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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독애(毒愛)
작가 : 묵연
작품등록일 : 2019.9.29

[GL]

"오랜만이네요."

5년간 감감 무소식이던 소꿈동생 겸 친구인 백우진이 돌아왔다. 예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문하에게 다가오는 우진과, 그런 우진에게 문하는 남다른 느낌을 받는다. 둘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독같은 사랑으로.

 
정말로?
작성일 : 19-10-05 23:51     조회 : 162     추천 : 0     분량 : 5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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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장이군. 실제로 드라마 같은 상황이 일어날 줄 몰랐던 우진은 가만히 문하를 바라봤다.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애정도, 원망도.

  “잘들 해.”

  신우는 가관이라며 사이로 빠져나갔다. 그에게 시선을 주다가 다시 문하를 바라본 우진은 부드럽게 웃었다. 문하에게 늘 그랬듯.

  “그동안 연락 못 해서 미안해요.”

  의외의 말을 들은 눈이 우진의 눈과 마주쳤다.

  “잘 지냈나 보네요.”

  신우가 지나간 길을 훑곤 다시 시선을 마주하고, 잠자코 문하를 기다렸다. 둘 사이에는 고요함만이 흘렀다. 우진만 원하길 바란 건 순전히 그의 욕심이었다. 문하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것이 사실이고, 진실이었다.

  슬슬 가야 할 것 같았다. 우진은 여러 번 시간을 확인했다. 절대 문하를 압박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할 말 없으니까 가.”

  냉철한 답이 돌아오자, 우진은 변덕을 부리고 싶어졌다.

  “그래요?”

  아주 사소한 변덕을.

  “피곤할 텐데, 푹 쉬어요.”

  내가 말없이 떠나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걸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당신이 한순간이라도 나를 바라봐줬으면 좋겠어. 꿈 같은 일이겠지. 그렇지만 한 번쯤은 꿈을 꿔도 되지 않을까.

  “잘 있어요.”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문하는 우진이 고팠다. 우진의 웃음, 체온, 그 모든 것이. 그때 생각난 것이 신우였다. 평소라면 몰라도, 문하는 이 마음을 어떻게든 달래고 싶었다. 한순간의 달콤함을 위해, 문하는 신우를 만났다. 그 상황에서, 셋이 대면하게 된 것이었다.

  평소와 다른 우진의 시선에 문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우진이 저를 쳐다보는 시선이 모든 걸 꿰뚫는 것 같았다.

  잘 하라는 신우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이 상황에서 뭘 잘하라는 뜻인가. 여전히 문하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주는 이의 시선을 제대로 마주할 수 없었다. 그를 시야에 담고 싶은 모순된 마음을 품으면서.

  “그동안 연락 못 해서 미안해요.”

  네가 미안한 게 뭐가 있을까. 물론, 섭섭하긴 했지만 그렇게 미안할 관계는 아니지 않나 싶었다. 우진에게 아쉬운 마음도 있었으나 문하는 필사적으로 우진을 변호했다. 무엇에서?

  “잘 지냈나 보네요.”

  그럴 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신우가 지나간 길을 훑는 것을 보고는 삼켜버렸다. 제가 할 말을 기다리는 듯한 우진은 시간을 계속 확인했다. 가야 하는 건가? 저 때문에 우진의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할 말 없으니까 가.”

  아니,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그동안 무엇을 했었는지, 연락은 왜 안 받았는지, 공원에서 만나던 사람이 누구인지. 그러나 둘의 관계는 이를 대답할 이유가 없는 관계였다. 애초에,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래요?”

  말이 차갑게 나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 문하는 되돌리려고 했으나, 이어지는 우진의 말에 가로막혔다.

  “피곤할 텐데, 푹 쉬어요.”

  평소와 다름없는 걱정이, 오늘따라 불안했다. 우진은 평상시와 같았다.

  “잘 있어요.”

  이때 느낀 위화감을 문하는 예견했어야 했다. 이가 어떤 일을 알려주는지도 모르고.

 

 *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은 우진이 출근하는 날이었다. 문하는 제가 했던 말에 대해, 신우가 집에 있었던 일을 해명하고 싶었다. 우진에게는 해명이 아니라 변명이겠지만.

  출근할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우진을 생각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혹시 이 시간이 아니었던가?

  “문하 씨, 누구 기다려요?”

  “아, 우진이가 오질 않아서요.”

  “우진 씨 얘기, 못 들었어요?”

  “무슨 얘기요?”

  이상한 불안감이 샘솟았다.

  “아, 월차 내신 날이었구나.”

  문하는 우진과 다른 지인들을 최대한 마주치지 않기 위해 평일에 월차를 냈었다.

  “관두셨어요. 복학한다고.”

  관뒀다고? 순간 사고가 정지된 문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우진이 원망스러웠지만, 어쩌면 신우와 있었던 그 날에 말하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금세 사라졌다. 우진이 왜 말하지 않았는지 이해 가면서도, 세게 뒤통수를 맞아 얼얼했다.

  “아, 들었어요.”

  우진이 머지않아 복학을 한다고 종종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그게 지금일 줄은 몰랐다. 괜히 회사에 이상한 소문이 돌지 않도록 수습하곤, 다시 일에 집중했다. 불안감을 잊기 위해 쉽게 열중했다. 이따금 가슴 한구석이 먹먹했다.

  집으로 돌아온 문하는 침대에 널브러져서 휴대폰 화면을 두드렸다. 응답하지 않는 이를 깨우듯.

  우진에게 연락하는 일이 이리 어려울 줄은 몰랐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하나. 신우의 건부터? 우진이 퇴사한 건부터? 애초에 우진이 답장할지 의문이었다. 평소에는 심심할 때 연락했으나, 지금은 그러지 못했다. 어느 말을 꺼내던, 상황만 더 악화시킬 뿐이었다. 하루만, 하루만 더 있다가 연락하자.

 

 *

 

  허무하게 흘러간 시간도 벌써 3개월이 되었다. 연락하지 못한 문하에게는 우진의 연락이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퇴근한 문하가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 그리던 얼굴이 보였다. 모자를 썼으나 알 수 있었다. 체격이며, 웃음소리며, 전부 그를 가리켰다. 백우진을.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매우 친해 보였다. 비록 저를 향한 웃음은 아니었지만, 그리 환하게 웃는 우진은 오랜만이었다. 지인 중 하나가 우진을 바라보고 있던 문하를 알아채고 그를 향하며 무어라 말했다. 우진도 곧 문하를 바라봤고,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벅차올라 숨이 막힐 뻔했다. 우진이 저를 본다는 사실 하나가 그리 설레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몰랐다.

  우진과 지인들이 대화하다, 손 인사를 하고 무리에서 나온 우진은 문하에게 향해왔다.

  “선배.”

  저를 부르는 우진의 한마디에 묻었던 욕망이 되살아났다. 문하는 서둘러 우진을 바라보는 눈이 적은 골목으로 이끌었다. 우진은 순순히 이를 따랐다.

  “선배?”

  문하가 우진을 벽에 밀치자, 우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쳐다보았다. 의문도 잠시, 문하가 우진의 옷을 붙들어 두 입이 맞닿았다. 둘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오로지 입술이 부딪치는 소리 외에는. 들락거리며 느껴지는 서늘한 이질감이 문하를 더 자극했다. 그를 확인하려 입을 뗐지만, 바로 맞닿은 입술이 문하를 갈망했다. 문하의 팔은 우진의 목을 에두르고, 우진의 팔은 문하의 허리를 둘러쌓았다.

  “우진아.”

  겨우 꺼낸 울림이 반가웠다. 우진은 문하의 기다란 머리를 매만지며 문하가 하려는 말을 듣지 않으려는 듯, 우진은 다른 화제를 꺼냈다.

  “피어싱했는데, 어때요?”

  “백우진.”

  우진의 손이 눈가를 어루만졌다.

  “왜 울어요?”

  내가 지금 운다고? 손이 닿지 않은 곳을 만지자, 차가운 액체가 느껴졌다.

  “그러게.”

  왜일까. 우진은 말없이 한려하게 미소지을 뿐이었다. 네게 물어보면 답을 줄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집으로 가자.”

 

  눈을 뜬 우진은 제 옆에 고이 잠자는 문하를 보고 순간 이불을 걷어찰 뻔했다. 그 후에야 돌아온 것이 생각난 우진은 가만히 문하를 쳐다보았다. 조금 자란 듯한 머리카락, 잘 때 인중을 구기고 자는 버릇,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여전하네.”

  머리칼에 입을 맞추곤 침대에 기대 문하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었다. 잊을 만할 때 돌아온 이 기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밤 문하의 행동은 예상외였다. 자신을 문책할 줄 알았던 문하가 제 이름을 찾고, 심지어는 울기까지 했다. 까닭은 모르지만 어쨌거나 원인은 자신한테 있을 거로 생각했다. 혹시 저를 기다렸던 걸까? 괜한 기대를 하지 말자며 뛰는 심장을 달래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울리고 싶진 않은 우진이었다. 저를 속으로 나무라고 있다가 저를 향한 채 조용히 눈만 깜빡이는 문하를 바라봤다.

  “언제 일어났어요?”

  “네가 혼자 짜증 낼 때?”

  그리 티가 났나? 굳었던 입을 가리고 다시 보일 때는 상냥한 입으로 돌아오게 했다. 그런 우진을 빤히 바라보던 문하는 우진의 위로 올라탔다. 그러자 우진의 시선이 살짝 올라갔다.

  “해야 할 말이 있어.”

  무엇일까.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아니면, 신우에 대해서? 그게 무엇이든 지금은 듣고 싶지 않았다. 이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문하가 원한다면 말하도록 하겠지만.

  “무엇에 관해서요?”

  “많아. 내가 한 말들, 그 외 것들도.”

  네가 궁금한 건 전부 답해줄게. 그러면서 문하는 올곧게 저와의 시선을 마주쳤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갑자기 변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는 우진은 그저 문하를 안으며 웃었다.

  “전 과거는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서요.”

  당신은 제외되겠지만.

  “안 들어도 좋아요.”

  항상 피하기만 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문하의 말을 듣지 않았다.

 

  우진이 간 뒤, 문하는 침대에 누워 남은 타인의 온기를 느꼈다. 아직도 우진과 만난 게 거짓 같았다. 자신이 우진을 부를 때마다 항상 답해주었지만, 그래도 문하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차라리 이 상태에서 하고 싶은 말들을 하기로 했다. 문하는 애써 마음을 먹고 모든 걸 말하기로 했지만, 우진은 이를 거부했다. 우진이 자신의 말을 두려워하는 듯했다.

  생각해보니, 우진은 일정한 선을 넘지 않았다. 문하에게 고백과 비슷한 말은 했으나 제대로 좋아한다, 사랑한다 말하지도 않고 이번 일도 더 깊게 관여하고 싶지 않아 했다. 이쯤 되니 어쩌면 우진이 저를 좋아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이 그런 우진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문하가 우진을 좋아한다고 결론 내린 지는 꽤 되었다. 우진을 마지막으로 만났었던 날에. 제가 드러내는 반응이며, 생각이며 전부 다 우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문하는 눈치가 빨랐고, 자기도 열렬히 짝사랑한 적이 있었기에 알아채기 쉬웠다. 그 전까지는 무의식이 애써 부정했지만, 결국 인정했다. 아무리 반론을 제시해도 모든 것이 우진을 좋아한다는 증거가 되는 데 십상이었다.

  첫 번째, 우진은 그저 동생일 뿐이라는 주장. 단순한 동생에게는 마음이 흔들리고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문하는 이 감정을 우진한테서 느낀다.

  두 번째, 얼굴이 좋아서 설렌다는 주장. 이 주장은 꽤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얼굴만 좋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좋다. 그 외에도 자신한테만 보여주는 웃음이 있다는 점과 문하의 행동 하나하나에 일일이 반응해준다는 점, 등 문하가 좋아하는 점은 많았다.

  세 번째부터는 쓸모없었다. 문하는 우진이 저 때문에 웃고, 울었으면 했다. 저로 인해 달라지는 우진을 원했다. 그게 어떠한 우진이든, 우진에게 추잡한 욕망을 품게 되었다. 이러나저러나, 문하는 우진을 좋아했다. 우애가 아닌 친애로.

  퇴근을 기다리는 문하의 휴대폰이 울렸다. 대강 예상했겠지만, 우진이었다.

  [술 마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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