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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에밀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16.8.22

어머니의 첫사랑과 만난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느꼈다.
이제 나와 그,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제13부 평가의 압박
작성일 : 16-10-05 08:14     조회 : 572     추천 : 0     분량 : 5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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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 노는 것이 즐거운 까닭? 뛰어 놀 때는 자기 내면의 평가만 존재하거든.

  우리가 불행한 까닭? 어떤 행동이든 타인에 의한 평가가 따르기 때문이야.”

 

 

  준우가 사랑마을학교에서 지낸 지 반년이 훌쩍 넘어 가을이 왔다. 그 동안 승희는 준우와 여덟 번을 만났다. 한 달에 한번 꼴이었는데 준우는 승희를 만난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에 바빴다. 집에는 한번도 다녀가지 않았다. 항상 승희가 시간이 날 때 준우를 만나러 가는 방식이었다. 준우는 늘 승희가 단 며칠이라도 사랑마을학교에서 숙식을 함께 하길 원했다. 마지막 만났을 때, 이번 추석에는 그러겠다고 마지못해 약속했다.

  - 어머니, 저는 여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정말 잘 온 것 같아요.

  -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거니?

  - 일단, 여기는 아이들과 경쟁하지 않아서 좋아요.

  - 준우야. 우리 사회에서 경쟁은 불가피한거야. 경쟁이 없는게 꼭 좋은 건 아니야. 경쟁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꽤 많단다.

  - 어머니 말씀 무슨 얘기인지 알아요.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경쟁은 나 자신과의 경쟁이에요. 그 경쟁은 사랑마을학교에도 있어요. 하지만 오직 남을 이기기 위한 경쟁은 비극이에요.

  승희는 말문이 막혔다. 자신의 아들이지만 언제 이렇게 성장했을까 싶다. 봉구의 영향인건가. 준우가 원래도 생각이 깊고 조숙한 아이이긴 했다. 어쨌든 준우가 학교 생활에 만족하고 있고 만날 때 마다 행복해하므로 승희도 덩달아 뿌듯해 지는 것은 숨길 수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단지, 준우의 진로가 걱정이 되긴 했다.

  - 고등학교는 어떻게 할거야?

  - 일단은 사랑마을학교에서 꽉 찬 일년을 보낸 뒤에 생각할래요. 검정고시를 치를 수도 있지만 지금 마음은 봉구 선생님 곁에 남아서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 지내고 싶어요.

  의외였다. 준우 입에서 저런 얘기가 나올 줄이야.

  - 알겠다. 엄마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할게. 너도 잘 생각해보렴.

 

  승희는 준우를 만나고 돌아오면 준우와의 대화를 항상 곱씹어 생각했다. 정말 아이같지 않은 성숙함이다. 승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들을 벌써 십대 중반에 깨닫고 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결정내릴 수 있는 용기라니. 준우가 부러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승희 자신은 직장 내에서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높은 연봉을 위해 얼마나 바둥거리고 있는지 스스로가 한심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라고, 행복을 위해서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승희가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평일 오후, 대학 동기 기평이 승희를 찾아왔다.

  - 니네 기관에 교육부 주재 회의가 있어서 왔다가 네 얼굴 보고 가려고 왔어.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내려와서 이렇게 지방 다니는게 일이다, 일이야.

  - 은혜도 잘 지내지? 저녁 먹고 올라가. 오랜만에 술도 한잔 하구.

  승희와 기평은 승희 직장 근처의 중식당으로 향했다. 기평은 승희의 대학 동기였다. 경호와 봉구를 만난 봉사 동아리 ‘아모르’에서 알게 되었고 함께 학교를 다니고 졸업한 사범대 동기였다. 기평은 영어교육과, 은혜는 미술교육과 학생이었으며 그들은 캠퍼스 커플로 유명했다. 그들은 졸업과 동시에 임용고시에 합격하면서 서울에서 부부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물론 기평이 장교로 군대를 다녀온 시간이 포함되었고 기평은 몇 년 전 서울 교육청의 장학사 시험을 통과해 전직해 있었다. 승희의 기관이 서울에 있었을 때부터 기평과 은혜와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낸 사이였다.

  - 그래, 잘 지내니? 은혜는 여전하지?

  - 응. 이제 우리 애들 중학생 됐잖아. 걔네들 뒷바라지 한다고 나보다 더 바빠.

  기평은 이란성 쌍둥이 남매를 두고 있었다.

  - 장학사 시험만 합격하면 사는게 좀 더 편해질 줄 알았는데, 장학관 되고 계속 승진하려면 더 피곤하다.

  - 그래도 서울은 진보교육감이잖아. 좀 다르지 않나?

  - 말도 마. 그래서 더 애매모호해. 어떤 장단에 어떻게 춤을 춰야할지를 모르겠어. 어차피 주요보직 말고 실제 업무는 원래 교육청에 있던 직원들이 하는거라서 힘든게 아닌데, 정치적으로 개입되니까. 서로 철학이 달라서 말이야. 그 동안 하던 거를 뒤엎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뭔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 너는 잘 지내냐? 아들은 잘 있고?

  승희는 사랑마을학교 얘기를 꺼내려다 말았다.

  - 어 그렇지. 뭐. 준우야 중학교 2학년이잖아. 이제 적응해서 난 별로 힘드는거 없는데...

  - 지방이라서 그러냐? 서울은 여전히 장난 아니다. 우리 애들 중학교 때문에 맞춰서 이사가느라 내가 다 죽을 뻔 했다. 그나저나 경호 형, A시 대학에서 교수하는 거잖아. 애랑은 이제 보냐?

  - ...... 연락 끊은지가 언젠데 A시에 왔다고 달라지겠어. 그 사람 여기서 유명하더라. 재혼해서 애가 벌써 둘이래.

  - 아, 미안하다. 그렇게 됐구나. 너는 요새 만나는 사람 없니? 재혼해야지. 요새 뭐, 흠이라구. 결혼도 능력있어야 하는거다.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라. 꼭.

  동갑내기라서 마음이 편했다.

  기평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 어, 은혜 전화야. .....응. 잠깐만 바꿔줄게.

  은혜는 승희에게 그간의 안부를 전하고 아이들 얘기를 물었다. 그날 기평은 승희와 술잔을 기울이다 KTX 막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갔다.

 

  봉구가 교육부의 교육과정운영과에 재직 중이었을 때 ‘성취평가제’ 도입을 위해 관련 사업을 시행했다. ( 성취평가제 : 2012년에 도입된 제도로 기존 제도가 전 교과의 점수를 더해 석차를 내던 것에서 과목별 석차를 내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다시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석차 등급 제도를 마련하여 고등학교에 시행하고 있던 중, 2012년에 중학교 1학년이 되는 학생들부터 성취평가제를 도입했다. 성취평가제는 점수별로 A(90점 이상), B(80점 이상), C(70점 이상), D(60점 이상), E(60점 미만)의 성취도를 부여하여 학생의 성적을 산출하는 제도로, 성취도와 원점수, 과목편차와 수강자 수가 학교생활기록부에 표기된다. 성취평가제 이전의 성적제도가 점수 1점 차이에 석차가 나눠지는데 반해 성취평가제는 점수가 아닌 성취도로 학생의 성취 정도를 파악하기 위함이나 결국 원점수와 표준편차, 수강자 수 등을 표기함으로 인해 그 취지가 무색해 졌으며, 일선 학교에서는 여전히 석차를 공개하고 학생들에게 성적 올리기용 공부를 강제하고 있으며 학부모들 역시 성취평가제의 취지와 의의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채로 아이들을 제대로 줄세우기만을 바라고 있다.)

  봉구는 완전한 성취평가제가 도입되어 중학교과 고등학교에서도 절대평가제도가 정착되기를 바랬다. 학교의 다양한 문제들은 결국 아이들을 어떻게든 줄세우려는 상대평가가 그 원인이라 생각했던 것이 이유였다.

  - 결국 그렇게 되면 반쪽 자리 개혁이에요. 석차 등급이랑 병기 표기라뇨. 그렇게 되면 성취평가제를 도입하는 이유가 없어요.

  - 도 사무관. 너무 흥분하는거 아니야? 대학 측들이 강력히 원하고 있어. 성취도만으로는 학생들 실력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전혀 안된다고.

  과장이 봉구를 제지했다.

  - 사무관님, 그건 맞습니다. 아시겠지만 성적부풀리기는 일선 학교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라 그것에 대한 판별을 위해서라도 석차 등급은 표기되어야 한다고 해요.

  옆에서 봉구보다 나이가 열 살 더 많은 연구사가 과장의 얘기를 거들었다.

  봉구는 멈추지 않았다.

  - 더 이상 학교생활기록부가 입시제도에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됩니다. 대학에서 아이들을 선발할 때 하급 학교가 상급학교에 편의를 제공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그것이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길입니다.

  - 도 사무관, 우리 다 알아. 그만하지.

  과장은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봉구는 답답했다.

  - 아시겠지만 국민 정서상 입시의 핵심은 ‘공정성’입니다. 아무래도 성취도는 부풀릴 가능성도 있고 또 변별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판별 자료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저희 대학 측 입장입니다. 막말로 교사가 자기가 가르치는 애들 성취도를 전부 A를 주면 그걸로 애들을 어떻게 뽑습니까?

  대학 입시제도를 총괄하는 대학교육연합의 사무장은 원론적인 대답을 내놨다.

  - 저희로서는 어떤 결정을 하시든 상관없습니다. 성취평가제에 대한 사업은 완료했고 이를 입시에 어떻게 활용하시는지는 저희 사업 영역이 아닙니다.

  성취평가제의 개발을 담당했던 공공기관 연구팀의 팀장은 감정을 싣지 않고 얘기했다.

  - 학교생활기록부 양식만 변경하는 훈령 개정 해주시면 석차등급과 성취도 병기는 가능합니다.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반영은 당연히 가능하고요.

  학교생활기록부의 전산화를 맡고 있는 공공기관의 연구원은 밝은 얼굴로 답했다.

  - 우리, 너무 앞서 가지는 맙시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해. 하루아침에 고치는 것은 무리야. 중학교는 성취평가제 전면 도입하고 고등학교는 일단 병기표기 합시다.

  과장이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그 후 도입된 성취평가제는 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에 한해 석차 등급의 병기 표기가 결정된 반쪽짜리 교육개혁이 되었다. 봉구는 그 이듬 해 교육부를 그만 두었다. 늘 그런식이었다. 조직은 언제나 조직의 안위와 평안을 먼저 생각했다. 또한 조직과 연계되어 있는 이해타산의 고리가 너무 복잡했다. 나비효과 처럼 모든 일은 아주 작은 곳에서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대체로 이기적이었고 대의를 생각하는 이는 비웃음을 샀다. 봉구는 조직에서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그들에게 교육이라는 ‘대의’는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것이었다. 봉구가 행정고시를 택했을 때 그는 교육과 국가, 아이들을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봉구만의 허상에 불과했다. 조직은, 아니 조직이 가진 권력은 항상 이기적으로 흘러갔다.

 

  교육은 원래 본능적이고 즐거운 것이다. 양육도 마찬가지다. 배움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성장해 간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고통을 겪고 괴로워하며 신음하는 까닭은 ‘평가’ 때문이다. 평가를 통해 아이들을 줄세우고 순서를 확인하게 하여 그 순서에 맞는 미래를 가지도록 강요하는 것, 그것이 제일 큰 비극이다. 어머니를 포함한 많은 어른들은 이 ‘줄’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잡음없이 세울 것이냐,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자녀가 그 ‘줄’의 앞꼭지에 설 수 있을 것이냐를 위해 다투는 것, 그것이 교육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제는 어른들이 변했으면 좋겠다. 교육으로 권력과 명예, 부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제는 우리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돌려주었으면 한다. 평가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평가는 교육에 있어서 꼭 필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그것이 줄세우기여서는 안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다. 내면의 평가에 귀를 기울일 기회를 빼앗아서는 안된다. 인간의 능력은 저마다 다양하고 여기에 대한 평가의 기준과 방법도 다채로워야 한다. 그래서 나는 사랑마을학교가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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