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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에 버금가는 자.
작가 : Stonehead
작품등록일 : 2019.9.29

저승의 최고신, 염라대왕의 현신, 신아.
그가 머물고 있는 지옥에서 대형사고가 하나 터지는데......

"십이악령이 탈출했네."

저승이 관리하는 최악의 열둘 대죄인들이 저승을 탈옥한다!

"그것 참, 큰일이군요."

신아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이 즐거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염라대왕은 신아에게 악령의 처리를 맡긴다.
그리고 신아는 기꺼이 이 즐겁게 놀기(?)위해 악령들을 쫓아 이계(異界)로 향한다.

 
Chapter 4 역천 : 동탁 토벌전!
작성일 : 19-10-05 00:17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1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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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세오.

 

  동탁이 장안으로 천도한 이후, 자신이 사는 미(郿)에 지었다고 해서 미오(郿塢)라고도 불렸다. 높이와 두께가 자그마치 7장(丈)으로, 장안성과 같은 규모의 성이었다. 장(丈)은 자(尺)의 열배로 1장은 대략 3.33m에 해당한다. 동탁은 높이와 두께가 정확히 23.31m의 성을 쌓고 그 안에 30년분의 식량과 보물들을 저장해두고 있었다.

 

  “그 만세오를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신아가 감탄하는 투로 이제는 요새가 되어버린 왕궁 앞에서 중얼거렸다. 동탁에게 목이 부러져 죽을 때, 이곳 만세오에서 죽었다. 그때는 그렇게 죽어버린 것이 좀 짜증이 나서 일부러 환생하지 않고 동탁에게 달라붙어 그의 포학함을 다시 들춰내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것이 결국은 여포와의 불화로 이어졌고, 치정싸움, 더 나아가 여포의 동탁 주살로까지 이어졌다.

 

  ‘동탁이 여포에게 창을 던지는 것으로 나는 동탁의 사명을 봤다. 그는 곧 죽을 운이었어. 그렇기에 미련 없이 환생을 했지. 그리고 다시 태어났던 것이 로마에서 였던가?’

 

  이런저런 상념을 이어갈 때, 그림자에서 검은 옷을 입고 입가를 가린 초란이 나타났다. 이렇게 보니 정말로 영락없이 암살자였다.

 

  “어때?”

 

  “요새 전체에 결계로 덮인 것만 같다. 아무리 파고 들어도 틈이 없다.”

 

  “그래.”

 

  별로 기대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지 신아는 만세오를 가만히 올려다봤다. 성혈을 마시고 능력이 개화한 그녀가 들어가지 못했다면 성혈로 각성한 인간 따위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이 요새를 만들었다는 뜻이 된다.

 

  바로 악령 동탁이 만든 것이다.

 

  “문을 열지 않겠다면 이쪽에서 열고 들어가야겠지.”

 

  우우웅.

 

  신아가 기를 개방했다. 인과율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음에도 끝을 알 수 없는 방대한 에너지가 수도 전체를 덮었다. 검푸른 색의 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 수도의 내성까지 감싸는 돔이 되었다.

 

  “굉장해······.”

 

  초란은 그가 가진 진면목에 감탄했으며.

 

  “이건······위험하군.”

 

  여포는 방천극을 들고 움직였으며.

 

  “비? 이 계절에?”

 

  “왠지 졸리는데······.”

 

  “시원한 게 기분은 좋은데.”

 

  수도를 덮은 돔은 마치 밤하늘 같았다. 검푸른 돔에서 나와 내리는 비는 장마 못지않게 세차게 내렸다. 오직 신아만이 비에서 자유로웠다. 비를 맞은 사람들은 하나둘 쓰러졌다. 비를 맞은 결계는 조금이지만 천천히, 그리고 확실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신아의 기는 공평한 죽음이었다. 죽음이란 것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육체의 시간이 다 끝났다는 뜻이고 공평한 죽음이란 누구도 이 육체의 시간을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신아의 기는 누구도 벗어나지 못하지만 모두에게 다르게 흐르는 시간이기도 했다. 죽음과 시간의 기가 형상화된 비를 일반인이 맞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답은 간단하다. 순식간에 허락된 시간을 빼앗기고, 죽음을 맞이한다.

 

  초란은 수도의 백성들이 방대한 기를 이기지 못하고 기절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수도의 백성들은 다 죽은 것이다. 아직은 힘을 다루는 것이 미숙하여 인간의 생명 반응을 살피지 못했고, 또 문이 열리고 여포가 나와 제대로 살피지 않아 발생한 실수였다.

 

  ‘다음 생에는 개돼지가 될지도 모르겠네.’

 

  신아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런 대규모 학살을 감행해 놓고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저승의 공명정대함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애초에 수천만 년을 전부 인간으로 살지도 않았다. 때로는 나무로, 때로는 짐승으로 살던 때도 있었다. 개돼지가 된다는 것은 별 위화감이 없으나 그래도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 도시 전체에 사명이 짙게 그리워져 있었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학살을 자행할 것이고, 이 도시의 백성들은 모두 죽겠지. 그건 변할 수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정상참작이 되겠지.’

 

  인과율이 결정한 학살의 결과는 결국 어떤 형태로든 이뤄지게 될 것이다. 학살의 주체가 신아가 될지, 동탁이 될지, 그도 아니면 제 3자가 될지는 모르지만 수도의 백성들은 모두 죽는다. 그것만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온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초란이 말했다. 열린 문틈으로 적토마만큼 명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말을 탄 여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말도 동탁의 힘을 받았는지, 털이 새까맣고 온몸에 뼈로 된 새하얀 개마(鎧馬)를 덮고 있었다.

 

  “개마? 철기인가?”

 

  “아니, 철기가 아니다. 저건······해골마(骸骨馬)라고 불러야 하는 것 같은데.”

 

  철갑이 아니라 말 자체가 두껍고 커다란 뼈로 이뤄졌다. 피와 근육과 살이 없다. 군데군데 보이는 검은 것은 뼈 안에서 넘실대는 에너지를 형상화한 것이었다. 육체를 이루는 살과 근육, 피 등이 없으니 훨씬 빠르고 가벼우며 정신 또한 주인 여포와 연결되어 있어 조종이 편리하며 악령의 기가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해주니 지치지 않는 무적의 기병이었다.

 

  “기어코 다시 왔나?”

 

  여포의 말에 화답하듯 해골마가 앞발을 치켜들고 위협했다. 하지만 성대가 없어 울음소리를 내지 못했다. 여포의 뒤에는 기존 내금위와 북부에서 데려온 기병들이 있었다.

 

  ‘내금위가 보병, 북부군이 기병.’

 

  초란은 빠르게 회전하는 뇌로 눈앞의 상황을 분석했다. 넓게 퍼진 내금위가 각각 창과 검, 그리고 활을 겨누고 있었다. 넓은 원에서 출입구는 오직 하나로, 그곳은 여포가 버티고 있었다.

 

  ‘여포란 자는 날 경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금위는 날 상대하기 위한 것이다. 적들이 방심하고 있다면 상대하기는 쉽다. 이 기회에 새로운 힘을 써보고 싶군.’

 

  “여기는 내가 처리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금위들이 쓰러졌다. 내금위만이 아니다. 여포의 뒤에 있던 북부군도 쓰러졌다. 서있는 건 여포와 초란과 신아뿐이었다. 동탁의 보호 하에 있다가 죽음을 내리는 비를 맞은 영향이었다.

 

  “어?”

 

  멍하니 사태를 파악하는 초란의 귀에 신아의 목소리와 여포의 말발굽 박차는 소리가 동시에 꽂혔다.

 

  “네가 알아서 처리해.”

 

  “가지 못한다.”

 

  두두두두!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온 여포는 신아의 미간을 향해 방천극을 내질렀다.

 

  펑!

 

  방천극은 그대로 신아의 미간을 꿰뚫었고 신아의 몸이 터졌다.

 

  “펑?”

 

  여포가 중얼거린 순간, 신아가 여포의 뒤에서 나타났다. 신아는 유유히 성문을 향해 걸어갔다.

 

  “분명 가지 못한다고······큭!”

 

  말머리를 돌리려던 여포는 옆에서 느껴지는 살기를 감지하고 방천극을 들어 막았으나 그 충격을 모두 상쇄하지 못했다. 투박하지만 검은 예기가 빛나는 단검을 든 초란이 여포의 앞을 막았다.

 

  “또 너냐!”

 

  여포의 분노 어린 고함과 함께 초란이 사라졌다. 말 그대로 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여포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겪어보지 못했기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푸욱!

 

  허공에서 나타난 단검이 여포의 허벅지를 찔렀다. 본래 옆구리를 노리던 검이었으나 여포의 천부적인 직감으로 피해낸 것이다.

 

  “크윽!”

 

  독이 발라져 있었던 것인지 찔린 부위가 화끈거렸다. 허벅지의 감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눈앞에 나타난 초란은 또 다른 검을 들었다. 마찬가지로 검은 예기가 빛나는 검이나 날의 형태가 기묘했다. 물결치는 형태의 날을 가진 단검, 짧은 플랑베르주(Flamberge)였다. 사모(蛇矛)와 비슷한 무기인 플랑베르주는 상처를 넓게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난처하군.”

 

  그사이, 신아는 성안으로 들어가 성문을 닫았다. 왕궁, 만세오를 둘러 싼 결계는 이제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비가 들어오고 있었고, 비를 맞은 사람들은 예외 없이 죽어갔다.

 

  “종복도 없고, 함정도 없고. 이쯤 되면 중간의 중간 보스 정도는 나오지 않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쪽 궁궐 문을 부수며 달려온 거한이 언월도를 휘둘렀다.

 

  깡!

 

  맹수와 같은 육체,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을 가진 거한, 화웅이었다.

 

  “너······! 반드시 죽인다! 반드시 널 죽여 그 분께 바치겠다!”

 

  화웅, 워낙 일찍 죽어 역사에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그래도 반동탁연합군의 발을 묶을 정도로 강한, 동탁군의 대표적인 장수였다. 결코 얕볼 수 없는 상대. 하지만 상대가 신아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잡것에게 할애할 시간 따위는 없다!”

 

  신아가 검을 꺼내들었다.

 

  “비켜라!”

 

  신기―황룡별지도(黃龍鱉支刀)!

 

  신아가 사인검을 휘둘렀다. 신수 중의 신수, 황룡의 검으로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황룡의 기운이 주변으로 퍼져나가 사악한 기를 없앴다. 악령의 권속인 화웅에게는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굳이 직접 공격하지 않아도 그저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황룡의 기운이 퍼지니, 힘을 뺄 필요가 없는 공격이었다. 물론 당하는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겠지만.

 

  “크억! 끄아아악!”

 

  황룡의 기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옷도 타버려 근육이 잘 잡힌 상반신을 드러낸 화웅이 언월도를 떨어뜨리고 비명을 질렀다. 황룡의 기를 악령도 아닌 권속이 버터내는 것이 무리인지 화웅은 얼굴을 부여잡고 바닥을 굴렀다.

 

  “넌 지구나 여기나 비중이 없구나.”

 

  신아가 왠지 모르게 불쌍해져서 말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천기를 발동했다.

 

  천기―삼도천(三途川) 개방(開放).

 

  삼도천은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강으로 망자들이 건너야 하는 강이었다. 그리스로 치면 스틱스 강과 같았다.

 

  “자, 이제 네가 있어야 할 곳을 돌아가라.”

 

  “으아악! 안 돼애애! 갈 수 없어!”

 

  “애초에 넌 이천 년이나 지났으니 죗값 다 치르고 환생해야 했을 놈이다.”

 

  “빌어먹을! 죗값을 다 안 치렀으니까 그렇지!”

 

  “아, 그래? 그럼 탈옥까지 해서 형량이 더 늘어나겠네.”

 

  “으으! 안 돼애애!”

 

  화웅이 소리를 지르든 말든, 신아는 그의 오른팔을 부숴놓은 상태로 그를 들어 삼도천으로 던졌다. 그런데 그때, 하늘에서 또 다른 거한이 떨어졌다.

 

  휘리릭, 쿵!

 

  무언가 빠르게 날아와 신아의 팔을 베고 지나갔다. 쌍검을 쓰는 호진이 신아의 팔꿈치를 자른 것이다. 하지만 화웅은 이미 삼도천으로 들어가 버린 직후였다. 호진은 한 발 늦은 것이다.

 

  “건방진 놈.”

 

  잘린 팔이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신아의 몸에 다시 붙었다. 주먹을 쥔 신아는 호진의 얼굴을 날려버렸다.

 

  “크흑!”

 

  충격으로 머리는 산발이 되고 쌍코피를 흘리며 검을 휘두르는 호진의 모습는 기괴스러울 정도였다.

 

  신아는 검을 두 번 연속으로 휘둘렀다. 황룡별지도는 두 번 휘두르는 황룡의 기운이 파장이 되어 적을 밀어내는 능력이 있었다. 호진의 검도 황룡의 기운에 막히다 못해 아예 부서져버렸다. 부정한 기운이 서린 것은 그 어떤 것도 황룡의 분노를 피할 수 없었다.

 

  “크아아악!”

 

  사기―흉살(凶殺).

 

  호진의 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사악한 기가 마구잡이로 날뛰며 살아있는 자들을 찾아 움직였다. 그것들은 결국 신아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황룡의 기운은 유효했다.

 

  팍! 파파팍!

 

  사악한 기들은 마치 검은 진흙 같았다. 살아 움직이는 검은 진흙 말이다. 그것들은 황룡의 반구형 기운을 다 덮어버렸다. 그렇게 황룡의 기운과 충돌해서 불타버리면서도 끊임없이 다가와 신아의 진로를 방해했다.

 

  “이건 예상 못 했는데.”

 

  평온한 투로 중얼거린 신아가 검을 세 번 휘둘렀다. 사인검은 세 번 휘두르면 파장이 날카로워져 주변의 모든 것을 베어나가는 신물이었다.

 

  샤샤샥!

 

  사방으로 퍼진 황룡의 기의 길을 보여주듯 석회암 바닥에는 여러 개의 길게 파인 자국들이 남았다. 진흙들은 모두 베이고 또 베였다. 남아있는 것들은 신아가 밟고 지나간 것만으로도 불타 사라졌다.

 

  호진의 온몸은 황룡의 기검(氣劍)에 난자질 당했다. 온몸에 베이고 잘린 상처들이 가득했고 그 상처에서 부정한 것들을 태우는 여기가 나왔다.

 

  “내가 예상을 못 했든, 내 예상 범위 내든 너희는 날 못 이겨. 그걸 아직도 몰라?”

 

  “크윽!”

 

  “혹시 여포를 기대하는 거라면 포기해. 개 지금 좀 바쁘거든.”

 

  신아는 호진의 어깨에 검을 박아 넣었다. 치이익, 살이 익는 소리와 함께 부정한 것을 태우는 연기가 나왔다. 그는 호진의 목을 잡고 삼도천으로 잡아 끌었다.

 

  “요즘 저승 참 무서워. 그렇지? 이쯤이면 환생해야 했을 놈들을 아직도 붙잡아 두고 있고.”

 

  “이······이거 놔라!”

 

  “공간도 없다면서 어디에다 처박아 놓는 건지. 자아, 이제 집에 갈 시간이에요.”

 

  신아가 호진의 몸을 들어 삼도천에 다가갔다. 얼굴이 사색이 된 호진은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다친 팔로 신아의 팔을 공격했다.

 

  퍽, 퍽, 퍽!

 

  뼈가 부러질 법한 공격이었는데, 신아의 팔은 여전히 꼿꼿하게 그를 삼도천을 향해 밀고 있었다.

 

  “히익!”

 

  삼도천 물이 호진의 등에 닿았을 때, 삼도천은 망자를 인식했다. 강에서 물이 촉수처럼 변해 호진을 끌어들였다.

 

  “저거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참 뭣 같아.”

 

  “살려······ 제발 살려 줘! 난, 난 가기 싫어!”

 

  “이미 죽었으면 뭘 살려 달래.”

 

  “싫어! 난 이대로 가기 싫어! 제발······ 컥!”

 

  물에서 나온 하얀 뱀이 호진의 목을 물었다. 삼도천 중 하천에서 생전에 악업만을 일삼은 망자를 무는 독사였다. 뱀의 독에는 영혼을 손상시키는 힘이 있었다.

 

  “어이쿠, 이게 하천이었어. 하긴 뭐, 네가 중천이나 상천을 갈만한 영혼은 아니지.”

  “끄······어어······어어억!”

 

  호진의 두 눈이 풀리고 입에서 게거품이 나왔다. 팔다리도 축 늘어져 더 이상 저항은 없었다. 삼도천의 물은 호진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신아가 손을 놓자 호진은 그대로 끌려 들어갔다.

 

  “자아, 다음은 종복인가?”

 

  삼도천이 사라진 자리, 그 너머에서 근육이 드러나고 뼈로 만든 무기를 가진 군사들이 나타났다. 동탁의 종복이었다. 군데군데 붉은 천 쪼가리가 보이는 것이 본래 내금위였던 자들이었던 같다. 그 종복들을 지휘하고 있는 자는 쌍도끼를 쓰는 거한, 서영이었다.

 

  “쳐라!”

 

  “갈 길이 머네.”

 

  둘의 목소리가 겹친 순간 종복들이 달려들었고 황룡의 기운이 날카롭게 벼려져 사방으로 퍼졌다.

 

  사인검의 기운에 여지없이 종복들은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 불타는 시신이 산을 쌓는데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수가 점점 더 불어나기만 했다.

 

  ‘대체 어디서 이만한 수를······!’

 

  종복의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내금위 병력은 많아야 겨우 이백. 그런데 베어 넘기고 또 넘긴 것은 이백을 넘지 않은가.

 

  “네게 감사해야겠군. 네가 모두 죽여준 덕에 편하게 이만한 군세를 완성할 수 있었다.”

 

  “아······. 이런 염병할.”

 

  신아가 내린 죽음의 비. 그것이 왕궁 사람들을 죽였고 이에 동탁은 별다른 수고도 없이 종복들을 만들 수 있었다.

 

  “키에엑!”

 

  한순간 흐트러진 자세에 종복이 하나 파고들었다.

 

  “어?”

 

  운이라는 것은 신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인 걸까?

 

  죽은 줄 알았던 종복 하나가 벌떡 일어나 신아의 다리를 잡았다. 균형을 잃고 어어, 하는 사이에 뒤로 넘어지는 검은 무언가 덕지덕지 붙은 종복의 검이 신아의 어깨에 파고 들었다. 함께 쓰러진 종복은 신아의 목을 물었고, 그것을 기회로 본 다른 종복들도 신아에게 달려들었다.

 

  “하하핫! 그래, 그렇게 먹혀라! 그분을 위한 한줌의 양식이 되는 거다!”

 

  꾸역꾸역 몰려와 햄버거 쌓기처럼 위에서 누르는 종복들의 틈새로 들려오는 서영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신아는 기를 끌어들였다. 몸 안에서 신성과 기를 충돌시키고, 온몸에 열을 끌어올린다.

 

  천기―연속핵융합(連續核融合).

 

  천기―열폭주(熱暴走).

 

  천기―중력붕괴(重力崩壞).

 

  신아가 어지간한 신보다 강한 이유는 바로 신기나 천기, 권능 같은 능력들을 연속으로 겹쳐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기술에는 상성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상성이 잘 맞는 기술과 기술을 겹치면 그 위력이 권능에 필적하는 천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희생이 필요했고 많은 연구를 거쳐야 했다.

 

  천기―초신성(超新星, Supernova).

 

  우주에서 가장 강력하고 무거우며 거대한 에너지원이 있다. 바로 별. 그 별조차 시간을 피해갈 수 없는데, 시간이 다 된 별이 마지막으로 우주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힘. 가장 강력하고 무겁고 거대한 에너지의 대폭발. 그것이 이 세계에, 지상에서 현현했다.

 

  ‘이론까지만 완성하고 옥황상제 눈치 보여서 차마 써먹지를 못했던 이 아까운 것, 여기서 쓴다!’

 

  종복들 틈새로 새어나오던 빛은 점차 거대해지며 왕궁 전체를 감쌌다.

 

  “이······이 미친 자가!”

 

  화아아아아아!

 

  “다 같이 죽자는 것이냐!”

 

  대전에 있던 동탁 또한 신아의 초신성을 감지했다. 그는 급하게 힘을 펄쳐 대전 전체를 감싸는 방어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폭발이 일어났다.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초신성의 위력을 감지한 서영이 천식부를 들고 달려가려 했으나 폭발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귀가 멍해질 정도로 엄청난 폭발은 수도 전체를 휩쓸었다. 빛은 왕궁을 감싼 동탁의 결계를 부수고 수도 전체를 향해 퍼져갔다. 그와 함께 발생한 방사선 또한 수도를 넘어 왕국으로 퍼져갔다.

 

  “크아아아악!”

 

  수도에서 나타난 정체불명의 빛은 천 제국의 새로운 황궁에서도 볼 수 있었다.

 

  “아아······.”

 

  이제는 여제라 불리게 된 유와가 입을 틀어막고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공포가 신 왕국에서 되살아나고 있었다.

 

  빛과 열기는 몇날며칠 동안 계속될 것이다. 수도 전체가 초토화되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없었다. 인간은 모두 죽었지만 인간이 아닌 것들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새하얀 빛 속, 사방이 불길로 가득했다. 그 속에서 멀쩡해진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신아는 서영의 머리를 잡고 잡아 당겼다.

 

  “나와.”

 

  그 말 한마디에 서영의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왔다.

 

  “끄아아아아!”

 

  아직 초신성 폭발의 안이었다. 형체가 없는 영혼조차도 쉬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고 위험한 에너지들이 주변에 가득했다.

 

  “자비는 한 번으로 족하겠지. 호진과 화웅, 그 두 놈은 이걸 보면 차라리 내게 감사할 거야.”

 

  신아가 주변을 콱 잡자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새하얀 순백의 검이 만들어졌다. 초신성의 폭발을 이용해 만든 불타는 검이었다. 신아는 말 한마디 없이 서영의 영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영혼을 태우는 불과 부정을 태우는 빛이 서영에게 직격했다.

 

  “그아아아악!”

 

  서영의 영혼이 이리저리 뒤틀렸다. 영혼 곳곳에서 파편이 불타 떨어지며 그 틈새로 빛이 새어나왔다. 영혼이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퍼어엉!

 

  이내 그의 영혼은 빛 속에서 터진 폭발로 사라졌다. 완전한 소멸이었다. 그가 사라지자 신아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후우, 상제가 왜 금지했는지 알겠네. ······두 번 쓸 만 한 건 아니야.”

 

  영혼을 소멸시키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하다. 당장 이 초신성만 해도 몸 안에서 자체적으로 핵융합을 일으켜 스스로를 별로 만들어 자폭하는 기술이었다. 물론 죽지는 않겠지만 그 반작용은 모두 온전히 신아의 몫이었다.

 

  “하아?”

 

  웬만해서는 지치지 않는 신아의 두 팔이 덜덜 떨려왔다. 그만큼 소멸과 폭발에 대한 반작용이 크다는 의미였다.

 

  “이 상황에 적이라도 만나면 꼼짝없이 죽겠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 앞에서 화상의 흔적이 가득한 여포가 나타났다. 방천극의 날은 다 빠졌고 몸에는 베이고 할퀴고 잘린 자국들이 가득했고 방사능으로 변형이 시작되고 있는 피부도 보였다.

 

  “이놈의 입이 방정이라니까.”

 

  신아가 여포를 발견한 것과 여포가 신아를 발견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들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공격을 시작했다.

 

  신기―연환검격(連環劍擊).

 

  사기―방천극격(方天戟擊).

 

  어지러이 흩날리는 검의 길을 힘으로 내리치는 방천극이 막아섰다. 신아의 검은 여포에게 닿지 못하고 주변을 할퀴어 놓았고, 여포의 방천극 또한 신아를 해치지 못하고 바로 앞의 땅을 파놓았다.

 

  “아, 더럽게 힘드네.”

 

  “······.”

 

  한 차례 공방을 주고받은 둘은 다시 한 번 공격을 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슈욱!

 

  여포의 발밑에서 생겨난 검은 구멍이 생겨났다. 그 구멍에서 머리를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였다.

 

  [돌아와라.]

 

  이 목소리, 신아는 소리는 다르지만 그 속에 담긴 힘의 주인을 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이대로 물러난다.]

 

  “동탁!”

 

  [기다려라. 내 꿈을 부순 네게 곧 찾아갈 테니. 그리고 날 우롱한 죗값을 치르게 해줄 테니.]

 

  그걸 끝으로 여포는 검은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신아가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움직여 그에게 달려갔다.

 

  “야! 야, 야! 야, 임마!”

 

  하지만 검은 구멍은 사라지고 그곳에는 부서진 땅만이 남아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꼴사납게 구른 신아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진 동탁에게 욕을 날렸다.

 

  “동탁, 야 이 새끼야! 네까짓 게 방금 날 개무시를 해! 당장 돌아와!”

 

  새하얀 빛과 뜨거운 열기, 그리고 잔혹한 방사능에 둘러싸인 땅에 신아의 외침이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

 

  십이악령 일좌, 역천자 동탁 중영, 토벌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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