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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보고만 있어도 좋은걸
작가 : m현림
작품등록일 : 2019.9.27

탑 배우의 짝사랑!
짝사랑이라 우기지만 누가봐도 스토킹.


 
9화_편집
작성일 : 19-10-02 13:30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6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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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퇴장하면서 마지막까지 튕긴다는 어이없는 말을 남긴 김용진이 사라지는 사이 예인은 상실한 어이를 찾아오지 못해 턱이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진강은 어이를 상실해 벌리고 있는 예인의 입을 닫아주기 위해 손으로 턱을 올려 주었다.

 그러자 살짝 정신을 차린 예인이 얼굴을 한껏 굳히며 진강에게 물었다.

 

 “아! 난 뭐하고 있었지? 진짜 뭐라도 하나 던져줬어야 했는데!”

 “그러게요. 어이가 없어서 튕긴다는 개소리를 듣고도 그냥 보냈어요! 내 양손도 놀고 있었는데!”

 

 진강이 스스로를 자책하듯 자신의 짧은 머리털을 움켜쥐었다.

 그 모습에 예인은 자신 스스로가 한심하게 보여 한숨을 뱉어냈다.

 

 “하... 그러게... 그 미친 소리를 듣고도 곱게 걸어 나가게 두다니... 하....”

 “그러니까요. 확! 티슈박스라도 집어던지는 건데요!”

 

 진강의 말에 예인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진강을 쳐다봤다.

 진강은 왜 자신을 그런 눈으로 보냐는 듯 눈을 빛냈다.

 그래서 예인은 친히 티슈박스를 집어 진강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이거 던져서 어쩌시려고? 아프기는 하겠니?”

 “누나! 티슈박스에 맞아 본 적 없죠? 없으면 말도 하지 마요. 이거 모서리에 맞으면 정말 눈앞에서 무지개가 튀어요!”

 “모서리에 맞았을 경우고. 네가 던져서 어디 모서리 근처로 가기는 하겠니?”

 “음... 뭐. 그렇긴 하겠지만 그래도 안 던지는 것보다는....”

 

 진강이 슬며시 눈을 굴려 예인의 눈치를 봤다.

 예인은 언제나 자신의 기분을 먼저 신경써주는 진강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니까 주차하고 같이 올라오자고 몇 번을 말해.”

 “주차장이 따로 떨어져 있어서 한참 걸어와야 하잖아요! 그 길에는 기자들이 죽치고 있고. 무슨 미끼를 향해 몸 던지는 붕어도 아니고... 같이 오는 건 무리죠. 그래서 샵 직원들이랑 같이 움직이시라고 매번 말했었는데!”

 “같이 움직였어. 근데 김용진이 뭔가 말을 해 뒀나봐. 김용진이 나타나니까 안내하던 직원들이나 다른 직원들은 싹 다 사라지더라고. 하... 이건 뭐....”

 “차라리 내가 김용진이 누나한테 들러붙어서 치근덕거리는 거 동영상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버릴까요?”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리는 예인을 보며 진강이 결심한 듯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예인은 그런 진강을 향해 손을 내저어 보였다.

 

 “그래도... 그렇게 까지는 하지 마. 그동안 힘들었던 일 다 이겨내고 이제야 제대로 자리 잡은 사람이잖아.”

 “그럼 대표님한테 말해서 샵이라도 옮길까요?”

 “그래. 그러자. 아니면 스타일리스트라도 붙여 달라고 하면 어때? 샵을 옮기지 않아도 나하고 같이 움직이면 되잖아.”

 “것도 좋겠네요. 근데 누나 김용진이 되게 귀찮기는 했나 봐요. 평소에는 붙여준다고 해도 싫다고 했던 스타일리스트도 붙이겠다고 할 정도면?”

 “응. 귀찮아. 김용진도, 스캔들로 기자들한테 시달리는 것도.”

 

 예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힘 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진강이 슬쩍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예인에게 장난스럽게 물어왔다.

 

 “솔직히 말해 봐요. 누나는 민규진씨가 스캔들 기사 보는 게 싫어서 그런 거죠?”

 “너! 나와서 그 사람 이름 말하지 말랬지! 듣는 사람이 없는 거 같아도 소문나는 건 순식간이야. 알았어?”

 “아... 네. 죄송해요. 방심했어요.”

 

 진강이 진짜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것을 보며 예인이 괜찮다고 어깨를 두드리며 한숨 섞인 목소리를 냈다.

 

 “하... 조심하자. 그렇게 소문나면 나만 시달리는 게 아니잖아. 아마 너도 대표가 들들 볶아댈걸?”

 “헉! 그러네요. 알았어요. 누나. 조심할게요!”

 

 진강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끝내기 무섭게 개인 실의 문이 열렸다.

 마치 밖에서 듣고 있었던 같은 타이밍에 예인과 진강의 시선이 열리는 개인 실 문을 향해 쏠렸다.

 

 덕분에 상업용 미소를 얼굴에 잔뜩 매달고 들어오고 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개인 실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멈춰서 버렸다.

 

 “어.... 지금 들어오면 안 되는 건가요? 나갔다가 다시 올까요?”

 

 당황한 표정을 숨기며 애써 다시 상업용 미소를 얼굴에 올린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향해 예인이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진강이가 잔소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이 열려서 지레 놀란 거예요.”

 “아- 진강씨가 또 예인씨한테 잔소리하고 있었나 봐요. 진강씨 생각보다 잔소리가 좀 있는 타입인 것 같지 않아요?”

 “그렇죠? 근데 그걸 본인만 모르나 봐요.”

 “어머~ 설마 진강씨는 잔소리 전혀 안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네.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진강은 가볍게 자신의 탓으로 몰아가며 분위기를 끌어가는 예인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뱉어냈다.

 하지만 그 한숨소리가 조금 컸던지 예인과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진강을 쳐다봤다.

 

 “하하! 제가 또 언제 그렇게 잔소리를 했다고.... 매니저가 연예인 챙기는 건 당연한 거죠.”

 

 물이라도 만난 물고기 마냥 자신을 씹어대는 예인을 향해 진강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그러자 예인이 정말 힘들다는 듯 한숨을 내뱉으며 옆에 서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쳐다봤다.

 

 “하... 제가 저래요. 잔소리를 챙기는 거라고 생각한다니까요.”

 “내가 보기에는 진강씨하고 예인씨 사이가 너무 좋아서 그런 것 같은데요? 정말 친 남매 같아 보일 정도니까요.”

 “진강이하고 내가요? 하... 저런 동생 있었으면 난 이미 말라 죽었을 지도 몰라요.”

 “어머! 현실 남매인가요? 서로 앞에서는 으르렁 거리지만 뒤에서는 챙겨주는?”

 

 눈을 반짝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쳐다보던 예인이 진강에게 그만 나가있으라는 듯 눈짓을 주고는 말했다.

 

 “현실 남매가 아니라 매니저가 연예인을 너무 괴롭히는 거예요. 것보다 저 오늘 조금 급한데....”

 “아! 미안해요. 예인씨랑 대화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메이크업하러 왔다는 것도 잊었네요.”

 “저도 그렇기는 한데 조금 더 지체하면 하루 종일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요.”

 “그럼 안 되죠. 자! 예인씨 눈 좀 감아 보실 게요.”

 

 예인이 눈을 감는 것을 보며 진강이 슬쩍 개인 실 밖으로 나왔다.

 개인 실 옆에 있는 소파에 몸을 기대며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대화내용을 듣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한숨을 뱉어냈다.

 

 

 2. 편집

 예인은 소소한 얘기들을 주고받으며 무난하게 메이크업과 헤어를 마쳤다.

 간단하게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한 예인의 개인 실 문 앞에 서서 숨을 크게 들이켰다.

 슬쩍 문을 열어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근처에 김용진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예인이 서둘러 개인 실을 나섰다.

 

 하지만 예인이 개인 실을 나서고 몇 발짝을 떼기도 전에 김용진이 귀신같이 나타났다.

 김용진을 발견한 예인의 얼굴이 구겨졌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이 있어 맘대로 싫은 내색도 할 수 없었다.

 

 “메이크업 받으니까 더 예쁜데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대충 대답을 하고 속도를 높여 걸으려 했지만 그런 예인을 막으려는 것처럼 김용진이 앞으로 왔다.

 최대한 느린 속도로 걸음을 옮기며 예인의 진로를 방해했다.

 

 “급한 스케줄이 있나 봐요?”

 “아마도요?”

 “음... 급한 일이면 내가 같이 가 줄까요?”

 “괜찮아요.”

 “매니저도 안 보이는 데... 내가 더 빠를 것 같지 않아요?”

 “아무리 빨라도 거절하고 싶어지네요.”

 “그 거절이 진심이 아닌 거 같은데요?”

 “진심입니다.”

 “아...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면 내가 상처 받겠죠? 하지만 난 괜찮으니 걱정 마요.”

 “처음부터 걱정은 하지도 않았어요.”

 “매정해라. 뭐.... 그것도 당신 매력이기는 하죠.”

 

 계속 앞에서 알짱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거는 김용진 때문에 결국 예인이 멈춰 섰다.

 주변을 두리번거려 사람들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해있는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김용진씨가 매력적으로 봐주는 거 난 싫어요. 그러니 좀 꺼져요.”

 “오~! 역시 이런 반전 매력도 가진 사람이라니까. 우리 예인씨는.”

 “하... 혹시 어디 다쳤어요? 귀라든가 머리라든가.”

 “나 걱정해 주는 겁니까? 고맙지만 난 괜찮아요. 최근에 어디 다친 곳도 없고요.”

 “다친 게 아니라도 병원 좀 가 봐요. 귀나 머리 쪽으로.”

 “왜요?”

 “남이 하는 말을 이해 못하는데 이유가 귀 아니면 머리 아닐까요?”

 

 예인의 말에 김용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은 정말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더니 예쁘게 정돈된 예인의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슬며시 쓰다듬으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근데... 난 못 알아들어도 괜찮은 것 같아요. 당신이 하는 말은 다 매력적으로 들리니까. 아! 다음에는 욕도 한번 해 볼래요? 그것도 매력적으로 들리나 들어보게?”

 “하... 김용진씨. 당신.... 변태야?”

 “무슨 서운한 말씀을.... 변태는 아닙니다. 그저 당신의 모든 면을 좋아하는 것뿐이죠.”

 “하.....”

 

 예인은 김용진과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며 깊은 한숨을 뱉어냈다.

 그런 예인에게 한 발짝 더 가깝게 김용진이 다가왔다.

 한 뼘도 채 남지 않은 거리만 남겨두고 다가온 김용진을 보며 예인이 결국 인상을 구겼다.

 

 김용진은 지척에 있는 예인의 얼굴을 쓸어보려 손을 움직였다.

 예인은 움직이는 김용진의 손을 노려보며 저걸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예인을 구해주려는 듯 휴대폰이 울려댔다.

 예인은 발신자가 진강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응. 알았어. 바로 나갈게.”

 

 간단하게 대답한 예인이 전화를 끊으며 지척에 있는 김용진을 노려봤다.

 아직도 예인의 얼굴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김용진의 손을 노려보며 말했다.

 

 “손만 대봐. 내일 아침 사회면 지분율 김용진씨가 다 차지하게 될 테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네. 덕분에 당신이 내 여자라는 걸 세상이 알게 될 거잖아.”

 “그런 헛소문이 돈다면 바로 당신부터 고소할 거야. 그러니 명심해. 날 화나게 해서 간신히 자리 잡은 당신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다면.”

 

 예인과 김용진 모두 지척에 있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만큼은 정확하게 들을 수 있는 크기였다.

 

 예인은 김용진의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것을 보며 자신이 한 말을 들었다 생각했다.

 그래서 보란 듯이 김용진의 어깨를 손으로 밀며 예인이 작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니까 쓸데없이 나한테 들이대는 것도 그만해.”

 

 김용진은 예인이 미는 대로 공간을 내어주며 만족한 듯 웃음을 흘렸다.

 자신의 앞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는 예인의 팔을 가볍게 잡으며 당겼다.

 덕분에 다시 김용진과 한 뼘도 되지 않는 거리에 선 예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당신도 조심해. 도망치다 결국 나한테 항복하지 않으려면.”

 “하!”

 

 예인이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는 사이 김용진이 먼저 잡고 있던 팔을 놓았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들을 향하는 것을 느끼고 매력적으로 환하게 웃어 보이며 다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를 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도록 하죠.”

 

 TV에서나 볼 법한 매너 가득한 김용진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먼저 자리를 떠났다.

 덕분에 혼자 남겨지게 된 예인은 잠시 인상을 구기며 김용진의 뒤통수를 노려봤지만 그 마저도 들러 붙는 다른 시선들 때문에 오래 가지는 못했다.

 

 예인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눈동자만을 굴려 사람들의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발을 옮겼다.

 뒤에서 조금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좀 전 김용진이 뱉어낸 말 덕분에 큰 오해는 없을 듯 했다.

 

 예인이 샵을 나와 차에 오른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좀처럼 입을 열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진강은 열심히 운전만 할 뿐 자신이 없는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도 못했다.

 그러다 결국 불편한 공기를 이기지 못한 진강이 한숨과 함께 말을 뱉어냈다.

 

 “누나.... 오늘 토크쇼에 대해들은 얘기 있어요?”

 “아니. 별로 없는데. 왜?”

 “그... 토크쇼 녹화는 최소 6시간 이상 하는데 정작 방송되는 건 40분도 채 안 된데요.”

 “뭐... 토크쇼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예인이 조금은 편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운전하는 내내 예인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진강이 조금 더 용기를 냈다.

 

 “근데요.... 누나. 오늘 촬영은 생각하셨던 것보다 조금 더 조심하셔야 할 거 같아요. 그 프로 편집이 너무 악질적이라서 다른 연예인들도 다 출연을 꺼리거든요.”

 “알아. 나도 들었던 적 있어. 그래서 프로그램 이름을 듣자마자 화냈던 거고.”

 

 진강이 알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점점 쳐지고 있는 예인의 얼굴을 살폈다.

 

 “가뜩이나 힘들 텐데... 김용진씨한테 시달리느라 진이 다 빠져서 어떡해요.”

 

 곧 눈물이라도 흘릴 것처럼 곰만 한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눈꼬리를 늘어트리는 진강을 보며 예인이 희미하게 웃었다.

 

 “괜찮아.”

 

 하지만 진강은 그런 예인을 보며 점점 더 걱정스러운 표정을 변해갔다.

 다시 괜찮은지 물으려 했지만 예인이 더 말하기 싫다는 듯 차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결국 진강은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것 외에 어떤 것도 하지 못하고 방송국에 도착해 버렸다.

 방송국에 주차하기 무섭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싹 지우며 잔소리를 퍼부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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