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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입술은 안돼요
작가 : 시나뉴
작품등록일 : 2019.10.4

- 운명이란 아주 징글징글한 단어다.
지구상에 남자가 반, 여자가 반인데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오로지 단 하나
그 사람이 아니면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뜻 아닌가.
사랑은 하고 싶은데 자신의 ‘치명적’ 결점 때문에 할 수 없게 된다면
운명이란 게 낭만적이기 보단 웬수같이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결점 투성이인 자신의 받아줄 누군가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차이는 연애를 반복해야지.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차이는 연애만 하다보면 깨닫는 게 있다.
운명의 상대를 만난다고 해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 운명의 ‘진리’를 ‘감전키스’를 하는 남녀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제 17화
작성일 : 19-10-04 22:38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7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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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날 밤. 제호는 왠지 모르게 잠이 깊게 안 와 뒤척거렸다.

 꿈인지 환상인지, 윤아가 제호에게 넥타이를 메주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감겼던 눈이 저절로 떠지면서 일어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제호는 이불 속에 있던 손을 빼내는데 윤아가 사간 로얄 블루 타이가 나왔다.

 

 “이게 왜 여깄는거지? 아, 내가 샀지... 회사원도 아니고. 이 칙칙한 걸 어따 써.”

 

 제호는 쓰레기통에 타이를 버렸다.

 

 제호가 버린 타이를 선물하기 위해 윤아는 벅찬 마음으로 회사 앞에서 기다렸다.

 

 “오빠, 오늘 줄 거 있는데. 잠깐 회사 앞에서 볼 수 있어?”

 “오늘은 좀 힘들 것 같은데. 철야야. 부장님 계셔서 빨리 끊어야 해.”

 “어,어. 미안. 그럼 언제..”

 

 통화는 윤아의 뒷말도 채 듣지 않고 끊어져 버렸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서던 윤아는 진흙탕 물벼락을 뒤집어 써버렸다.

 빨간 승용차가 물웅덩이를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윤아는 시궁창에 빠진 쥐 꼴로 벙 쪄서는 승용차를 보는데 입구에서 수가 나왔다.

 철야라더니... 바쁘다더니.... 윤아의 둔한 레이더에도 그가 거짓을 말했다는 게 걸려들었다.

 수는 반갑게 빨간 승용차에 대고 몇 마디 나누더니 보조석에 올라탔다.

 승용차는 거칠게 뒤로 빠지더니 다시 윤아 옆을 쌩 지나갔다.

 또 다시 흙탕물을 뒤집어 쓰게 되었지만 윤아는 혹여 자신의 모습을 수에게 들킬까 겁나 고개를 풀 숙였다.

 차가 매캐한 매연을 남기고 빨간 점으로 변하고 나서야 윤아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버림 받은 여자의 고전을 보여주는 ‘애수’ 라는 영화에서 비비안 리가 차에 뛰어들어 자살하기 직전의 얼굴을 윤아가 하고 있었다.

 윤아는 지나가던 택시 앞에 뛰어들어 버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윤아는 애수의 여주인공은 되지 않았다.

 택시는 빨간 승용차가 멈춘 명품관까지 미행을 해주었다.

 택시 창문에 얼굴이 짜부가 될 정도로 바짝 붙어 관찰하던 윤아는 쇼윈도 너머로 수가 섹시한 여성과 함께 가방을 고르는 것을 포착했다.

 맑았던 윤아의 눈에 불꽃이 솟아올랐다.

 

 “아저씨, 저기 비싼 대에요?”

 “아이구, 허벌라게 비싸죠. 웬만한 월급쟁인 문턱도 넘기 힘들어요.”

 

 윤아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여기서 멈출 것인가, 끝까지 달릴 것인가.

 멈춘다면 찝찝함과 울분은 남겠지만 나만 사랑해주는 수 오빠의 환상은 유지 될 거다.

 그 반대를 택한다면 사랑을 잃을 각오 정도 해두어야 했다.

 윤아는 결정했다. 못 먹어도 고!!!!!

 

 빨간 승용차가 가는 길이 바로 택시의 행선지 이었다.

 승용차는 구불구불 한 도로를 따라 자꾸 산 속으로 들어갔다.

 미터기는 이미 20만원을 훌쩍 넘어가 버렸다.

 승용차가 양평의 한 펜션촌 중 클럽 타피올라에 멈추면서 윤아의 돈도 그만 깨질 수 있었다.

 타피올라의 외부는 거대한 벽으로 둘러쌓여 있고 입구가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윤아는 두리번거리면서 수를 찾다가 어디선가 풍덩 하는 소리와 여자의 간드러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있는 힘껏 달려들어 벽에 매달린 그녀는 낑낑대며 겨우 올라가는데 앞으로 고꾸라져 버렸다.

 그 바람에 윤아는 얼굴과 손바닥에 상처가 나고 바지는 찢어졌다,

 꼭 스파이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몇 배로 긴장되는지라 아픈지도 몰랐다.

 윤아는 소나무 뒤에 숨어 염탐했다.

 비키니에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는 여성은 먼저 수영장에 들어가 수에게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수는 재빨리 타월을 벗어버리곤 다이빙을 했다.

 물장구를 치며 까르르 웃던 여자는 자연스럽게 수의 목을 감더니 진하게 키스 하였다.

 이런 썅! 욕이 절로 나오는 상황에 나무를 꽉 잡은 손이 부르르 떨렸다.

 갑자기 밑에서 조명이 탁탁 켜졌다.

 윤아는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져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기만 했다.

 게슴츠레 눈을 뜬 여자는 조명을 받아 귀신처럼 보이는 윤아를 발견하였다.

 그 여자가 소리 지르는 바람에 수는 윤아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윤아는 지금 이 난감한 상황에서 도망치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이 안 났다.

 허겁지겁 도망가다가 스텝이 엉켜 넘어져버렸는데 데굴데굴 굴러 수영장에 풍덩 입수해버렸다. 잠시 기절한 듯 대자로 뻗은 윤아의 몸은 미동이 없었다.

 수가 급히 수영을 해서 윤아에게 다가갔다.

 윤아는 고래마냥 수에게 물을 뿜고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어 격하게 숨을 토해냈다.

 화장은 번지고, 머리는 해초처럼 떡 져 여자가 놀랄만한 몰골이었다.

 

 “괜찮아?”

 “오빠, 저 여자 뭐야? 아는 여자야?”

 

 섹시한 여자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윤아를 노려보았다.

 윤아는 그녀의 강한 기에 이미 기선제압이 되어버렸다.

 몸은 천근만근이고 머리는 신기루를 쫓는 사막처럼 아득해졌다.

 그저 빨리 여길 벗어나야 되겠단 생각밖에 안 들었다.

 

 “선물 주려고 온 건데.. 여기...”

 

 수는 물에 젖어 곤죽이 되어버린 선물상자를 받았다.

 

 “그럼, 가볼게.”

 

 윤아는 사다리가 지척에 있음에도 못보고 힘겹게 수영장 벽을 올라탔다.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윤아를 따라가려고 수는 사다리 쪽으로 헤엄쳤다.

 

 “오빠! 따라 가기만 해봐! 나랑 완전 끝이니까!”

 

 수는 고민하다가 사다리 잡은 손을 놓아버렸다.

 

 

 

 

 윤아는 그저 하염없이 걷는 거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산에 둘러싸여 불빛도 안 보이는 길.

 윤아는 그 길을 울음을 꽉 참고 걸어보려 하지만 비집고 나오는 눈물을 막기란 참 어려웠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진정하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하나의 숨이 막아놓았던 감정의 둑을 터놓으면서 갑자기 울음이 터지게 되었다.

 이를 꽉 깨물고 참아 보려하지만, 물밀 듯 밀려오는 서러움에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제호는 새벽이 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러닝머신 위에서 땀을 흠뻑 흘리며 운동을 하며 섹시한 페로몬을 한껏 뿜어댔다.

 제호는 계기판 위에 있는 넥타이에 자꾸 시선이 갔다.

 

 “땀 쫙 내고, 샤워 하고, 개운하게 잊는 거야.”

 

 거치대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

 ‘이 새벽에 누구야?’ 짜증내며 발신자 확인하는데 ‘성윤아’였다.

 그녀를 잊기 위해서 달밤에 체조하며 겨우 진정했는데 그게 다 허사가 되어버렸다.

 멍하니 있다가 뒤로 발라당 넘어진 제호는 자연스럽게 누워서 전화를 받았다.

 마치 넘어진 것이 아니라 누워 있는 연기를 했던 것처럼 말이다.

 

 “여보세요.”

 “으흐흐흐흐...”

 

 제호는 귀신 우는 소리에 당황해서 핸드폰 발신인을 다시 확인해보았다.

 

 “저, 성윤아씨 핸드폰 아닌가요?”

 “아저씨...”

 

 제호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고는 왜 우냐고 물었다.

 윤아는 사방이 어둠뿐인 어딘가에 쭈그려 앉아 주위를 둘러보는데 보이는 건 그림자뿐인 숲이었다.

 

 “오늘 너무 힘든 일을 겪어서.... 밤새 걸어도 속이 안 풀릴 것 같았거든요.

 근데 발이 아파요오오오, 배도 고프고오오...“

 

 울컥 치미는 서러움에 엉엉 울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좀 데리러 와 줌 안돼요? 양평 팬션촌에서 걸은 지 꽤 된 거 같은데... 숲 밖에 안보이고오오... 너무 춥고오오....”

 

 제호는 걱정 되서 죽겠다는 얼굴이었지만 애써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새벽에 어딜 가. 콜택시 불러서 타고 가.”

 “돈 있음 아저씨한테 왜 전화해요! 선물 사고 택시비 하니까 돈이 딱 떨어졌단 말이에요...”.

 “아, 몰라. 알아서 해.”

 

 윤아의 애걸복걸이 더 마음을 흔들어 놓기 전에 제호는 핸드폰을 딱 끊어버렸다.

 또 전화 올까 싶어 배터리를 빼버리기까지 했다.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러닝머신 위에 올라탄 제호는 스피드를 바짝 올렸다.

 그는 녹초가 되어 침대에 흐물흐물 누워서는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뒤척이기만 할 뿐 자길 기다리는 시간이 고문에 가까웠다.

 밤새 영화나 보자하고 리모컨을 집어 들어 영화 채널을 트는데 추격자가 나왔다.

 화면을 잠깐 설명하자면 미진이 곡선의 내리막길에서 넘어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며 달렸다.

 제호는 괜히 불안해졌다. 윤아가 미진처럼 될까봐 걱정되지만 애써 영화에 집중했다.

 살인마 영민이 “어떻게 나왔냐고.” 하고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미진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소리 없이 울었다. 그런 미진에게 영민은 망치를 내려쳤다.

 제호는 화들짝 놀라 티비를 꺼버렸다.

 

 “미치겠네, 진짜!”

 

 제호는 침대에서 내려와 쓰레기통으로 가더니 뒤집어 다시 넥타이를 집었다.

 

 “더럽고 꼬질거리는게 되게 신경 쓰이네, 이거! 그래, 확 태워버리는 거야.”

 

 가스레인지의 파란 불꽃이 확 타올랐다. 제호는 넥타이를 불꽃에 갖다 댔다가 불꽃이 옮겨 붙어 천 끝에 지글지글 연기가 올라왔다.

 찰나의 시간이면 불길은 넥타이 끝까지 잡아먹을 테지만 제호는 개수대에 던져 물을 틀어버렸다.

 제호는 타다 만 넥타이가 물에 젖어 쭈글쭈글 해진 것을 처연하게 바라보았다.

 

 “진짜 버리고 싶다. 근데 버릴 수가 없네.”

 

 

 

 

 

 제호는 새벽의 팔당대교를 거칠게 드라이브 하는 손맛을 보았다.

 마주 오던 차와 싹 빗겨서 지나쳤는데 맞은편 운전석엔 타월을 걸친 수가 빨간 승용차를 몰고 서울 쪽으로 향했다. 두 남자는 운전에만 집중하느라 서로 보지 못했다.

 

 

 

 

 자동차 후레시가 박스를 뒤집어쓰고 쭈그리고 앉아 오들오들 떠는 윤아를 비추었다.

 윤아는 희미한 의식으로 고개를 드는데 차에서 내린 제호가 서포트라이트를 받아 구세주마냥 환하게 빛났다.

 

 “아저씨....”

 

 제호는 묵묵히 운전만 하였고 윤아는 그런 그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는 느와르 한 얼굴로 지이잉 창문을 내렸다. 윤아는 그 이유를 아는 듯 난처하게 웃었다.

 

 “냄새 많이 나요? 하필 생선 박슬 뒤집어 써가지고.”

 

 윤아는 앞에 붙은 방향제에 몸을 비비적거렸다. 그는 아프지 않게 윤아 팔뚝을 살짝 때렸다.

 

 “하지 마, 냄새 배. .......어떻게 된 거야.”

 “오빠가... 바람 폈어요.”

 

 급 울먹거린 윤아를 제호가 흠칫 놀라 보았다.

 

 “드라마 보면 조강지처가 바람핀 여자랑 남편 머리채 잡고 난리 치잖아요. 근데 내가 직접 겪어보니까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그냥 머리가 하얘지고, 빨리 피하고만 싶고. 저 정말 바보죠.”

 “그래, 완전 바보다.”

 

 윤아는 풀이 팍 죽었다.

 

 “그 오빠란 놈. 넌 기죽을 거 없어. 때린 놈이 잘못 한 거지. 참고 맞은 건 백번 죽어도 이긴 거야.”

 

 윤아는 ‘웬일로 나한테 이런 말을 하지?’ 하고 동그란 눈으로 보았다. 그 말에 왠지 힘이 났다.

 

 “맞아, 따지고 보면 오빠.. 아니, 그 놈이 잘 못 한 건데, 왜 내가 기죽어? 그깟 명품 가방 선물 못 받고, 궁 같은 팬션에서 수영 못함 어때. 내 사랑이 명품이구 글래먼데.”

 

 윤아는 씩씩거리며 혼자 완전 심각하게 말했다. 그는 비죽비죽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꽉 참았다.

 

 “아, 거기서 도망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이 미친년이! 이 오빤 내 오빠야!

 튜브 없이 가슴만 동동 뜨는 너 같은 인조인간이랑은 끕이 다르다고! 오빠 가자!

 이렇게 말하고 왔어야 됐는데. 아~ 왜 이게 지금 생각나는 거냐구, 왜~“

 “다시 가면 똑바로 말할 수 있어?”

 “네?”

 

 그는 급하게 핸들링 해 유턴해서 팬션 촌으로 향했다.

 

 

 

 

 

 

 클럽 타피올라의 정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윤아는 몇 번 흔들어 봐도 움직이지 않는 대문에 살짝 화색이 돌았다. 말로는 다 잡아먹을 것처럼 굴었지만 막상 대면하려고 하니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문을 안 열어 주네. 뭐 어쩔 수 없죠. 그냥 가요.”

 

 차로 가려는 윤아를 잡은 제호는 어디론가 데려갔다. 바로 아까 윤아가 뛰어넘었던 벽 앞이다.

 

 “가서 뭐라 한다고?”

 “물에 넣음 가슴만 동동 뜰 여자야... 이 오빤 내 오빠야...”

 “그렇게 기어들어가서 잘도 나오겠다. 물에 넣음 가슴만 동동 뜰 년아! 이 오빤 내 꺼야! 오빠 가자!!”

 “오빠... 가자...”

 “더 크게!”

 “오빠 가자!”

 

 제호는 윤아 얼굴을 우악스럽게 감쌌다.

 

 “그래서 뺏을 수 있겠어!!”

 “오빠! 가자!!”

 

 둘은 마치 군대의 스파르타 훈련을 하듯 복창 하였다.

 내 목소리가 이렇게 컸나? 라는 생각에 윤아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제호는 만족스러운 훈련에 미소를 지었다.

 

 “운명적인 사랑도 못해보고 죽으면 억울해서 귀신 될 거 같다며. 운명 이란 건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야. 다시 되찾아 와. 약부터 발라야겠다.”

 

 그는 윤아 얼굴에 난 상처를 쓸어주었다. 윤아는 따끔해서 움찔하다가 괜히 기분이 이상해져 얼굴을 뒤로 뺐다.

 윤아의 허리를 안은 그는 번쩍 들어 올려 억지로 밀어 올렸다.

 무게가 장난 아니다. 제호는 버거워 머리로 윤아의 엉덩이를 밀었다.

 윤아는 악! 소리와 함께 쿵 떨어졌다.

 

 “야! 괜찮아? 윤아야! 성윤아!!”

 

 아무런 소리가 안 나자 걱정이 된 제호는 망설이다가 벽을 탔다.

 끙-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낑낑거리며 올라갔다.

 액션 영화처럼 완벽하게 착지하고 싶은 맘은 굴뚝같으나 현실은 엉덩방아였다.

 제호는 흙을 털고 일어나 윤아를 찾는데 어디로 갔는지 안 보였다.

 윤아는 잔뜩 위축되어서 거실로 들어갔다.

 섹시한 여자가 비키니 그대로 소파에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서는 담배를 뻑뻑 피워대고 있었다. 꼬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너 뭐냐?”

 “네?”

 

 그녀는 연기를 푹 뱉더니 재떨이에 담배를 지져 끄고 일어났다.

 위압적인 포스로 다가오는 그녀의 기에 밀리지 않기 위해 윤아는 다리에 꼿꼿이 힘을 주었다. 두둥- 윤아의 시선을 가득 메우는 그녀의 터질 듯한 가슴.

 윤아는 더욱 위축되어선 가슴이 오그라들었다.

 

 “오빠 지금 화장실에 있는데. 불러줘?”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님, 나한테 볼 일 있어?”

 “무..무무물...”

 “물? 물 떠줘? 어쩌지. 난 우리 오빠랑 같이 거품 목욕하러 가야 되는데.

 우리 오빠가 배꼽 밑에 난 별점 만져 주는 거에 환장하거든. 할 말 있음 같이 들어가던가.“

 

 자신이 모르는 수의 비밀을 낯선 여자가 알고 있는 것이 윤아에게 굴욕을 안겨주었다.

 

 “아..아뇨. 오..오오...”

 “아, 썅년. 말 겁나 떠네.”

 

 자신에게 욕을 했다는 것에 욱한 윤아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니가 노려보면 어쩔건데. 어쩔건데.”

 

 그녀는 검지로 기분 나쁘게 윤아의 이마를 밀었다.

 안 밀리려고 힘을 주나 윤아의 뜻과는 다르게 자꾸 뒤로 밀렸다.

 

 “비쩍꼬른 과메기처럼 생긴 게. 야, 좋은 말할 때 우리 오빠한테서 꺼져라.”

 “시...싫어! 너나 꺼져라! 인조여자야!”

 “뭐? 이 년이!”

 

 순식간에 윤아의 머리채는 그녀의 손아귀에서 미역줄기 잡듯 찰지게 잡혔다.

 머리채 한두 번 잡아본 실력이 아니었다. 윤아도 똑같이 해주려고 손을 뻗다가 모근들이 뽑히는 고통에 자기 머리를 잡고 소리 지르기 바빴다.

 수는 어깨가 축 쳐져서 들어오다가 둘의 싸움을 보고 허겁지겁 달려와 억지로 떼어냈다.

 

 “오빠! 저 년 편드는 거야?! 저년이 나한테!”

 

 차갑게 노려보는 장수로 인해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수는 차키를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차 잘 썼다. 너 먼저 가라.”

 

 그녀는 굴욕감에 입술을 꽉 깨물더니 옷가지와 가방을 챙기고 차키를 집어 들었다.

 

 “다신 연락 하지 마, 개새끼야. 죽여 버릴라니까.”

 

 그녀는 카악 가래침을 끌어올려 카펫에다 퉤 뱉고는 나가버렸다.

 수영장 의자에 기대 쉬고 있던 제호는 쾅! 문 닫는 소리에 팬션으로 시선을 돌렸다.

 킬힐을 신고 나온 그녀는 차로 가 뒷문을 신경질적으로 열더니 수의 옷가지와 가방을 집어던졌다. 비키니 차림 그대로 운전석에 올라타더니 거칠게 차를 몰아 정문 쪽으로 향했다.

 

 “저 여자가 그 여잔가.... 그렇다면....”

 

 ‘윤아랑 남친이 단 둘이 있단 거?!’ 하는 생각이 미치자 제호는 급히 팬션 쪽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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