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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에 버금가는 자.
작가 : Stonehead
작품등록일 : 2019.9.29

저승의 최고신, 염라대왕의 현신, 신아.
그가 머물고 있는 지옥에서 대형사고가 하나 터지는데......

"십이악령이 탈출했네."

저승이 관리하는 최악의 열둘 대죄인들이 저승을 탈옥한다!

"그것 참, 큰일이군요."

신아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이 즐거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염라대왕은 신아에게 악령의 처리를 맡긴다.
그리고 신아는 기꺼이 이 즐겁게 놀기(?)위해 악령들을 쫓아 이계(異界)로 향한다.

 
Chapter 4 역천 : 짐승의 포효.
작성일 : 19-10-01 23:56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7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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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톡, 톡, 톡.

 

  옥좌에 앉은 자가 팔걸이를 규칙적으로 톡톡 거렸다. 등 뒤에서 넘실거리는 꺼림칙한 검보라색 기운은 지금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알리고 있었다.

 

  “······국새가 없다. ······대체 어디에 잊어버리고 온 것일까?”

 

  옥좌의 앞, 발밑에 무릎 꿇고 처분만을 기다리는 해을은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두려운 것이어서 어깨를 흠칫흠칫 떨었다.

 

  그것을 대전에 늘어선 귀족들이 모두 보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그들 또한 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해씨 왕조가 문을 닫는다는 것을 말이다. 백성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한 망국의 군주라는 별명이 진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해을의 옆에는 머리도 하나 놓여있었다. 우직한 인상을 주는 각진 얼굴. 해을, 그가 가장 경계했던 정마공 진차경의 머리였다. 억울함과 원통함이 그대로 남아 있는 그 얼굴은 강제로 머리와 몸을 뜯은 그 흔적마저 그대로 보였다.

 

  강력한 기에 짓눌려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 왕궁이었다. 그런데 깨어나자마자 백진원을 필두로 한 문벌귀족들에게 다짜고짜 예법도 무시당하고 양팔을 잡혀 대전으로 끌려갔다. 내던졌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거칠게 내려놓은 대전 바닥에서 무릎을 꿇고 국새를 바치라는 삼정승의 외침을 들은 것이 바로 방금 전이다. 국새가 없다고 말하자 그때부터 대전은 아무 말도 오가지 않는 싸늘한 분위기로 변했다.

 

  해을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 누구든 좋았다. 노이아든, 초란이든, 그 이상한 사내든, 누구든 좋으니 사람의 품에 안겨 어리광을 피우며 울고 싶었다. 그러나 울지 않는 것은 그가 가진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국새가······왜 없을 수 있지?”

 

  옥좌에 앉은 그녀는 발만 까딱해 해을의 고개를 강제로 들렸다. 그의 티 없이 맑은 눈을 보며 그녀가 물었다.

 

  “국새는 국왕의 물건. 그런데 국왕의 물건이 국왕에게 없다? 대체 왜? 왜 없을 수가 있지?”

 

  짜증이 섞인 목소리. 숨기지도 않은 분노는 해을을 굳게 만들기 충분했다. 굳이 분노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목소리에는 위엄이었다. 해을, 그는 가질 수 없는 위엄은 만인의 경외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이것이······제왕의 위엄이란 것인가.’

 

  해을은 씁쓸하게 웃으며 그녀와 두 눈을 마주쳤다. 턱을 괴고 있던 그녀의 두 눈에서 ‘이것 봐라?’하는 감정이 떠올랐다.

 

  ‘나는 대체 무엇을 했던가? 이미 망한 나라, 이 까짓 것 하나 지키겠다고 무엇을 했던가? 대체 왜 그렇게 두려워하며 발버둥 쳤단 말인가?’

 

  자신이 왕의 그릇이 아님을 인정하고, 신 왕국이 망했고, 해씨 왕조는 끝났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해을의 마음은 오히려 후련하기까지 했다. 이제는 두려운 것도 거리낄 것도 없어진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해을은 아까처럼 덜덜 떠는 것이 아니라 허리를 꼿꼿이 펴고 흔들림 없는 음색으로 말했다.

 

  “잃어버렸소.”

 

  그 근거 없는 당당함에 대전이 잠시 침묵에 빠졌다. 모두가 해을이 그녀의 분노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달리 청아하지만 호탕한 웃음소리가 대전에 퍼졌다.

 

  “하하하하하! 아하하, 하하하하! 잃어, 잃어버렸다! 잃어버렸다!”

 

  분명 여인의 모습인데, 그 웃음소리는 호방한 사내의 것이었다.

 

  “그래, 아주 재밌구나! 네가 날 화나게 하려는 것이냐, 아님 그저 다 포기한 것이냐?”

 

  “포기한 것이오. 다 썩어 쓰러진 고목을 다시 세운다한들, 썩은 것은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소. 이미 썩은 나무는 버리고 새로운 나무를 심어야만 하는 것을 깨달았소.”

 

  “썩은 나무······그래, 그랬지. 이미 망한 한(漢)도, 망해가는 여기도 썩을 대로 썩은 나무구나. 그래, 네 말이 맞다. 썩은 것은 태워버리고 새로 심어야지.”

 

  “맞소. 하여, 미후, 내 하고 싶은 말이 있소.”

 

  정마공의 부관, 미후. 옥좌에 앉아 있는 건 바로 그녀였다.

 

  해을은 말을 끝내자마자 그녀에게 엎드려 절했다. 그리고 바닥에 이마를 댄 채로 말했다.

 

  “해씨가 무능하여 나라가 위태로워졌사옵니다.”

 

  해을의 목소리에 절절함이 가득했다. 그는 진심으로 그것을 하고 있었다.

 

  “밖으로는 외적이 침입하였고, 안으로는 정치가 문란하여 백성들이 고통 받고 있사옵니다.”

 

  양위. 해을은 지금 스스로 해씨 왕조를 닫고 있었다.

 

  “이에 만백성의 경외를 받고, 만백성을 지켜줄 철인(鐵人)이 나타났으니 이 나라를 양도하고자 하옵니다.”

 

  해을의 고개가 한 번 들려져 바닥에 다시 닿았다. 그렇게 쿵 소리가 날 때까지 아홉 번을 반복했다.

 

  “비록 국새는 없으나, 이 못난, 해씨의 무거운 짐을, 하해와 같은, ······은혜로 거둬주소서!”

 

  마지막은 거의 울음이나 다름없었다. 두 눈은 빨개졌고, 입술을 앙 다물고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고 있는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모두가 입을 벌리고 멍하니 바라봤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해씨 왕조를 배반한 반역자들이지만 그래도 천년 왕조의 마지막 저력에 대해 믿고 있었다. 문벌귀족들은 적어도 왕이 사소한 반항이라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령 ‘네 이놈!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라든가, ‘과인은 이 나라의 군왕이다! 예를 갖춰라!’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끌려온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왕위를 포기하고 일개 신하에게 예를 갖춘단 말인가! 이것으로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청파 귀족들은 눈을 돌렸다. 그것을 본 백진원이 진한 웃음을 지었다.

 

  ‘뜻밖이구나! 만약 주상이 끝까지 저항한다면 그땐 청파 놈들과 함께 엮어 죽여야 했다. 허나 그렇게 된다면 민심은 분명 멀어질 터. 차라리 주상이 직접 왕위를 내려놓고 백성을 버렸다면, 주상을 죽여도 민심은 멀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민심을 안정시키는 제물이 될 수 있다! 거기에 주상을 따르던 청파는 새 조정에 실망하고 낙향할 터, 기회를 봐서 제거할 수 있다!’

 

  백진원이 보기에 주상의 대처는 현명한 것이었다. 그가 끝까지 저항했다면 귀찮지만 적당히 어린 왕족 하나 보위에 앉혀놓고 양위를 받는 식으로 연출을 해야 하겠지만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한다면 잡음 없이 깔끔하게 역성혁명을 이룰 수 있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그리고 승자인 백진원은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무능한 해씨 왕조 마지막 국왕 해을이 스스로 왕위를 넘기니, 새로운 국왕께서 선정으로 사방을 안정시키셨다, 고.

 

  그리고 자신은 그 개국공신이 되는 것이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리가 없었다. 백진원의 광대가 승천했다.

 

  “너는 아깝지 않는 것이냐?”

 

  미후가 물었다. 그녀는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해을을 탐색하는 기색이 더 강했다.

 

  “그렇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나 무력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제가 붙들고 있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너는 현명한 아이다. 재능도 있지. 시간이 허락한다면 능히 왕권을 회복할 수 있을 터.”

 

  “제가 배운 것이 궁중암투 밖에 없으니, 무슨 수로 백성을 돌보고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제게는 버거운 일입니다.”

 

  “천년을 이어온 왕조다. 대륙의 동남부를 천년 동안 지배해온 왕조를 네 손으로 닫는 것이다. 후대의 평가가 두렵지 않은 것인가?”

 

  “너무나 먼 후대의 평가를 두려워하기에는 제가 너무······아둔하고 어립니다.”

 

  그것을 끝으로 문답이 끝났다. 미후는 그저 바라만 보았고 해을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참고 있었다. 잠시 후, 기나긴 침묵 끝에 미후는 웃었다.

 

  “하하하하! 아하하하! 흐하하하!”

 

  해을도, 백진원도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광소를 퍼뜨렸다. 모두가 움직일 수 없는 그때, 그녀가 옥좌에서 일어나 말했다.

 

  “좋다! 네 나라, 네 백성 모두 받아주마! 이것으로 나의 대계는 시작되었다!”

 

  “대계이라니, 대체 무슨?”

 

  “나, 동탁은!”

 

  그녀는 잠시 숨을 멈췄다. 그 사이에 수군거림이 대전 전체로 번져갔다.

 

  동탁. 십이 악령의 일좌이자 한(漢)의 사대 역적 중 한 명, 역천자(逆天者) 동탁 중영, 옥좌를 차지한 여인 미후가 바로 동탁이었다.

 

  “결코! 변방 따위에서 안주할 인물이 아니었다! 나, 동탁은! 하늘이 내린 인물로서 그 누구보다 고귀한 자리로 오를 것이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존재도! 나 동탁을 거스르지 못할 것이니!”

 

  후한 시대, 헌제를 폐위하고 황제에 즉위하려던 동탁은 여포의 손에 죽었다. 변방의 싸움개에서 중앙의 황궁까지 오른 인물치고는 너무나 초라하고 비참하고 추잡한 죽음이었다고 할 수 없었다. 죽어서도 억울함과 원통함에 저승으로 가지 못했던 동탁은 자신의 사후를 모두 지켜봤다.

 

  자신의 몸이 구경거리가 된 것, 자신의 몸에서 나온 기름으로 몇날며칠 동안 배꼽에 꽂아둔 심지의 불이 타던 것, 자신의 죽음을 슬퍼해주던 채옹의 죽음.

 

  이 모든 것이 억울했다. 자신은 그저 한(漢)을 바꾸고 싶었을 뿐인데!

 

  이 모든 것이 원통했다. 드디어 끝이 보였던 것인데!

 

  포학하고 잔인하며 인정이 없는 역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정사와 달리 동탁은 사실 어떻게 보면 순진하고, 어떻게 보면 의협심이 강한 구석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베풀면 상대 또한 베푼 만큼 은혜를 갚아줄 것이라고 여겼다.

 

  그의 이런 성격은 어린 시절 강족 등 유목민족과 친분을 쌓으면 만들어진 것이었다. 초원의 유목민족이 최고로 치는 가치는 의리, 은혜, 복수 등이었다.

 

  당시 후한 시대에는 율령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유학(儒學)이었고, 의(義)와 협(俠)이었다. 부모나 친구의 원수를 죽여도 처벌받지 않고 칭송받던 시대였다.

 

  유목민족이 지닌 의리, 은혜 등에 크게 감명 받은 동탁은 당연히 중원의 한족들 역시 베풀면 베푼 만큼 보답할 것이라고 믿었다. 강족 못지않게 명예나 의리 등을 중시하는 것을 넘어 집착까지 하던 때였으니까.

 

  그래서 정권 장악 초기에는 친 서민 정책을 펼쳤다. 또한 채옹 같은 인재들을 우대하고 관직을 주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싸늘한 냉대와 비난뿐이었다.

 

  뒤로 넘어져 코가 깨져도 동탁 때문인 세상이었다.

 

  서민 정책을 펼쳐도 백성들은 그를 욕했고, 동탁이 임명한 제후들, 기주자사 한복이나 발해태수 원소 같은 자들은 모두 반동탁연합군에 가담했다.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당한 것이다. 그나마 남은 것은 채옹이었다.

 

  그때부터 동탁은 변했다. 온 천하가 동탁을 포악한 역적으로 안다면 기꺼이 포악한 짐승이 되어주겠다고! 그리고 동탁은 지금 그 맹세를 실현하고 있었다.

 

  “온 나라의 곳간을 털고, 장정들을 모아 대군을 양성하라! 나는 황제가 될 몸이다! 이딴 작은 나라에는 만족하지 않으리라!”

 

  “!!!”

 

  저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모든 귀족들의 얼굴이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었다. 황제. 단순히 칭제하여 외왕내제 한다면 문제는 없으리라. 하지만 온 나라의 곳간을 털고 장정들을 대군을 양성하라니. 이건 전쟁을 치른다는 뜻이 아닌가, 그것도 제국과!

 

  “아, 아니 되옵니다! 이미 백성들이 삶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습니다! 전쟁은 온 나라를 불사를 것입니다!”

 

  의외로 백진원의 아들, 백예헌에게서 나왔다. 말은 안 하지만 백진원을 비롯한 많은 문벌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개국공신 가문인 백씨 가문에서 반대가 나올 만큼 제국과의 전쟁은 미친 짓이었다.

 

  제국이 괜히 제국인 것이 아니고, 왕국이 괜히 왕국인 것이 아니다. 제국과 왕국의 결정적인 차이는 국토의 크기다. 국토가 크다는 것은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고 이는 곧 무장할 수 있는 병사들이 많다는 뜻이다.

 

  또한 제국은 광대한 영토를 기반으로 매년 어마어마한 곡물과 사방으로 연결된 무역로를 이용해 부를 축적해 왔다. 이는 곧 보급이 탄탄하단 뜻이고, 제국의 전쟁 장기수행능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반면에 왕국은 어떤가. 지속된 내전으로 농토는 황폐해졌고, 장정들도 많이 죽고 다쳤다.

 

  이 상황에서 전쟁이라니. 물론 단기결전을 치러 제국을 협상장에 나오게 하면 되겠지만, 제국이 국력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고 추락한 제국의 위신을 위해서라도 신 왕국을 불태울 것이다. 무엇보다 제국에게는 동맹이 많았다.

 

  “당장 저 연 공국와 귀 왕국도 문제이옵니다. 전쟁을 시작하면 아국(我國)은 이들을 막을 여력이 없사옵니다!”

 

  제국의 강점은 강력한 제국군도 있지만 많고 강력한 동맹에 있다. 특히 극동에서 해군과 육군이 둘 다 강한 주 왕국, 강력한 해군을 가진 귀 왕국, 신 왕국의 오랜 적국인 산악 국가, 연 공국 등등. 이들을 다 상대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천 제국과 주 왕국, 귀 왕국이 해군을 동원해 바다를 틀어막으면 신 왕국은 굶어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동탁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렇사옵니다! 전쟁은 불가······!”

 

  퍽!

 

  말하던 백예헌의 머리가 사라졌다.

 

  털썩.

 

  머리를 잃은 몸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모두가 경악하는 가운데, 오직 동탁만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불가, 불가, 불가! 아직도 불가하다 생각하는 자가 있는가?”

 

  “······.”

 

  “호진!”

 

  발로 쿵 하고 바닥을 찍은 동탁의 신호에 어느새 나타난 쌍검을 쓰는 호진이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아아악!”

 

  “살려, 살려 주소서!”

 

  “이건, 이건 애기가 다르잖소!”

 

  순식간에 조정 대신들은 몇몇을 남기고 모두 베이고 잘리고 도륙 당했다. 바닥에는 피와 잘린 뼈와 다진 고깃덩어리만이 남았다. 살아남은 이들은 백진원을 필두로 한 몇몇, 그리고 해을이 전부였다.

 

  “이게, 이게 대체 무슨 짓이오! 나는 백성을 위해 왕위를 포기한 것이오! 백성을 도탄에 빠트리는 전쟁을 위해 그런 아니란 말이오!”

 

  자리에서 일어난 해을이 동탁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어린 나이지만 목에 핏대를 세우는 것이 마냥 어리다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런 그에게 동탁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 나라는 내 것이다! 저 지긋지긋한 변방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른 이 동탁의 것이야! 내가! 내 것을! 내 뜻대로 쓰겠다는데! 폐주인 네놈이 감히 내게 대드는 것인가!”

 

  동탁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지고 거칠고 흉포한 기운이 대전을 뒤흔들었다. 오직 호진만이 편안해 했지만 백진원의 얼굴은 사정없이 꾸겨졌다.

 

  ‘빌어먹을! 설마 이렇게 막나가는 미친놈이었을 줄이야!’

 

  선택을 잘못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대안이 없다. 일단 숙여야 한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복종하는 백진원의 머리 위로 동탁의 날카롭고 묵직한 한 마디, 한 마디가 쏟아져 내렸다.

 

  “이 동탁은 하늘을 먹어치우는 자이니, 오직 나만이 가장 존엄하고 고귀하도다! 그런 내게 이런 비루하고 하찮은 왕국 따위는 어울리지 않는다! 내게 어울리는 위대한 제국의 유일무이한 황제뿐이니라!”

 

  악령은 살아생전 죽음을 앞두고 있었던 일들 혹은 목표에 강하게 집착한다. 대체로는 그 목적을 위해 죄악을 저지른 것이 되니, 죄악과 생전의 목적, 이 두 가지가 악령을 만들고 이루는 근원이 될 수 있었다.

 

  가령 항우는 천하를 통일하기 위해 한 고조 유방과 싸웠다. 그 과정에서 죄악을 저질렀다. 살아생전 황제가 되지 못했으나 죽어서는 인간을 초월한 힘을 가지고 새로운 제국의 황좌를 찬탈하고자 했던 것이다.

 

  젊음을 추구하던 바토리도 마찬가지다.

 

  동탁 또한 황제가 되려다 여포에게 죽었으니, 그에게 황제는 그간의 악행을 정당화하는 자리이자 그의 노고에 대한 대가였다. 그에게 황위란 결코 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가장 고귀한 황궁에 도달했던 몸이다! 그건, 황위는 내 것이다!”

 

  그것은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 같았다. 하늘을 거스르는 자, 역천의 짐승이 길게 포효했다.

 

  그리고 신아가 공격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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