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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 N번째 고백
작가 : 멍무
작품등록일 : 2019.9.30

창가 너머에는 이따금씩 한 남자아이가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의 일상에 끼어들고 싶었다. 내가 노력한다면 너는 얼마만큼 내어줄 수 있어? 부탁인데, 너와 가까워질 수 있게 해줘!

 
2.니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작성일 : 19-10-04 04:02     조회 : 178     추천 : 0     분량 : 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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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재우 앞에서 그렇게 도망친 일을 후회한다. 적어도 내가 둘이 하던 이야기를 듣지 못 했다는 것은 이야기 했어야했다. 도대체 둘은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때 니가 날 보던 표정이 아직도 생생했으니까.

 

 " 김시현, 빨리 나와. "

 

 " 문 단속 내가 할게, 먼저 가 있어. "

 

 체육시간, 창밖을 내다보니 권재우가 있었다. 체육 시간이 겹치는 모양이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교실을 나섰다. 복도를 걸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그때 그렇게 도망쳤는데, 니가 말을 걸어오면 어떡하지?

 

 

 체육 시간은 대부분이 자유시간이라, 아이들은 제각각 흩어져 있었다. 흙먼지 냄새가 났다. 덥지도 않은지 이 날씨에 축구를 하는 애들도 있었고,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는 애들도 있었다. 나 역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리쬐는 햇빛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왜 이렇게 더운 날에 밖에서 체육을 하는 거야? 강당은 왜 내버려두는 건지.

 

 " 안녕, 체육 시간 겹치나봐? 우리. "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목소리만 들어도 좋은, 바로 너였다.

 권재우는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잔잔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다른 사람이 했으면 별 것도 아닌 ' 우리 ' 라는 너의 말이 괜스레 날 더 설레게 들렸다.

 

 " 그때는 미안했어. 니가 소문 내고 다닐 거라는 뜻은 아니고.. 그냥 진현아한테는 좀 예민한 일이라서. "

 

 권재우는 내게 날을 세우고 이야기 했던 게 신경 쓰였던 모양이었다. 그 길고 가는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면서 슬금슬금 내 눈치를 봤다.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너는 말을 이어나갔다. 저번보다 가까이서 묘한 향수 냄새가 풍겨왔다.

 

 " 김시현, 맞지? "

 

 " 뭐야, 니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

 

 깜짝 놀라서 머리를 거치지도 않고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아니, 어? 분명 저번에는 ' 저기 ' 혹은 ' 야 ' 같은 대명사였잖아. 그렇게 갑자기 이름을 불쑥 불러버리면 놀라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아, 좀 촌스럽다. 이름 하나 불렸다고 이렇게 호들갑이라니.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당황스러운 내 마음도 모르고 넌 손으로 뒷목을 살짝 쓸더니 더 당황스러운 말을 했다.

 

 " 5반에 예쁜 여자애 누구냐고 물어봤어. "

 

 권재우는 자기가 얼마나 충격적인 말을 했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나 때문에 민망했는지 쓸데없는 사족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 내가 반으로 들어가는 것만 봐서... 명찰은 못 봤거든.

 어제까지만 해도 너와의 거리가 우주만큼 벌어진 거 같았는데 지금은 또 너무 가까워서 호흡 곤란에 이를 지경이었다. 이 거리의 온도가 아직 내게는 많이 낯설었다. 권재우가 다시 말을 꺼냈다. 넌 내 이름 어떻게 알았어?

 

 " 나도.. 물어보고 다녔어. 친해지고 싶어서. "

 

 잠깐 정적, 권재우와 나는 서로 어색한 눈길만 주고 받았다.

 분명히 우리 주위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 순간에는 너만 보였다. 니가 숨을 쉬는 순간부터 말을 꺼내기 위해 입을 여는 순간까지 나노 단위로 쪼개져서 머리에 콕 콕 박혔다.

 

 " 잘됐네, 그럼. 친하게 지내면 되잖아. "

 

 그렇게 말하고 너는 눈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나야 니가 자꾸 신경쓰이니까 친해지고 싶었던 거지만, 너는 왜 내게 친해지자고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답이 나왔다. 날 옆에 두고 감시하려는거구나. 내가 그 비밀에 대해 폭로할까봐. 이건 기회일까, 아니면 함정일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너의 일상에 끼어드는 게 우선이었다. 그래서 알지도 못 하는 너와 진현아 사이의 일을 아는 척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함정인 것 같지만, 함정이어도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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