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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입술은 안돼요
작가 : 시나뉴
작품등록일 : 2019.10.4

- 운명이란 아주 징글징글한 단어다.
지구상에 남자가 반, 여자가 반인데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오로지 단 하나
그 사람이 아니면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뜻 아닌가.
사랑은 하고 싶은데 자신의 ‘치명적’ 결점 때문에 할 수 없게 된다면
운명이란 게 낭만적이기 보단 웬수같이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결점 투성이인 자신의 받아줄 누군가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차이는 연애를 반복해야지.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차이는 연애만 하다보면 깨닫는 게 있다.
운명의 상대를 만난다고 해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 운명의 ‘진리’를 ‘감전키스’를 하는 남녀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제 3화
작성일 : 19-10-04 22:11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12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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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대학에서 학과를 정할 때 대부분 성적에 맞춰 정한다.

 책 한 줄 읽으면 바로 잠이 오면서 문예창작과를 가 글을 쓰겠다고 하거나,

 피 한 방울에도 벌벌 떨면서 간호학과를 가고, 식당가서 빽빽 소리를 지르는 아이만 보면 눈이 세모꼴이 되면서 유아교육과에 간다.

 그런데 윤아는 어려서부터 꿈이 유치원 선생님이었다.

 숲 한 가운데 유치원을 지어 아이들이 흙을 밟고, 나무가 내뱉는 맑은 산소를 들이키며 꽃이 만개한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다.

 꽤 공부를 잘 했던 윤아는 대학 원서를 넣을 때 오히려 담임선생님이 법대나 경영대를 가라고 설득할 정도였다. 하지만 자신이 한번 정한 것은 뒤도 안 돌아보고 결정을 하는 휘둘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윤아는 유아교육과를 지원했고 수석으로 합격했다.

 요즘은 베이비시터라는 일자리가 돈이 궁한 아줌마들이 하는 직종이 아니었다.

 유아교육과를 다니는 여대생들을 웃돈을 주고 많이 챙겨주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할머니가 주는 사랑이 아닌 언니가 주는 다정함을 많이 받고 자란다.

 윤아가 아르바이트로 하는 아이도 엉뚱하면서도 천진한 그녀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은 아이는 그 무엇보다 사랑스러웠다.

 그 아이는 샛별이란 영롱이는 이름을 가진 일곱 살짜리다. 샛별은 호기심이 많았다.

 특히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 궁금해 했다.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건지, 대학 생활은 어떤지...

 궁금한 게 많지만 맞벌이 하느라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윤아가 말해주었다.

 그녀가 본 세상은 대학 캠퍼스 외엔 그리 넓지 않지만 샛별의 눈엔 대해만큼 넓고 거대해 보였다. 그래서 윤아가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눈을 초롱거리며 조막만한 손으로 박수를 쳐댔다.

 윤아는 샛별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 입술에 뽀뽀를 퍼부었다.

 샛별이는 간지러운 듯 키득키득 웃었다.

 

 "언니 왕자님 이름이 뭐야?"

 "장수야. 쑤~ 이름 멋있지. 언니 학교 근처 증권사 직원이야."

 

 그는 여대 근처 증권사를 다녔다. 상한가와 하한가를 수시로 확인하고 예측하여 고객의 돈을 투자해 이익을 내게 만드는 골치 아픈 직업을 가졌다. 밥 먹는 시간까지 아까워하던 습관은 모두 직업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한다. 심장은 회색 아스팔트마냥 딱딱하게 굳어가고, 꽃과 바람이 주는 여유와 아름다움은 잊게 살게 만들었다. 하지만 차가운 도시의 남자를 보는 것만큼 여자의 심장을 지락 벼락 하는 건 없었다. 쫓기듯 일하는 게 자신의 직업에 대한 확신과 열정으로 비춰졌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삭막함이 올곶은 뚝심과 심지로 착각하게 되어 푹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윤아는 그에 대해 끊임없이 환상을 부풀려 수에 대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표정이 지어졌다.

 

 "증권사 직원이 뭐야?"

 

 윤아는 뭐라 설명해 줘야 좋을지 몰랐다. 대학생이다 뿐 직업의 종류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사랑에 대한 정의만큼 굉장히 추상적이었다. 그녀는 샛별에게 설명할 수 있었던 건 돈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버는 사람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

 윤아는 말 하면서도 설렘으로 호흡이 짧아져 다섯 살배기가 자기소개 하는 것 마냥 가쁘게 말을 쏟아냈다. 금요일의 데이트가 윤아를 어린 아이로 만들었다.

 

 "맛있는 거 대따대따 많이 사 달라 해. 언닌 이쁘니까 다 사줄 거야."

 "으유~ 귀여운 것."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에 저절로 손이 가고 입을 맞추고 싶은 것은 사람이 가진 타고난 본능이다. 윤아는 새초롬한 얼굴로 과장된 손짓을 하며 말하는 샛별이 귀여워 미치겠다.

 온 몸이 저릿저릿 할 정도로 껴안고 뽀뽀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아이에게 진하게 뽀뽀를 하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이 엄마가 보고 달려와 둘을 떼어놓았다. 엄마는 아이가 마치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것처럼 대했다. 이리 저리 살피며 아이의 안부를 묻는 엄마를 보며 윤아는 갓 브레이크를 밟아 아이를 칠 뻔한 운전자가 된 것 같았다.

 왠지 죄진 것 같고, 당황스러운 윤아를 엄마는 따로 불러 얘기 하였다.

 그녀는 윤아의 증상에 대해 알고 있었다. 모르는 게 오히려 이상 했다. 손 안에 있는 작은 통신기만 있으면 원치 않아도 수백, 수 천 개의 정보가 눈과 귀로 들어오기 마련이었다.

 윤아의 동영상은 올린 당사자의 예상보다 파급력이 더욱 컸다.

 유투브의 조회 수는 윤아가 평생 만져보지 못할 숫자만큼 커져갔고 일간에선 그녀가 누구인지 추리하는 사이트까지 생겼다. 윤아는 동영상을 올릴 처음부터 사람들의 불필요 한 관심을 받아 일상에 지장을 줄 거라는 예상을 가지기는 하였다.

 하지만 아이를 성심 성의껏 보살피는 자신을 무슨 전염병 환자처럼 멀리하는 것은 상처가 안 될 수 없었다. 윤아는 누군가 자신이 상처 받았다는 걸 알고 괜히 미안해 할까봐 괜찮은 듯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자식 걱정이 두툼한 호박씨마냥 낀 엄마의 눈엔 윤아의 미묘한 배려따윈 보이지 않았다.

 

 "동영상 봤어. 본인이 그런 병이 있음 미리 말하고 조심해야지."

 "여잔 괜찮아요."

 "그걸 어떻게 알아?"

 "이윤 잘 모르겠는데, 엄마나 여동생이랑 할 땐 괜찮았어요. 이때까지 감전 시킨 적 한 번도 없고요."

 "믿고 맡겨도 되는 거지?"

 "네, 걱정 마세요."

 

 윤아는 사실 중학교 첫사랑 지후를 만나기 전에 자신이 사람을 감전 시킬 수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몰랐다. 그녀는 여느 아이처럼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살았다. 엄마와 여동생은 기분 좋으면 때때로 뽀뽀를 계속 했었다. 하지만 여자아이에겐 아빠는 직장 때문에 바빠 자주 못 보는 낯선 존재, 오랜만에 쉬는 날도 소파에서 스포츠 채널을 틀고 자는 한심한 사람일 뿐이었다.

 윤아의 아빠들은 애정 표현 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는지 어릴 때도 가끔 한 번씩 안아주는 것 빼고는 그 어떤 스킨십도 없었다. 사춘기가 오고 나서는 아빠는 보기만 해도 짜증이 솟구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윤아는 데이트 나갈 준비를 한창 이었다.

 심장이 꼭 에너지 드링크제를 열통은 마신 것 마냥 불규칙적으로 움직였다.

 자기 전 무엇을 입을지 계속 고민하느라 잠을 잔건지 아닌 잠에 휘둘렸는지 모를 정도로 몽롱한 상태로 아침을 맞았다. 거울은 민낯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오늘 중요한 데이트라는 생각이 동공을 요동쳐 결점을 더욱 크게 보이게 하였다.

 교통사고 때 난 이마의 작은 흉터, 코딱지 만해 보이는 볼의 모공들, 거뭇거뭇한 코의 블랙헤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면 깨끗해 보이는 피부를 윤아는 굳이 거울을 가까이 해 자책을 하게 되었다. 피부에 좋다는 모든 기초라인을 다 발랐다. 하지만 몸에 좋은 걸 한꺼번에 많이 먹는다고 건강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과식의 후유증으로 소화제를 한 움큼 집어 먹어야 한다.

 피부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화장이 어색한 윤아는 아직 알지 못했다.

 좋다는 것을 다 발랐는데 피부가 좋아 보인다기 보다는 얼굴에 겉돌아 보였다.

 윤아는 거울을 보며 자신이 이 화장품을 바른다고 광고 속 상큼한 아이돌은 될 수 없다는 것을 절절히 느꼈다. 그들이 하루만 바르면 촉촉 물광 피부가 된다는 크림이 어째서 소비자의 몫이 되면 개기름으로 바뀌는지 윤아는 이해가 안 되었다.

 얼굴이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대로 안 되자 윤아는 초조해졌다. 배가 빵빵해진 피부 위에 꾸역꾸역 비비를 발라대었다. 과식으로 그득그득해진 피부는 검은 때 같은 토사물을 쏟아내었다. 그걸 화장의 전문용어로 ‘밀림 현상’이라고 한다.

 토사물을 집어 먹는다고 그것이 속으로 흡수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역함에 내장까지 쏠릴 정도로 더욱 쏟아낼 뿐이다. 그런데 피부가 비명을 지르는 걸 윤아는 알지 못했다.

 당황해 그저 미스트를 왕창 뿌리고 흡수 시키려 별 짓을 다 해보지만 점점 튀긴 오징어 껍질같이 되어 가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수습이 불가할 정도로 이상해 보였다.

 때가 줄줄 나오는 거지 여인 같았다. 초침은 빠르게 약속시간을 향해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갔다. 약속에 늦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로 집 밖에 한 발자국도 못 나가는 게 바로 여자다.

 윤아는 급하게 클렌징을 하고 거울 앞에 말끔한 맨 얼굴로 섰다.

 지독한 배앓이를 해본 사람은 다신 과식을 하지 않는다. 윤아도 마찬가지였다.

 피부가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로 기초 공사를 마친 후 깔끔하게 메이크업을 이어갔다.

 얼굴의 단점은 분첩으로 점점 옅어지고 안색은 점점 환하게 빛나갔다.

 하지만 여자는 아름다움에 있어서 만족을 하지 못한다.

 화장이 잘 먹었는데 얼굴 곳곳에 펴져 있는 여드름 자국이 신경 쓰여 계속 콤팩트를 두드렸다. 그녀의 얼굴은 점점 만화 속 캐릭터로 변신해갔다.

 점점 갸루상으로 변해가는 걸 윤아는 어두침침한 방 안 조명 때문에 인지하지 못하였다.

 데이트라는 건 여자에게 안 하던 것까지 하게 만든다.

 눈매에 검은 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생소했다. 잘못하면 잉크가 눈 안에 번지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만큼 집중하여야 했고, 집중도가 높아진 만큼 입은 헤- 하고 침이라도 나올 듯 벌어졌다.

 인터넷에서는 1분 만에 완성 된다는 초 간단 아이 메이크업이 윤아에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눈을 까뒤집고 떨리는 손으로 조금씩 그려 가는데 비뚤거리는 아이라인이 신경 쓰여 계속 덧칠을 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스모키 메이크업이 되어버렸다.

 밍밍한 얼굴만 거울에 담다가 처음으로 강렬한 인상을 담으니 거울이 굉장히 낯설었다.

 여자는 자신의 얼굴에 객관적이지 못한다. 주변 사람이 자길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자신의 스타일이 좋은 건지 아님 이상한건지 깨닫게 된다.

 윤아는 처음 보는 낯선 얼굴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첫 데이트 장소를 떠올리며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첫 데이트 장소는 저녁에 화끈하게 열리는 록페스티벌 이었다.

 윤아가 화장과 씨름하는 사이 약속시간은 이미 한참 지나고 말았다.

 기다리는 것을 딱 싫어하는 수의 발이 초침처럼 빠르게 까딱여졌다. 미간은 잔뜩 좁혀졌고, 시끄럽게 울리는 락 밴드의 공연 소리와 함성 때문에 꼬랑지에 불붙은 소 마냥 초조함이 그의 몸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다렸다. 데이트라는 건 기다림의 묘미가 있는 거니까.

 그녀를 보기 위한 기다림, 호감이 발전될 수 있기를 기다림, 손을 잡고 그 다음 스킨십이 진행되는 기다림..... 수많은 기다림이 쌓이고 쌓여야 비로소 완성되는 게 연애의 참 맛이었다.

 사실 지금 수는 연애의 맛에 허기가 진 상태였다. 초침으로 이루어진 삶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시간을 그냥 흘러 보내는 법을 잊어버렸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시간에 지배된 삶이라 한들 가끔은 놓아버리는 부분도 필요했다. 그걸 윤아가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고 수는 기대했다. 그는 그녀를 통해 오랜만에 기다리는 법을 익혔다. 두리번거리며 윤아가 오길 기다리며 그녀가 어떻게 하고 나타날까 하는 기대감과 상상력을 키웠다. 숫자와 경제 용어로만 가득 찼던 머리가 가벼워 지는 기분이었다.

 여자에게 연애는 타이밍이었다. 언제 나타날지, 언제 스킨십을 허락할지.... 너무 빨라도 안 되고, 너무 늦어버려도 안되었다. 윤아는 자신이 나타날 타이밍이 언제인지 가늠하기 힘들어 나무 기둥 뒤에 숨어 그를 지켜보았다. 다짐하듯 이를 앙 다문 윤아는 나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초장에 확 잡아야해."

 

 그녀에게 연애는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여겼다. 처음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둘의 관계가 끝까지 유지가 된다고 말이다. 윤아는 이때까지 자신의 결점 때문에 한 수 접어가는 연애를 하였다. 첫 단추가 주종관계로 끼어진 덕에 그녀는 항상 향단이었고, 남자는 언제나 이몽룡이 되어 춘향이 만나 훨훨 장원급제를 해버렸다. 이번만큼은 남자보다 우위에 서서 연애의 주도권을 쥐락 벼락 하는 맛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다짐한 윤아는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걸었는데 익숙지 않은 킬 힐 때문에 로봇처럼 걸었다. 킬 힐을 신고 멋있게 걷는다는 건 운동화에 익숙한 여자의 발에선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 입어보는 초미니 스커트가 신경 쓰였다. 팬티만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 같아 주위 사람들이 자꾸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사실은 그녀의 갸루상 같은 얼굴 때문이었는데도 말이다. 윤아는 신경 쓰이는 치맛단을 계속 내리다 보니 걸음이 점점 우스꽝스러워졌다.

 한 걸음이 영원 같이 느껴졌는데 어느새 그의 앞에 섰다.

 그는 뭐라 할 말을 잃었다. 기다림의 묘미란 건 기다림이 끝났을 때가 아닌 계속 이어졌을 때란 것을 수는 깨달았다. 그의 머릿속의 그녀는 청순한 하얀 원피스에 단화를 신고도 매끈한 다리, 한 듯 안한 듯한 화장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풋풋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기다림 끝에 찾아온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떨떠름함을 가져다 주었다.

 얼굴이 뽀얗다 못해 게이샤처럼 허여멀건 하고, 너무 진한 스모키 눈매는 도발적이기 보단 사나워 보였다.

 하지만 윤아가 첫 데이트를 위해 신경 썼다는 티는 팍팍 내서 수는 뭐라고 짜증도 못 내겠다.

 

 "패션에 참... 록 정신이 있네요."

 

 그 딴엔 최대한 할 수 있는 칭찬이었다. 차마 눈이 부시다, 아름답다 라는 입에 발린 말을 하기엔 수도 눈이란 게 있고 미의 기준이란 게 머리에 박혀 있는 남자였다.

 그런데 윤아는 남자의 말의 속뜻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표면적인 말 뜻대로 데이트 장소에 맞게 잘 꾸미고 왔다는 뜻으로 의역을 해버렸다. 이래서 미드 자막 뿐 아니라 남녀간 대화에도 의역, 오역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그녀는 모델 같았던 주희의 모습을 떠올리며 최대한 따라해 도도한 표정을 짓고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신경 좀 쓰느라 늦었어요. 괜찮죠?"

 

 수는 그녀가 안타까워 비웃지도 못하였다. 어디서 배워 온 못 된 연애 비법인지 몰라도 한참 잘못되었다. 수많은 유혹의 비법, 연애의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라지만 그게 모두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도 한 번에 화르르 타오르는 연애가 아닌 뭉근히 마음을 천천히 촉촉이 적시는 연애를 하길 원했던 수에겐 거슬리는 행동뿐이었다.

 화끈하게 놀 줄 아는 여자. 멋지고 재미있다. 하지만 그는 별로였다. 수는 메탈보다는 재즈 체질이었으며 경련을 일으키듯 흔들어대는 것보다 은근히 리듬을 타는 것을 좋아했다.

 헤비메탈 무대에서 은근한 제스처는 이곳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것처럼 섞이지 않았다.

 윤아는 펄쩍 펄쩍 뛰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속으로 열기를 즐길 줄 아는 몇 안 되는 여자로 비춰져 찬란히 흘리는 땀방울이 휘날리는 것에 그가 반할 거라고 생각했다.

 

 "수씨도 즐겨요! 한바탕 소리 지르고 나면 스트레스가 팍 풀려요! 와우! 로큰롤~!!"

 

 하지만 윤아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 했다. 그의 취향에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땀에 강한 아이라이너라도 번지지 않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윤아의 얼굴은 점점 땀범벅이 되어 마스카라와 메이크업이 점점 녹아내려 갔다.

 그녀는 흙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 같은 얼굴이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렇게 감추고자 했던 결점을 호감이 가는 상대, 수에게 제일 먼저 노출을 시켜버렸다.

 수는 기함했다. 마스카라가 눈 밑까지 번져서는 팔을 위로 하고 펄쩍 펄쩍 뛰는 모습이 꼭 신내림 받는 여자 같았다. 윤아는 줄줄 흐르는 마스카라 국물이 자신도 모르게 삐져나온 눈물이라고 착각했다. 아, 이 남자. 공연에 감동 받아 우는 자길 보고 얼마나 반해할까.

 이런 자아도취에 그녀는 다리가 순간적으로 꺾이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윤아를 시발점으로 인간 도미노 현상이 일어났다. 그들도 락에 흠뻑 취해 신내린 사람마냥 펄쩍 펄쩍 뛰고 있던 중이어서 갑작스러운 밀림 현상은 제어 하지 못했다.

 관객들은 모두 앞으로 고꾸라져 무대 바로 앞까지 다 넘어져버렸다.

 맨 앞 관객이 휘청대다가 무대에 얼굴을 들이 받아 한쪽 광대뼈의 얼얼함을 느끼자마자 연주는 끝났다. 락이라는 장르가 듣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 모두 자아도취에 빠지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이 있나보다. 가수는 자신의 연주가 완벽해 그런 줄 알고 기타를 깨부수며 흥분 감을 표출하느라 바빴다.

 유일하게 흥에 휩쓸리지 않은 수만이 꼿꼿이 서서는 윤아를 토끼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이 답 안 나오는 아가씨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얼굴이었다.

 

 

 

 젠틀맨이란.

 상대의 결점을 봤을 때 자신이 직접 닦아주며 괜찮다는 듯 시크한 미소를 날려주는 거?

 절대 젠틀 하지 않다. 수는 목이 탄다면서 사온 칵테일 봉지를 실수를 가장하여 그녀의 얼굴 위에 뿜었다. 화장실 바로 앞에서. 윤아는 화장실로 안 들어갈 수 없었고, 들어가자마자 마주친 자신의 몰골에 비명을 안지를 수 없었다. 다행히 그녀의 비명은 뒤이어 나온 밴드의 함성에 가려졌다. 수많은 손길이 미친 비누를 사용해 두 시간 가까이 공들여 한 화장을 지웠다.

 비누의 찝찝함이 피부에 남았지만 말간 얼굴로 돌아온 대가로 여겼다.

 좋아하는 남자와의 첫 데이트에서 민낯을 보이는 건 마치 여자가 알몸으로 그 사람 앞에 서는 것만큼 창피한 일이었다. 윤아는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그 앞에 섰는데 그는 지금 얼굴이 훨씬 마음에 든다며 미소를 날려주었다.

 자신의 손톱 밑에 찔린 가시는 우주보다 더 크게 아프게 다가오지만 남들이 보기엔 큰 몸뚱아리에 박힌 작은 가시일 뿐이었다. 말 그대로 자신의 결점을 남들도 똑같이 나쁘게 여길 거라 여기고 감추고 들키기 두려워 하지만, 막상 남이 볼 때는 하나도 이상한 게 없는데 왜 그러나 싶게 느껴진다. 수는 화장을 떡칠한 그녀보다 민낯의 윤아가 더 깔끔해 보이고 좋았다.

 그녀의 옆에 서자 은은한 비누향도 나 마음을 더 풀밭에 온 듯 하게 만들었다.

 둘은 산책을 하면서 적당한 침묵한 적당한 질문과 대답을 오고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몰라 대화는 얼마 걷지 않아 끊어져 버렸다. 이 어색한 공백을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잔잔한 스윙재즈가 메꿨다.

 

 "자, 이제 우리 뭐 할까요?"

 "내가 뭘 하면 기뻐할 거 같아요?"

 

 윤아는 보는 사람 속을 뒤집어 놓을 만큼 눈치가 없지만 보태어 뚝심도 셌다. 무엇이든 한번 정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었다. 오늘은 주희 컨셉으로 잡은 만큼 어떻게 해서든 고수해 나가야 했다. 아까의 실수를 만회 할 만큼 최대한 치명적이게, 도발적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노력의 대가가 안겨준 것은 수에게 당황과 불쾌함뿐이었다.

 

 "날 즐겁게 해봐요. 명색이 데이튼데 남자가 이벤트도 좀 준비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윤아는 입술을 쏙 내밀고 뾰로통해졌다. 그 모습에 그는 세로로 주름을 잡은 것을 펴고 입 꼬리가 올라가며 무장해제 되었다. 그녀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 아니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해서였다. 마치 엄마 따라하는 재미에 푹 빠진 일곱 살 배기가 립스틱 훔쳐 바르고 하이힐 위해 조막만한 발을 집어넣고 마당을 활개 치는 걸 보는 기분이었다.

 다그치고 화내기 보다는 잠깐 아이의 놀이에 발맞춰 놀아주고 싶었다.

 수는 무시하듯 그냥 걸어가더니 갑자기 발을 뒤로 쭉 빼더니 스윙재즈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다. 유치라는 칼을 부술 수 있는 건 유치라는 방패 뿐 이었다.

 더욱 더 강한 유치함으로 그는 그녀를 대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의 진 켈 리가 된 것 마냥 전봇대를 붙잡고 빙그르 돌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스텝을 보였다. 대충 애들 장난으로 흉내 낸다 보기엔 스텝과 연기가 완벽했다.

 사실 그는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 뮤지컬을 꿈을 꾼 대부분의 이들이 그렇듯, 그는 생활고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그만두었다. 풍족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으나 마음은 항상 십 원 하나 못 가진 거지마냥 빈곤하였다.

 수는 스윙재즈 클라이막스 부분에 I LOVE YOU를 외치며 깔끔하게 끝맺었다.

 오랜만에 끼를 뿜어내자 발끝부터 저릿저릿하게 전기가 타고 올라오는 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살짝 맺혀 있는 땀방울은 손가락으로 닦아내고 윤아를 보았는데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감격에 겨워 눈물이 맺혀서는 촉촉한 눈길을 주었다.

 노래가사는 대부분 사랑을 속삭이는 게 많았다. 노래를 빌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저 가사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윤아는 전자라고 여겼다.

 그녀는 수를 와락 끌어안고 자신도 사랑한다고 뜬금없는 고백을 해버렸다.

 그는 지금 이 고백과 스킨십이 이뤄질 정도로 자신이 충분히 기다렸나 생각해 보았다.

 뭐, 어때. 사랑을 딱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듯. 사랑의 단계도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여겼다. 그는 자연스럽게 포옹을 풀고 그윽하게 윤아를 바라보았다.

 눈빛은 분명 키스를 원했고, 입술 새 새어나오는 입김이 뜨거웠다.

 그의 입술은 부드럽게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점점 다가오는 그의 얼굴에 윤아는 설렘보다는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자신을 지나친 남자들이 키스와 함께 쓰러지고 괴물취급 하던 순간, 순간의 상처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그녀를 마구 괴롭혔다.

 마음에 난 상처는 꼭 중요한 순간에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비집고 나왔다.

 그녀의 눈빛은 폭격이 쏟아지는 전쟁터마냥 격동적이게 떨렸다.

 수는 그녀가 몸이 아닌 마음을 받아줬으면 하는 유일한 상대였다. 섣불리 받아들였다가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끝나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저절로 몸을 멀어지게 만들었다.

 둘 사이는 윤아로 인해 일정한 벽을 두게 되었다.

 

 "밥! ...먹을 시간 지났는데....."

 

 책망하듯 쏟아지는 눈빛과 에로스한 공기가 무너져 가라앉으면서 찾아오는 허기를 무언가로 채워야만 했다. 당장 생각나는 건 밥 밖에 없었고, 말을 내뱉자마자 긴장이 풀린 위는 꼬르륵 소리를 내며 활발히 달렸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첫 데이트가 긴장되고, 떨려서 실수 할 수 있는 건 이해 됐다.

 하지만 남 녀 간 지켜야 할 예의를 내숭이라는 탈을 쓰고 무지하면서 상대방이 넘어오길 바란다면 잘못 알아도 한참 몰랐다.

 수는 그녀와 얼마나 이어갈지 가늠을 할 수 없었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집고 가야 되겠다고 여겼다. 그는 윤아에게 아무 말도 않고 레스토랑을 박차고 나왔다.

 차갑게 굳은 얼굴과 분노의 불길에 휩싸인 눈빛이 화난 게 분명했다.

 아니,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하였다. 그녀의 행동이 얼마나 남자를 배려를 안 하는 행동이었는지 처절히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남자는 여자를 어떻게 요리 해야할 줄 아는 젠틀맨이었다. 그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 올려 진 요리감이 된 윤아는 킬 힐 때문에 삐걱삐걱 뛰어 계단을 내려가다가 그만 접질리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놓치면 다시는 봄이 안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픔을 챙길 여력도 없었다.

 킬힐을 벗어 퉁퉁 부은 맨발로 장수 뒤를 절뚝 되며 쫓았다.

 그는 일부로 보폭을 크게 해 빨리 걷는 듯 보여주었지만 그녀가 잡아줄 거리는 계속 확보하였다. 이제 열을 채 세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사과를 해올 것이라 예상 했다.

 하나, 두....울..... 세............엣.....

 

 "미안해요!"

 

 다급하게 소리 지른 윤아의 말은 계단 근처를 메아리쳤다.

 본인이 늘여진 테잎만큼 천천히 숫자를 센 것은 인지 못하고 셋만에 사과를 받아냈다는 것에 수는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뒤를 돌 때는 입 꼬리를 애써 꾹꾹 눌러 화난 얼굴을 유지하느라 애썼다. 그런데 윤아가 울음 터져서 얼굴을 가렸다.

 수는 그녀가 잘못한 게 분명한데도 꼭 자신이 잘못한 것 같은 찝찝함이 느껴졌다.

 일곱 살 조카에게 장난으로 살짝 겁을 줬다고 울린 기분이었다. 자신의 장난이 너무 과했나 싶어 발길이 안 떨어졌다. 수는 환장할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장난스런 꾸지람도 눈치 못 챌 정도로 어렸다. 몸만 어른의 테를 가졌지 마음은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였던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가르쳐야 한다는 것에 귀찮아졌다. 하지만 수는 갈 길을 돌려 윤아 앞에 섰다. 이것도 그녀만의 치명적인 매력이라면 매력이라고 일컬을 수 있겠다.

 귀찮고 짜증이 나는데 재미있다. 울고 있는데 더 울리고 싶고, 울고 있는 걸 뚝 그쳐 해실 거리는 미소를 보고 싶게 만들었다. 수는 이게 연애의 감정인지, 육아의 감정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런건 차차 생각해 본다 할지라도 그는 그녀와의 관계를 지금 깨고 싶지 않았다.

 

 "왜 우는 거예요. 울고 싶은 건 난데. 오늘 아침부터 비상 터져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윤아씨랑 놀고, 같이 맛있는 거 먹을 생각으로 버틴 건데. 근데 이게 뭐예요.

 이거 먹쟀다가 저거 하쟀다가. 나 보고 뭐 어쩌라고요?!"

 

 어른과 아이는 쓰는 언어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기에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

 이들 사이 통하는 건 오로지 진심이었다. 각자의 언어로 자신의 진심을 말하면 완전히 알아주지는 못하더라도 확실히 전달되는 건 이것 밖에 없었다.

 그는 꾸미지 않고 진심으로 자신을 말했고, 윤아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자조적인 실소를 터뜨렸다.

 

 "저, 참. 바보 같죠. 이때까지 연애하면서 좋아하는 거,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내 맘대로 해본 적 없어요. 이번엔 꼭 잘해보고 싶었는데...

 정말 미안해요. 나 때문에 시간낭비하게 했네요. 가세요."

 

 윤아는 정말 맨틀을 뚫고 내핵 끝까지 내려가 아예 소멸되고 싶었다.

 자존감이 별로 없었던 그녀는 나 같은 게 그러면 그렇지.... 하며 온갖 비하를 심장에 폭격을 쏟아 부으며 그를 떠나려 했다. 그런데 발은 더 이상 나가지 않고 그의 곁에 제자리걸음을 했다.

 

 "솔직하게 말하지 그랬어요."

 "남자들 솔직한 여자 안 좋아하지 않아요?"

 

 수의 눈치를 보며 젖은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게 꼭 애처로운 고양이 한 마리를 보는 것 같았다. 해놓은 건 실 수밖에 없는데도 귀엽고 웃음이 터졌다.

 

 "난 아닌데. 그럼 이렇게 하죠. 윤아씨 하고 싶은 대로 했으니까 지금부턴 제가 하고픈 대로 해야 계산이 맞겠죠? 갑시다."

 

 윤아는 처음 알았다. 이 남자... 손이 참 차구나. 입김은 뜨거웠는데 손은 얼음장이라니.

 반전 매력이라는 것을 온몸에 갖추고 있는 게 바로 수라는 남자였다.

 그녀는 그와 만나게 될 앞날이 세계 일주를 가는 것 마냥 설레어졌다.

 손은 북극이고 입김은 아프리카였던 그의 팔은 어떨까, 다리는 어떨까...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윤아는 흥분 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큰 손으로 윤아의 가느다란 손을 알지 못하는 어딘가로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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