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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마지막 봄
작가 :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9.10.4

(정통소설/피폐)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져내린 이후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아있는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흩어졌고, 얼어붙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불씨는 꺼져버렸다.

이 버려진 도시에 홀로 남겨진 소녀는 이제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2화
작성일 : 19-10-05 20:26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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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눈보라가 다시 서서히 몰려오기 시작했다. 계속 걸어 다음 집에 도착한 소녀는 빨개질 대로 빨개진 뺨을 어루만졌다. 집 앞에 이르러 초인종이 고장 나 있는 문을 두드렸다.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잠시 기다렸다가 문을 몇 번 더 두드린 다음에야 집 안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전단을 보고 찾아간 집에 사람이 없는 건 흔한 일이었다. 체념하고 돌아서는데 집 뒤편에서 희미한 사람 실루엣이 쥐죽은 듯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소녀는 심장이 멎을 만큼 놀랐지만 침착하게 뒷주머니에서 권총을 빼들었다. 실루엣이 보인 담벼락을 겨누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권총을 쥔 두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입에서는 차마 버티기 힘든 호흡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누구야?”

 

  그렇게 소리친 뒤에도 한참을 담벼락 뒤를 겨누고 주시했다. 대답이 없는 듯 했지만 이내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진짜 총인지 가짜 총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쏘지 마. 알겠지?”

 

  “밖으로 나와!”

 

  이윽고 장신의 마른 남성이 두 손을 먼저 치켜든 채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비니 털모자를 쓰고 빨간색 오리털 재킷을 두껍게 입은 성인 남성이었다. 무기는 들고 있지 않았다. 소녀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본 다음 권총을 겨눈 채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소녀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말 뒷부분을 흐렸다.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손을 든 채로 피식 웃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지금 손님이 남의 집에 멋대로 들어와서는 집주인더러 왜 왔냐고 물어보는 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 안 그러면 죽여버리겠어.”

 

  소녀는 권총을 더욱 치켜들며 소리쳤다. 권총의 가늠자는 남자의 머리를 확실히 향하고 있었고 손가락에 건 방아쇠는 언제라도 당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계속해서 소리치는 소녀에게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꼬마 아가씨, 낯선 사람을 경계한다는 건 알겠는데 여기서 이러면 곤란해. 여긴 내 집이라니까?”

 

  소녀가 대답하지 않자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전단 때문에 온 것 같은데 나도 너처럼 물건을 바꾸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온 아주 평범한 사람이야. 못 믿겠다면 내가 전단을 보여주지. 가만있자......”

 

  “손 내리지 마!”

 

  남자가 메고 있던 가방을 벗으려고 하자 소녀가 소리쳤다. 남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 소녀가 계속 경계하자 남자가 최대한 나지막이 말했다.

 

  “저기, 일단 물건을 원할 텐데 일단 이리로 들어오는 게 어때? 밖은 춥잖아.”

 

  “안 돼. 물건을 먼저 이리로 가져와.”

 

  결국 참고 있던 남자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니 꼬맹이, 뭘 원하는지 말도 안 해주고서 대체 뭘 가져오라는 거야?”

 

  남자는 계속해서 웃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 같지는 않았다. 계속 경계하던 소녀는 남자의 웃는 얼굴을 보고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기름, 휘발유가 필요해.”

 

  실컷 웃던 남자는 호흡을 가다듬더니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대답했다.

 

  “가솔린이야 줄 수 있지. 그런데 그 대가로 넌 나한테 뭘 줄 거지?”

 

  “통조림이랑 초코바가 있어. 물도 있고. 지금 내가 가진 건 그것뿐이야.”

 

  남자는 그 말을 듣고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되물었다.

 

  “아가씨, 미안한데 먹을 건 많거든. 거래는 쌍방이 서로 만족할 때 성사된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

 

  소녀는 눈앞이 컴컴해졌다. 남자의 말투를 보니 선뜻 자신이 하자는 대로 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소녀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서로 교차해 지나갔다.

 

  “그리고 좀 손 좀 내리게 해 주지 않을래?”

 

  남자가 투덜거렸다. 무기를 들고 있지 않으니 지금 당장은 괜찮을 것 같았다. 소녀는 고민하다가 총을 겨눈 채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손을 내리고 어깨를 풀더니 소녀를 돌아보며 다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마침 운이 좋네. 오늘은 모처럼 맛있는 걸 구했거든. 바비큐 파티를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면 같이 먹지 않을래? ”

 

  “......필요 없어.”

 

  소녀는 고기라는 말에 아주 잠깐 마음이 흔들렸던 것을 느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 경계를 풀지 않으려 애썼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어느새 권총이 내려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다시 재빠르게 들어 올려 남자를 겨눴다.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차갑긴. 뭐 먹기 싫으면 나야 상관없지.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그 총 말이야, 진짜냐?”

 

  소녀는 이 질문의 답을 생각해내는 대신 더 좋은 수를 생각해냈다. 소녀가 눈을 반짝 빛내고는 총을 더 확실히 겨누며 최대한 날카로운 말투로 남자에게 소리쳤다.

 

  “휘발유 가져와. 안 그러면 죽여버릴 거야.”

 

  그러자 남자는 두 손을 치켜들며 화들짝 놀라는 척했다.

 

  “그러니까 지금 가짜인지도 진짜인지도 모를 권총으로 나를 협박하고 있다 이거군.”

 

  “진짜인지 가짜인지 직접 보면 알겠지.”

 

  소녀는 단단히 각오하고 있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아까 전보다 더욱 여유롭게 남자를 대하고 있었다. 소녀는 성인 남성이 자신 앞에서 꼼짝도 못하는 것을 보고 우쭐해져서 더욱 쏘아붙이려고 하는 순간, 남자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뭐, 장단 맞춰주지. 잠깐 기다려.”

 

  남자가 짧게 대답하고는 몸을 돌려 집 뒤편으로 걸어가더니 땅에 밀착되어 있는 철제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소녀는 남자의 등을 겨누고 따라가다가 남자를 따라 들어가지는 않고 바깥에 서서 지하실 안을 겨누고 내부를 주시했다. 지하실 안에서 따뜻한 공기가 스멀스멀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잠시 기다리자 곧 남자가 큼지막한 기름통 하나를 들고 나왔다. 소녀는 예상보다 너무 많은 양에 놀란 나머지 그가 기름통을 소녀 앞에 쿵 소리를 내며 내려놓기 전까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전부 다 가져가. 그런데 가져갈 수는 있니?”

 

  남자가 재미있다는 눈으로 소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남자는 묘하게 소녀와의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소녀는 고민하다가 남자에게 말했다.

 

  “이제 됐어. 이제 저리로 꺼져.”

 

  “그래.”

 

  남자가 같잖다는 듯 웃으며 두 손을 들고 슬금슬금 물러났다. 어느 정도 남자와의 거리가 벌어지자 소녀는 권총을 집어넣고 눈 속에 파묻힌 기름통을 힘껏 들어 올렸다. 엄청나게 무거웠다. 소녀는 기름통을 들고 뒤로 돌아 몇 발짝 가지도 못하고 낑낑거리며 내려놓았다. 이 웃지 못 할 상황을 남자는 뒤에서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이따금씩 소리를 쳤다.

 

  “아가씨, 힘들면 내가 좀 도와줄까?”

 

  소녀는 창피해서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남자가 가끔씩 소리쳤지만 철저히 무시하기로 마음먹고 기름통을 옮기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도저히 어린 여자아이의 힘으로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다. 소녀는 전부 가져가는 것은 포기하고 아까 중년 여성에게 받은 페트병에 기름을 꽉 채워서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가방을 풀어 페트병을 꺼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남자가 킥킥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녀는 허겁지겁 기름통에 달린 호스에 페트병을 연결하고 기름을 들이부었다. 호스의 크기가 페트병보다 컸던 것도 있지만 남자를 경계하느라 정신이 팔린 소녀는 들이부은 기름의 반을 흘렸다. 페트병을 끝까지 채우고는 흘린 기름으로 범벅이 된 페트병을 가방에 넣었다.

 

  눈보라가 점점 심해졌다. 소녀는 더 이상 이곳에 볼 일이 없었다. 재빨리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남자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꼬맹아, 잠깐만.”

 

  평소 같았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 나왔겠지만 어린아이의 본능적으로 어른의 진심으로 걱정 섞인 목소리가 느껴져서일까, 소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만약, 혹시라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부담 갖지 말고 언제든지 다시 찾아와도 괜찮아. 알았지?”

 

  많이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다시 찾아갔던 적은 없었다. 지금 이 세상에서 타인에 의지한다는 건 곧 죽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소녀는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가방을 고쳐 메고 몸을 돌려 남자에게서 멀어졌다.

 

 
작가의 말
 

 ㄱ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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