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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기억합니다.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9.16

떠오를 듯, 말 듯 한 기억에 가끔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나도 예상 못한 상황에서 떠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분명 좋은 것이길 바라봅니다.
‘나’는 없는 기억에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나’의 주변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다고 별 의심 없이, 심각하지 않게 생각 합니다. 분명 ‘나’의 기억과 관계 되지만, 굳이 찾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일까요?

‘은호’는 매순간 떠오른 기억에 매순간 아파합니다. ‘은호’의 모든 기억 속에 ‘선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듭니다. 그러나 ‘선우’에 대한 기억이 점점 옅어질까봐 두렵습니다.
‘은호’는 ‘선우’와 함께 했던 기억이 아프지만 그 기억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우’가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사실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8.가족의 존재...
작성일 : 19-10-02 00:00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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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호는 울리는 휴대폰에 망설였다. 다행히 울리다가 끊겼다. 그리고 다시 울렸다. 은호는 숨을 한번 들이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은호야, 너 감기라며.”

 

 은호는 정민이에게서 주영이 이모로, 그리고 결국에는 엄마한테까지 연락이 가게 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엄마의 존재가 딱히 싫지는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그냥 늘 없이 살아왔으니까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기도 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엄마의 목소리에 은호는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어떤 마음을 가져야 될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한테 물어봐야 될까 싶은데, 아직은 물을 자신이 없었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엄마라는 존재를 받아들이기에 은호의 마음에 틈이 없었다.

 

 은호는 한 번도 엄마에 대한 어떠한 감정도 가져보지 못했다. 그런데, 자꾸만 주위에서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니까, 그래서 갑자기 자신의 인생에 나타날 수밖에 없게 된 엄마라는 그 사실이 싫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러지 말아 달라고, 시간을 달라고 아빠가 떠나고 나서 울며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정민이도, 주영이 이모도, 그리고 엄마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기다려 주고 있었다.

 

 은호는 엄마의 전화를 반기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고, 엄마는 멀리 있으니까, 은호가 무언가를 바라도 엄마는 지금까지처럼 멀리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자꾸만 미안하다고 했다. 괜찮았는데 미안하다고 하니까 화가 났다. 그래서 전화를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진짜 화를 낼까봐 겁이 났다.

 

 은호는 전화를 겨우 끊고 다시 걸었다. 갑자기 이 모든 상황에, 그런 엄마에, 자신의 그런 태도에 화가 났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된 것 같아서 화가 났다.

 

 .....................................................................

 

 은호는 한 번도 선우에게 엄마에 관해 물은 적이 없었다. 선우는 은호가 물어보면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까 싶어 혼자서 수십 번, 수백 번은 연습하고 그런 상황을 떠올렸다. 그런데 은호가 묻지 않았다.

 

 선우는 주영이에게도 물어 본적이 있었다. 주영이도 은호가 그런 것을 묻지 않았다고 했다. 정민이에게 전해들은 은호의 학교생활에서도 누군가 엄마에 대해 물으면 은호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보다 못한 정민이가 대신 말해주면 은호는 고개만 끄덕이는 게 다였다고 했다. 그러나 선우도, 주영이도 은호에게 먼저 묻지 못했다. 정민이가 살짝 아무렇지 않게 물어도 잘 모른다는 답이 다였다니, 은호의 속마음을 어떻게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선우는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엄마에 대한 은호의 마음이 언젠가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선우는 주영이 결혼식에서 같이 찍은 사진을 은호에게 보여주었다.

 

 “주영이 이모 결혼식이야?”

 “응. 우리는 옛날부터 아는 사이였거든.”

 그러고 나서 선우는 그 다음을 어떻게 말해야 될지 살짝 망설이고 있었다.

 

 “은호야, 은호는 엄마가 궁금하지 않아?”

 은호는 선우를 바라보았다. 선우는 긴장이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은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마음의 준비는 끝냈다.

 

 “엄마가 능력 있어서 멀리서 일한다 했잖아. 그렇지?

 그게 다였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은호는 말했다. 은호는 담담했고, 선우는 너무도 긴장한 순간이었다.

 

 은호의 반응에 선우는 살짝 기운이 빠졌다. 다행이기도 했지만, 뭔가 드라마틱한 내용을 기대했던 자신을 깨달은 순간 민망하기도 했고, 그래서 웃음이 났다.

 

 “은호야, 그냥 아빠는 궁금했어. 은호가 엄마가 궁금한데 왜 아빠한테 안 물어보나 해서.”

 

 “아빠, 진짜 난 엄마가 그렇게 궁금하지가 않아. 모르니까 뭘 궁금해 해야 될지 모르겠어.”

 사실이었다. 은호는 엄마의 얼굴도, 이름도, 엄마의 느낌도 아무것도 몰랐다. 당연한 듯이 그렇게 지내왔다. 그리고 사실은 궁금해 할 필요가 없었다. 선우가 은호에게 그 이상의 존재였으니까.

 

 선우는 괜히 은호에게 수진이의 이야기를 꺼내서 탈이 생길까 걱정도 되었지만, 한번은 말하고 싶었다. 은호에게 수진이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다. 무슨 일이 생길지 장담할 수 없으니까.

 

 “은호야, 여기 이 사진에 엄마도 있어.”

 은호는 그 사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은호는 손으로 수진이를 가리켰다. 선우는 미안하기도 했고, 혼자 울컥하기도 했다. 은호가 처음으로 아빠를 말하던 그날처럼 가슴속이 뜨거워졌다.

 

 “어떻게 찾았어?”

 “나랑 똑같이 생겼네.”

 이번에도 은호의 대답은 그게 다였다. 은호와 수진이는 같은 사람이라고 할 만큼 닮아 있었다. 선우는 은호의 행동이 너무 담담해서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가야 될지 고민했다. 그러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말을 했다.

 

 “엄마랑 아빠는 오랜 친구였어. 너무 좋은 사람이었어. 그래서 네가 생기고 엄마가 일에 대해 고민할 때 아빠가 능력 있는 엄마를 보냈어.”

 “응....알았어.”

 은호의 반응은 선우의 예상을 계속 빗나가고 있었다.

 

 “엄마를 보낸 아빠가 안 미워?”

 

 은호는 그제서야 선우를 향해 앉으며 말했다.

 “아빠, 아빠가 뭘 걱정하는지 알겠는데, 난 괜찮아. 한 번도 엄마가 궁금하지 않았어. 왜냐면 아빠가 있잖아.”

 

 선우는 은호의 말에 울 뻔했다. 목이 메어 표시 안 나게 목소리를 가다듬어야 했다. 선우의 이런 반응을 은호가 눈치채면 한동안 은호의 놀림거리가 될게 뻔했다.

 

 은호는 아무 일 없었던 듯이 그렇게 다시 좀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 있었다.

 

 선우는 당분간 은호에게 수진이에 대해 말하는 것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은호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혹시 다음에 수진이와 만나는 상황이 와도 은호는 지혜롭게 잘 해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선우는 그 사진 속 수진이를 바라보았다. 당차고 야무진 예쁜 수진이가 활짝 웃으며 있었다. 선우는 늘 수진이가 좋았다. 수진이는 정말 좋은 친구였다. 똑똑하고, 활달하고, 친절했다. 그리고 웃는 모습이 참 예뻤다. 그래서 주위 모두가 수진이를 좋아했다.

 

 늘 외로워하던 선우 곁에서 위로가 되어 주었고, 힘이 되어 주었다. 그날도 그랬다.

 선우는 자신이 혼자가 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돌봐주었던 이모를 보냈다. 그러니까 이모가 돌아가셨다. 이제 선우 옆에는 아무도 없다. 정말 아무도 없었다. 선우는 그 사실이 유난히 힘들었다. 왜 자꾸만 떠나가는지 묻고 싶었다. 누구한테 어디에 물어야 될지 몰랐지만, 그래도 묻고 싶었다. 왜 이렇게 잔인하냐고...

 

 이모는 늘 바빴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선우를 지켜주셨다. 주위의 나쁜 일들로부터 지켜주는 유일한 방패가 되어주셨다.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했었지만, 좀 더 커진 선우는 지금까지의 이모를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너무 미안했고, 너무 고마웠다.

 

 주위에 더 이상 아무도 없어 선우가 너무도 힘들어했던 그날, 수진이는 큰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들을 더 이상 무시하기 싫었기에, 지금까지 쌓아온 실력으로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기로 결심한 날이었다.

 

 늘 시도하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한 적 없는 아빠, 늘 바쁘지만 항상 부족해서 불평만 하는 엄마, 아픈 오빠 그리고 능력 없는 남동생. 그 모든 게 수진의 탓인 냥, 가족들은 은연중에 수진이를 원망했다. 그 지긋지긋한 가족에서 제일 잘 버티고, 잘 견디고 있는 수진이를 탓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본인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수진이는 다시는 ‘가족’이라는 것에 엮이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마음의 결정을 내린 수진이는 축하를 받고 싶었다. 그리고 위로도 받고 싶었다. 그때 앞에서 걸어오는 선우가 보였다. 늘 그렇듯 선우를 위로했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수진이는 스스로의 사연을 선우에게 말하고 있었다. 눈물이 가득해졌던 거 같았다. 이제 극복했다며, 더 이상 별일 아닌 것처럼, 웃으며 말했다.

 

 처음 수진이의 감정을 듣게 된 선우는 그래도 그런 수진이가 부러웠다. 수진이의 괴로움을 짐작할 수 없었지만, 그런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는 수진이가 자꾸만 부러워졌다. 살짝 표정 관리가 되지 않은 선우의 어색한 얼굴을 보고만 수진이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좀 섞였어야 했는데...”

 그렇게 웃으며 농담처럼, 떠오른 진심을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수진이는 이상하게 위로를 받았다. 선우와 자신의 상황을 같이 놓고 보게 되자, 가족은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다는 것을, 그러니까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그 생각에 수진이는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그날... 서로에 대한 둘의 위로 속에 은호가 생겨버렸다.

 

 처음 그 사실을 알게 된 수진이는 두려웠다. 자신을 자책하며,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결론은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선우에게 그 사실을 밝히고 자신의 결론도 말했다.

 

 선우는 당황했다. 그렇게 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수진이는 선우에게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었다. 선우는 모든 게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설레임이 걱정을 대신하는 것을 깨달은 순간, 수진이에게 말했다.

 “내가 책임질게. 너만 괜찮다면.”

 

 수진이는 선우의 그 말에 다시 고민했다. 자신의 결론이 최상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자꾸만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수진이는 아이를 낳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그 아이는 선우의 아이일 것이고, 선우가 키울 것이었다.

 

 “선우야, 나는 엄마 할 자신이 없어.”

 어렵게 전한 수진이의 말에 선우는 눈물을 흘렸다.

 

 “결정을 내려 줘서 고마워. 정말 아이는 걱정마. 너한테 진짜 미안하지만, 나에게 가족이 생기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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