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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블러디데이
작가 : 유월
작품등록일 : 2019.9.9

한이연, 세상에 가족이 없는 늘 혼자였던 그녀, 약혼자와 함께 가족을 꾸리고 행복해질 날만을 기다리는데.... 갑작스러운 약혼자의 죽음으로 모든 것은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녀의 약혼자의 죽음과 연관 된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은오라는 정체불명의 아름답지만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남자가 나타난다.

 
008. 어둠 속 키스
작성일 : 19-10-02 17:29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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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방으로 스며드는 독한 냄새에 작업을 중단하고 방을 나왔다. 냄새의 근원지는 부엌이었다. 부엌에서 켄이 냄비에 무언가를 끓이고 있었다. 켄이 함께 살게 된 후로 많은 것은 변했다. 일단 모델하우스처럼 텅 비어있던 은오의 집이 어지럽혀지기 시작했다. 켄은 정말 자신의 흔적을 많이 남기는 타입의 흡혈귀였다. 게다가 내가 봐온 은오나 그의 엄마인 링처럼 고상한 느낌도 전혀 없었다. 호탕한 산적 같은 느낌이 강했다.

 

  "도대체 그게 뭐예요?"

 

 나는 코를 막고 눈을 찌푸리며 켄에게 다가갔다. 냄비에는 검붉은 액체가 한가득 담겨있었다.

 

  "100년산 돼지 피야. 귀한 거라 몹시 어렵게 구했어. 은오에게 도움이 될 거야."

 

 나는 냄비 속 피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피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벌써 이번이 세 번째다.

 

  "멍청한 녀석이 그딴 저주에나 걸려서."

 

 켄이 궁시렁댔다. 왜인지 애정이 어린 말로 들렸다.

 

  "그나저나 이연씨는 그동안 은오를 도대체 어떻게 돌봐줬어? 용케 아직 잘 버텨냈네?"

 

 켄의 질문에 얼굴이 붉어졌다. 고통스러워하는 은오를 달래 줄 방법은 단 하나다. 무조건 그를 끌어안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온몸을 비틀며 괴로워하던 그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잠이 들기 때문이다.

 

 첫 피의 날 서로 몸이 엉켜서 잠들었을 때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두 번째 피의 날에는 내가 그를 간호하는데, 그가 내게 안겨 왔다. 심지어 켄이 함께 살기 시작한 때였지만, 켄은 그런 면에서 참 둔감한 것 같았다. 나는 밤새 은오에게 안겨 있었고, 그는 가끔 신음을 내고 피를 흘렸지만, 결국 밤을 잘 넘길 수 있었다.

 

  "그건..."

 

  "야, 안 가?"

 

 은오가 방에서 나오며 내 말을 끊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잠깐만 너 이거 마시고 가야 해."

 

 켄이 피를 컵에 담고 은오에게 넘겼다.

 

  "마셔."

 

  "이런 거 안 먹는다고 했잖아."

 

  "일단 마셔둬.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은오는 미동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몸을 보살펴야 이연씨가 고생을 덜 하지. 안 그러냐?"

 

 켄의 말에 은오는 나를 쳐다보더니 눈을 잔뜩 찡그린 채 컵에 담긴 피를 단숨에 마셨다. 켄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갔다 올게요."

 

 은오가 현관으로 향하며 말했다. 은오는 오늘 일을 한 후에 켄과 준현을 죽인 범인을 찾아다닐 예정이다. 나는 얼른 그의 앞으로 가서 섰다.

 

  "무리하지 마요. 내일이 피의 날이잖아요."

 

  "무리 안 해요."

 

  "내가 잘 지켜볼게. 걱정하지 마."

 

 뒤에 있던 켄이 나를 안심시켰다. 둘이 집을 나서자, 나는 완전히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 오랜만이었다. 나는 내게 남겨진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노트북을 켰다.

 

  "이연씨! 이연씨! 일로와봐!"

 

  번역 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래층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켄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나는 작업을 하다말고 거실로 달려나갔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피투성이의 은오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나는 은오를 부축하고 있는 켄에게 외쳤다.

 

  "길거리에 있는데 식은땀이 나더니 갑자기 온몸에서 피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잖아.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피의 날이 시작된 것인가? 나와 켄은 은오를 소파에 눕혔다. 은오는 끙끙거리며 소파의 가죽을 잡아 뜯었다.

 

  "피의 날은 오늘이 아닌데."

 

 내 혼잣말에 켄이 날카로운 눈길을 보냈다.

 

  "점점 날이 앞당겨지는 걸 수도 있어."

 

  "그러다가 나중에는 어떻게 되는 거죠?"

 

  "..."

 

  "이 저주를 풀 방법 켄씨는 알고 있죠?"

 

 거실에 침묵이 흘렀다.

 

  "은오씨도 안 말해주고, 다들 왜 그래요. 제가 알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요?"

 

 켄은 입을 잠시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내가 돼지 피를 좀 더 끓여서 가져올게."

 

 켄은 허둥지둥 부엌으로 달려갔다. 결국 아무 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피의 날 저주를 풀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길래 둘 다 이렇게 비밀스럽게 구는 걸까. 나는 답답한 심정으로 은오의 곁에 주저앉았다. 그는 정신을 못 차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앓는 소리를 내며 뒤척이는 은오를 바라보다가 그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쌌다. 첫번째 피의 날 내게 공격하려고 한 뒤부터 은오는 내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저 매우 안쓰러웠다. 나는 추위에 못 견디는 사람처럼 덜덜 떨고 있는 은오의 머리를 끌어안고 가만히 위에 턱을 기댔다.

 

  "괜찮아요...괜찮아..."

 

 서서히 그의 떨림이 줄어들었다. 나는 그대로 눈을 꾹 감았다.

 

  "괜찮아요…."

 

 내일이면 그는 멀쩡해지겠지. 하지만 그러다가 또 얼마 뒤면 고통스러워하고. 정말 끔찍한 저주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날 때문에 힘겨워하다가 막상 그 날이 다가오면 죽을 만큼 아프다가 또 나아지면 그 고통을 기다리고. 그것의 반복.

 

  "이걸 마시면 좀-"

 

 부엌에서 막 나오던 켄이 나와 은오를 번갈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나는 잠깐 떴던 눈을 다시 감고 자는 척을 했다. 눈치 빠른 켄은 내가 은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 뿐이라는 걸 알아챈 것 같았다.

 

  "이따가 깨어나면 줘."

 

 그는 탁자 위에 피가 담긴 그릇을 놓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

 

  다시 깨어났을 때는 해가 이미 저물어 사방이 어두웠고, 나는 은오의 품에 안긴 상태였다. 어쩌다가 내가 은오가 누워있는 좁은 소파 위에 함께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피의 날만 되면 이런 일이 매번 반복된다. 나는 은오의 팔에서 조금 벗어나 그의 얼굴을 살폈다. 잠들어있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힘겨워 보였다. 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운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흡혈귀도 악몽을 꾸나…."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악몽 꿔요…."

 

 귓가에 울린 은오의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자, 자는 거 아니었어요?"

 

  "...이제 깼어요."

 

  "아직 많이 아파요? 아까 켄씨가 동물 피를,"

 

  "그거 마셨어요. 그래서 더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요."

 

 은오는 여전히 눈을 감고 내 말에 답했다. 계속 안겨 있기가 민망해져서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은오가 팔에 힘을 줘서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저기요 나 좀 놔줘요."

 

 내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이렇게 있어야 안 아파요."

 

  "저...그래도 나름대로 지조 있는 여자거든요?"

 

  "나도 지조 있는 흡혈귀예요. 그래도 이렇게 있어야 좀 괜찮아져요."

 

  "...."

 

  "...."

 

 결국, 벗어나기를 포기한 나는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채 가만히 있었다. 심장 소리와 숨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근데 어떤 악몽을 꿔요?"

 

  "그냥 이것저것."

 

 은오가 건성으로 답했다.

 

  "에이...아직 꼬마네. 악몽이나 꾸고."

 

  "이연씨도 악몽 꾸잖아요."

 

  "네?"

 

  "맨날 자면서 울잖아요."

 

  "내가...잘 때 울어요?"

 

  "네."

 

 나는 지난 몇 주간 내가 꿨던 끔찍한 꿈들을 떠올려봤다. 그 중에는 준현이 나오는 것도 많았다.

 

  "내가 우는구나…."

 

 악몽은 꿨지만, 실제로 우는지는 몰랐다.

 

  "무슨 꿈을 꾸길래 그렇게 울어요?"

 

  “그냥 어떨 때는 너무 행복한 꿈을 꿔요.”

 

  “어떤 행복한 꿈이요?”

 

  “그냥 뭐...준현씨가 죽지 않았고, 저는 결혼을 해서 나만의 가족이 있는 그런 꿈?”

 

 은오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고 나를 주시했다.

 

  "근데 그게 꿈이라는 걸 아나 봐요. 그래서 우나 봐요. 바보 같나요?“

 

 나를 두르고 있던 은오의 팔이 움직였다. 나는 은오가 내 얼굴을 가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당신은 단지…."

 

 은오가 천천히 말했다.

 

  "남들보다 약해요."

 

  "..."

 

  "그게 다예요."

 

 그의 손가락이 내 눈가를 스쳤다.

 

  "그래서 더 귀찮은 여자예요."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은오 역시 살짝 웃었다. 그의 입술이 내 이마에 사뿐히 닿는 것이 느껴졌다. 뜨거운 감촉이 곧 입술로 내려왔다.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여기 있어요. 여기가 당신 집이니까."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입안으로 파고드는 그의 혀는 뜨겁고 달콤하면서 피비린내가 났다. 그는 내 머리카락을 완전히 헝클어트려 놨다. 나는 그의 목덜미를 잡고 늘어진 채로 계속 그를 받아줬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그런데 그것대로 흥분이 됐다. 그는 마치 오랫동안 참아왔다는 듯이 오래도록 내 입술을 원했다. 켄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우리는 키스를 멈췄다. 어둠속에서 서로의 눈동자를 보며 웃었다. 켄의 인기척이 사라지자,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그가 방으로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길고 검은 암흑 속에서 금세 흥분은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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