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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에 버금가는 자.
작가 : Stonehead
작품등록일 : 2019.9.29

저승의 최고신, 염라대왕의 현신, 신아.
그가 머물고 있는 지옥에서 대형사고가 하나 터지는데......

"십이악령이 탈출했네."

저승이 관리하는 최악의 열둘 대죄인들이 저승을 탈옥한다!

"그것 참, 큰일이군요."

신아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이 즐거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염라대왕은 신아에게 악령의 처리를 맡긴다.
그리고 신아는 기꺼이 이 즐겁게 놀기(?)위해 악령들을 쫓아 이계(異界)로 향한다.

 
Chapter 4 역천 : 신아라는 자의 본질.
작성일 : 19-10-01 23:50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7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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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접회.

 

  그들은 주로 정보를 취급했지만 대가만 지불한다면 암살, 파괴, 테러 공작도 서슴지 않았고 뒷골목의 상권을 장악했으며 매춘, 마약, 무기밀매, 위조화폐 등도 취급하는 전형적인 범죄조직이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난세인 지금 이 시기에 권력자와 손잡거나 그냥 도적이 되는 범죄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독립적인 세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를 사러 온 것인가······.’

 

  그렇다면 사창가에서 놀고 있었던 것 또한 설명이 된다. 이 사창가가 암접회가 운영하는 것이라면 그는 이곳에 와서 돈을 쓰며 재력을 보였으며 또한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신 왕국 국외의 정보도 취급하는 암접회의 입장에서 최근 제국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어느 정도는 파악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암위부와 정보국이 보안을 철저히 한다 해도 뒷수습을 위해 투입된 인원이며 관련자들의 입을 전부 단속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시간과 돈만 있다면 암접회는 얼마든지 ‘그 사태’의 중심에 신아라는 정체불명의 사내가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암접회의 입장에서 그는 함부로 적대하기 그렇지만 그렇다고 적대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인물. 내가 받은 보고에서도 그가 혼자서 수천에 달하는 괴이한 군세와 맞서 황제 폐하를 지켰다고 되어있었다. 얼핏 보면 과장일수 있으나 그것을 다름 아닌 폐하께서 공증하신 정보, 수천까지는 아니어도 수백은 능히 상대할 수 있는 강자임은 틀림없다!’

 

  그런 자를 함부로 대했다가는 암접회에 적개심을 품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오는 자를 막을 수도 없다.

 

  그래서 경계심을 풀고 ‘난 그저 너희의 수많은 손님 중에 하나야’ 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사창가에서 이렇고 저런 일들을 했다면 그의 행보가 설명이 되었다.

 

  애초에 초란이 확인한 그는 여색에 관심이 없으며 있다 해도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관계를 맺는 것이 전부였다. 이 사창가 또한 후자의 일환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초란은 적의를 가라앉히고 손을 천천히 내렸다. 여자 또한 양손을 들어 올려 적의가 없음을 알렸다. 그 사이에 거래가 모두 끝났는지, 여자는 품에서 계약서를 한 장 꺼내 그에게 건넸다.

 

  “거래는 확실하게 해야지. 안 그래?”

 

  “그건 그렇지.”

 

  “자, 확인해 주자고. 우린 자기에게 정마공 진차경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대신 자기는 우리에게 후불로 백금화 열 장을 지불한다. 만일 파란 나비가 죽어 우리가 정보 제공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배상금 백금화 두 장과 금화 이백 장을 물어준다. 맞지?”

 

  백금화 두 장이나 금화 이백 장이나 같은 금액이지만 암접회에는 백금화로 환전해서 줄 능력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신아는 이백 장이나 되는 거금을 들고 다닐 생각이 없었으며 암접회 또한 이백 장이란 거금을 내어주면 조직이 망하게 된다.

 

  이럴 때에는 원금인 백금화 한 장과 금화 이백 장의 가치를 가지는 무언가를 대신 내어준다.

 

  가령 보물이라거나, 정보라거나 하는.

 

  “기한은 일주일 이내.”

 

  “전부 맞군.”

 

  “좋아. 그럼 일주일 후에 정보를 전해주지.”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갔다. 방에는 신아와 초란만이 남아 있었다. 초란은 그가 백금화를 후불로 열 장을 지불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부터 눈이 튀어나올 듯이 신아를 보고 있었다. 제국 황실에서 백금화 열 장 정도는 얼마든지 낼 수 있겠으나 그는 민간인이었다.

 

  ‘일반인이 백금화를 열 장이나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디 대국의 황손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초란의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정보들이 서로 충돌했다.

 

  그는 대체 누구인가?

 

  어디서 왔으며 뭐하는 자인가?

 

  신아와 관련된 온갖 질문들이 나타나고 그에 대한 추측을 내놓고. 하지만 그러고 나서 그를 관찰하면 추측은 새로운 사실과 부딪혀 모순을 만들어내고 혼돈만 남겨놓았다.

 

  신아가 입을 열어 혼란스러워 하는 초란의 정신을 깨웠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온 거야?”

 

  모든 것을 달관한 듯한 태도. 어쩌면 그는 이미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초란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동안의 일들을 말했다.

 

  “······내금위가 그, 오랑캐 아이, ······노이아를 데려갔습니다. 정황상 아마 의금부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왕을 납치한 범인인데. 의금부가 직접 나서야 적어도 체면은 서겠지.”

 

  “······왕, 이라고요?”

 

  다시 묻는 초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러고 보면 소년의 이름은 을이라고 했다. 현 신 왕국의 국왕의 이름도 을이었다. 해을.

 

  소년이 댄 제을이란 이름은 초란의 기억에도 있는 이름이었는데, 신 왕국에 얼마 안 남은 근왕파 충신의 이름이었다. 생전에 반란을 진압하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선왕을 지키려다가 변방으로 유배를 떠나 그곳에서 병환으로 사망한 노장의 이름.

 

  “응, 왕. 이 다 망해가는 나라의 왕. 하아, 내가 그래서 쓸데없는 거 달고 오지 말라고 했던 건데.”

 

  초란은 어쩐지 그의 말에서 그가 전부 다 알고 있었다는 확신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히려 더 명확해지는 것만 같았다.

 

  “······전부 알고 있었습니까?”

 

  “······.”

 

  “우리가 왕을 발견하게 될 거란 것도, 내금위가 찾아올 거란 것도, 그 아이가 의금부로 끌려 갈 것도.”

 

  초란의 목소리가 점점 떨렸다. 만약 이 가정이 맞다면 그녀는 그를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제국민으로서 기본적인 학문을 배웠으며 인과 도리와 예에 대해서도 배웠다. 그렇기에 비록 더러운 일들을 처리하는 암위부였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선은 존재했다.

 

  신하로서나 암살자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

 

  자신을 인간으로 남아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선을.

 

  그런데 눈앞의 사내는 이 선을 아무렇지 않게 넘어버린다. 넘다 못해 그 저편에서 마음에 쏙 든다는 듯이 놀고 있다. 초란은 부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선을 넘은 것이 아님을 빌었다.

 

  “어.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소리를 했지.”

 

  당연한 것을 묻냐고 반문하는 듯한 가벼운 답.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것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일부러······, 그 아이를 죽게 둔 겁니까?”

 

  초란의 목소리가 떨렸고 그녀의 두 손은 희게 질 정도로 꽉 쥐고 있었다. 비록 사이가 좋지 않았고 북방 오랑캐라고 멸시했지만 적어도 초란은 노이아가 아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약했다.

 

  노이아도 한 인간이었고 아이였다. 노이아를 대할 때는 그에 걸맞는 도리를 다 했다고, 최소한 짐승 취급은 하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눈앞의 그는 아이가 죽어 가는데도 그저 웃고만 있다.

 

  “뭐 어때? 필요하다면.”

 

  신아는 잠시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말을 이었다.

 

  “또 구하면 되는걸. 물론 북두성이라는 유니크한 건 구하지 못하겠지만, 뭐 그래도 재밌는 건 세상에 많으니까.”

 

  초란은 북두성이 뭐고 유니크는 또 뭔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지금 노이아를 사람이 아니라 도구, 장난감 취급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에게는 최소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감정이 없다. 아니, 없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과는 달랐다.

 

  그에게 타인은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었다.

 

  초란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꼈다. 아이가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으로 보는 듯한, 그리고 아이의 눈에 띄어 장난감이 된 한 마리의 곤충이 된 느낌이었다.

 

  지금 여기서 그에게 인간의 도리니, 인격이니 하는 소리는 소용없다. 어차피 그에게 그딴 것은 약자의 변명이고 장난감이 된 작은 생명체들이 신음하는, 이 또한 아이의 기분을 고양시켜줄 소리가 될 것이 뻔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초란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구하지 않을 겁니까?”

 

  “말했잖아, 필요하면 또 하나 구하면 된다고. 어차피 수도에는 정보나 모으러 온 거지, 일 끝나면 바로 떠날 거야. 가는 길에 하나 찾으면 좋고, 아니면 내가 아예 하나 만들어도 되는 거고.”

 

  “그래서······ 안 찾으시겠다고요?”

 

  “굳이 그럴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걱정하는 걸 보면 둘이 많이 친해졌나봐.”

 

  “허! ······아이가 죽어갑니다! 살아서 들어가면 죽어서 나온다는 의금부에서 죽어간다고요! 그런데도 구하지 않겠단 겁니까!”

 

  초란은 결국 신아의 멱살을 잡고 면전에 대고 소리쳤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그녀는 자각하지 못한 사이, 어느새 노이아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다. 씩씩거리는 그녀의 손에 신아의 손이 부드럽게 포개졌다.

 

  “하하, 개는 안 죽어. 아니, 못 죽어. 죽고 싶어도 내 허락이 없이 절대 못 죽어. 내가 살아 있는 한, 녀석은 고통스럽게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어. 그게, 녀석의 천형(天刑)이거든.”

 

  “······그걸 지금 말이라고.”

 

  신아와 노이아를 안 것이 불과 몇 주 전이었다. 불과 몇 주. 사람을 판단하기에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초란은 그 둘의 이상한 관계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파고들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할 일은 감시와 암살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버려질 아이였다면 조금은 잘 해줘도 되지 않았을까?

 

  초란은 그렇게 생각하며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이길 수도 없고 때린다고 해서 노이아가 돌아오지 않는다.

 

  “자아, 그럼 이제 갈까?”

 

  “어디로 말입니까?”

 

  “객잔.”

 

  “아이는, ······노이아는 두고 가는 겁니까?”

 

  초란은 다시 한 번 물었다. 마지막으로 기대를 품고.

 

  “녀석이 오면 오는 대로,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우리는 각자 할 일이 있잖아? 안 오겠다는 놈을 굳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면서 기다릴 필요는 없지.”

 

  “구하지 않겠단 것이군요. 의금부에서 어떻게 살아서 올 수 있단 말입니까?”

 

  “개는 못 죽는다니까. 죽고 싶어도 못 죽어. 뭐, 본인은 아직 모르는 모양이지만.”

 

  그것을 끝으로 신아는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초란은 불길하기 짝이 없었다.

 

  역시 죽여야 하는 자인가, 초란은 그렇게 생각하며 신아를 따랐다.

 

 ***

 

  치이익!

 

  불에 달군 인두가 상처 많은 피부를 태웠다. 고문관들은 인두로 작고 작은 몸을 망치면서 무표정함을 유지하고자 애썼다. 그도 그럴 것이 고문해야 할 대상이 어린 아이였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열둘, 열셋이나 되었을 법한 체구를 가진 소년이 바로 왕을 납치한 대역죄인, 노이아였다.

 

  두 팔은 수갑에 채워져 사슬과 연결되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짧은 두 다리는 대롱대롱 거리며 공중에 떠있었다. 상의는 벗겨져 지금까지 맞아온 학대의 상처가 그대로 드러난 몸에는 그동안 받은 고문의 흔적이 있었다.

 

  “으으음!”

 

  재갈이 물려진 노이아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왔다. 인두를 떼자 노이아의 고개가 꺾였다. 온몸의 땀이 노이아의 몸을 적셔 상처를 더욱 따끔거리게 했다.

 

  “물을 뿌려라.”

 

  이십 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사내가 뒤에서 명령했다.

 

  그는 의금부사 진허율이었다.

 

  촤악! 찬물이 머리에 닿자 노이아의 정신이 확 깨었다. 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고 두 눈을 바로 뜨기 위해 눈에 힘을 줬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배후가 누구냐?”

 

  “······.”

 

  노이아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대답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진허율의 눈썹이 위로 솟았다. 이윽고 그의 입에서 한겨울보다 시린 목소리가 나왔다.

 

  “물을 먹인 봉(棒)으로 저놈을 매우 쳐라.”

 

  “예!”

 

  고문관들이 물 먹인 봉을 들고 와 노이아의 좌우에 자리 잡았다.

 

  후웅!

 

  무서운 소리와 함께 휘둘러진 봉은 노이아의 몸을 강타했다.

 

  퍼억!

 

  맞은 곳이 부풀어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멍이 들었다.

 

  퍽! 퍼벅! 퍽! 퍼버벅!

 

  때리고 또 때렸다. 노이아의 몸은 본능적으로 고통에 몸부림쳤다.

 

  고문관들의 표정에는 다른 의미의 고통이 가득했으나 진허율의 표정만큼은 어떠한 감정도 없이 차가웠다.

 

  진허율은 진씨 가문의 장자로, 그의 아버지 진우성은 수도방어군을 장악한 병조판서였다. 진씨 가문 또한 수도의 내로라하는 문벌귀족이었으며 무엇보다 백씨 가문과 정치적 노선을 같이 하는 가문이었다.

 

  진씨 가문은 백씨 가문과 사돈의 연을 맺었기에 연좌제에 따라 백씨 가문에 문제가 불거지면 진씨에 피해가 갈 수 밖에 없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백선현이 주상을 잃어버리고 용안에 상처가 난 채로 데려왔다.

 

  왕을 잘못 보필한 것은 반역에 버금하는 중죄였으니 백씨와 진씨를 경계하는 또 다른 문벌귀족 강씨와 청파 귀족들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범인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다.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예로부터 왕에게만 전승된다는 비밀 통로야 동서고금을 통틀어 흔하디흔한 것. 왕을 잃은 것은 그걸로 막을 수 있지만 용안의 상처는 명백한 반역의 증거. 이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쯧, 다 망한 왕조의 충성 따위, 대체 그깟 게 뭐가 중요하다고.’

 

  천년 해씨 왕조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왕을 위해 청파는 물론이고 백성들까지 들고 일어날 것이다. 무엇보다.

 

  ‘군벌. 그놈들이 가장 큰 문제야.’

 

  수도의 문벌귀족이 용안에 상해를 입히는 반역을 범했다면 이는 반란세력이나 다름없는 군벌이 수도로 들어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는 일. 그동안 군벌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던 정통성을 스스로 부수어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니 진허율은 범인을 만들어야 했다.

 

  이 기회에 이 오랑캐 아이를 이용해 눈에 거슬렸던 청파와 강씨 가문을 왕명과 반역자 숙청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척살할 수 있도록.

 

  ‘그런데 대체 무슨 고집이 이리 세단 말인가!’

 

  벌써 세 시간째 하는 고문이었다. 온몸에 성한 곳 찾기도 힘든데, 두 다리도 부숴놔 공중에 매달아 놓아서 하는 고문인데, 노이아는 끝까지 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빌어먹을! 이쯤이면 왕도 슬슬 깨어났을 것이다. 어리긴 어리지만 왕은 왕. 분명 깨어나자마자 진상을 조사하려 들 테고, 이 애새끼 또한 왕에게 넘어간다. 아직 백씨 가문이 내금위를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한 이상, 왕명을 거부하는 것은 반역이 된다.’

 

  백선현과 백진원은 내금위를 완벽히 장악했다고 말했지만 진허율의 눈에는 허점들이 너무나 잘 보였다.

 

  내금위도 결국은 신 왕국의 백성이었다. 그리고 신 왕국의 백성들은 다른 신은 몰라도 해씨 왕조의 역대 국왕들 중 한 사람 정도는 집에서 수호신으로 모시고 있었다. 저 내금위들 또한 해씨 왕조에 대한 숭배와 충성으로 왕궁에 들어온 자들.

 

  그런 자들이 과연 왕을 완벽히 버릴 수 있을까?

 

  ‘절대 아니지.’

 

  이미 문벌귀족에 의해 수도가 장악될 때, 울분을 참지 못해 자결한 내금위 병사들을 여럿 봐왔다. 남은 자들이 그 충심을 죽음이 아니라 살아서 증명하지 말란 법은 없었다.

 

  진허율이 이런 것들을 백선현에게 전하지 않는 이유는 백씨 가문 또한 사돈이라는 연만 빼면 결국은 정적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연좌제 때문에 돕고 있다곤 하나 사돈의 연이라는 눈에 보이는 명확한 증거가 죽으면 결국은 돌아설 정적이었다.

 

  ‘남 좋은 일이나 할 수는 없지. 그나저나 대체 왕을 무슨 수로 막지.’

 

  뒤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동안에도 물 먹인 몽둥이는 노이아의 몸을 쉬지 않고 두들겨 댔다. 그냥 두면 죽을 것 같은지라 진허율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주술사를 들어오게 했다.

 

  주술사 상처들을 치료하는 과정을 보며 물 먹인 몽둥이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고문관들의 표정은 썩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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