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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소꿉친구는 시간 관리자
작가 : 허므
작품등록일 : 2019.9.28

 
(3)
작성일 : 19-10-01 23:40     조회 : 168     추천 : 0     분량 : 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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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녀의 집에 가방을 두고 나왔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지도에 표시된 지점으로 가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얼마 남지 않은 버스를 기다렸다.

 

  예전에 한 참 쓰고 다녔던 버스카드에 돈이 있을까 걱정했다.

 

  “그거는 뭐야?”

 

  그녀는 집에서 나올 때부터 종이 가방을 들고 있었다.

 

  “다 쓸데가 있는 거야. 가보면 알아.”

 

  나는 서 있는 사람들 틈 사이로 들어가 빈자리 두 개를 찾아냈다.

 

  “아까 보니까, 다행히 그렇게 멀지는 않은 것 같네.”

 

  그녀가 말했다.

 

  “그러게. 좀 있으면 저녁 먹을 시간인데 그 전에 집에 들어갈 수 있겠지?”

 

  “거의 불가능 하다고 봐야지.”

 

  “그렇게 오래 걸려?”

 

  “한 번에 해결되는 일이 아니야. 이 일은 장기간을 걸쳐서 작업하는 거야.”

 

  “괜히 한다고 했나. 오늘 엄마가 고기 구워 준다고 했는데.”

 

  “그렇게 걱정은 안 해도 돼. 오늘은 상황만 보고 오는 거니까.”

 

  “그렇구나.”

 

  창문 밖으로 많은 직장인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퇴근이 많을 시간대였다.

 

  버스가 신호 때문에 여러 번 멈췄다 세웠다 하는 걸 반복하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살짝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노을빛이 들어왔다.

 

  내 발에 내려앉은 노을빛은 운동화를 붉게 물들였다.

 

  발 위로 따뜻하게 퍼져가는 온기를 느꼈다.

 

  “이 지도 위에 빨간 점 말이야. 이거 다른 지역에도 생겨?”

 

  “지구에 있는 모든 지역에 생겨.”

 

  “그럼 막 해외여행도 갈 수 있는 거야? 학교도 빠지고 좋은 직업일세.”

 

  “해외에는 다른 관리자들이 있어.”

 

  “뭐야 너 말고도 또 있어?”

 

  “당연하지. 이 넓은 지구를 어떻게 혼자서 관리해.”

 

  “산타 할아버지는 지구를 다 돌고 계시는데.”

 

  그녀가 나를 벌레 보듯이 쳐다봤다.

 

  “이거 왠지 재미있을 거 같은데.”

 

  “막상 가보면 재미없을걸.”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다 그렇게 보이는 거야.”

 

  “가면 알겠지만 시간 여행이라는 게 그렇게 낭만적이고 좋은 게 아니야. 애초에 여행이라고 말을 붙이는 것도 좀 그렇지.”

 

  “그럼 뭐라고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추방.” 그녀가 짧은 호흡으로 말을 뱉고 말을 이어갔다.

 

  “미래에서 온 사람들은 대게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후회 때문에 많이 오거든. 지금 이 불행한 상황을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이곳에 오는 거야.”

 

  “뭐 그렇긴 하겠다.”

 

  “단지 호기심에 시간 여행을 하는 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그래서 굉장히 위험해. 다른 시대에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는 있을걸. 그런데도 주어진 운명을 바꾸려고 그렇게까지 애쓰는 걸 보면 안타까워.”

 

  “음, 그렇구나. 고마워. 참고할게.”

 

  아직 노을이 다 내려앉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리자 쌀쌀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지도 좀 봐. 우리 지금 어디쯤 있어?”

 

  그녀가 입고 있던 집업 지퍼를 올리며 말했다.

 

  “어…. 어……. 여기쯤”

 

  “거의 다 왔네.”

 

  우리는 빨간 점에 부근에 다 달았고 그곳은 화장실이었다. 

  

  “이분 취향 참 특이하신 거 같은데.”

 

  “아니야. 오히려 정상에 가깝지.”

 

  “근데 이 빨간 점 우리가 집에서 나왔을 때부터 여기 있던 거 알아?”

 

  “내가 몇 년 차인데 그 정도쯤은 기억하지.”

 

  “이게 정상이라면 넌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알 것도 같다.”

 

  “그게 아니야. 시간을 이동해 온 사람들은 전부가 나체 상태야.”

 

  “그거 좀 흥미로운 얘기인데? 남자일까, 여자일까.”

 

  “변태야, 그런 생각 좀 하지 마.”

 

  나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보기 위해 지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래서 남자화장실이야? 여자화장실이야?”

 

  “남자네.”

 

  기분이 우울해졌다.

 

  “대가리에 이상한 것만 가득차서는.”

 

  그녀가 혀를 질질 끌고 말을 이었다.

 

  “자, 들어가서 여행자 끌어내”

 

  그녀는 나에게 종이가방을 건넸다.

 

  “아~ 이게 그래서 챙긴 거야?”

 

  “짬밥이 있지. 날 뭐로 보고.”

 

  “역시, 역시. 믿고 있었다구.”

 

 “그거 우리 아빠가 거니까 나한테 다시 돌려줘야 해.”

 

  이 옷이 그녀의 아버지가 남긴 일종의 유품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미안해졌다.

 

  “갔다 올게.”

 

  “부디 무사하길.”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원이라 그런지 크기도 크고 방향제 때문에 냄새도 불쾌하지 않았다.

 

  그 정도 변기에 앉아 있었으면 치질 걸릴 만도 한데 괜찮을까.

 

  옷도 안 입고 있었을 텐데 괜찮을까.

 

  비록 잡으러 온 거지만 조금 불쌍해졌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세게 나가서 기를 확 죽여 놓을까.

 

  아니면 불우 이웃을 돕듯이 대할까.

 

  모아가 나를 보듯이 취급할까.

 

  지나가는 벌레 보듯이.

 

  가끔 그런 그녀의 시선을 즐기기도 한다.

 

  그 순간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방법을 생각해냈다.

 

  고기는 나에게 무엇을 의미 했던가.

 

  그저 보고만 있어도 몸상태를 최상에 컨디션으로 끌어 올릴수 있는 그것. 나는 고기라 칭하겠다.

 

  “너 이 새끼 나와.”

 

  변기 칸을 보고 소리를 치자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빨리 나오지 못해? 네가 시간을 여행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빨리 나오지 못할까? 넌 어차피 거기서 나오지 못하잖아. 여기 너한테 입을 옷이 있다.”

 

  말을 끝내고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저…” 변기 칸 안에서 얇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뭐냐, 당장 말해 보아라.”

 

  “너무 추워서 그런데 옷 좀 줄 수 있을까요. 부탁합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얇은 소리가 들려서 당황했다.

 

  “그, 그래. 여기 있다.”

 

  종이가방을 문 위로 넘겼다.

 

  칸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옷이 몸을 스치며 내는 소리를 들으니 피부가 건조한 것 같았다.

 

  어린 애일까?

 

  아니면 변성기가 잘못 와버린 어른일까?

 

  우리는 문 하나를 두고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부스스 거리는 소리가 끝나고 종이가방을 집는 소리가 들렸다.

 

  “다 입었…으셨어요?”

 

  “네? 네. 그럼 열게요.”

 

  사용 중으로 표시되어 있는 자물쇠가 옆으로 돌아가며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키는 내 코 정도 오는 애가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말했다.

 

  모아의 아빠는 풍채가 좋으셔서 이만한 애가 입기에는 옷이 커서 맞지 않았다.

 

  “초면에 죄송합니다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내가 물었다.

 

  왠지 잘 대해 주어야 할 것 같아서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저… 15살이요.”

 

  “아 그러시군요. 일단 나가서 얘기 하시죠.”

 

  그가 내미는 종이가방을 건네받고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모아는 벤치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모아야, 데리고 나왔어.”

 

  내가 모아에게 말하자 그녀는 아이를 보며 무섭게 다그쳤다.

 

  “당신을 시 공간 법을 위반으로 체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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