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내가 키울게.”

 

 그에 힐덴은 조용히 환호했고 페르온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라는 느낌에 마른침을 삼켰다.

 

 

 *

 

 메킨 백작가의 애지중지 막내, 혹은 중앙기사단 메킨단 단장, 페리온 메킨과 뱀파이어들의 수장 격 아레샤의 한집살이는 나름 평탄하게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게 다 뭡니까?”

 

 “응, 힐덴이 추천해준 책. 널 잘 키우려면 공부해야 한대.”

 

 그에 페르온은 아레샤가 양손 가득 안고 있는 책들을 살펴봤다.

 

 강아지 키우기, 너도 할 수 있다 -집사 되기 편-, 분양받을 때 주의점, 애완동물 -번외편- 등등.

 

 ...?

 

 순간 섬뜩한 불안감이 차오른 페르온은 조용히 힐덴에게 속삭였다.

 

 “힐덴님, 목줄 채워서 키워지진 않을거라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저 책 제목들을 보니 곧 제 목에 목줄이 채워질 것 같습니다만. 차라리 아기 취급이 나을 것 같은데 인간 키우기 같은 건 없었습니까?”

 

 “아쉽게도 인간 키우기 책 같은 건 없더라. 그리고 뭐, 아레샤가 목줄을 채운다 하면 어쩔 수 없지.”

 

 “예? 아까 했던 말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분명 나름 키워질 만할 거라,”

 

 “뭐해, 가자.”

 

 페르온이 본격적으로 항의하려는 순간, 책을 다 챙겼는지 가자고 말하는 아레샤에 힐덴은 씩, 웃으며 페르온을 아레샤 쪽으로 밀었다.

 

 “그러니까, 열심히 아레샤의 마음을 얻어서 인간 사회로 돌아가. 죽는 거보단 낫지.”

 

 예?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라도 찍힌 듯, 배신감이 차오른 페르온은 분을 못 이겨 이를 으득 갈며 속으로 욕했다.

 

 망할 뱀파이어!

 

 그러다 아레샤의 시선이 닿자마자 하하, 어색하게 웃는 표정으로 바꾸더니 사근거리며 아레샤를 따라갔다.

 

 재빠른 표정 변화와 친화력 넘치는 태도에 힐덴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적응 잘하고, 표정 바로 바꾸는 것 보니 아레샤의 비위를 상하게 할 일은 없는 거 같고.

 뭐, 평탄한 시작이네.

 

 그래, 힐덴 입장에선 평탄한 시작이었다.

 

 *

 

 페르온은 책을 나눠 들려다, (약한 네가 이걸) 들 수 있어? 라며 정말 순수하게 물어오는 아레샤에 자존심이 상한 건 물론이요, 상처마저 받아 약간 침울해진 채 아레샤의 뒤꽁무니만 쫓았다.

 

 약하다니, 내가 약하다는 소리를 듣다니.

 

 백작가의 막내로써 언제나 어화둥둥, 칭찬만 들어왔고 단장직에 단숨에 오를 만큼 검을 잘 다루어 약하다의 약자도 들어보지 못했던 페르온으로썬 매우 침울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기분은 아레샤의 집, 아파트라는 곳에 도착해서도 이어졌다.

 

 “일단 여기 앉아 있어.”

 

 “예...”

 

 쭈뻣하게 소파에 앉은 페르온은 어색하게 주위를 살폈다.

 

 여기가 거실이라 했나?

 우리로 따지면 1층과도 같은 곳인가.

 

 완전히 탁 트인 공간,

 궁전 마냥 테라스 같은 것도 있고 한쪽은 전부 다 유리로 되어있어 바깥의 풍경은 물론, 따스한 햇볕마저 적당히 들어왔다.

 그뿐이랴, 고급스러운 대리석 바닥과 깔끔한 인테리어, 바닥에 깔린 고급스러운 카펫.

 

 이 한 층이 저택과도 같았다.

 이런 게 여러 개, 그것도 위로 길게 쌓여있다니.

 

 ‘보통은 17층에서 생활해. 나머지 편의시설들은 각층에 있는데 나중에 설명해줄게.’

 

 게다가 저렇게 말했으니 이 아파트라는 거 전부가 아레샤님의 것이라는 건데.

 

 음, 거의 공작가 저택, 혹은 황궁과 겨뤄도 될만한 정도네.

 

 제 저택은 여타 귀족 중에서도 대단히 예쁘며 웅장하다 생각했던 페르온은 겸손한 마음을 가지기로 했다.

 

 지정된 자리에서 한정된 공간을 구경하는 것도 곧 한계, 슬슬 지루해질 쯤 어디로 갔던 아레샤가 책 한 권을 손에 들며 나타났다.

 

 “자, 일단 이름부터 정해줄게. 음, 포피? 초코? 냐옹이? 애옹이? 뭐가 좋아?”

 

 오, 세상에.

 

 다 엿 같은 이름밖에 없어서 페르온은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정색하려는 걸 어색한 웃음으로 애써 커버하며 단호히 말했다.

 

 “페르온 멕킨, 그게 제 이름입니다. 그걸로 불러주십시오.”

 

 제발.

 

 아, 이제야 깨달았다.

 힐덴님이 왜 제발을 말끝마다 붙였는지.

 

 페르온은 설마 싫다 할까 아레샤의 눈치를 보며 걱정했다.

 저런 명칭들이 내 이름이 된다면 가문의 수치다, 생각하며.

 

 다행히도 아레샤는 서운한 기색 없이 알겠다 답했다.

 

 “감사합니다.”

 

 하, 이름 하나 지킨 것뿐인데 이리 감동받기는 또 처음이네.

 

 그러든지 말든지 아레샤는 한페이지를 넘겨 읽더니 책을 내려놓고 한쪽 무릎을 소파에 얹어 지지대 삼더니 페르온을 안았다.

 

 “...?!”

 

 갑작스런 안김에 놀라 굳은 페리온.

 그런 반응에도 개의치 않고 몇 초 동안 페르온을 안은 아레샤는 잠시 후 떨어지더니 물었다.

 

 “이제 됐어?”

 

 “?”

 

 뭐가 됐다는-,

 

 [주인의 냄새를 맡게 해주어라.]

 

 아...

 

 책의 내용을 슬깃 본 페르온은 해탈하며 말했다.

 

 “예, 아레샤님이 제 주인이라는 거 똑바로 인식했습니다.”

 

 하하,하...

 정말, 차라리 아기 취급이 나은 것 같다.

 

 *

 

 페르온이 아레샤에게 키워진 지 이제 한 달.

 뱀파이어가 피만 먹고 사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기도 하고 뱀파이어가 마냥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알게 되고, 아레샤의 무심한 성격을 반쯤 깨닫고,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무미건조한 표정에 적응하기도 하고.

 

 뱀파이어 사회에 익숙해지기 충분하다면 충분한 시간.

 

 그러나 이런 건 도저히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 없었다.

 

 아레샤는 이젠 습관처럼 애완동물에 관한 책을 한 손에 들고 페르온을 찾았다.

 

 칭찬해주는 게 좋다라, 무심하게 생각한 아레샤는 다른 방으로 가려던 페르온을 불러 세우고 아무거나 칭찬의 말을 던졌다.

 

 “음... 우리 페르온, 아장아장 잘 걷네. 감격이야.”

 

 그에 페르온의 표정이 복잡, 미묘해진 건 당연했다.

 아레샤는 그런 페르온의 표정에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물었다.

 

 “이게 아니야?”

 

 “예, 아닙니다.”

 

 단호히 대답한 페르온은 왜 아닌지 친절히 설명해줬다.

 

 “신체 멀쩡한 성인 남성이 이 나이 먹고 잘 걷는 거로 칭찬받기엔 좀... 많이 그렇습니다.

 게다가 아장아장이란 의성어도 맞지 않습니다. 뱀파이어들도 이 정도 자랐는데 걷는 거로 칭찬받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에 아레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렇긴 하지. 하긴, 다 큰 강아지도 잘 걷는 거로 칭찬받지는 않네.”

 

 그리곤 약간 피곤하다는 듯 한숨 쉬며 말했다.

 

 “역시, 뭐든 키우는 건 쉽지 않네.”

 

 “...”

 

 페르온은 키워지는 것도 쉽지만은 않습니다.라고 반박하고 싶은 걸 짜게 식은 눈으로 쳐다봐주며 꾹 참았다.

 

 아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 정도로 발전한 게 어디야.

 첫날 아무렇지 않게 씻겨준다 했을 때, 진짜 갓 태어난 새끼 동물인 줄 아는지 배변을 도와준다 했을 때, 밥 먹고 트름해야 된다며 등을 두드려주었을 때, 자다가 죽을 수도 있으니 같이 자야 한다 했을 때. 놀아준다며 애완동물 용품을 들고 왔을 때, 기타 등등에 비하면 이정도야 견딜 만 했다.

 

 아, 밖에 나가고 싶다 했다가 산책? 이러더니 목줄을 들고나온 아레샤님에 기겁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확실히 견딜 만 하지.

 

 그러다 문득 서글퍼졌다.

 

 어쩌다 내가 이런 신세가 되었지?

 아, 마물 토벌 때 잠깐 방심해서 마물에게 옆구리를 뚫리고 절벽에 떨어져서 죽을 뻔한 거 때문이지.

 하하.

 

 페르온은 근 한 달간 아레샤의 애완동물 취급에 익숙해진 듯했다.

 

 아레샤 또한 페리온을 애완동물 취급하는 것에 이제 익숙해졌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한 번도 인간을 가까이에서 관찰한 적 없는 아레샤는 능력이 덜 컸다 해도 신체는 성체니 대충 뱀파이어처럼 키우면 되겠다 생각했었다.

 힐덴이 애완동물 키우기와 관련된 책을 주며 공부하라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뱀파이어와 비슷해 보이는데 키워지길 애완동물과 비슷하게 키워지는 건가?

 

 의아함이 들었지만 귀찮기도 하겠다, 저보다 인간에 대해 더 잘 아는 힐덴이 추천한 책이기도 하겠다, 페르온 본인도 별말 안 하겠다.

 책 내용대로 키우는 게 맞는 줄 알고 뱀파이어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페르온을, 의아하지만 나름 책 내용대로 키우려 노력했다.

 

 그렇게 한 달.

 아레샤는 애완동물 키우듯 인간은 키워진다, 라고 믿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오해는 깊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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