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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씨크릿서비스-밀사
작가 : 사오정
작품등록일 : 2019.10.2

전생의 기억을 끌고 세상에 나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몸에는 푸른 점이 새겨져 있다. 국가비밀탐사기관에서 푸른점의 표식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들을 찾아 낸다. 그들은 씨크릿서비스( 일명 2s) 팀을 꾸리고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대한제국시절 황제의 밀사들을 소환해낸다. 전생의 기억을 재구성하여 보물을 찾으러가는 험난한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처절한 삶의 역사와 파노라마를 그린다.

 
헌팅 1
작성일 : 19-10-03 00:38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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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팅.1

 

  강 차리는 오늘 늦잠을 잤다. 어제 음식점 <장예원>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 몇 명이랑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왔는데 그만 자명종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다. 엄마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 이불을 걷어차는 지경이 되어서야 눈을 뜨고 말았다.

  -어머, 어떡해! 왜 이제 깨우는 거야! 좀 일찍 깨우지!

  -그렇게 일어나라고 소리를 쳐도 안 일어난 게 누군데! 스물넷이나 쳐 먹은 딸을 업어 키울까! 밤 열두 시가 넘어서 들어와 놓고 지금 누구더러 큰 소리인지.

  차리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대충 머리를 빗어 넘겼다. 속옷이며 양말이며 아무렇게나 꺼내입고는 후다닥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뒤에서 엄마가 소리를 친다.

  -아침도 안 먹고 나가는 거야!

  아침 같은 소리 한다.

  차리는 투덜거리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아파트 밖으로 뛰어 나갔다. 차리의 집이 있는 아파트 입구에서 한 시간 전부터 서있던 윤 경영은 눈앞을 빠르게 지나가는 그녀의 뒤를 바짝 따라 붙었다. 하마터면 놓칠 뻔 한 것이다. 그녀의 발걸음이 전철역을 향해 질주하고 있고 경영 역시 덩달아 숨이 가쁘다.

  그는 어젯밤부터 강 차리의 집 앞에서 차리를 기다렸다.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집에 들어오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차 안에서 잠복을 하게 되었는데 새벽 한 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는 차리를 차마 불러 세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잠을 설치고 이렇게 다시 나오게 된 것이다. 똥개 훈련이 따로 없다. 저렇게 급히 뛰는 것을 보니 지각을 한 모양이다. 계집애, 말썽이다.

  강 차리를 따라 전철을 타게 된 윤 경영, 오랜만에 타보는 대중교통이다. 출근시간의 지하철은 여전히 개미지옥이다. 바짝 몸들이 붙어서 몸들이 밀린다. 화장품 냄새와 땀 냄새가 뒤범벅되어 코를 쑤신다. 경영은 강 차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녀의 옆으로 몸을 움직였다. 전철의 문이 열릴 때마다 파도타기 하듯 우르르 몰려나가고 우르르 몰려들어오는 사람들. 경영은 그 사이를 비집고 강 차리에게서 시선을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 친다. 강 차리의 작은 몸이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한다. 경영은 근육에 잔뜩 힘을 주고서 전진한다. 여기저기서 경영을 쏘아보는 사람들, 경영은 눈을 질끈 감고 강 차리의 앞에 다다랐다.

  강 차리는 가방을 끌어안고 있다. 손잡이를 잡을 수도 없어서 대신 곁에 있는 사람들에 기대어 중심을 잡는다. 경영은 제 눈앞에서 잔뜩 눈살을 찌푸리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발에 힘을 주어 버티고 서있는 차리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차리는 그런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린다. 경영이 속삭이듯 말을 건넸다.

  -강 차리 씨, 강 차리 씨 맞죠?

  차리는 누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가 싶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강 차리 씨, 저에요.

  경영은 오른쪽 손 엄지와 중지를 튕겨 신호를 보냈다. 차리는 앞에 서 있는 경영을 향해 너는 뭐니? 하는 표정을 지어 보냈다.

  다시 문이 열리고 상대의 몸을 찢으며 빠져 나가는 사람들과 벌집을 쑤시듯 들어오는 무리들로 전철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내가 전철을 안 탄 지가 너무 오래되었지. 나도 한 때는 매일 아침 이들처럼 전쟁으로 하루를 시작했지.

  경영은 그 와중에 때 아닌 감상에 젖었다. 잠시 긴장의 끈을 놓아서일까. 그만 경영의 <그곳>이 강 차리의 배를 눌렀다. 경영이 서둘러 몸을 떼었으나 뒤에서 밀리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밀착되는 것이다. 경영은 제 <그곳>을 안으로 말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불가항력이었다. 강 차리의 얼굴이 이내 울그락불그락 일그러지고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그녀의 무릎이 경영의 <그곳>을 강타했다. 그러더니 문이 열리는 방향으로 사력을 다해 밀치고 나가는 것이다. 경영은 그녀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은 것을 간신히 틀어막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뼈가 꺾이는 통증이 밀려 왔다.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물에 탄 고춧가루를 <그곳>에 부으면 이런 느낌일까. 경영은 그렇게 한참을 꼼짝없이 서 있었다.

 

  -살살하라고 했더니 정말 살살하다 못해 아예 안 움직이는 거냐?

  -부장님 저 지금 죽을 지경이에요. 진짜 죽을 것 같다고요.

  책상에 엎드려 있는 윤 경영이 앓는 소리를 낸다.

  -강 차리, 걔 힘이 보통 아니에요. 조그만 게 아주 힘은 소머즈 급이라고요. 저쪽에서 투사였나봐요.

  그들은 전생을 저쪽이라고 부른다. 현생은 이쪽이고. 그들끼리의 용어이다. 아침에 벌어진 사태로 윤 경영은 지금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걔한테 한 대 쳐 맞았냐?

  -걔는 저를 변태로 알고 있어요.

  -왜 가서 바바리맨 짓거리라도 한 거야?

  -그냥 따라갔어요. 말을 좀 붙여보려고, 헌데, 아이고 내가 말을 말아야지.

  -네가 생긴 게 그래서 그래.

  -제가 어떻게 생겼는데요?

  -네가 야하게 생겼잖아. 국가 공무원 할 몽타쥬가 아니거든.

  -섹시하게 생긴 거라고 알아들을게요. 가서 그냥 데려오면 안 되는 거에요 정녕?

  -왜 납치라도 하지 그래!

  -아이고, 미쳐.

  -내가 너를 데려왔을 때를 생각해봐. 자신이 <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

  -그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어요. 강 차리씨, 라고 불러본 게 전부라고요. 걔가 저한테 어떻게 했는지 부장님 알면 깜짝 놀라실 거에요.

 

  오년 전 김 치호는 윤 경영을 만났다. 이른바 헌팅. 경영이 지금의 강 차리의 나이였을 때, 스물 넷, 군대를 막 제대하고 학비를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나이트클럽 웨이터, 대리운전기사, 편의점 계산원, 주류 배달원 등등.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서 휴학계를 내고 일 년 동안 돈을 모으고 있던 중이었다.

  윤 경영의 푸른점을 발견한 것은 김 치호였다. 이런 경우를 얻어 걸렸다든가 혹은 천운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우연히 들어간 장소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러니까 캐스팅과 헌팅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독보적인 케이스였다. 어쩌면 드러나지 않고 지나칠 수 있었던 금맥 같은 것이다.

  그날 김 치호는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서 맥주를 세 캔 구입했다. 집에 들어가서 마시고 자려고 했던건데 그날은 무슨 일인지 그냥 편의점 바깥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마시게 된 것이다. 밤인데도 날은 바람 한 점 없이 무더웠고 너무 목이 말랐다고 해 두자. 혼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그때 편의점에 맥주를 배달하는 차가 들어왔고 트럭에서 내린 젊은 두 남자가 맥주를 편의점 안으로 들여놓았다. 남자들은 민소매차림이었다. 그때 그 어둠 속에서 팔뚝에 푸른 점을 한 남자를 보게 되었다. 편의점의 불빛이 젊은 남자의 팔뚝에 조명을 쏜 것이다. 처음 그 점을 보았을 때 김 치호는 작은 문신인 모양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 어... 하면서 푸른점의 남자를 따라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고 남자를 불러 세웠다.

  -저기요.

  -무슨 일이신데요.

  -이거요, 이 점, 문신 아니시죠?

  -아닌데 왜 그러세요?

  -이 점은 상처로 생긴 건가요?

  젊은 남자는 바빠 죽겠는데 별 이상한 아저씨를 다 보겠네 하는 표정으로 쓴맛을 다셨고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나도 몰라요. 그냥 있는 점이에요.

  그 후 김 치호는 우연을 가장해서 윤 경영이 있는 곳에 나타났다. 주류 배달원을 그만 두고 나이트클럽 웨이터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김 치호는 윤 경영이 있는 클럽으로 친구들을 데려갔다. 클럽의 한쪽에 서 있는 경영을 발견하고는 그가 서 있는 곳으로 갔고 그의 앞을 스쳐가다,

  -어! 이게 누구야? 우리 어디서 봤는데. 아, 맞다. 푸른점이 있는 친구, 맞죠?

  -......

  -젊은 친구가 기억력이 없네. 왜 저번에 편의점에서 맥주 배달했을 때 내가 나타나서 푸른점이 어쩌구저쩌구 했었는데.

  -아... 네...

  -친구들하고 놀러왔는데 우리 테이블 좀 세팅해줘요. 이름이... 탑, 탑!

  윤 경영은 가슴에 T.O.P 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그날 김 치호는 진탕 술을 주문해서 마셨고 집으로 가기 전 T.O.P의 주머니에 두둑이 팁을 챙겨 넣었다. 그 후로도 김 치호는 T.O.P의 단골손님으로 나이트클럽을 찾았다. 윤 경영이 나이트클럽을 그만두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나이트클럽을 들락날락거리기에는 김 치호는 심한 몸치였고 그런 유흥에 지칠 나이도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몇 달 후 윤 경영은 나이트 클럽을 그만 두고 대리운전 기사를 시작했다. 물론 그의 동선은 김 치호의 레이더망 안에 있었다. 어느 날 늦은 밤, 김 치호는 어디에서 차량을 불러야 윤 경영이 기사로 나오는지를 확인한 후 대리운전 회사로 연락을 했다. 김 치호의 차를 향해 오는 윤 경영은 김 치호가 나타나자 너무 놀라서 세상에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 지어야 할 온갖 표정을 지었다.

  김 치호의 차를 몰고 밤길을 달리는 윤 경영, 그의 얼굴에 깊은 어둠이 몰려왔다. 뒷좌석에 앉아서, 이것 참 별 우연이 다 있네, 하고 연신 떠들어대는 김 치호를 향해 경영의 굳은 입이 터져 나왔다.

  -아저씨.

  형님도 아니고 아저씨다.

  -아저씨, 이거 우연 아니죠? 저 따라다니는 거죠?

  -내가 너를 왜 따라다녀?

  -아저씨, 술 안 마셨잖아요? 그런데 왜 대리를 불러요?

  -내가 술을 마시든 말든 뭔 상관이야! 술 마셔야만 대리를 부르라는 법이 있나?

  -아저씨 호모에요?

  -뭐 이 새끼야!

  김 치호는 뒷좌석에서 윤 경영의 뒤통수를 한 대 갈겼다. 경영은 급하게 핸들을 꺾어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뒷좌석의 김 치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그 주먹은 치호에게 닿지 못했다. 치호의 두 손이 연신 경영의 머리에 내리쳐졌다. 경영의 주먹이 몇 번 치호를 찍었으나 치호는 꿈쩍하지 않았다.

  -아! 왜 때려! 왜 때리냐고!

  경영이 으르렁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힘에 부치는지 발악을 하며 마구 내지르는 그의 손이 차량 시트를 흔들어댔다.

  -야! 차는 내버려둬. 차는 건드리지 마라.

  어느덧 두 남자는 지쳤는지 이내 각자의 자리에서 널브러졌다. 한동안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가르며 흐르는 김 치호의 낮고 부드럽기까지 한 목소리.

  -윤 경영! 사는 게 힘들지?

  -아저씨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뒷조사라도 했어요?

  -어디 가서 소주나 한 잔 하자.

  -싫어요.

  -내가 네 이름을 어떻게 아는지, 내가 왜 너를 따라다녔는지 너도 알아야 될 거 아니야.

  -따라 다닌 거 맞죠?

 

  포장마차에 앉아 우동에 닭똥집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경영과 치호. 둘은 소주를 두 병째 비워가는 중이다.

  -너는 네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니?

  -아니요.

  -중 2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의 말을 너처럼 하는 사람이 너 말고 또 누가 있을까?

  -그걸 어떻게......

  -넌 왜 러시아말과 프랑스 말을 할 줄 알게 된 거니?

  -그걸 어떻게......

  -누구한테 배운 적 있니?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그냥 알고 있었어요.

  -나는 알지. 너는 <그 사람>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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