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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당신의 연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가 : Lonan
작품등록일 : 2019.9.20

DDDDD---DDDDDD---. [07:30].

중, 고등학생 시절 언젠가, 만약 내일은 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만약 내일 세계가 멸망하게 된다면? 과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만큼 오늘 하루가 힘들었거나, 아니면 걱정거리가 많았거나. 둘 중 하나였을 수도, 둘 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양은,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어제보다 오늘 더 붉게 타올랐고, 어제보다 오늘 하루가 조금 더 힘들게 느껴졌었다.

그래서일까, 그런 사실들을 몸으로 직접 경험하고 느낄 무렵. 나는 딱히 내일을 기대하지 않게 됐다. 학교를 다닐 때 했던 성적과 관련한 사소한 고민들부터, 연애, 금전, 가정, 입시…

모든 고민은 결국, 오늘뿐만 아니라 내일까지 이어질 테니까. 오늘의 힘듦은 내일의 힘듦이 될 뿐이니까. 그저,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내일이, 나는 지겨웠을 뿐이었다. 그랬을 뿐이었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내가 나쁜 놈이네.
작성일 : 19-10-04 17:22     조회 : 168     추천 : 0     분량 : 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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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명진아, 당구 더 이상 못 치겠다. 그만하자.”

 진우는 끼고 있던 왼손의 장갑을 간이 테이블 위에 벗어던진 채, 요란한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남자, 명진이를 보며고개를 젓는다.

 

 “야, 그렇게 신나냐?”

 “그럼, 내가 안 신나겠냐?”

 

 명진이가 가리킨 방향에 놓여 있던 점수판에는, 처음 시작했을 때와 별 차이가 없는 것과 그와 반대로 압도적인 격차를 내며 높은 점수를 득점한 것. 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아마 명진이의 반응으로 보아 자신이 진우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 같다.

 

 “이겨서 좋~겠어요. 아주, 노래도 부르지 그러냐?”

 “그럴까? 그러면 2차는 패배한 박. 진. 우. 님이 노래방 비 내시는 걸로?”

 

 명진이는 어이없다는 듯 웃고 있는 진우를 보며, 진우의 손에 들린 큐대를 낚아챈다. ‘빨리, 빨리’를 외치며 벽걸이에 큐대를 꽂아 넣고, 더 이상 칠 생각이 없다는 듯 재빨리 카운터로 가서 계산까지 끝마친다. 일련의 신속한 행동을 보며 진우는 황당하다는 듯 명진이를 쳐다본다.

 

 “뭐해? 빨리 가야지.”

 “어휴, 그래. 나 아니면 누가 너랑 놀아주겠냐?”

 “남 말하기는.”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는 듯. 이해한다는 듯, 피식 웃음을 교환한다.

 명진이는 그런 진우의 태도에 적잖이 안심된다는 듯, 당구장의 문을 바깥쪽으로 밀었을 때 ‘쿵’

 하고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둘의 시선 역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저…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아…아니에요. 제 실수예요. 하하하”

 

 바닥에 떨어진 것은, 20대 초, 중반의 남자로 이 상황이 부끄러운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만 숙인 채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명진이는 그런 남자에게 미안하다는 듯, 멋쩍게 웃으며 오른손을 건넨다.

 

 남자는 감히 잡을 생각도 못 하고 물에 나온 물고기처럼 아등바등 되고 있었다.

 “야야, 조심 좀 하지.”

 

 뒤늦게 나온 진우는, 여전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남자의 상체를 잡고 일으켜 세운다.

 남자는 그런 진우의 태도에 황송하다는 듯, 머리를 조아리려 들려 하자 명진이와 진우는 극구 사양한 채 연신 사과의 말을 건넨다.

 

 “아니, 전부 저 녀석 잘 못이에요.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네…죄송하게 됐습니다.”

 

 남자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명진이와 죄송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숙이는 진우에게 손사래 치며, 자신역시 고개를 숙인다.

 

 서로 간의 어색한 분위기 속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등을 보이며 상가의 비상계단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아…그냥 엘리베이터 타고 가시지…”

 “그러게…많이 민망하셨나 보다.”

 진우는 텐션이 떨어진 명진이의 어깨를 아무 말 없이 가볍게 두들겨줬다.

 

 ‘너는 아무것도 잘 못하지 않았어’, 라고.

 

 ***

 

 

 

 조금 전,

 

 

 

 “아, 뭐 별다른 이야기도 안 하는데, 그만 치면 안 되나?”

 ‘보는 사람 지겹게’ 라고 혼자서만 중얼거린다. 당구장에 있는 유리벽과 유리 문에 붙여진 스티커들 사이의 틈으로 당구장 내부를 노려 본 지 어언 30분째.

 

 어차피 말소리야 스킬 때문에 귀에 속속 박혀 들지만, 모습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하니, 찡그린 얼굴 때문에 미간에 주름이 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특별한 이야기도 안 하는 구만, 뭐“

 둘 다 나보다 당구 못 치는데? 같은 생각 따위를 하고 있을 때, 진우와 저 옆에 명진이라는 남자가 간이 탁자 위에 장갑을 올려놓는 것이 보였다.

 

 “잠깐 쉬는 건가? 그래, 좀 쉬어라. 나도 좀 쉬게.”

 휴, 하고 한숨을 돌린다. 눈가지고 장난치는 닌자들은 눈이 안 아프려나? 뚫어져라 보기만 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데…

 

 “에휴, 모르겠다. 관찰이 이렇게 힘든 거였나…”

 절로 한숨이 나왔다. 뭐, 당구장에서 둘이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를 할 거라고는 생각 안 했지만, 단서라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벽에 기댄 채, 쭈그려 앉는다.

 어정쩡한 자세로 30분이나 살펴보고 있으니, 허리가, 무릎 관절이. 온몸이 쑤시는 것 같다.

 

 “조금…쉴까…”

 ‘그래, 뭐 다른 이야기하면 귀에 바로 들리겠지?’라고 자기합리화를 한 채, 뒤늦은 휴식을 갖는다.

 

 등을 타고 올라오는 차가운 벽의 감촉은, 서늘하게 느껴졌지만 그렇게 싫지 않은 느낌이었다.

 “뭐랄까…차가운 물에 발 담근 느낌?”

 

 

 

 

 “어휴, 그래. 나 아니면 누가 너랑 놀아주겠냐?”

 때마침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목소리. 아니, 가깝게 들리는 명진이의 목소리.

 

 “어? 뭐지?”

 상황 판단을 위해 일어서 확인하려는 찰나, 갑자기 문이 내 눈앞까지 다가왔…

 

 

 쿵,

 

 

 ‘깜짝이야’

 갑작스럽게 열린 문과 나를 내려다보는 명진이와 진우. 나는 관찰자로서 내 정체를 들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제발…그냥 가라.’

 아무 일도 아니니까, 그냥 갔으면. 괜히 말 걸지 말고… 그게 더 비참하니까, 라고 숨어버린 신께 기도하지만, 벌 좀 받으라는 듯 명진이가 다가온다.

 

 “저…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제길…’

 

 정말 미안하다는 감정이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 있어서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래, 진우도 아니고 명진이 인데…그리고 퀘스트에도 딱히, 공략 대상들과 접촉하지 말라는 말도 없었으니까…

 

 “아…아니에요. 제 실수예요. 하하하”

 그래, 내 실수 맞으니까 그냥 가주세요. 제발요. 아니, 그냥 내가 일어나서 도망가야 하나? 그게 더 이상할 것 같은데?

 

 명진이가 손을 내밀었지만, 잡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대답은 했지만, 더 이상 엮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방관자이자 참관인이지, 이 게임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아니, 나라는 존재는 이 무대 위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주인공과 그 옆의 조연배우님께서는 NPC도 아닌 저를 신경 쓰지 마시고, 그대로 보스 몬스터나 잡으러 가주세요. 모른 척하고 가주세요!!

 

 “야야, 조심 좀 하지.”

 

 하지만 하늘에 계신 조물주께서는 약자를 돕는 선량한 주인공을 원하시는지, 어김없이 곤경에 처한 나를 보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아니, 그냥 강제로 나를 일으켜 세웠다. 이건 조금…이상한 거 아냐?

 

 아이고, 주인공님. 제가 머리라도 박을까요? 제발 아무런 사이도 아닌 저한테 신경 써주실 거, 다른 사람한테 좀 더 써주세요. 이 정도면 충분하니까, 가주세요 좀!!

 

 “아니, 전부 저 녀석 잘 못이에요.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네…죄송하게 됐습니다.”

 

 내 진실한 마음이 진우에게 닿지는 않았나 보다. 끝까지 미안한 태도를 보이는 진우와 명진이에게 괜히 죄책감이 느껴진다.

 

 ‘누가 더 나쁜 놈인 거야?’

 도청하면서 졸졸 따라다니는 스토커 같은 남자와 그 남자가 있는지도 모른 채 문을 열어 넘어뜨린 남자.

 

 아, 당연히 내가 나쁜 놈이네.

 ‘역시…악당이 도망쳐야 하는 건가?’

 

 슬쩍, 뒤편에 비상계단이 보인다. 최대한 태연한 척, 괜찮은 척하며 고개 숙인 둘에게 그러지 말라고 손사래 친다. 그리고 진짜 나쁜 놈은 나라고, 미안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저 계단으로 도망친다!

 

 

 

 “아…그냥 엘리베이터 타고 가시지…”

 “그러게…많이 민망하셨나 보다.”

 

 ***

 

 

 그리고 현재.

 

 

 

 “아우!! 쪽팔려!!”

 들어선 계단에서 누구에게 화내야 할지 모르는 불만을 터트린다.

 

 잠깐 한숨 돌린 사이에,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고?

 “그게 말이 돼?”

 

 스킬은 분명히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에 글자가 박히는 듯 선명한 음성이 아니라,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 같은 생생한 음성으로 대체되었지만…

 “아니, 옆에서 말하기는 했지만…"

 

 너무 가까워서 그런 걸까? 그래서 스킬이 발동할 필요가 없었던 걸까?

 

 

 “아니…일단, 내 얼굴은 못 봤겠지?”

 최대한 고개를 숙인 채,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지금처럼 뒤쫓아 다니다가, 혹시나 눈에 띄어 내가 자기들을 관찰하고 있는 걸 들키면 경찰에 신고부터 할 테니까.

 

 그럼 아무리 내가 무죄를 주장하더라도, 건장한 남자 뒤나 쫓아다니는 이상한 남자로 보일 수 있겠지.

 그런 오해만큼은 절대 사절이다.

 

 “그래…그녀석이 만약 내가 이러고 있는 걸 알게 된다면…”

 

 ‘여자한테 차이더니, 남자한테 눈 돌리냐?’ 라고, 자기가 뭐라 그랬냐며, 아주 현명하다고 웃어젖히겠지.

 

 “그것만큼은 절대! 절대 일어나선 안돼.”

 

 비상 계단 문을 빼꼼히 열고, 문 뒤에 숨어서 그 틈새 사이로 눈을 가져다 댄다.

 절약을 목적으로 비상등 외에 켜지 않아, 어스름한 계단에서 어둠 속에 완벽히 몸을 숨긴 채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며 주변의 상황을 파악한다.

 

 “뭐야…아직도 저기 서 있어?”

 

 

 ***

 

 

 

 “야, 근데 너 진짜 소연이한테 연락 안 해도 되겠냐?”

 애꿎은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던 진우에게 명진이는 결심한 듯, 어렵게. 그리고 난처하다는 듯 얼굴을 굳히며 물어본다. ‘네가 지금 이렇게 손 놓고 있어도 되냐고’

 

 “명진아. 명진아. 너 같은 모쏠은 그냥 싸우면 다 헤어지는 줄 알지?”

 그런 명진이의 불안과 걱정을 일축하듯, 익살스러운 말투로 명진이의 어깨를 두드린다.

 마치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하지만 더 이상 소연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것처럼 진우는 그 말을 끝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명진이는 자신의 옆에서 익살스러운 말투와는 반대로, 차갑게 식은 입꼬리와 걱정스러운 눈빛이 못내 안타까웠지만, 진우의 바람대로 더 이상 어떠한 말도 건네지 않았다.

 

 "...."

 "...."

 

 둘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 때쯤, 어색함을 반으로 가르듯 엘리베이터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중재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계단으로 도망친 사람만 아니면, 그냥 걸어갔을텐데…”

 “뭐, 어쩌겠냐. 본인도 부끄럽고, 마주치는 우리도 껄끄러울 텐데.”

 

 ‘하긴, 좀 추하게 넘어지긴 했지.’라는 명진이의 말과 함께 둘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

 

 

 

 부들부들, 문을 잡고 있던 손이 수치심과 분노로 떨리고 있다.

 

 사람 좋은 척 웃으며 손을 내밀던 명진이가, 사실은 넘어진 나를 보고 비웃고 있었다니!

 

 물론, 내가 옆에서 듣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겠지만!

 물론, 악의 없이 어색한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해본 말이겠지만!!

 

 몰래 듣고 있던 나로서는 기분이 팍, 상해버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쁜 놈…네가 날 비웃어?”

 

 그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명진이가 그럴 생각이 눈곱 만 치도 없었을지언정, 이미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다.

 

 하물며, 남을 상처 준 말은 더더욱. 그런 말들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도 망가트리니까.

 말이라는 것 자체가 양날검과 다름없으니까.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을 베어버릴 수도, 나까지 상처 입힐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가해자이자 피해자. 우리의 말은 적아 구분 없이, 모두 상처 줄 뿐이다. 그래서 가벼운 말 따위는 있을 수가 없다. 말이라는 건, 한없이 무겁고 잔인하니까.

 

 그래. 너도 날 상처 입혔으니, 내가 널 관찰하는 건 이제 합법이야.

 

 정당방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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