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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자료창고
작품등록일 : 2019.9.10

사신도가 있었다.
왕과 화원의 손길만 허용하는 사신도.
그들은 그것이 나라와 생명을 영생케 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사신도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잃어버린 사신도를 찾아 600년 세월을 떠도는 자.
사신도를 손에 넣어 영생을 꿈꾸는 자.
그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22. 장례식 서막
작성일 : 19-10-02 14:31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6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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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장례식 서막

 

 발인은 오전 7시. 장지는 이천 선산.

 밤 9시뉴스에서도 내일 아침 이필만회장의 발인이 있을 예정이라는 단신이 나왔다.

 

 가히 국내 굴지의 그룹이 태평성대인 시절에 최고경영자가 세상을 떴다.

 어느 사주쟁이가 성진그룹의 사운은 순전히 이필만의 몫이라고 했다던데 그 운이 사라졌으니 이제 그룹의 운명은 어디로 향할 것인지. 2세 경영체제로 돌입하게 되면 계열사를 확장시키거나 반대로 줄이는건 장자인 이현민이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만약 본인이 물러나겠다면 이현이 내외가 승계하게 될테고 어쩌면 그게 기업에는 도움이 될수도 있다. 이사회에서도 그걸 원한다는 얘기도 들었으니 눈치없이 회장자리에 앉으려는게 그들 눈에 고깝게 보일지도 모른다.

 

 요며칠 이현민은 마음이 오락가락 한다. 지금까지는 그룹경영에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그건 태산 같은 아버지가 버티고 있을 때 얘기고 아버지가 없다고 생각해보니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이 덜하다. 그렇다고 '내가 회장이 되겠소'라고 말할 배짱도 없다.

 

 “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데 왜 피하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회장자리에 올라가면 차원이 다른 세상이 있을거다. 적성? 됐다 그래. 복에 겨워 제 복 말아먹을 놈아.”

 

 언젠가 안영준이 한 말이다. 하지만 모르는 소리다.

 지금 이현민이 바라는 건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게 아니라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일뿐이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자유다.

 아버지의 유언장대로 장례식을 엄수하고 자기 몫을 챙겨서 이 나라를 뜨는 일만 남았다.

 

 똑똑똑!

 

 내실문이 열리고 김대우 비서가 들어왔다

 

 “대표님. 권오형대표 도착했습니다.”

 

 시계는 12시를 넘었다.

 

 “김비서!”

 “네, 대표님.”

 “김비서라면 지금 이 상황 어떻겠어?”

 “장례준비에 대한 말씀이십니까?”

 “응. 김비서가 나라면...저기로 버선발로 달려 나가겠어?”

 

 김비서는 대답을 고민중이다.

 

 “직관적으로 말해봐. 아, 질문을 바꾸자. 김비서는 이 장례식 마음에 들어?”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오케이~ 정답이다. 잘했어!”

 

 이현민이 비서의 어깨를 툭 치고 나갔다.

 

 주차장 한 켠에 흰 트럭이 한 대 서있다.

 이현민이 다가오자 권오형이 결재판을 내밀었다.

 

 “사인해야 여는 겁니까?”

 “네, 절차대로 해야지요.”

 

 이현민이 사인을 끝내자 기사가 뒷문을 열었다.

 

 트럭 뒤칸에는 크고 작은 서른여덟 개의 상자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행여 상자끼리 부딪힐까봐 사이사이 쿠션을 집어넣어 놓았고 바닥에도 카페트가 깔려있었다. 찬기운이 느껴지는걸로 봐서 에어컨을 켠 상태로 옮겨온 듯 하다.

 죽은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느라 이렇게 공을 들인다는게 어이없고 짜증스럽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한곳에 모아놓고 보니 대단한 유물들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아버지가 원한 것이라니 좋은 마음으로 하자 싶어 대충 눈으로 훑어보는데 권오형이 부장품 리스트를 내놓았다.

 

 “확인해보십시오.”

 “됐습니다. 권대표가 잘 준비했겠지요.”

 “그럼 여기 사인을...”

 

 물품을 확인했고 이대로 장지로 옮겨도 좋다는 사인이다.

 기사는 뒷문을 닫아걸고 열쇠를 권오형에게 건넸다. 권오형은 자신이 대단한 책임자라도 되는양 거만한 몸짓으로 열쇠를 받아들었다. 이현민 눈에는 그게 가소로와 보인다.

 

 “대표님, 부장품행렬은 발인 때 부터 시작할까요, 아니면 장지에서?”

 “38명이 움직이기엔 공간이 좁을 것 같은데요. 운구 뒤로 따라가는 유족들 직원들도 많을테고.”

 “그럼 장지에서 만나는 걸로 준비시키겠습니다.”

 

 권오형은 이현민이 말하는 걸 열심히 받아 적고는 운구행렬이 지나갈 동선을 손으로 그려가며 발인식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있다.

 

 “그럼 아침에 뵙지요.”

 

 이현민이 먼저 사라지자 권오형은 크게 숨을 내쉬고는 주차장 턱에 앉았다. 이제야 좀 살것 같다. 사실 권오형은 이현민이 자리를 뜨기까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불과 네시간전만 해도 그는 백석에 있는 이필만의 별장에 있었다. 그곳은 이필만의 수장고가 있는 곳이라서 보안시설이 거의 박물관 수준으로 갖춰진 곳이다. 곳곳에 cctv와 도난방지시설이 숨겨져 있어 함부로 잠입할 수도 없다. 때문에 곽노수가 제안한 바꿔치기를 어떻게 성사시킬 것인가 하루종일 고민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걱정마쇼.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뭘 어떻게?”

 “글쎄, 걱정 붙들어 매요. 일곱시 반에 백석역 2번 출구서 봅시다.”

 

 통화하는 동안 초조해 하는게 느껴졌는지 곽노수는 몇 번이나 걱정 말라는 말로 권오형을 안심시켰다.

 

 해법은 간단했다.

 8인회원들과 몇번 방문한 적이 있는 권오형과 달리 곽노수는 수장고에 들어가본 적이 많아서 입구에서부터 cctv위치며 도난방지시스템을 훤히 꿰고 있었다. 게다가 시스템해제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어서 모든 것이 한방에 정리됐다.

 

 “시스템을 해제하면 돼요. 카드 갖고 오셨지요?”

 “나중에 조사라도 하면..”

 “이상할거 없어요. 회장님도 여기 들어오실 땐 불빛 번쩍거리는거 정신없다고 다 끄라고 하셨어요. 우리도 그대로 따라하면 됩니다.”

 

 긴장해서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권오형을 세워두고 곽노수는 일사천리로 물건을 정리해서 담고 옮기는 일을 반복했다. 선수는 선수였다.

 

 마지막 남은 방.

 이필만이 가장 아끼는 소장품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곽노수가 바꿔치기할 물건도 이방에 있다.

 

 곽노수가 문을 열고 불을 켠다. 조명은 어둡지 않고 깊은 빛을 내고 있다. 유리상자안에 담긴 소장품 하나하나가 숨을 쉬듯 어떤 기운이 느껴지는 방이다. 곽노수는 방문앞에서 가볍게 절을 한다. 그의 눈에만 보이는 이필만의 환영이 저 끝에 서있다. 곽노수가 이필만의 등뒤를 따라간다. 이필만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곽노수가 따라한다. 어떤 것은 입을 맞추듯 가까이 바라보고, 어떤 것은 놓여있는 위치를 조금 다르게 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것에는 손을 올리고 기도까지 하는데 권오형은 그 모습을 홀린 듯 지켜보고 있다.

 

 빠바빰빠바바바.

 

 그때였다.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권오형이 기겁하며 구석으로 몸을 피한다. 잔뜩 겁먹은 얼굴로 소리 나는 곳을 찾는데 곽노수가 익숙한 듯 턴테이블이 놓여있는 자리를 찾아간다.

 

 턴테이블이 혼자 돌아가고 있다.

 

 곽노수는 그 앞에서 음악에 맞춰 지휘하고 있는 이필만의 환영을 본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한 장면이다. 곽노수가 그 앞에 털썩 무릎을 꿇는다.

 

 ‘회장님. 한번만 눈감아 주십시오.’

 

 음악이 멈췄다.

 

 권오형이 달려왔다.

 

 “왜 이러죠? 왜 음악이 저절로?

 “회장님이 다녀가셨어요.”

 

 곽노수가 일어나면서 대답했다.

 

 “무슨 소리예요? 회장님이 다녀가시다니.”

 “우리가 못 미더우셨나보죠. 의심스러우셨거나..”

 

 권오형의 얼굴에 두려움과 놀람이 가득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뭘 어떻게 해요. 하던 거 마저 끝내고 가면 되지.”

 

 권오형은 꿈을 꾼 것 같다.

 그 물건을 어떻게 다 차에 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얼굴은 땀이 범벅이다.

 

 “권대표, 정신차려요. 하하.”

 “우리 정말 괜찮을까요?”

 “왜요, 안에서 무슨 일 있었습니까?”

 

 갑자기 구름이 달빛을 가리고 사방이 어두워졌다.

 

 “아, 오늘 월식이라더니...검은 달빛을 보니 기분이 좀 그렇네요.”

 

 곽노수가 촉촉해진 눈으로 먼 산을 바라본다. 달빛이 조금씩 새나오고 있었다.

 

 ******

 

 장례식장에서 최종점검을 끝낸게 2시 30분.

 권오형은 그제야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어제 저녁에만 해도 준비 다 해놓고 서너 시간은 잘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정신이 맑다. 이게 다 수장고에서 겪은 기이한 일 때문이다.

 

 곽노수는 바꿔치기한 것들을 가방에 넣고 사라졌다. 트럭에 있는 13번 매병과 29번 연적은 가짜다. 이필만회장이 다시 살아나지 않는 한 그걸 알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수는 없다. 잘 나가다가 막판에 곽노수 때문에 일이 꼬여버렸다.

 

 ‘왜 하필 그런 놈과...’

 

 후회는 언제나 늦다. 한번 협박이 시작됐으니 두 번 세 번 이런 일을 저지르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애초에 그의 말을 무시하거나 이대표에게 알렸더라면...이회장이 살아있을 때 공조를 하지 않았더라면...후회는 후회를 낳을 뿐이다.

 

 째각째각

 

 어느새 권오형은 초침소리에 박자를 맞추고 있다. 잠이 오지 않는다.

 

 *****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양형사의 핸드폰이 울렸다. ‘곽도사’다.

 양형사가 벌떡 일어나 앉아 전화를 받는다.

 

 “야이씨, 지금 네 시 반이야.”

 “이필만회장이 죽으면 누가 제일 좋아할거 같어?”

 

 잠이 확 달아나는 질문이다.

 

 “뭔 소리야?”

 “말 그대로. 누가 제일 좋겠냐고. 이현민?”

 

 어제 김형사하고도 비슷한 얘길 했었다.

 

 “상속받을 자식들이 제일 좋지 않을까요? 회사도 즈이들 맘대로 쥐락펴락할 수 있고.”

 “정순호는 어때? 라이벌이 하나 사라졌으니까 속 시원하지 않겠어?”

 “정순호하고 이필만 급이 같은가요?”

 “그룹으로 보면 레벨이 다르지만 골동품만 가지고 보면 이필만이 한수 위지.”

 “정회장은 박물관도 있는데도?”

 “있음 뭐하냐. 그 바닥에서는 뭘 해도 2인자인데.”

 “이필만이 그 정돕니까? 그래서 그렇게 장례식도 뽀대나게 하는구나.”

 “그 집안 사람들 물건 보는 안목은 일본, 중국에서도 알아줬대. 대대로 명가야..”

 “아..이필만은 골동품계의 금수저였던거군요. 정회장이 볼 땐 눈엣 가시고.”

 “살리에르 증후군 알지?”

 “모짜르트? 그럼 혹시 이회장도 타살?”

 “이게 다 드라마때문이야. 드라마가 사람 여럿 버렸다니까. 하하”

 

 그때는 껄껄 웃어넘겼지만 곽노수가 던진 질문에는 웃을 수가 없었다.

 

 “응? 누굴거 같냐고.”

 “곽도사 당신이 생각하는 사람.”

 “잔머리 굴리지 말구 말해봐. 난 양형사 생각이 궁금해서 그래.”

 “난 당신생각하고 같다니까!!”

 “내가 틀리면 어쩔건데?”

 “자신 없으면 전화도 안했겠지. 왜, 뭐 냄새라도 맡았어?”

 “궁금하면 따라와 보든가.”

 

  곽노수의 전화가 끊기자 양형사는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이번에도 역시 양형사는 전화한통에 또 걸려들고 말았다.

 

 정확히 7시가 되자 장례식장 안쪽에서 이필만의 영정을 든 이현민의 모습이 나타났다. 운구는 특별히 선발된 듯한 젊은 남자들이 옮기고 있었고 행렬을 뒤따르는 사람 중에 정순호를 뺀 8인회 멤버들도 보였다. 취재진의 카메라가 쉼없이 터지자 잠깐 이현민의 표정이 일그러지긴 했어도 행렬은 순조롭게 영구차와 장례차량에 옮겨 탔다. 양형사는 운집한 사람들 틈에서 곽노수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거봐요, 안 왔잖아요. 이 인간 진짜! 새벽부터 사람 불러 놓구선.”

 “야, 저차 따라가자.”

 “장지까지 간다고요?”

 “안되면 밥이라도 먹고 오지 뭐.”

 

 이천으로 가는 국도에는 이필만의 장례차량이 끊임없이 이어져 달리고 있다. 운전대를 잡은 김형사는 졸음이 가시지 않는지 길게 하품을 하면서 눈을 비볐다.

 

 “사나이 태어나서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겠어요. 시커먼 차들이 줄줄이 달리니까 마피아 영화찍는거 같네.”

 “저기 앞에 하얀 트럭은 좀 깬다. 뭘까?”

 

 행렬 중간쯤에 부장품을 실은 특장차가 달리고 있었다.

 

 “밥찬가?”

 “으이구!!”

 “아, 왜요.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재벌이라고 별수 있나.”

 “앞에 똑바로 봐.”

 “양형사님, 아니 형님. 제발 곽노수 한마디에 일희일비하여 동분서주하는 그 마인드 좀 버리십시오. 시한폭탄도 아니고 뭘 그렇게 겁을 내요?”

 “누가 겁을 내? 그놈 장난질에 장단 맞춰 주는거야.”

 “저쪽에서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그럴 머리도 안 돼.”

 “내 생각엔 ‘오늘도 또 양형사가 미끼를 덥썩 물어 부렀어’라고 킬킬거릴거 같은데?”

 “그러고도 남을 놈이지. 야, 저기 저 산인가 보다. 터 좋네.”

 

  멀리 산 중턱에 하얀 천막이 몇 개 휘날리고 있었다. 차량들이 샛길로 들어섰다. 사유지인데도 꽤 큰 주차장이 있었지만 양형사는 산 아래 차를 세워놓고 걸어올라갔다. 십분쯤 걸어가니 흙을 파놓은 자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 봐도 꽤 넓은 땅이었다.

 

  두 사람은 장지 규모에 입이 떡 벌어졌다. 봉분크기도 엄청난데다가 주변은 이미 잔디공원처럼 말끔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와..이건 완전 왕릉인데요? 재벌 집은 다 이래요?”

 “저깄네. 곽노수.”

 

 양형사가 가리킨 봉분근처에 곽노수가 있었다.

 

 “옆에 하얀 두루마기 입은 사람들은 뭐죠?”

 “지관 같은데?”

 “와. 지관까지 섭외를.”

 “당연한거 아냐?”

 

 곽노수가 그들과 뭔가 다투는 듯한 분위기였다. 옆에서는 유족측 사람들이 곽노수를 말리고 있다. 잠시후 곽노수가 휭하니 언덕을 내려왔다.

 

 “으이구, 저 사람 뭘 안다고 거기서 기웃거린대요? 분수도 모르고.”

 “무시하지마라. 저 사람도 풍수깨나 본다. 그래야 무덤도 파지.”

 “아, 그렇게 되나?”

 

 곽노수가 양형사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왜? 뭐가 잘 안맞아?”

 “등신들. 돈값도 못하는것들.”

 “왜?”

 “저대로 관을 놓으면 시신 머리가 건너편 송신탑과 마주보게 되거든.”

 

 곽노수가 가리키는 곳에 방송용 송신탑이 보였다.

 

 “그럼 쇠의 기운이 너무 세서 망자가 기를 펼 수가 없다고요.”

 “죽은 사람한테도 기가 있습니까?”

 

 김형사가 솔깃해져 물었다.

 

 “있지요. 제사때 마다 밥먹으러도 내려와야 하는데 혼이 움직일수가 없잖아. 눌려서.”

 “저런...”

 “근데 저 지관놈들은 이회장 사주에 화 기운이 있어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우기네. 죽은 사람이 사주가 어딨어. 등신들.”

 “유족들은 뭐래?”

 “비싼돈 들여 데려왔으니 저치들 말을 믿지. 저치들은 내가 계속 나서면 손뗀다고 어깃장 놓고.”

 “그만 열 받고. 물 좀 마셔.”

 

 사실 양형사는 곽노수의 건강도 걱정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얼굴이 더 형편없어진 것 같다.

 

 “양형사님! 저기 좀 보십시오!”

 

 김형사의 다급한 목소리.

 그가 가리킨 곳에는 삼베 두루마기에 건을 쓴 수십 명의 젊은 남자들이 나무상자 하나씩을 가슴에 안고 올라오고 있다. 흡사 노예들의 행렬처럼 침울하고 힘없는 발걸음이었다.

 

 “저건 그 상자들!”

 

 양형사는 등이 서늘해졌다.

 조문객들도 그 광경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이건 보통사람의 장례식이 아니다.

 

 양형사가 흘끗 곽노수를 바라본다.

 그의 눈에 진심어린 눈물이 맺혀있다.

 첫 번째 남자가 그들 앞을 지나갈 때 곽노수는 합장하고 절을 올렸다.

 양형사의 눈에 그 모습은 낡은 장삼을 입은 장민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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