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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냇가의 꽃들
작가 : 누리아리마리소리
작품등록일 : 2019.10.1

시냇가에 아무렇게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처럼,
여러 계층의 개성 있고, 사연 많은 사람들.
각자의 이익을, 그리고 목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사람들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가혹하고 억울하여, 나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날 한 장소에서 모이게 된다.
급작스럽게 사건에 모두 휘말리게 되고, 계획 없던 동행이 시작된다.
서로를 경계하고 못 믿던 그들이지만,
시간이 지나, 차츰 서로를 알아가면서, 끈끈한 인연이 되어 간다.
하지만,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는 계속 추격해 오고...
시냇가의 꽃들에게, 추운 봄이라도 찾아올 것인가?...

 
1화. 희망 은행 그리고 만남
작성일 : 19-10-03 00:46     조회 : 331     추천 : 1     분량 : 4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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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현재>

 

  <03월 05일 PM 12시 즈음...>

 

  "빵빵! 띠리리리! 또각, 또각!"

 거리에 북적대는 인파와 차량이 유난히 번잡을 떤다.

 신호등 안내음도 간간히 거든다.

 

  이리저리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횡단보도 중간 지점에서, 우두커니 서있는 아란...

 20대 후반 정도로 보인다.

 

  가냘픈 몸에 무표정 일색인데,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다.

 

  단말머리 안에 숨겨진 새하얀 얼굴엔,

 조선시대 기생과 같은 관능미가 감돈다.

 

  화창한 봄날 햇살이,

 샤워기에서 뿜어지듯이,

 그녀에게 쏟아지고 있다.

 

  수줍은 미풍이,

 그녀의 검정색 원피스 자락을,

 가볍게 흔들어 놓는다.

 

  눈이 부신 아란.

 주머니를 이리 저리 뒤진다.

 선글라스를 꺼내어 쓴다.

 

  "빵빵~!!!"

 소리 나는 쪽으로 돌아보면,

 택시 뒤로 차량이 쫙 밀려있다.

 

  앗! 아란은 아직도 횡단보도 중간에 있었다...

 

  길을 막고 있는 아란에게

 택시 기사가 한 마디 한다.

 “비켜~!!!”

 

  아란도 한 마디 한다.

 “도용이 마래~!!! 논래따냐~!!!”

 

  택시 기사, 문 열고 내린다.

 “이런 옘병할~!!! 너 딱 거기 있어~!!!”

 

  아란은 두 손으로 선글라스를 한 번 매만진다.

 “이론 엔벼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간다.

 

  한참 뒤,

 은행 출입문 앞에 다다라서, 그녀는 잠시 멈춰 선다.

 올려다보면, ‘희망 은행’이라고 적혀 있다.

 

  아란은, 조용히 옷매무새를 정돈한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이,

 요란스런 몸동작이다.

 

  잠시 후,

 숨겨 왔던 검은색 캡 모자를 꺼내어 눌러 쓰는 아란.

 사뭇 다부진 표정이다.

 

  긴장된 듯, 팔 다리를 가볍게 흔들며, 숨을 고른다.

 

  은행 출입문 유리창에,

 자신의 모습을, 요리조리 비춰 보는 아란.

 ‘완벽 하군’

 자심감이 샘솟는 그녀의 얼굴.

 

  심호흡 후, 출입문에 손을 가져가는 아란.

 출입문에 그녀의 손가락이 닿으려는 찰나...

 

 

  "띠띠! 띠띠! 띠띠!"

 

 알람시계가, 새벽 공기를 요란하게, 울린다.

 

  <3시간 전...>

 

 수현은, 무거운 눈꺼풀을, 비벼댄다.

 말끔한 외모다.

 20대 후반이지만, 동안이라,

 학생 소리를 자주 듣는다.

 

  하품할 새도 없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곧장 부엌으로 향한다.

 

  "뚝딱 뚝딱"

 아침밥을 차려, 아버지와 함께 한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라,

 20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 수현이지만,

 매번 힘에 부친다.

 

  그의 어머니는,

 오래전 집을 나가서,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수현은 설거지까지 마무리 하고,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현관 앞에 있는 휠체어는,

 그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된지,

 20년이 다 되어 간다.

 

  “아빠, 나, 갔다 올게. 집 잘 보고 있어.”

 “...아,,,알아,,,아,,,아어...”

 “응, 일찍 올게.”

 

  아버지와 간단한 인사를 마친 수현은,

 등 뒤로 기타를 울러 메고,

 서둘러 휠체어 바퀴를 굴린다.

 

  그가 은행에 다다랐을 땐,

 분홍색 반팔 티셔츠 사이로,

 적잖이 땀이 배어 나왔다.

 

  봄인데도 오늘은 웬일인지,

 여름처럼 후덥지근하다고 느끼게 되는,

 수현이였다.

 

 

  "딩- 디딩- 딩딩"

 

  기타 소리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가끔 돌아보면.......

 

  그 자리엔,

 휠체어에 앉아, 기타 연주를 하는 수현이 있고,

 그의 뒤엔 희망 은행이 보인다.

 

  <03월 05일 PM 12시 즈음...>

 

  "스읍, 후우"

 

  은행 출입문 앞에서,

 숨을 고르던 아란은,

 귓가에 맴도는,

 기타소리를 뒤로 한 채,

 출입문을 열고 들어간다...

 

  나른한 공기가,

 아란의 어깨를 무섭게 누른다.

 

  쉼 호흡을 하며, 은행 여직원 앞으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는 아란.

 

  여직원이 먼저 반갑게 인사한다.

 

  “네, 고객님~ 반갑습니다~”

 

  "..."

 

  아란은 무표정을 유지하려 애쓴다.

 

  여직원이 재차 친절히 묻는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아무 말 없이,

 여직원을 바라보는 아란의 선글라스

 

  이때부터 여직원이 좀 당황한다.

 

  “저기, 어떤... 뭐...”

 

  당황한 여직원에게,

 아란은, 말없이 한 손으로,

 조심스레 무언가를 내어보인다.

 

  여직원은, 아란의 손을 보며 생각한다.

 

 ‘...??...멀쩡하게 생긴...

 미친년 인가???’

 

  아란은, 손에 쥔 물건을,

 여직원의 눈 가까이까지 가져가서는,

 한쪽에 달려있는,

 동그랗고 조그만 고리모양의 핀을 뽑는다.

 

  한참 골똘히 바라보던 여직원이,

 이내 소스라치게 놀란다.

 

  “어맛!...어마!...오오오오오!!!”

 

  여직원의 비명 소리에,

 은행안의 모든 사람들의 눈빛이,

 아란의 손에 머문다...

 

  적막 속에.......

 

  아란은,

 왼 손엔 수류탄을 들고,

 오른 손엔, 수류탄 안전핀을 들어 보인다.

 

  “다둘 봤띠...모오두...

 한똑으로 모여...내 아쁘로...”

 

  아란의 얼굴은,

 긴장되고 창백해 보였으나,

 목소리만은 차분하다.

 

  하지만, 은행 안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서,

 서로를 번갈아 바라볼 뿐,

 아무런 대꾸도 행동도 없다.

 

  아란은 다시 차근차근 입을 연다.

 

  “모두...내...앞으로...

 모이라고...했잖아아아아!!!"

 

  그제야, 사람들은 후다닥 거리며,

 우왕좌왕 한바탕 난리가 난다.

 

  한참만에야 겨우,

 아란은, 모여든 사람들을 향해,

 속삭이듯이 말 한다.

 

  “굔짤에...싱거해...하무나...”

 

  “...!!...??...”

 

  사람들은,

 또 서로를 바라볼 뿐, 미동이 없다.

 

  “경찰에...신고를...하라니깐!!!

 꺽! 두 번찍 마래야 되니 증말~!"

 

  비상벨 누르는 시늉까지 하는 아란.

 그제야,

 은행 직원들은 비상벨을 누르고,

 경비원은 무전신호를 보내고,

 고객들은 핸드폰을 꺼내서,

 경찰과 가족에게 연락을 한다.

 

  얼마 후,

 아란은, 들고 있던 수류탄에,

 안전핀을 조심스레 다시 끼워 넣는다.

 

  사람들은 모두 숨죽여,

 그녀를 바라본다.

 

  경비원과 몇몇 건장한 남자들 사이에선,

 틈을 노려, 그녀를 제압하자는 눈빛들이 오간다.

 

  그들은,

 칼날 끝과도 같은 긴장감에,

 이마 위의 땀이,

 눈가를 따라,

 목젖 아래까지 흘러내려간다.

 

  아란은 마른침을 삼키며,

 수류탄을, 원피스 주머니에 살며시 넣는다.

 

  그리곤,

 자신을 향한, 두렵고 초조한 눈빛들을 마주한 채,

 빈손을 꺼내어, 힘없이 내려놓는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경비원과 장정들은 아란에게 달려든다.

 

  아란은,

 그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원피스 상단을 양손으로 잡고,

 힘껏 찢어버린다.

 

  바닥엔...

 

  아란의 원피스와 함께,

 단추들이, 서너 개 떨어져 있다.

 

  경비원과 장정들은,

 아란과 불과,

 한 발도 안 되는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아란은 지금,

 속옷차림으로,

 그들 앞에 당당히 서 있다.

 

  그리고 그녀의 속옷엔,

 스무 개도 넘는,

 수류탄이 매달려 있다.

 

  그녀는,

 그 중 하나를 빼 들고서,

 슬며시 안전핀을 뽑는다.

 

  "디링, 디링, 딩딩"

 

  기타를 치는 수현의 앞으로,

 고급 승용차가 미끄러지듯이, 정차한다.

 

  차의 조수석 문이 열리고,

 건장한 여자 경호원이 내린다.

 

  보이시한 외모에,

 검은 슈트 차림,

 세련된 선글라스를 썼다.

 

  언 듯 보면, 남자로 오해 할 만큼,

 짧은 헤어스타일, 다부진 몸집의 그녀는,

 나이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40은 넘지 않은 듯하다.

 

  주위를 살피면서,

 뒷문을 연다...

 

  심플한 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은,

 긴 생머리의 아가씨가 내린다.

 

  20대 초반으로 보이고,

 키 크고 날씬하면서도,

 볼륨감이 살아있다.

 걸 그룹 뺨을 친다.

 

  도도해 보이는 그녀 역시,

 세련된 선글라스를 꼈다.

 

  주위를 살피는가 싶더니,

 곧장 수현에게로 다가간다.

 

  수현은 적잖이 당황스러웠으나,

 기타 연주를 멈추지는 않는다.

 

  그런 수현을,

 한참 관찰하던 그녀는,

 나지막하게 묻는다.

 

  “네가...수현이니...?"

 

  “...”

 

  어리둥절한 눈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수현에게,

 그녀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내 이름은 소라야. 너 보단... 나이는 어려 ㅎㅎㅎ”

 

  “...”

 

  “근데... 난, 반말이 편해 ㅋㅋㅋ”

 

  “...”

 

  소라는 수현에게 한발 더 다가선다.

 

  “왜~ 내가 이러는지...

 모르겠지?, 응, 그치? ㅋㅋㅋ”

 

  수현은 기타 연주를 멈춘다.

 소라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 하고,

 조심스레 겨우 입을 뗀다.

 

  “저... 절 아세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소라는 수현의 어깨를 잡으며 대답한다.

 

  “나는~ 네가 아~주, 잘 아는 사람을,

 알고 있거든... 수현씨 ㅎㅎㅎ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수현의 어깨를 귀엽게 ‘톡’ 치고는,

 여경호원에게 익살스럽게 소리친다.

 

  “황비서! 가자!”

 

  소라의 부름에,

 황비서는 즉각 경호에 임한다.

 

  몇 걸음 걷다 말고, 뒤돌아서는 소라.

 수현에게 깍쟁이 미소까지 지어보이며,

 무언가 말하려 한다.

 

  “그, 저기 말이야~”

 

  그 순간!!!

 

  "꽈꽈꽝~!!!"

 

  한발의 우레와 같은,

 굉음과 함께...

 은행 옆구리가,

 터져 나간다...

 
작가의 말
 

 매일 매일 조금씩 작성해서,

 꾸준히 글 등록하겠습니다.

 이쁘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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