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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만희탐정사무소
작가 : 강귤
작품등록일 : 2016.8.22

사설탐정 심만희!
그의 완벽한 두뇌로 선배의 의문에 죽음을 파헤친다!!!
온갖 수수께끼 투성이인 사건!
곧 그가 해결한다!!

 
(월화)만희탐정사무소 14회
작성일 : 16-10-04 18:31     조회 : 411     추천 : 0     분량 : 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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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느낌

 

 

 

 ①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오자 만희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댄다. 어깨를 얼굴에 밀착해 휴대폰을 고정시킨 채 바지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좋아. 고마워."

 

 자동차 열쇠를 꺼내 차 문을 연 만희는 계속해서 은이와 통화를 하며 깜빡거리는 자동차로 향한다.

 

 "근데 잘못된 주소는 아니겠지?"

 "사장님! 저 못 믿으세요?!"

 

 휴대폰을 살짝 귀에서 떨어지게 하고선 만희가 침착하게 대답을 한다.

 

 "아니~ 믿지이~ 믿는데, 혹시나 해서 말이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처리해서 얼른 올라오기나 하세요! 고객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은이의 목소리가 지하주차장에 울려 퍼진다. 그러자 만희는 얼굴을 찡그리며 멀찌감치 휴대폰을 귀에서 떨어트린다.

 

 "거 참, 누구인지는 몰라도 나의 도움이 심하게 필요한가봐? 계속 기다려주는 거 보니?"

 

 만희의 말을 들은 은이는 한 호흡 쉬고 대답한다.

 

 "흐... 알면 빨리 오세요."

 "알았어. 이제 끝이 보이니깐 좀만 기다려. 고객한테도 말 잘 하고~"

 "그건 걱정말시고! 얼른 오시기나 하세요."

 "네네, 알았어요."

 

 어느새 차 옆에 선 만희는 전화를 끊고 운전석 문을 연다. 그런 다음 휴대폰에 음악을 틀며 자리에 앉아 시동을 건다.

 

 "하... ..."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만희는 밀려오는 긴장감에 얼굴근육들을 어루만진다. 한참을 아무 생각 없이 손바닥 세수만 하던 만희는 어느 순간 행동을 멈추고 자신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준비됐어? 그럼 가볼까...?"

 

 백미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만희 스스로가 대답을 한다.

 

 "그래, 가자 심만희!"

 

 만희의 오른발이 엑셀을 밟자 자동차가 움직이며 지하주차장을 빠져 나간다. 거세게 몰아치던 소나기도 점점 어두워지는 날이 무서웠는지 와이퍼를 작동 시키지 않아도 될 만큼 서서히 멈춰간다. 평소에는 그렇게 걸리지 않던 신호등도 이상하게 오늘은 신호등이 있는 곳마다 적색불이 들어와 만희의 차를 멈추게 한다.

 

 '오늘이 뭔 날이긴 날인가 보다... ...'

 

 예전 같았으면 신호등에 걸릴 때마다 욕을 퍼부었을 만희지만 오늘은 오히려 신호에 걸리면 마음이 안정이 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한법마을로 가는 마지막 신호등에 불이 녹색으로 들어오자 만희는 입술을 꾹 깨물고 서서히 차를 몰기 시작한다.

 비는 서서히 그쳐갔고 목적지에 도착을 할 때쯤엔 내리던 비도 뚝 그쳤다. 만희는 자동차 창을 내리고 담배를 입에 문다. 그리고는 라이터를 꺼낸다. 담배에 불을 붙이지 않고 계속 라이터를 손가락 사이사이로 옮겨가며 불이 켜진 빌라에 시선을 고정 시킨다.

 

 “3층이라~ 3층.”

 

 빌라 3층 베란다에서 나오는 노란 불빛을 보며 만희의 표정이 점점 굳어간다. 아무 말 없이 그저 3층 베란다만을 쳐다보던 만희는 시선을 잠시 뗀 후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차에 기대서서 입에 문 담배에 라이터 불을 붙이며 한숨과 함께 담배 연기를 내뱉는다. 비가 그쳐서 그런지 하얀 담배연기가 진하게 보인다. 다시 담배 한모금을 태우고 이번엔 하늘을 올려다보며 연기를 내뱉는다.

 

 “와... ...”

 

 어두운 밤이지만 유난히 하늘이 높아 보인다. 무수히 많이 떠있는 별들은 하나같이 빛을 뿜고 있다. 하늘을 향해 올린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돌아가며 보지만 오늘따라 별들이 더 많아 보인다.

 

 “서울에선 볼 수도 없었던... ... 이렇게나 아름다운 하늘을 놔두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서울에 갔는지 원.”

 

 어렸을 적엔 몰랐다. 다 크고 나서야, 서울로 상경을 한 뒤에서야 만희는 알았다. 산과 바다가 있는 자신의 고향이 제일 좋다는 걸.

 

 ‘해외도 이런 곳은 없지.’

 

 담배를 길게 쭉 빨아대며 만희는 다시 빌라 3층으로 시선을 옮긴다.

 

 “후~ 저 노란 불빛 안에서 뭘 하고 있을까... 이주현.”

 

 짧아진 담배를 땅에 버리고 신발로 비빈다. 발을 떼자 꽁초는 검게 찢어졌고 만희는 그 꽁초를 바라보며 침을 뱉는다. 말없이 땅바닥만 바라보던 만희는 잠시 눈을 감고 머리를 긁적인다.

 

 “지~~~~잉.”

 

 주머니 속에 있던 휴대폰에 진동이 느껴지자 만희는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한다.

 

 “방철향?”

 

 만희의 눈썹이 일그러진다.

 

 “여보세요.”

 “심만희?”

 

 휴대폰에서 들리는 철향의 목소리가 왠지 자신을 급하게 찾는 듯 하게 느껴진다.

 

 “다신 보지도 않을 거처럼 하더니만, 무슨 일이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철향이 휴대폰을 통해 만희에게 말을 한다. 그러자 만희의 얼굴이 점점 심각하게 변해가고 빌라에 시선을 옮긴다. 그리고 그 때, 3층 빌라에서 뿜어 나오던 노란불빛이 없어진다.

 

 

 ②

 

 

 산으로 올라가는 길. 인적이 드문 곳. 어둠만이 있는 이곳에서 택시 한 대가 멈춰 선다.

 

 “수고하세요.”

 

 택시에서 내린 주현은 몇 발짝 걷더니 택시를 타고 오던 길을 내려다본다. 택시는 점점 작아지고 그 뒤로 불빛 가득한 서귀포 야경이 보인다. 그 너머로는 멀리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배들에 불빛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서귀포를 비추는 불빛들을 바라보던 주현은 무슨 이유인지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걷기 시작한다. 익숙한 길인 듯 고개를 숙인채로 걸어도 주현은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잔돌맹이들로 이루어진 땅을 벗어나 잔디를 밟게 된 주현은 천천히 고개를 든다. 누군가가 잘 가꿔놓은 정원같이 넓은 잔디밭엔 커다란 나무들과 작은 연못도 보인다. 주현은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양손에 검지를 서로 끼고 뒷짐을 진 상태에서 주현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하다. 커다란 나무 옆을 지나자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엔 이 어둠과 맞지 않게 한줄기 빛이 빛나고 있었다.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내딛는 주현은 그 빛이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고급진 별장처럼 생긴 저택 문 앞엔 주현을 기다리던 한 사내가 있다. 흰 와이셔츠에 검정색 정장바지를 입은 사내는 주현이 올 걸 예상이라도 한 듯 주현을 보자마자 환한 미소를 보이며 주현을 맞이한다. 올백을 한 머리로 인해 훤히 드러나는 이마를 보며 주현이 사내에게 말을 건다.

 

 “머리가 멋지네요.”

 

 사내는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요즘 들어 자주오시네요.”

 “그야, 여기만큼 맛있는 데가 없거든요.”

 

 주현과 사내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사내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간 주현은 많은 테이블 중 가장자리에 있는 4인용 테이블로 이동해 자리에 앉는다. 테이블에 놓인 작은 초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길 때쯤 사내가 LP를 이용해 분위기 있는 재즈음악을 튼다. 그러자 주현의 미소가 좀 더 짙어진다.

 

 “언제나 즐기던...미디엄 레어로?”

 

 사내의 말에 주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내는 주현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유지한 채 주방으로 들어간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첩을 연 주현은 철향과 찍은 사진을 본다. 사진 한 장씩을 볼 때마다 반복되어 나오는 철향의 철없는 미소가 눈에 거슬린다.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보이지 않는다.

 

 "스테이크 나왔습니다."

 

 주현은 휴대폰을 뒤집어 놓는다. 그러면서 사내의 얼굴을 보며 환한 미소를 보인다.

 

 "오늘은 다른 사람들이 안보이네요?"

 

 주현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하자 사내가 눈웃음을 보이며 대답한다.

 

 "오늘은 원래 가게 문을 여는 날이 아닙니다."

 "네? 그런데 어째서...?"

 "왠지 오실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저 혼자 나와 문을 연겁니다."

 

 반달눈으로 말을 하는 사내를 보며 잠시 놀라하던 주현은 이내 밝은 미소를 내보이며 사내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원래 맛있는 음식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더 맛나게 먹어야겠네요?"

 "굳이 티 나게 안 먹어도 먹는 순간 저절로 티가 나게 될 겁니다."

 

 대화가 끝나자 주현과 사내는 서로를 바라보며 작은 웃음을 내보인다.

 

 "그럼, 맛있는 식사 되십시오."

 "네."

 

 사내는 가벼운 목 인사를 하고 난 뒤 카운터로 돌아간다.

 거울처럼 자신의 모습이 반사되는 나이프와 포크를 잡고 주현은 스테이크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입안에 집어넣는다. 감은 듯 만 듯 눈을 살짝 오묘하게 뜨면서 맛을 음미하던 주현은 사내의 말이 거짓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꼭꼭 씹지 않아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스테이크를 느끼며 카운터에 있는 사내를 슬쩍 쳐다본다. 사내는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을 들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선 흰 천으로 접시를 닦고 있다. 저절로 드는 미소는 살며시 주현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주현은 다시 접시에 담긴 스테이크를 포크로 한 점 찍어 입으로 담아 넣는다.

 밖이 훤히 보이는 커다란 창을 바라보면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볼 수 있다. 주현은 한폭에 그림 같은 이풍경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스테이크를 입안에 녹이며 간만에 찾아 온 행복을 맞이한다. 접시에 놓은 스테이크 고기도 어느새 한 점 밖에 남지 않았다. 먹기엔 약간 큰 듯 싶어서 주현은 왼손에 포크를 들고 고기를 고정 시킨다. 그리고는 오른손에 든 나이프로 고기를 썬다. 스테이크에서 약간에 핏기가 나온다. 먹기 좋게 두 개로 나눈 스테이크를 한 점, 한 점 천천히 꼭꼭 씹어 먹은 주현은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냅킨으로 입가를 정리한다.

 

 “다 드셨습니까?”

 “네. 역시, 최고네요.”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을 하는 주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바로 나가실 겁니까?”

 

 주현은 잠시 시선을 창가에 둔다. 그리고 다시 사내를 바라보며 대답을 한다.

 

 “아니요. 오늘은 좀 더 있다가 가고 싶네요.”

 

 주현의 말에 사내의 표정이 잠시 의아해했지만 이내 다시 미소를 찾으며 주현에게 말을 건다.

 

 “알겠습니다. 커피 준비하겠습니다.”

 

 사내는 주현에게 깍듯이 인사를 한 후 주방으로 향한다.

 주현의 환한 미소는 창가로 시선을 옮긴 후 달라진다. 얼굴은 점점 굳어져 멍한 사람처럼 시선을 잃은 채 주현은 전혀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은은한 향이 주현의 코를 간지럽힌다. 이 느낌이 싫지 않은 주현은 뜨거운 커피를 천천히 식혀가며 향을 만끽한다.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주현이 말을 하자 카운터에 있던 사내가 고개를 돌려 주현을 바라본다.

 

 “필요한 게 무엇일까요...?”

 

 사내는 주현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보인다.

 

 “돈? 명예?”

 

 사내가 주현 쪽으로 걸어간다.

 

 “섹스?”

 

 주현은 시선을 돌려 다가오는 사내를 쳐다본다. 주현과 눈이 마주치자 사내는 냅킨을 꺼내 주현에게 건넨다.

 

 “그런 슬픈 눈은 아가씨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맑고 투명한 눈이 서글프게 잔잔히 흔들린다.

 

 “너무 어둡게만 보지 마십쇼.”

 

 사내의 말에 주현이 약간 두터운 말투로 대답을 한다.

 

 “나에게 섹스는 밝을 수가 없어요.”

 

 사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주현은 냅킨으로 눈 주위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늘도 맛있었어요. 다음에 오게 되면... 역시나 같은 걸로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대화는 끝났지만 주현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언뜻 보면 무표정한 모습이지만 주현의 입이 미세하게 올라가 있다. 그런 주현을 보며 사내는 무슨 이유인지 알고 있는 듯 아무런 말과 행동을 하지 않고 눈웃음을 지으며 주현을 바라본다.

 

 ‘오늘은 정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어요.’

 ‘늘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며칠이 지나면 제 앞에 나타나셨죠.’

 ‘그랬었죠. 저도 다음에 꼭 다시 봤으면 좋겠네요.’

 ‘그럴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주현과 사내는 계속해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서있다.

 

 ‘고맙습니다. 이제, 다녀올게요.’

 ‘아름다운 미소로 다시 돌아와 주시길 바랍니다.’

 ‘노력해볼게요.’

 

 주현의 미소가 더욱더 크게 번진다. 그러면서 뒤를 돌아 레스토랑을 빠져나간다. 사내는 계단을 오르는 주현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본다. 시야에서 주현은 사라졌지만 사내는 같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마지막으로 주현의 뒷모습이 보인 윗계단을 쳐다본다.

 

 “하... ...”

 

 눈을 한번 깜빡 거리자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와 턱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사내의 얼굴은 환한 표정으로 원 없이 밝아 보인다. 계속해서 계단을 보던 사내가 다시한번 눈을 깜빡이자 새로운 눈물이 흘러 턱에 머물고 있던 멈춘 눈물방울을 건드려 지상으로 떨어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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