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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 닿기를
작가 : 리아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0

청화국 30대 국왕의 외동딸로 태어난 공주, 한서월. 가장 행복해야 할, 성년을 맞이하는 탄신일 저녁. 갑작스러운 아버님의 죽음과 함께 복수를 위한 삶을 살게 되는데······.

 
03. 내가 아는 네가 맞는 것인지.
작성일 : 19-10-03 13:39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2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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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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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하게도 잠을 청하는 것 따위의 일은 불가능했다. 누워 있을 수도 없어, 그저 가만히 앉아 멈출 기미 없는 비가 쏟아져 내리는 창밖만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어둠이 서서히 거두어지고 새들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는, 아버님께서 평소에 깨어나시던 시각이 되어서야 몸을 뉘어 잠에 든 체를 했다. 곧 아버님의 침소에 들어간 궁인이, 내게 소식을 전하러 올 테니.

 

 "공주님!"

 

 "무슨 일이야, 이른 시간부터......"

 

 "폐하께서......!"

 

 짐작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시녀가 뛰어들어오는 것을 시작으로, 아버님의 죽음 탓에 새벽부터 궁이 발칵 뒤집혔다.

 

 곧장 방을 뛰쳐나가, 아버님의 침소로 달려갔다. 다른 이들에게 의심을 사지 않도록. 밤사이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것처럼 행동했다.

 

 "폐하......"

 

 내가 그렇게 대처하는 것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던 의겸이도, 이내 연기를 시작했다.

 

 스스로도 비참할 정도로 내 자신이 싫었지만, 그보다도 더 가증스러웠던 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눈물을 내비치는 의겸이었다.

 

 "......."

 

 궁은 온종일 침울했다. 아니, 궁 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전날 저녁부터 쏟아지고 있는 비는 조금의 수그러듦도 없이 그칠 생각을 않았고, 그 누구 하나 쉽사리 입을 떼는 일도 하지 못했다.

 

 성군으로 타국까지 소문이 자자하셨던 아버님의 갑작스러운 죽음. 도대체 누가,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일을 벌인 것인가. 아무도 그 죽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버님을 돌아가시게 한 이를 눈앞에서 보았던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무슨 짓이라도 해 보자고. 그렇게 생각했던 자신에게 확신이 서지 않아서.

 

 "......생전에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셨던 대로, 공주님과 의겸 대군께서 혼인을 하고 두 분께서 왕위를 이으시는 것이......"

 

 빈 어좌에 아버님 대신 앉아 대신들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니, 최한솔이 말을 꺼냈다.

 

 "역시 그 편이......"

 

 그의 말대로, 최근 서의겸과 나의 혼담 이야기가 나오고 있던 참이었다. 전날이 내 생일이었으니 성년이 지나고 여름이 되기 직전 즈음으로 날짜를 조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왕좌가 공석이니, 하루빨리 혼인을 마치고 그 자리를 채워야 했다.

 

 그에 따라 다른 대신들도 최한솔의 의견대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듯 하나 둘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면, 나 역시도 당연하다고 여기며 그들에게 동조했을 테지.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현재의 나에게도 선택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 목숨의 대가 자체가, 서의겸과의 혼인이었으니까. 결국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준비하도록 지시한 다음,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어렸을 때에는 곧잘 아버님의 무릎에 앉혀져, 언젠가는 내가 앉게 될 자리라던 그 말이 먼 훗날의 일일 줄로만 알았다. 생각보다 너무나도 빨리 찾아온 그 날은, 이 자리의 무게를 실감하게 했다.

 

 "서월아, 괜찮아......?"

 

 옆에 서 있던 순영이가, 머리를 짚은 내 모습을 보고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응,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권순영은, 현재 내 호위를 맡고 있는, 좌의정의 자제였다. 나를 자주 챙겨 주던 어린 시절부터, 언제나 자신이 더 강해지면 내 호위를 맡아 주겠다며 호기롭게 말하던 그대로.

 

 그러다 이틀 전부터 가문에 일이 생겨 줄곧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가, 오늘 새벽에 소식을 듣고 서둘러 돌아온 참이었다.

 

 안 그래도 본가에 다녀오기 직전, 내 생일 연회에 참석하지 못할 것에 미안해하며 떠났던 순영이었다. 이제는 자신이 자리를 비우지 않았더라면 전날의 일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자책을 하는 중이었는데, 만일 이 상황에서 전날의 진실을 듣는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아무리 해도 어제의 일만큼은 절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기에. 그를 보고 있으니 힘들면 제 앞에서만큼은 편하게 울어도 된다고, 그렇게 말하던 아까의 말이 떠올라서, 시선을 피하고는 눈을 감아버렸다.

 

 

 

 ***

 

 

 

 회의가 마무리된 직후. 잠시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하자, 금세 자리를 피해 주는 시종들을 뒤로 하고 정원에 발을 들였다.

 

 전날의 일로 다음 목표물로 노려질 가능성이 있는 나와 서의겸을 호위하는 것에 예민해져 있었지만, 정원은 왕족들만 출입하는 곳인 데다 호위병들이 주변을 빈틈없이 메꾸고 있는 탓에 궁궐 내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라, 시종들을 쉽게 물릴 수 있었다.

 

 "......!"

 

 그렇게 고요한 곳에 있으면 복잡한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싶어 연못으로 향하던 중에, 서의겸을 보게 되었다. 시종들이 곧장 나를 홀로 보내준 데에는, 이 이유도 있었던 거였나.

 

 아무 생각 없이 걷다 고개를 들고 나서야 것이라, 그가 모르게 달아나기에는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 도달해 있었다. 다행히도 내게서 등을 돌리고 있어 저쪽에서는 아직 나를 보지 못했으니, 서둘러 가까이 있는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그의 행동을 살폈다.

 

 ".......좋겠다, 너희들은."

 

 연못가에 쪼그리고 앉아, 금붕어들에게 먹이를 주며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저 모습은. 그래, 서의겸의 습관 같은 것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저 의겸이는,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내가 알고 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평소에 금붕어들을 부러워하던 말까지, 전부 같았다.

 

 그러나 지금의 그 서의겸이 또다시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은, 납득이 되질 않았다. 단순히 습관처럼 하던 말이라서라면.

 

 순간 싸늘한 느낌이 몸을 훑고 지나갔다. 얼마나 오랫동안 감추고 있었던 것일지. 앞으로 어떠한 모습을 보일 것인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한시라도 빠르게 그에게서 멀어지고 싶었다. 자칫하면 마주치게 될까, 궁으로 돌아가려던 내 발에.

 

 바스락-

 

 작은 나뭇가지가 밟혔다.

 

 크기는 작아도 그 배에 달하는 효과를 냈던 소리는, 서의겸의 귀에 닿기에 모자람이 없었고-

 

 "......누구야."

 

 -결국은 피하지 못할 상황을 이끌어 내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그가, 내 쪽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더는 몸을 숨길만한 것도 없었기에, 내게 가까워져 오는, 풀들이 밟히는 발소리를 들으며 치맛자락을 꾹 쥐었다.

 

 "......한서월."

 

 그리고 마침내 기어이 나를 발견해 내고야 만 서의겸이, 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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