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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독애(毒愛)
작가 : 묵연
작품등록일 : 2019.9.29

[GL]

"오랜만이네요."

5년간 감감 무소식이던 소꿈동생 겸 친구인 백우진이 돌아왔다. 예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문하에게 다가오는 우진과, 그런 우진에게 문하는 남다른 느낌을 받는다. 둘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독같은 사랑으로.

 
신경 안 써요.
작성일 : 19-10-04 04:04     조회 : 165     추천 : 0     분량 : 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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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당신은 정말이지, 괜히 기대하게 되는 말만 한다. 우진은 기대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해달라면 사랑해줄까요? 아니, 사랑까진 바라지 않아요. 내 곁에 있어 달라고 하면 있을 건가요?

  “잠깐만 이대로 있어 줘요.”

  그러면서도 어리광을 부리는 우진의 팔은 필사적으로 문하를 품었다. 문하는 그런 우진을 다독여주었다. 한동안 둘은 말없이 서로를 위로했다.

 

 *

 

  “수고하셨습니다.”

  모두가 입을 모아 인사하곤, 정시 퇴근을 했다. 언제 한번 회식해야지 않겠냐고 제안이 나왔으나, 피곤한 직장인들이었기에 일찍 끝나는 날에 회식하기로 했다. 즉, 하지 않는다고 결론이 내려졌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우진과 문하가 익숙해진 직원들이었지만, 그들은 항상 설레발을 쳤다. 그런 관계가 아닌데.

  아무 말 않고 집으로 향하다, 문하가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술 한잔할래?”

  “약하잖아요.”

  술 마시고 사고 칠 뻔한 게 엊그제 같은데. 저를 쏘아보는 시선을 피하곤 빈정거리며 우진은 말을 이었다.

  “타이밍이 안 좋네요.”

  집에 손님이 왔다며 우진은 그를 만나면 진탕 마시게 될 거라며 오늘은 못 마신다고 했다.

  “잘 자요.”

  “잘 자.”

  문하를 집까지 바래다준 우진이 돌아서며 유하게 미소지었다.

  “당분간 못 만날 수도 있어요. 그럴 거예요.”

  “왜?”

  “비밀이에요.”

  “뭐야, 궁금하게.”

  장난스레 웃은 문하였으나 우진은 그러지 못했다.

  “미안해요.”

  어딘가 우그러진 웃음이었다.

  “미안할 것까지야.”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우진은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우려하던 일이 드디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오늘따라 태성의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이 문 뒤로 있을 존재를 생각하니, 문하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나 왔어.”

  저를 부르는 목소리는 두 개였다. 하나는 어둡고 낮게 깔려있었고, 다른 하나는 저를 반갑게 맞이했다.

  “시영아.”

  애써 웃어 보인 우진은 뒤에서 입을 뻐끔거리며 미안하다고 전한 태성에게 괜찮다고 신호를 보냈다.

  “걱정했어.”

  그리 수줍게 말한 시영은 태성이 짠 시나리오를 말했다. 일탈하고 싶었던 우진이 이곳저곳을 떠돌다, 얼마 전 태성에게 찾아왔다. 대강 이런 내용으로, 현실적이지만 현실이 아닌 내용이었다. 이를 믿는 시영이 신기했다.

  “휴대폰, 고쳐놨어.”

  시영이 건넨 부서졌던 불쌍한 핸드폰을 받곤 연락처를 대강 확인했다. 예상했던 대로, 태성을 제외한 저와 친하던 이들의 번호는 없었다. 그런데도 고맙다고 말하는 제가 어이없었다. 태성에게 번호를 받아놔서 망정이지, 그랬다면 관계가 깨어졌을지도 몰랐다. 불행 중에 다행이었던 건 문하의 번호가 남아있다는 점이었다. 이제 시영과 연락하는 일 외에는 쓸 일 없는 기기지만, 그래도 어딘가 안심되었다.

  열심히 웃음을 꾸며 시영과 얘기를 나누었다. 가시방석일 태성에게 미안했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 이제 피곤하다며 자리를 피한 우진은 이부자리에 누웠다. 뒷일은 태성이 마무리할 거라 믿었다.

  김신우. 당신이 애타게 찾던 사람. 반년이 좀 안 된 일이었으나 우진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우진이 문하의 도구가 되리라 마음먹은 날이었으니. 신우에게서 그리 좋은 느낌을 받지 못한 우진은 그를 떠올릴 때마다 알 수 없는 불쾌함이 들었다. 신우가 친밀한 사이라고 한 걸 봐서 신우 역시 문하와 자신 같은 관계일 거라 확신했다. 어느 정도 둘의 사이를 짐작했지만, 설마 저와 같은 사이였을 줄은 몰랐다. 오고 가는 마음은 다르겠지만.

  문하와 신우의 관계를 알아도 우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육체적인 관계를 제외하곤 그저 친한 선후배이고, 문하는 괜한 참견을 싫어했기에 우진은 무력했다. 문하는 몰랐겠지만, 우진이 문하의 손을 잡았을 때, 그의 손은 떨렸다. 기다리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떨림이었다. 그것만큼은 잘 알았다. 우진도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문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어쨌든 간에, 우진이 바라는 건 문하의 행복이었다. 시영의 건도 있었지만, 같이 있는 시간을 줄이다 보면 서서히 예전처럼 돌아오게 될 것으로 생각한 우진은 먼저 회사를 관두었다. 곧 개강이기도 해서 시영이 오든 안 오든, 결국 우진은 회사를 관두어야 했다. 이를 말해야 했지만, 우진의 입은 멋대로 움직여 당분간이라고 했다. 말없이 떠날 수야 없으니, 복학하기 일주일 전에 찾아가기로 한 우진이었다. 그럼 2주간 못 보는 건가. 짧고도 긴 시간이 될 거라 예감했다.

 

  신우와의 만남은 예상치 못했다. 문하 혼자라면 괜찮았으나, 우진과 만난 것이 최악이었다. 하필이면 우진이 출근하는 날에 와선. 아니, 그럼 다른 날이면 만났을 거였나? 혼란이 온 문하는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기로 했다.

  따지고 보자면 우진과 문하는 그냥 선후배 사이가 맞았다. 그런데 왜 문하는 떨떠름했을까. 사실은 그게 아니라서? 신우에게 거짓말을 해서? 상관없었다. 신우는 제가 말하는 게 진실인지, 거짓인지 신경 쓰지 않았다. 우진이 매정해서?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건 자신을 배려한 행동이었다. 그럼 도대체, 왜, 자신의 심장이 욱신거렸지? 잠깐, 욱신거렸다고? 머릿속이 온통 의문으로 가득 차, 다른 생각을 우선했다.

  문하는 아이러니하게 제가 왜 우진에게 무언갈 해주겠다고 한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약 우진이 지금 그 이상의 관계를 원했다면? 사랑을 원했다면? 문하는 그를 들어줬을까? 그때는 그저 어떻게든 우진이 평소로 돌아왔으면 했다. 평소의 우진이 좋았다. 저를 보고 웃어주는 우진이.

  ‘좋다고?’

  그래, 좋아하지. 그저 동생으로서. 예전의 그 귀여운 동생이 아니지만.

  문뜩 우진을 한동안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했다. 아까 팀장과 따로 얘기하던 게 그건가. 한동안이 얼마일까, 일주일? 아니면 그 이상? 일주일은 넘기지 않았으면 하는데. 일에 지장도 가고, 우진의 밥도 먹고 싶고. 어느새 우진이 곁에 있는 데 익숙해진 문하는 그가 없을 때 제가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매일은 아니었으나 일주일 중 절반 이상은 우진과 하루를 맞이한 문하였으니 당분간은 좀 외로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문하는 왜 우진의 말이 싫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국, 뇌가 과부하 된 문하는 잠을 청했다.

 

 *

 

  일주일이 지났다. 무려 일주일이나. 우진에게 문자를 하면 답이 늦고, 통화는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갔다. 먼저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항상 직진으로 밀기만 했으니, 이제 당기기도 해보겠다는 건가? 왜인지 모르게 답답해진 문하는 산책하러 나갔다. 바람이라도 좀 쐬면 나아지겠지.

  어쩌다 보니 공원까지 오게 된 문하는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좀 더 돌아다니기로 했다. 우진이 여기서 아침 운동을 한다고 기억하는데. 시간도 마침 딱 맞았다. 운동은 꾸준히 할 우진이니 있을 거로 생각하고 공원을 돌아다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뒤태가 보였다. 우진이었다.

  우진의 이름을 부르려다, 옆에 사람이 있는 것을 그제야 알아챘다. 자세히 보자, 우진은 활짝 웃으며 상대와 정답게 대화하고 있었다. 상대 역시 우진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둘의 기류는 심상치 않았다.

  상냥한 웃음, 소중한 것을 보는 시선, 부드러운 손길. 문하에게만 보여주던 것들은 전부 상대에게 가 있었다. 그것들을 오로지 제 것으로 생각했던 문하는 마음 언저리가 아려왔다. 차마 끼어들 수 없는 분위기에 묘해진 문하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우진이 본 것을 모르고.

 

  “우진아?”

  시영이 아니라 다른 곳에 시선을 둔 우진을 시영의 부름에 다시 시선을 돌렸다. 이상하게 느껴지는 시선에 돌아보니, 그 주체는 문하였다. 분명했다. 문하를 다른 사람이랑 착각할 리 없었다. 왜 지금 여기 있지?

  “뭐 봐?”

  “아무것도.”

  태성이 기다리겠다며 시영을 재촉해 서둘러 공원을 빠져나갔다. 물론 반발이 있었지만, 누구나 매료시키는 웃음을 짓자 바로 사라졌다.

  식사를 마치자, 우진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태성은 시영과 외출했다. 집주인 없는 집 안에 있으려니 뻘쭘했지만, 나가면 어쩐지 문하와 마주칠 것 같았다. 제대로 문하와 대면할 수 없었다. 문하와는 연애 감정으로 있는 관계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를 양심이 찔렸다. 문하는 별 신경 쓰지 않겠지만.

  문하는 어떨지 몰라도, 우진에게는 꽤 바쁜 시간이었다. 때때로 태성도 같이 시영과 놀러 가고, 복학 준비를 했기 때문이었다. 짐을 다시 가족이 있는 집으로 옮길 때, 문하의 집에 있는 제 물건들이 생각났다. 그엔 별 미련 없었지만, 문하는 아니었기에 우진은 문하와의 대화록을 재차 읽었다. 물론 시영의 눈을 피해서.

  시영은 집착이 심했다. 우진도 소유욕은 만만치 않았으나, 그리 많이 드러내는 편은 아니었다. 태성에게 듣기론, 시영은 그리 사랑받지 못하는 가정에서 자라왔다고 했다. 그래서 사랑할 줄도, 받을 줄도 몰랐다. 그 시영이 처음으로 반한 상대가 우진이었다. 비록 불행한 환경에서 자라왔다 한들, 시영이 우진한테 한 행동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었으나 우진은 그를 알리지 않았다. 알아서 좋을 것도 없고, 시영이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있으면 되었기에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시영이 우진의 친한 지인들을 과도하게 경계했다. 그러나 의외로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호감을 사는 데 열중했다. 우진의 휴대폰을 부시고 연락처를 없앤 게 최고 행적이라, 남에게 피해 끼치지 않으면 그만이었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부신 뒤로 바로 사과도 했고, 이는 시영도 제어하지 못한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덕분에 시영을 피해 문하를 다시 만나지 않았는가. 이 생각을 하면 시영이 싫은 것과는 별개로 고마웠다.

  문하와 지낼 때, 시영을 떠올리며 종종 자신이 둘의 관계를 넘어서 과도하게 집착을 하지 않는지 생각하고 적당한 선을 두었다. 이를 어떻게 느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무탈하게 관계를 마무리 지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리 생각하며 문하와 만날 날을 기다렸다.

 

 *

 

  드디어 문하를 만나는 날이 찾아왔다. 문하를 만나서 기뻤지만, 다시 이별할 생각을 하니 착잡해진 우진은 문하의 집 앞에서 서성거렸다. 초인종을 누를 참에, 익숙하면서 불쾌한 얼굴이 나왔다. 김신우. 그 뒤로는 그를 배웅하는 문하가 있었다. 기구한 우연이었다. 아니, 운명이겠다. 이게 우진과 문하의 끝이 될 거라고 직감했다. 정확하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우진은 생각했다.

  막장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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