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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월계수의 기억
작가 : 나호
작품등록일 : 2019.9.23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
정통 판타지.

 
5화 잃어버리다(5)
작성일 : 19-10-02 09:09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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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새벽대가 다 되어 하늘은 캄캄했다. 칠흑의 색이었다. 별이 한 점도 없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칠흑은 불안한 마음이 조성되는 원인이기도 했다. 풀밭을 밟을 때마다 나는 푸석푸석한 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고 있었다.

 

 에녹스는 한 눈에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 있었다. 숲쪽에 밝게 빛나는 부분이 있었기때문이다. 그는 그쪽으로 달렸다. 엘도 따라 달렸지만 숨이 가쁜지 계속 헐떡 거렸다. 그런 엘을 배려해 에녹스는 속도를 맞췄다.

 

 숲으로 들어서자 환한 빛이 더욱 잘 보였다. 동시에 그는 이 빛이 뜨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히 이 빛이 나는 곳에는 불이 나고 있으리라. 숲 한 가운데에서 불이라니. 너무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조금 더 가보니 불이 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서 그는 이상한 것을 보았다. 불꽃 속에서 무언가가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마치 불꽃은 살아있는 것처럼 일렁였다. 불안한 마음에 그는 멈춰서서 뒤돌아 엘에게 말했다.

 

 "안 되겠어. 넌 다시 돌아가. 돌아가서 다른 하인들을 깨워 이곳으로 물을 길어오라고 해."

 "하지만 도련님은..."

 "난 잠깐 주위를 살필게. 어서 가."

 

 엘은 다시 뒤돌아 숲을 나갔다. 에녹스는 불꽃을 유심히 관찰했다. 불꽃은 번지지 않았다. 그것은 다행이었다. 그러나 저 현상은 무엇이란 말인가? 불꽃은 점점 어떠한 형태를 갖추었다. 에녹스는 그 형상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것은 네 발 달린 동물의 형상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늑대나 호랑이 느낌의 형태. 어떻게 불꽃이 저렇게 변한단 말인가.

 

 눈인지 구멍인지 모를 알 수 없는 것은 위험한 느낌을 주었다. 에녹스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주위의 불바다보다도 그것이 더욱 위협적이게 느껴졌다. 형태를 취한 불꽃은 한 발 한 발 에녹스에게 걸어왔다. 물론 걸어올 때마다 주위에는 불꽃이 튀고 일렁거렸다.

 

 "...뭐지?"

 

 에녹스는 아직까지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위험하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세화를 들고 그것과 대치했다. 위협적인 모습에 에녹스는 한 발짝씩 뒤로 물러났다가 그가 있는 곳이 숲이라는 것을 상기했다. 이 괴물같은 것이 이곳에서 날뛰면 불이 다 번질 것이다. 또한 나무가 많았기때문에 그도 검을 자유로이 휘두를 수 없었다. 그리고 저 괴물에게 검이 통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불꽃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검이 통하기나 할까. 이곳은 싸우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조금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일단은 저 괴물을 숲에서 끌어내야했다.

 

 에녹스는 뒤돌아 달렸다. 그 어떤 때보다도 힘껏. 어깨 너머로 뒤를 살짝 보니 괴물은 그를 따라 달려오고 있었다. 숲의 끝이 보이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에녹스는 숲을 빠져나왔고 괴물 또한 숲 밖으로 나왔다. 숲 밖으로 나오자마자 에녹스는 뒤돌아 검을 위쪽으로 치켜올렸다.

 

 괴물이 검을 앞발로 막고 뒤로 떠밀렸다.

 

 에녹스는 조금 놀랐다. 방금 그 불꽃으로 이루어져있는 앞발을 칠 때, 불꽃을 가른다는 느낌이 아니라 어떤 물체를 치는 느낌이 난 것이다. 이로써 상황은 좀 더 확실해졌다. 저 괴물은 불꽃으로 이루어져있지만 검은 통한다. 그러나 죽일 수 있을까.

 

 괴물이 다시 태세를 갖추고 에녹스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는 괴물과 부딪힐 것처럼 검을 내밀다가 앞발이 거의 닿을 거리에 가까워졌을 때 몸을 돌려 그것을 피했다. 그리고 그 순간, 옆구리를 검으로 베었다.

 

 그는 순간 선뜩한 느낌이 들었다. 괴물은 단순히 불꽃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방금 그 느낌, 한 번도 느끼지 못한 감각이었지만 그것은 분명 살아있는 것을 베는 느낌이었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가르는 느낌.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 감각은 목검으로 상대를 칠 때와는 상당히 이질적인 것이었다.

 

 "어쩔 수 없겠지."

 

 그래도 그는 물러설 수 없었다. 지금 행하는 것이 살육이라 할 지라도, 이 괴물을 막지 못한다면 영지가 위험했다.

 그는 빨리 끝낼 방법을 생각했다가 이윽고 찾아내었다. 목을 베는 것이다. 어떤 생명체든 목을 베면 즉사할 터였다. 그렇게 하기로 결심하고 그는 세화를 다시 꽉 쥐었다. 이번엔 먼저 괴물에게 다가갔다.

 

 괴물도 그에 응수했다. 달려오다가 에녹스에게 앞발을 휘둘렀다. 에녹스는 괴물이 그럴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의 공격방법은 단순했다. 그는 앞발을 한 번 쳐내고 곧바로 검을 돌려 목을 겨냥했다. 한 순간 노려진 목은 의외로 쉽게 잘렸다. 에녹스의 손에 선뜩한 느낌이 다시 들었다. 그는 그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괴물의 베어진 머리부분이 잠시 불안정하게 일렁이더니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에녹스는 아랫입술을 한번 빨았다.

 

 "...정말 괴물이로군."

 

 베어도 다시 재생된단 말인가. 이렇게 한도 끝도 없이 베기만 한다면 결판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불리한 쪽은 에녹스였다.

 

 괴물이 다시 달려들었다. 대치중이던 에녹스는 날아오는 괴물의 발톱부분을 칼끝으로 쳐내고 잘라버렸다. 발톱은 잘렸지만 곧바로 다시 붙어버렸다.

 

 그런 공방이 곧 여섯 차례 이루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에녹스에게 더 불리해졌다. 망토의 겉부분이 불에 조금 타기까지 했다.

 

 생각했다. 생각해내야만 했다. 뭔가 약점이 있을 것이다. 죽지 않는 것 따위 세상에 없다. 괴물이라고 해도, 어쨌든 살아있는 것이었다.

 

 그는 잠시 행동을 멈추고 괴물을 관찰했다. 그러나 괴물은 에녹스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에녹스는 검으로 막거나 피하며 그것을 살폈다.

 

 괴물은 너무나도 건재했다. 어쩌면 자연물이라 그래서 그런 것일가? 지치지 않고 이렇게 덤벼들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살아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도 해보았다. 거센 불길이 덮쳐왔다.

 

 "읍..."

 

 간신히 검으로 막아냈지만 뜨거운 불길은 어쩔 수 없었다. 손잡이에까지 불길이 닿아 손도 데어버렸다. 이젠 검을 잡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손잡이를 잡은 손이 뜨겁고 따가웠다.

 

 괴물은 위로 힘차게 뛰어 에녹스에게 떨어졌다. 갑작스런 공격에 피할 틈을 빼았긴 에녹스는 그대로 검을 들어올려막았다. 화상을 입은 손에 통증이 전해졌다.

 

 그런데 두 눈에 뭔가가 보였다. 괴물의 배에 있는... 파란 빛. 불꽃과 대조되게 빛나는 저 빛은 파란 색이었다. 에녹스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시작했다.

 

 생각해보니까 저 불꽃 괴물은 공격할 때마다 항상 배를 감추고 공격했다. 배에 뭔가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저렇게나 불꽃과 이질적인 색의 빛일 줄은 몰랐다. 어째서 지금껏 몰랐을까. 배를 감추어도 금방 알아챘을 것 같은데. 저 빛이 나는 부분만이 괴물과 어색해보였다. 어쩌면 저 곳이, 괴물의 약점일지도 몰랐다. 본능적으로 그리 생각했다.

 

 에녹스는 검을 꼬나들었다. 손에 통증이 전해져왔지만 그런 것은 참을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이미 몸은 한계였다. 식은땀에 젖은 몸은 이제 쓰러져도 이상할 것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그는 불꽃에 손이 데어도 그 빛을 갈라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하지만 약점이 아니라면? 딱히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런 것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은 저 빛을 베는 것을 위해서라면 조금의 위험도 감수할 각오는 되어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꽉 잡은 손에서 피가 방울졌을 때 둘은 부딪쳤다. 빛이 퍼졌다. 불꽃 괴물의 배에서 나는 파란 빛보다 조금 희미한 빛이. 빛은 점점 작아졌고 그 빛이 나는 근원에 검이 박혀있었다.

 

 쐐액!

 

 검을 위로 올려쳐내린다. 괴물의 배는 갈라졌고 그 안에서는 불이 뿜어져 나왔다. 에녹스는 불꽃을 뒤집어썼지만 뜨겁지 않았다.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든다.

 

 이미 주위의 불꽃은 사라지고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괴물의 몸속에서 나온 불꽃이. 에녹스는 숲을 바라보았다. 그 전부터 숲으로 퍼지고 있던 불은 아직까지도 타오르고 있었다.

 

 에녹스는 자신이 괴물을 헤쳤다는 것에 어리둥절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숲으로 번진 불부터 꺼야 했다.

 어떻게 하지?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랜들리만 호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양동이를 구해서 거기까지 가서 물을 떠온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괴물과 싸우는 동안 저렇게 번졌는데 시간을 더 지체하면 불은 그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로 번질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곧 안심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저 너머로 그의 하인들과 그의 아버지가 보였다.

 

 

 -계속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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