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4. 탐욕의 산(9)
작성일 : 19-10-03 03:18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401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전투는 대단히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거대한 회색늑대는 이미 얼굴과 옆구리 부근에 깊은 상처를 입고 정신없이 뒤로 물러나는 중이었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듯 도망칠 궁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신수의 승리가 확정적인 상황에서 탈루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탐욕의 영향에서 꽤나 자유로워 보이는 신수라면 저기 저 오솔길 너머까지 쫓아올 가능성이 컸다. 도망이 불가(不可)라면 남은 선택지는 무엇이 있을까.

 

  -그, 그래! 신수라면 우리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저 이리가 나와 대화할 마음이 있을까?”

 

  그리고 설사 대화가 성사되었다 하더라도 만약 저 신수가 ‘살려둘 생각이 없으니 순순히 목숨을 내어놔라’고 한다면? 그때는 달리 방법도 없다.

 

  ‘결국은 운명에 맡겨야 한다는 소리라…….’

 

  자신의 목숨이 다른 누군가의 손에 달렸다는 사실은 그 순간 탈루를 몹시도 객관적으로 사고(思考)하게 만들었다.

 

  “뭐…… 별로 나쁘지 않네.”

 

  -……응?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는데 구함을 받았고, 심지어 그 대상이 말도 통하는 상대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전투도 다 끝나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느낀 늑대가 부리나케 꽁무니를 뺐던 것이다. 이리는 녀석을 쫓는 대신 그저 제자리를 지키고만 있었다.

 

  탈루는 등져있는 이리 쪽을 보며 조심스레 목을 가다듬었다.

 

  “저기…….”

 

  그러나 이리는 대답하지도, 심지어 돌아보지도 않았다.

 

  탈루는 재차 용기를 내어 물었다.

 

  “저 혹시…… 신수이신가요?”

 

  그러자 이리가 슬쩍 고개를 돌려 탈루와 눈을 맞췄다.

 

  탈루는 저 흉포하기 짝이 없던 늑대를 쫓아 보낸 이리의 눈매가 굉장히 온화해 보인다는 것에 놀랐다. 뭐랄까, 눈동자 저 깊숙한 곳에 왠지 모를 포근함이 깃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혹시 누군가와 계약된 신수냐고 물어봐! 얼른!

 

  그것에 대해선 탈루 역시도 좀 전부터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나타난 신수는 이리다. 그리고 이제와 보니 딱히 자신에게 적대적인 분위기도 아니다. 이쯤 되면 제아무리 바보라 할지라도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인도자’의 신을 떠올릴 수밖에 없으리라.

 

  “혹시 ‘여명을 쫓는 이리’의…….”

 

  그러나 탈루는 그 이상 질문을 이어갈 수 없었다. 탈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리가 갑작스레 몸을 돌려 떠나버렸던 것이다. 탈루가 놀라 마지않았던 회색 늑대의 것보다도 수배는 더 빠른 움직임이었다.

 

  -뭐, 뭐지?

 

  홀연히 사라진 이리가 남긴 것은 그저 희미한 피의 잔향뿐이었다.

 

 

  *

 

 

  오솔길 이후부터는 또 다시 끝없는 고통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길의 끝에는 언제나 또 다른 탐욕과가 있었고, 그 주위에는 전과 마찬가지로 흉포하기 짝이 없는 온갖 짐승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외곽으로 갈수록 탐욕과의 단맛이 점점 더 떨어지는 듯 그걸 탐내는 짐승들의 덩치도 더 작고 둔해져갔지만, 그럼에도 탈루가 쉬이 상대할 수 있을만한 존재들은 없었다. 몸의 상태도 상태였거니와, 기본적으로 그들의 흉포함과 살기(殺氣)가 결코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안전한 거처와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선 보다 더 춥고 더 혹독한 외곽으로 나가야만 했다.

 

  마치 인도자를 따라 이곳 ‘고름’으로의 여정을 떠났을 때와 같이, 탈루는 끝없는 행진에 점점 더 지쳐만 갔다. 굶주림과 추위는 날로 심해져만 갔고, 몸의 통증은 덜어지기는커녕 매순간 탈루를 괴롭혔다. 가끔씩 탐욕과를 향한 시선을 떼고 자신을 쫓아오는 짐승들 때문에 위험한 고비도 무수히 많이 넘겨야했다. 탈루로선 자신이 살기 위해 걷는 것인지, 아니면 죽을 장소를 택하려 걷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걷기를 꼬박 이틀째, 탈루는 마침내 탐욕의 가장 끝부분에 도착하게 되었다.

 

  숲은 자연의 푸름을 잃은 지 오래였다. 이미 ‘미혹’의 영향은 온데간데없이, 숲이라고도 부르기 힘든 다만 삭막하고도 황폐한 회색의 땅만이 그를 반겨줄 뿐이었다.

 

  -이제 더는 갈 데도 없어…….

 

  겨우살이의 말에 탈루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말 그대로였다. 누가 봐도 이곳이 탐욕의 끝이었다.

 

  물론 끝이라고 해서 사방이 가로막힌 다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길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여러 군데로 뚫려 있었고, 가리는 것 하나 없이 시야도 확 트여 있었다. 단지…….

 

  -저리로 넘어가면…… 안되겠지?

 

  탐욕과 그 너머의 경계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뚜렷이 나있을 뿐이었다.

 

  “알잖아, 우리는 저리로 갈 수 없다는 거.”

 

  탐욕의 영역은 황폐했다. 하지만 그 너머는 온통 초록이었다. 나무의 생태도, 풀꽃의 분포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났고, 볕의 양도 같은 하늘 아래라는 게 무색할 만큼 극명하게 갈렸다.

 

  -잠깐도 안 되는 거야……?

 

  아이들은 인도를 끝마칠 때까지 지정된 인도지를 벗어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시 인도는 그 순간 종료된다. 그것이 오랜 세월 내려온 일족의 규칙이었다.

 

  바로 지척에 온갖 먹거리를 두고도 구경만 해야 하는 현실에 탈루는 절로 암담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탐욕의 끝에서 인내를 강요받게 되다니…… 어쩐지 우습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쩔 수 없지. 이제 물러날 곳은 없어.”

 

  그러고 탈루는 고개를 들어 정면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탈루의 눈에 비친 것은 탐욕과가 두어 개 가량 열려있는, 고작해야 그의 허리만한 키의 작디작은 나무 한그루였다. 그것은 풀숲이라고도 보기 힘든, 검은 낙엽들이 수북이 깔린 얼어붙은 땅 위에 덜렁 자라나 있었는데, 그마저도 살가죽이 뼈에 붙은 듯 깡마른 오소리와 쪼끄마한 쥐들 무리에 의해 둘러싸여 있었다.

 

  -이젠 결단을 내려야할 때야. 너도 알겠지만…… 여기에 네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없어. 살아남으려면…… .

 

  “맞아, 저걸 먹어야겠지.”

 

  탈루는 결국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인정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주위엔 아무것도 없다. 살아남으려면 일단 ‘저것’을 먹어야했다.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지금도 죽어라 서로를 물어뜯고 있는 저 불쌍한 짐승들을 처리해가면서까지 말이다.

 

  ‘이것이 바로 탐욕…….’

 

  탐욕의 실체를 뼈저리게 느낀 탈루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 먹고, 살고, 강해져야 했다.

 

  “탐심을 제어할 수 있는 건 확실하지?”

 

  -거듭 말하지만, 너 하기에 따라 달렸어. 기본적으로 ‘차단’은 가능해. 하지만 분명 어려운…….

 

  “그거면 됐어.”

 

  탈루는 더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다. 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일 뿐이지. 인도를 완수하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제껏 거쳐 왔던 길을 다시금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탐욕과를 먹고 살아남는 것은 그것의 시작일 뿐이다. 해내야 할 일은 그 외에도 수도 없이 많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건…….’

 

  순간 어디선가 튀어나온 뿌연 아지랑이가 탈루의 몸을 삼켰다. 탈루가 일으킨 메였다.

 

  “메에다 색을 넣으려면 매번 네 동의가 필요한 거야?”

 

  -그건 아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너의 메는 저절로 내게 물들게 되어있어.

 

  겨우살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탈루의 메가 연한 초록빛을 내기 시작했다.

 

  “우선은…… 신기(神技)의 개발이겠지.”

 

  이어 초록빛의 아지랑이가 점점 더 구체화되더니 이내 탈루의 몸을 덮은 얇은 초록색의 막이 되었다. 이제껏 탈루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온 보호막이었다.

 

  “이걸론 안 돼.”

 

  탈루는 지난 번 자신을 죽음의 목전까지 몰고 갔던 예의 거대한 늑대를 떠올렸다. 녀석의 발톱은 그의 보호막을 찢는데 조금의 어려움도 느끼지 않았다. 또한 그 전에 만났던 소름끼치는 포효를 내뱉었던 괴물은 아마 그보다 더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두령이라는 녀석 역시도…….’

 

  탈루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약해지기엔 아직 일렀다. 지금은 마음을 다잡을 때이다.

 

  “대전제까지 3개월이라…… 꽤 빠듯하긴 하겠네.”

 

  -너, 너! 설마 아직 포기 안했어!? 살아남을 생각이나 하라고!

 

  탈루의 얼굴께로 한줄기 미소가 저 산등성이 너머서부터 불어온 바람같이 걸렸다.

 

  “그럼, 시작해볼까?”

 

 

  바야흐로 춥고 외진 탐욕의 끝에서 탈루의 본격적인 인도(引導)가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9 5. 신기(神技) (11) 2019 / 11 / 9 218 0 3652   
48 5. 신기(神技) (10) 2019 / 11 / 7 225 0 3486   
47 5. 신기(神技) (9) 2019 / 11 / 5 226 0 4069   
46 5. 신기(神技) (8) 2019 / 11 / 4 248 0 3993   
45 5. 신기(神技) (7) 2019 / 10 / 31 221 0 3377   
44 5. 신기(神技) (6) 2019 / 10 / 22 223 0 4566   
43 5. 신기(神技) (5) 2019 / 10 / 16 221 0 3585   
42 5. 신기(神技) (4) 2019 / 10 / 14 212 0 3488   
41 5. 신기(神技) (3) 2019 / 10 / 10 214 0 4572   
40 5. 신기(神技) (2) 2019 / 10 / 7 224 0 6401   
39 5. 신기(神技) (1) 2019 / 10 / 4 199 0 6377   
38 4. 탐욕의 산(9) 2019 / 10 / 3 249 0 4014   
37 4. 탐욕의 산(8) 2019 / 10 / 1 226 0 4338   
36 4. 탐욕의 산(7) 2019 / 9 / 26 207 0 4417   
35 4. 탐욕의 산(6) 2019 / 9 / 25 250 0 4029   
34 4. 탐욕의 산(5) 2019 / 9 / 24 218 0 5103   
33 4. 탐욕의 산(4) 2019 / 9 / 20 225 0 4033   
32 4. 탐욕의 산(3) 2019 / 9 / 19 238 0 5914   
31 4. 탐욕의 산(2) 2019 / 9 / 18 210 0 4308   
30 4. 탐욕의 산(1) 2019 / 9 / 17 211 0 4024   
29 3. 여명을 쫓는 이리(9) 2019 / 9 / 16 206 0 6623   
28 3. 여명을 쫓는 이리(8) 2019 / 9 / 11 214 0 4160   
27 3. 여명을 쫓는 이리(7) 2019 / 9 / 10 229 0 4840   
26 3. 여명을 쫓는 이리(6) 2019 / 9 / 9 250 0 4424   
25 3. 여명을 쫓는 이리(5) 2019 / 9 / 7 226 0 4572   
24 3. 여명을 쫓는 이리(4) 2019 / 9 / 6 235 0 5386   
23 3. 여명을 쫓는 이리(3) 2019 / 9 / 5 245 0 4121   
22 3. 여명을 쫓는 이리(2) 2019 / 9 / 4 258 0 4319   
21 3. 여명을 쫓는 이리(1) 2019 / 9 / 3 211 0 4020   
20 2. 영신제(迎神祭) (13) 2019 / 9 / 2 233 0 4001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세자마마의 은밀
지놓
더럽(The Love)
지놓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