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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소꿉친구는 시간 관리자
작가 : 허므
작품등록일 : 2019.9.28

 
(4)
작성일 : 19-10-03 02:01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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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간신히 모아와 이 아이를 떨어트려 놓았다.

 

 모아는 어디서 가져온 건지 수갑을 들고 아이의 손목을 채우려고 달려들었다.

 

 무언가 화풀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이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내 등 뒤에 숨어 있었다.

 

 “워워. 진정해.”

 

 모아를 벤치에 앉혀 놓았다.

 

 그녀는 내 귀를 손으로 가리키고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왜?”

 

 옆 아이에게 소리가 들리지 않게 목소리를 낮췄다.

 

 “나 화난 거 아니야.”

 

 “뭐? 그럼 왜 그러는 건데?”

 

 “일단 겁을 주는 거야.”

 

 “겁? 왜 겁을 주는 건데?”

 

 “일종의 기선제압이지.”

 

 “기선제압? 굳이?”

 

 “내가 이 일을 해온 결과 이렇게 하는 게 맞아.”

 

 “그래? 그럼 난 내 방식대로 할래.”

 

 그녀를 뒤로하고 아이를 쳐다봤다. 뒤에서 그녀가 짧게 한숨을 내쉬는 게 들렸다.

 “안녕, 이름이 뭐야?”

 

 “저, 저요? 민현이에요. 박 민현.”

 

 “아~ 이름이 민현이구나. 만나서 반가워.”

 

 “저기 근데… 뒤에 누나 화 많이 났어요?”

 

 “이 누나? 화 안 났어. 내가 방금 타일렀거든. 이제 괜찮아.”

 

 “고, 고맙습니다.”

 

 계속 듣고 보니 아이의 말투가 어눌했다.

 

 목소리도 작은 편이었고 발음이 세는 단어도 많았다.

 

 다시 뒤로 돌아서 모아에게 물어봤다.

 

 “근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해?”

 

 “뭐. 네 방식대로 한다며. 알아서 해.”

 

 그녀의 말투가 날 서 있었다.

 

 “저기….”

 

 “왜. 뭐.”

 

 “혹시 아까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근데 빨리 애를 돌려보내야 할 것 같은데. 이제 뭘 해야 해?”

 

 “너한테 한 가지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타임머신을 한 번 이용하고 나면 타임머신은 사라져.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거지.”

 

 “만화나 영화에서는 잘 있었는데 왜 사라져?”

 

 “시간의 균열은 타임머신을 허락하지 않는데. 우리 아빠가 한 말이야.”

 

 “말 멋있다. 그래서 쟤는 어떡해?”

 

 “우리한테 이렇게 많은 돈이 있잖아.”

 

 “그럼 이제 우리가 쟤를 입양해야 해? "

 

 "그건 아니야."

 

  “미안합니다. 그래서 이제 어쩔까요?”

 

 “우리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만들어 놓은 시설이 있어. 간혹가다가 저렇게 어린 애들도 온다고 만들어 놓은 건데 거기 데리고 가면 돼.”

 

 “너희 아버지 짱이다. 시설은 어디 있는데?”

 

 “우리 옆집.”

 

 그러고 보니 모아의 옆집에는 꽤 건물이 있었다.

 

 “그게 그거였어?”

 

 “어.”

 

 “거기 꽤 좋아 보이던데.”

 

 “많은 돈을 쏟았으니까. 그래도 아빠 재산의 반도 안 썼지만.”

 

 “나도 거기서 살아도 되냐?”

 

 “거기 보육원인데 굳이 살고 싶으면 살아.”

 

 “그럼 가끔 놀러 가고 그러지, 뭐.”

 

 “저기…”

 

 잊고 있었던 민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미안해. 신경을 못 써줬네. 자, 이제 가볼까?”

 

 “가요? 어딜 가요?”

 

 “어… 그게…. 집! 집에 가는 거야.”

 

 “거, 거기 저희 엄마랑 아빠도 있어요?”

 

 민현이가 겁에 질려 있어서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근데 너는 왜 여기 온 거야? 그것도 혼자서.”

 

 “어….”

 

 “애초에 어린 애가 혼자 오는 게 드문 일이긴 한데. 이렇게 큰 애가 혼자서 오는 건 너 스스로 온 거 아니야? 말해. 여기 뭐하러 왔어.”

 

 그녀는 시간 여행자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잠깐, 모아야. 민현아 잠시만 기다려줘.”

 

 민현이가 벌벌 떨고 있었다.

 

 “뭐야, 왜 그래. 쟤 분명 가출 같을 걸 하고 도망친 걸 거야. 분명 현실을 피하려고 여기 온 거라고.”

 

 “진정하고 들어. 내 생각이지만 민현이는 다른 또래 애보다 발달이 좀 더딘 거 같아.”

 

 “저것도 연기일 거야.”

 

 “아까 화장실에서 민현이한테 옷을 줬을 때 팔이 살짝 보였는데 그 짧은 순간 팔을 봤는데도 팔 여기저기에 멍이 있었어. 또 옷 다 갈아입고 너한테 갈 때 민현이 머리에 찢어진 부위가 좀 있더라고.”

 

 “……”

 

 “어쩌면 민현이는 스스로 온 게 아니라 버려졌을지도 몰라. 스스로가 선택해서 온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버려진 거지.”

 

 “말도 안 돼. 거짓말하지 마.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다고.”

 

 “무슨 가능성이든 인생에는 존재하잖아.”

 

 “말도 안 돼.”

 

 “이제 가보자.”

 

 우리가 있었던 벤치에는 아무도 없었다.

 

 “얘 어디 갔어?”

 

 모아가 물었다.

 

 “얘 진짜 어디 갔어.” 걱정이 점점 커졌다. 그 애가 낯선 곳에 와서 어디로 갈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흩어지자. 그리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야.”

 

 공원의 시계탑이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제법 많이 어두워졌다.

 

 이상한 사람이 민현이를 데리고 가진 않았겠지.

 

 설마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괜찮아, 찾을 수 있어.

 

 10분이 지나고 모아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찾았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아직. 얘는 도대체 어딜 간 거야.”

 

 “공원 앞 다리 밑까지 다 뒤졌는데 없었어.”

 

 “연못은 가봤어?”

 

 “어.”

 

 “시계탑 앞은?”

 

 “가봤어.”

 

 “팔각정 앞은?”

 

 “다 가봤어. 다. 다. 전부.”

 

 “나도 공원은 다 돌았어. 이젠 지쳤어.”

 

 “우리가 안 간 곳이 있을까?”

 

 “그런 곳이 있어? 다리 밑, 팔각정, 연못, 화장실….”

 

 “화장실? 너 화장실 가봤어?”

 

 “아니, 별로 마렵지는 않아서 안 갔는데.”

 

 “멍청아, 그게 아니라. 민현이가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지금 가볼게. 너도 빨리 따라서 와.”

 

 공원에 화장실은 두 쪽이 있었다.

 

 우리가 있던 곳은 동쪽이었으니까 아마 민현이는 동쪽에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없을 것 같았다.

 

 그녀가 그렇게 다급하게 말했기에 나는 희망을 걸어 보았다.

 

 남은 힘을 다해 화장실 앞까지 뛰어 왔다.

 

 얼마 있자 그녀도 건조한 숨소리를 내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여기 확실해?”

 

 내가 물었다.

 

 “남은 게 여기밖에 없잖아. 여기 없으면…”

 

 그녀가 다시 울상이 되었다.

 

 “일단 들어간다.”

 

 화장실 변기 3칸 중 2칸이 닫혀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안에서는 냄새도 지독하게 풍겼다.

 

 “민현아”

 

 대답이 없었다.

 

 “민현아!”

 

 대답이 없었다.

 

 “민현아!!!”

 

 “거 조용히 합시다. 볼일 보는데 앞에서 그러실 거예요?”

 

 가장 왼쪽 칸에서 나이 든 아저씨 목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세요.”

 

 모아는 화장실 입구 옆에서 소리를 내지 않고 울고 있었다.

 

 “울지 마. 분명 공원 안에 있을 거야.”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안에 없었어?”

 

 “내가 안에서 불러 봤는데 없는 거 같아.”

 

 “야.”

 

 “응?”

 

 “너 지도 있잖아.”

 

 그녀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

 

 “너 이 새끼.”

 

 “미, 미안해. 나도 이 일이 처음이라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

 

 지도의 빨간 점은 여전히 빨간 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거 완전 엉터리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 분명히 있어. 안에 정확히 다 뒤져본 거 맞아?”

 

 “두 칸이 있었는데 한 칸은 아저씨가 있었고 나머지 칸은 모르겠어.”

 

 “그럼 거기 있겠지. 빨리 들어가.”

 

 “대답은 없었는데.”

 

 “잔말 말고 거기 확인할 때까지 나올 생각 하지 마.”

 

 그 순간 화장실에서 50대쯤 보이는 아저씨가 나왔다.

 

 “자 이제 확인 할 수 있겠지? 빨리 들어가.”

 

 그녀는 어느새 눈물을 다 닦고 내 등을 밀고 있었다.

 

 “알았어.”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니 냄새가 더 심해져 있었다.

 

 “민현아!!!”

 

 대답이 없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옆 칸으로 넘어서 보는 수밖에.

 

 변기를 밟고 옆 칸 쪽으로 몸을 숙였다.

 

 냄새가 가까이 갈수록 더 심해졌다.

 

 옆 칸 안을 비로소 눈으로 직접 보았다.

 

 그곳에는 앉을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한 민현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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