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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불완전한 모든 것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그 끝없는 끝에 네가 지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줄 거야.’

늘 나사하나 빠진 채 몽롱하니 걸음을 옮기는 것 같고, 퍼즐 조각 하나를 들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듯이 끝이 없는 지루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준다면 그것만으로 세상은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비록 자신의 삶을 완벽함으로 채우진 못했어도 나 또한 누군가의 완전을 바라니까.

‘그런 네 옆에 내가 걸음 맞춰 걸을게. 이제 함께 걷는 거야. 가다가 힘들면 등 맞대고 쉬고, 또 손 맞잡고 걷고, 누가 이기나 뛰어도 보고, 느릿하게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수도 세는 거야. 네가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줄게.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도 해주고, 힘들까 물도 건넬 거야. 그럼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거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 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 chapter 3
작성일 : 19-10-03 17:50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6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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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건넨 말이 농담인 줄 알았지만 슬그머니 일어나려면 어디선가 나타나 눈치를 주고, 또 슬그머니 일어나면 어디선가 나타나 문 앞을 지키는 시진에 도현은 몇 번의 시도 끝에 단념한 뒤 항아리를 비우기로 마음먹었다. 혁준을 불러볼까 했지만 이왕 혼자 마시게 된 술, 청승 좀 떨어봐야겠다 싶었다. 적당한 크기의 항아리에 담긴 술이 거의 바닥을 보였을 즈음엔 그도 취기가 돌았다. 멀리서 그를 지켜보던 시진이 잔을 드는 손이 뜸해지자 그에게 다가갔다. 도현이 제 앞에 앉는 시진에 핏 웃음을 보였다.

 

 “와, 이거 좀 쎄네요.”

 “내가 술을 좀 독하게 담그는 편이네.”

 “직접 담그세요?”

 “하는 일 없는 한량처럼 보이겠지만 아침 다섯 시부터 저녁 열 시까지 스케줄 빡빡하다고. 일어나면 운동 삼아 동네 한 바퀴 돌고, 마당 쓸고, 가게 정리 하고, 술도 담그지, 반찬도 준비해야지, 재료 손질 해야지. 나 하는 일 많아. 우리 마나님이 한량이지.”

 

  시진이 다음 노래를 선곡하는 미형을 돌아보며 말했다. 가게를 채우던 노래가 잠시 끊긴 시점이라 그는 행여 미형의 귀에 들어갈까 작게 속삭였다.

 

 “우리 마나님은 맨날 열두 시에 일어나.”

 

  두 사람이 미형의 눈치를 보며 웃고 있을 때 가게 반대편에서 시진을 찾는 소리에 그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가기 전 항아리를 힐끔 보곤 말했다.

 

 “거의 다 비웠네.”

 “문제없습니다.”

 “리필해줘?”

 “그건 아니고요. 이거 다 비우고 조용히 퇴장하겠습니다.”

 

  시진이 뒤돌아 갔다. 뒤늦게 더 훅 올라오는 취기에 도현이 잠시 의자 뒤로 몸을 뉘였다. 입에서 뜨거운 알코올의 열기가 내뿜어졌다. 피곤이 몰려오자 그는 마지막 잔을 비우고 집에 가 쉬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짓궂은 시진이 항아리를 확인하고 갔으니 모른 채 할 수도 없었다. 그가 항아리를 들어 남은 술을 전부 잔에 담자 한 가득이었다.

 

 “아, 뻗을 것 같은데.”

 

  마실 때는 몰랐는데 뒤늦게 몰려오는 취기가 여기서 더 더해지면 왠지 주량이 시간차를 두고 넘어서 그를 이기려 들 것 같았다. 도현이 잔을 뚫어져라 보며 갈등하고 있을 때 미형의 연락을 받고 급히 온 아랑이 막 가게로 들어섰다. 손님이 너무 많아 손이 필요하다 연락이 와 늦은 시간에도 인천에서 달려온 아랑은 제 생각만큼 소란스럽지 않은 가게 분위기에 곧바로 주방에서 모습을 보이는 미형에게 다가갔다. 때마침 시진이 술을 가지로 오며 아랑을 발견했다.

 

 “왔어?”

 “바쁘다면서요.”

 “바쁜 시간 다 지나갔지.”

 

  아랑이 허탈하게 웃었다.

 

 “삼촌, 저 인천에서 왔어요. 밤 샐 준비 딱 하고 왔는데.”

 “밤 새. 미형아. 오늘 24시간 영업.”

 

  문제없다는 듯이 답한 그가 술을 챙겨 손님들에게 가자 미형이 말했다.

 

 “넌 저 구석에 진상 손님 좀 맡아줘라.”

 

  미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낮부터 가지를 않네?”

 “역시 나를 그냥 부를 리가 없...”

 

  아랑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가 도현을 발견하곤 말을 멈췄다. 미형이 재미있다는 듯이 샐쭉 웃으며 말했다.

 

 “얘, 아랑아. 뭔진 몰라도 대화로 풀어라. 무턱대고 잠수타면 상대방 애타서 죽어. 당장은 인생 무너질 것처럼 큰 문제 같아도 별 거 아니야. 내 장담한다.”

 

  미형이 도현이 간신히 비운 항아리와 같은 항아리를 카운터 위로 올려놓았다.

 

 “자.”

 

  항아리 안에 술이 가득 차있었다.

 

 “맨 정신으론 도저히 안 나오는 말도 술 들어가면 술술 나와. 이러라고 술이 있는 거지. 얼른 가봐.”

 

  아랑이 미형의 재촉에 마지못해 항아리를 품에 앉았다. 멈칫멈칫 가다 뒤도는 아랑에 미형이 어서 가라며 손짓했다. 그녀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도현이 고개를 들었을 때 아랑이 슬그머니 테이블 위로 항아리를 내려놓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도현이 그녀를 빤히 보았다.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취했나?”

 “얼마나 마신 거야?”

 “신아랑이네.”

 

  아랑이 그의 옆으로 텅 빈 항아리를 힐끔 보곤 말했다.

 

 “이걸 혼자 다 마셨어?”

 “어떻게 왔어?”

 

  아랑이 말없이 어지러운 제 앞을 정리하며 말했다.

 

 “속아서 왔어.”

 

  도현이 아랑의 어깨 너머로 윙크를 해 보이는 시진과 미형을 보았다. 그가 픽 웃었다.

 

 “누가 보면 사랑싸움하는 줄 알겠네.”

 

  그의 말에 아랑이 움직임을 멈칫했다가 잔 하나를 제 앞에 두고 술을 따랐다. 그녀가 한 잔을 깔끔하게 비우고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도현이 턱을 괴고 그녀를 빤히 보았다.

 

 “아직도 화 안 풀렸나 보다. 눈 한 번을 안 마주쳐주네.”

 

  아랑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고개를 들어 그를 짧게 흘겼다. 그가 밝게 미소를 짓자 외보조개가 깊게 패였다.

 

 “나 미워?”

 “어. 미워.”

 

  너 때문에 10년을 과거에 연연하면서 살았는데 안 밉겠니. 마음과는 달리 그녀가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었다. 지금 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주는 느낌이 좋았다. 그와의 연이 끝나지 않았다는 확신에 그녀의 마음이 풀리고 있었다.

 

 “그래도 나 보고 도망 안 간 거보면 조금은 화가 풀린 건가? 사과할 기회 주는 거야?”

 

  미소를 띠운 채 느릿하게 말하는 도현을 보며 아랑이 기가 막히단 듯이 웃었다. 지금 도현의 웃음이 꼭 시진의 미소와 닮아있었다.

 

 “이건 완전 계획적이야.”

 “뭐가?”

 “10년이나 늦은 사과에 넌 지금 술 취해서 제정신도 아닌데 얼렁뚱땅 덮이게 생겼잖아. 낼 모래 서른인데 유치하게 물고 늘어질 수도 없고, 노린 거야. 분명히. 그렇게 밖에 설명이 안돼.”

 

  아랑이 말을 끝내고 다시 잔을 비웠다.

 

 “취했었는데 네 얼굴 보니까 술 깼어. 나가자.”

 

  아랑이 코웃음을 치며 테이블 가운데로 자신이 들고 온 항아리를 옮겼다.

 

 “현도현 씨.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이거 다 비우기 전까지 엉덩이 못 땐다.”

 

  도현이 웃음을 터트리자 아랑도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나 그거까지 마시면 진짜 뻗어. 이봐.”

 

  그가 제 잔을 가리켰다.

 

 “이게 마지막이었다고.”

 “내 알반가.”

 

  아랑이 상관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 냉정하네. 신아랑.”

 “유치하게 굴고 싶진 않지만. 10년이었다.”

 

  그가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지은 채 턱을 괴고 다시 아랑을 주시했다.

 

 “한 잔에 1년씩, 열 잔 비워. 오늘 다 털어버리게.”

 

  아랑이 제 잔을 채우며 말했다.

 

 “너 열 잔. 나 열 잔. 그 열 잔에 10년 동안 있었던 엉켜있던 것들 하나씩 담아서 다 비우자.”

 “그걸로 되겠어?”

 

  도현이 여전히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 여전히 미안함이 서려있었다. 아랑은 지금 유쾌한 분위기 그대로를 이어가고 싶었다. 때마침 노래가 생동감 넘치는 여름밤과 어울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개월 수로 쪼개서 스무 잔으로 갈래?”

 

  도현이 냅다 잔을 들었다.

 

 “열 잔. 합의 된 거다?”

 

  그녀가 피식 웃고는 그와 잔을 부딪쳤다. 이미 많이 먹은 탓인지 도현이 천천히 목으로 넘기자 먼저 잔을 비운 아랑이 그를 보았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끝끝내 잔을 놓지 않았다. 아랑이 그 모습을 보고 위안 삼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키웠던 싹 뽑아내고 지금 이 상태로, 만족이 되는 것 같았다. 간신히 잔을 비운 도현이 서둘러 물을 마셨다. 아랑이 웃음을 되찾곤 그에게 말했다.

 

 “도현아.”

 

  그가 아랑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장난끼가 서려있었다.

 

 “방금 건 무효다.”

 “어?”

 

  아랑이 가운데에 있는 항아리를 탁 집으며 말했다.

 

 “이 항아리에 있는 술로 열 잔이야. 전 잔은 무효.”

 

  도현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차 없구만.”

 “확실하게 해야 뒤끝이 없지.”

 

  도현이 올라오는 취기에 머리를 짧게 흔들고는 잔을 들었다.

 

 “좋아, 열 잔 시작.”

 

  아랑이 그의 잔을 채우자 표주박을 건네받은 도현이 그녀의 잔을 채웠다.

 

 “미리 말하지만, 난 지난 10년이 너무 길게 느껴져서 빨리 비워버릴 생각이야. 뒤처지기만 해.”

 

  그녀가 잔을 들었다. 도현이 따라 잔을 들며 말했다.

 

 “급하게 마시면 취해.”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해?”

 

  두 사람이 잔을 부딪치고 빠르게 10년의 아픔을 비우기 시작했다. 빠르게, 빠르게. 미련 없이 10년을 보낼 작정인 듯 아랑이 그를 봐주지 않았다.

 

 “독하다, 신아랑.”

 

  마지막 열 잔으로 약속을 지킨 도현이 별안간 테이블로 머리를 콩 박았다. 취하긴 아랑도 마찬가지였다. 꼬이는 혀를 애써 무시하며 그녀가 느릿하게 말했다.

 

 “현도현 씨? 편집장님?”

 

  그녀가 키득거리자 그가 고개를 들어 벽에 머리를 기대곤 풀린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아, 쪽팔리게 먼저 취하네.”

 

  창피함에 감긴 그의 눈이 그대로 잠에 들었다. 아랑이 몽롱함에 삐끗하던 팔을 간신히 테이블 위로 올려 턱을 괴었다. 그녀가 가만히 그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가 깨지 않게 조용히 물었다.

 

 “도현아, 자?”

 

  가게 안에선 두 사람의 몽롱함을 깨우지 않는 잔잔한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 새 까치집에는 잠든 도현과 그런 그를 보다 눈을 감은 아랑이 잠들어 가고 있었다. 그 여름 밤 모두가 털어내고 싶었던 모든 것을 털어내고 마음 편히 잠이 들어가는 것이었다.

 

 

 ***

 

 

 까치집에 집주인은 온데간데없이 불청객이 찾아왔다. 창가와 가장 가까운 소나무 묘목에 내려앉은 뻐꾸기가 창가로 고개를 갸웃갸웃 거리더니 이내 뻐꾹뻐꾹 울기 시작했다. 구석 소파에 널브러져 있던 아랑과 도현이 그 소리에 몸을 들썩이자 불청객이 행여 들킬 새라 푸드덕 날아갔다. 불청객의 고운 아침 인사보다 가까이 들리는 새 날갯짓에 도현과 아랑이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독했던 시진의 탁주는 아침까지 그 잔해를 남겨 놓은 듯 했다. 불편한 자세로 다시 제 팔을 베고 눈을 감으려던 두 사람은 이내 정수리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번쩍 고개를 들었다. 머리를 맞대고 두 사람이 서로를 보고 있었다. 막 잠에서 깬 두 사람이 이게 뭔 일인가 서로를 빤히 보다가 피식피식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이 지난 10년의 응어리를 독한 탁주와 함께 완벽히 비워냈음을 알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상체를 들었다. 그제야 비로소 서로의 이마에 붙은 포스트잇이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이 동시에 제 이마에 붙은 포스트잇을 때었다. 도현이 시진이 남긴 메시지를 읽었다.

 

 ‘앞으로 술 상 따로 챙기는 일은 없도록.’

 

  아랑이 미형의 메시지를 읽었다.

 

 ‘콩나물 국 끓여 놨다. 우리 데이트 간다.’

 

  아랑이 핏 웃으며 머리를 짚었다. 도현의 잠긴 목소리가 그녀를 향해 물었다.

 

 “두 분은 어디 가신 거야?”

 

  시진과 미형이 없는 가게 안은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데이트.”

 “데이트?”

 “가끔 명동극장 가서 아무 연극이나 보는 거.”

 

  아랑이 척추를 바짝 세웠다. 시진의 탁주는 마실 때는 기분 좋아 끝을 모르고 넘기다 아침이 되어야 비로소 후회를 하게 된다. 그녀가 물에 젖은 솜 마냥 무거운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평소 같으면 잠에 방해가 될까 테이블 정리를 미루는 미형에도 지난 밤 도현과 함께한 자리가 깨끗한 걸 보니 아무래도 시진의 탁주가 완전히 두 사람을 뻗게 만든 것 같았다. 그 모습을 그는 뿌듯하게 보았을 거다. 그녀가 뒤돌아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는 도현을 보았다.

 

 “기다려. 이모가 아침 해 놨나 봐. 뭐라도 먹어야지 죽겠다.”

 

  그녀가 부엌으로 가 능숙하게 미형이 끓여놓은 국을 작은 뚝배기 두 개에 나눠 담았다.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돌아보니 어느새 다가온 도현이 카운터에 기대어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냉장고에서 달걀 두 개를 꺼내 보이며 물었다.

 

 “달걀 먹을래?”

 “응.”

 

  도현이 능숙하게 부엌을 뒤져 필요한 것들을 찾는 아랑을 지켜보았다.

 

 “거기 있는 게 자연스럽다?”

 

  아랑이 그를 힐끔 보고 핏 웃었다.

 

 “그럼, 우리 집이나 다름없지. 직장 그만 두고 간간히 알바하던 곳이 여기였어. 두 분이 내 사정 알고 시급도 엄청 세게 쳐 주셨지. 가자, 다 됐어.”

 

  그녀가 쟁반을 들고 나오자 도현이 받아들었다. 두 사람이 전용 좌석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콩나물 잔뜩 넣어 진하게 우러난 국물을 보자마자 두 사람이 동시에 그릇 째 들고 들이켰다.

 

 “이제야 좀 살겠네.”

 

  맑은 국이 독한 탁주의 잔해를 남김없이 씻어 내자 방금 전까지 괴롭히던 몽롱한 취기가 달아나는 듯 했다. 잠시 북촌에서 맞은 오랜만의 아침에 그녀가 창가 너머로 아침 햇살을 받는 작은 정원을 보다가 놀라 물었다.

 

 “너 출근 안 해?”

 

  말없이 밥을 먹던 도현이 그녀를 의아하게 보았다.

 

 “오늘 토요일이잖아.”

 

  아랑이 서둘러 핸드폰으로 날짜를 확인했다. 그의 말대로 주말이었다. 도현의 집에 신세를 지던 날. 핸드폰이고, 시계고 시간과 날짜가 혹여 잘못 맞춰졌을까 확인을 한지 얼마 안 되었으니 그의 말대로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무슨 정신이면 날짜 개념이 없어져.”

 “직장을 안 다니니까. 둔해진 것뿐이야.”

 “별개 다 둔해져.”

 “날짜에 연연하면서 살 필요가 없으니까. 매일이 월요일이고, 매일이 금요일이고, 매일이 주말이다. 왜.”

 

  도현이 핏 웃으며 답했다.

 

 “부러워 죽겠네.”

 

  다시 식사에 집중하는 아랑에 도현이 말했다.

 

 “미안해.”

 

  잔잔하게 흘러나온 부드러운 그의 사과에 아랑이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그가 익숙치 않은 사과에 어색함과 놀란 듯 보이는 그녀의 시선에 머쓱하게 시선을 내렸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을게.”

 

  그가 그녀를 보았다. 창을 넘어온 아침 햇살에 그녀의 눈이 더 밝아지고 있었다.

 

 “네가 하는 사과, 우리 어제 다 털어버렸잖아.”

 

  아랑의 말에 그가 미소를 지었다. 그간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 하나를 덜고, 지난 10년 동안 쿡쿡 자신을 찔러오던 가시 하나를 드디어 뽑아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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