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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기억합니다.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9.16

떠오를 듯, 말 듯 한 기억에 가끔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나도 예상 못한 상황에서 떠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분명 좋은 것이길 바라봅니다.
‘나’는 없는 기억에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나’의 주변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다고 별 의심 없이, 심각하지 않게 생각 합니다. 분명 ‘나’의 기억과 관계 되지만, 굳이 찾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일까요?

‘은호’는 매순간 떠오른 기억에 매순간 아파합니다. ‘은호’의 모든 기억 속에 ‘선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듭니다. 그러나 ‘선우’에 대한 기억이 점점 옅어질까봐 두렵습니다.
‘은호’는 ‘선우’와 함께 했던 기억이 아프지만 그 기억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우’가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사실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9.나의집, 그곳 향기를 만들다.
작성일 : 19-10-04 00:00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3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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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의 공간을 걸어 들어갔다. 햇빛은 따뜻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얼굴에 닿는 모든 느낌들이 나의 감각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바람에 실려 오는 향기도 좋았다. 분명 이건 꽃이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내가 아는 꽃향기였다. 국화꽃. 나는 눈을 떠서 주위를 보았다. 아침에는 몰랐던 다양한 색의 소국들이 피어 있었다. 마음 한 구석이 간질거렸다. 너무 예뻐서, 모든 것이 완벽한 모습이라서 나의 감각들이 다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내가 있다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벅찬 마음을 깨닫는 순간, 나는 살짝 민망해졌다. 마음을 진정시킨 나는 이 순간이 만들고 있는 고요를 느꼈다. 그리고 다시 꽃을 바라보며 걸었다.

 

 완벽한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은호는 알까? 갑자기 은호가 떠올랐다. 은호랑 걸었던 길들이 떠올랐다. 그냥 괜히 은호가 생각이 났다. 이런 예쁜 길을 걸으면 걸음에 온갖 감정들을, 특히 화를 담지 않아도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유라기보다는 그냥 이 좋은 것을 나누고 싶었다.

 

 나의 집이 보였다. 너무도 완벽해 보이는 하나의 그림처럼 자리 잡은 집이었다. 나는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나의 등장에 나의 부모님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신다. 내 눈앞에 보이는 부모님의 모습이 행복인거다. ‘행복’이라는 말의 뜻은 분명 이 장면이었다.

 

 “오늘은 일찍 왔네. 밥 먹을 준비해.”

 나는 그제서야 배가 고파왔다. 집안에 가득한 음식 냄새가 배고픔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나는 부모님과 같이 앉아 밥을 먹었다. 나의 부모님은 내 앞쪽으로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놓아주신다. 이제 안 그러셔도 되는데, 그래도 기분은 좋다. 나의 부모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아까 혼자서 라면을 먹던 은호가 생각이 났다. 목이 살짝 메어왔다. 오늘 따라 이상한 감정들로 혼란스러웠다. 그 세계에서 나왔으니까 최대한 잊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어색한 질문을 부모님께 하고 말았다.

 

 “저는 너무 재미없는 아들이죠?”

 나의 뜬금없는 물음에 나의 부모님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시다가 나를 향해 웃어주셨다.

 

 “어릴 때는 애교쟁이였는데, 어느 순간 금세 어른이 되어 있었지.”

 내가 빨리 커버려 너무 아쉽다는 것이었을 건데, 그 말의 끝이 왜 그리 여운처럼 느껴졌는지 설명 할 수 없었다. 괜히 많이 미안했다

 .

 “저도 10대 때 성격이 많이 변했나봐요.”

 나의 민망함을 다른 쪽으로 돌려야 했다. 나의 이상한 변명 때문이었는지 나의 부모님 얼굴은 분명 미소를 띄었지만, 눈빛은 복잡해 보였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해주시지 않았다.

 

 ‘이런, 어떻게 하지?’

 나는 혼자 이런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런 나의 마음과는 달리 나의 부모님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다행이었다.

 

 “오는 길에 소국이 가득 핀 곳을 봤어요. 너무 예쁘던데요”

 나는 다시 노력했다. 분위기를 어색하게 놔둘 수가 없었다.

 

 “우리는 아직 못 봤는데, 소국을 많이 좋아하는가 보구나”

 나는 이상한 질문에 고개만 끄덕였다.

 

 “그랬구나. 소국이 많이 예쁘지. 향기도 좋고.”

 

 나는 그제서야 알았다. 내가 사는 곳의 어떤 것들은 나에 의해서 생겨난다는 것을. 아니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참 좋은 곳이다.

 

 나는 밥 먹은 것을 정리를 하고 부모님과 같이 마당에 나가 의자에 앉았다. 주위에 펼쳐진 자연들을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에 그림처럼 놓여 있는 흰 구름도, 환한 빛에 투명해 보이는 초록 잎도,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도 완벽했다.

 

 나는 내가 있는 이곳과 저쪽 세계가 비교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저쪽 세계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도 나에게 묻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그게 이 일에 대한 규칙이었다. 사실 누구도 강압적으로 그러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는 그런 강압이 없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 누가 정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규칙을 나는 지키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의 대부분의 시간에 그림을 그린다. 이곳은 그림 그리기 정말 좋은 곳이다. 다양한 풍경들이 매순간 펼쳐진다. 그게 내 능력이란다. 너무 만족스럽다.

 

 그림을 그리면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똑같은 장면을 그릴 수도 있고, 안 보이는 곳을 상상으로 그릴 수도 있고, 다른 모양과 색으로 바꿀 수도 있으니까. 나는 자유로웠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더 자유롭고 그래서 더 행복했다. 분명 그런 것 같았다.

 

 내가 그림을 그릴 때 가끔 나의 부모님은 뒤에서 바라보신다. 사실 그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그만큼 나는 그림에 빠져 있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알기에 그 시간 동안의 나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부모님은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공간을 만들어주신다.

 

 “나는 우리 아들의 그림이 너무 좋다.”

 나의 완성된 그림을 보시고 나보다 더 좋아해주시는 부모님의 모습 덕분에 나도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오늘은 아까 본 저쪽 세계의 차가움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곳의 따뜻함을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아직 경험해보지 않아서인지 오늘 본 장면에서는 그 어떠한 따뜻함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분명 있을건데.

 그래서 나는 저쪽 세계의 공간에 따뜻함을 그림으로 그려보기로 했다. 아무것도 없는 파란하늘에 흰 구름을 살짝 그려주었다. 온갖 건물들로 가득한 길에 꽃나무를 그려 넣었다. 꽃잎이 날리는 모습을 첨가하니 아주 예쁜 장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은호를 그렸다. 그런데 얼굴의 표정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살짝 스쳐지나갔던 은호의 다른 얼굴을 분명히 봤지만 기억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장면에 어울리는 은호의 얼굴을 그릴 수가 없었다. 은호가 웃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분명 쉬운 건데 쉽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아무 표정 짓지 않은 은호의 얼굴만 그렸다. 그게 최선이었다. 싸늘해서, 그래서 슬퍼보였던 은호의 표정은 더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한참을 그렇게 그 그림을 바라보았다. 가슴 한쪽이 콕콕 찌르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 주위의 환한 빛이 내 눈 앞의 밝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데 머릿속은 깜깜했다. 눈을 떴다. 알 수 없는 망막함에 힘들었다. 내 앞에 놓인 그림을 다른 종이로 덮어서 제일 아래쪽에 놓았다.

 

 내 주위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멈췄다. 오직 내가 내뱉는 숨소리만 다시 내 귀를 타고 들어왔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 아름다운 공간을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곳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강물이 반짝이며 흐르는 게 보였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꽃잎이 날렸고, 모든 것 사이를 스쳐지나가는 바람을 느꼈다. 이곳은 다시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이 세계에 포함되고 있었다.

 

 다행히 나의 부모님은 나의 감정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신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설명하기 곤란한 부분이기 때문에 들키지 않는 게 좋았다. 괜한 걱정을 하실까봐 싫었다. 그러기 정말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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