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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소꿉친구는 시간 관리자
작가 : 허므
작품등록일 : 2019.9.28

 
(2)
작성일 : 19-10-01 23:39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3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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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오후가 되어 날씨가 좀 풀리나 싶더니 다시금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다.

 

  “으··· 좀 춥다.”

 

  내 윗입술이 조금 떨렸다.

 

  “그러게 왜 이렇게 추워.”

 

  그녀의 샴푸 냄새가 찬바람을 타고 코 주위를 맴돌았다.

 

  나쁘지 않은 향기다.

 

  “근데 우리 너네 집 갈 거야? 왠지 집도 추울 거 같은데 카페나 갈래?”

 

  “우리 집 보일러 틀고 있어.”

 

  “와, 역시 관리자의 집안인가.”

 

  “옛날에도 많이 왔었잖아.”

 

  “그랬지. 그땐 네가 그냥 잘사는 집안이라고만 생각했어.”

 

  “이유를 알고 나니까 어때? 좀 멋있냐?”

 

  “글쎄.”

 

  “글쎄? 멋있으면 그냥 멋있다고 얘기해. 난 괜찮으니까 말이야.”

 

  “약간 꿀 직업 같은 느낌도 들고.”

 

  “네가 뭘 몰라서 하는 소리야.”

 

  “그러게. 나도 좀 알고 싶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면 이렇게 돈을 잘 버는지.”

 

  몇 번에 모퉁이를 더 돌아보니 그녀의 집이 나왔다.

 

  주택으로 된 그녀의 집은 안에서부터 포스가 풍겨왔다.

 

  담장은 내 키 보다 조금 높았고 그 위에는 도둑을 방지하려는 건지 가시 모양의 펜스가

  쳐져 있었다.

 

  “너네 집은 올 때마다 뭔가 바뀌는 거 같아.”

 

  “엄마가 이것저것 손을 대시기는 하시지. 근데 요즘엔 많이 줄었어.”

 

  현관에 있은 턱을 넘어서고 주위를 둘러봤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아늑한 풀들이 두 눈을 정화해 주는 기분이 들었다.

 

  한 쪽 구석에는 내 방만 넓이의 연못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잉어들의 뻐끔거림만이 물의 잔물결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방바닥이 뜨거울 줄 알았지만 보일러는 기분 좋은 온기를 퍼뜨리고 있었다.

 

  “뭐야. 너 기타도 쳐?”

 

  그녀의 침대 옆에 기타가 세워져 있었다.

 

  “응, 조금.”

 

  “그런 말 없었잖아.”

 

  “내가 뭘 하든 다 말하고 다닐 필요는 없잖아.”

 

  “그렇긴 하지.”

 

  “잠깐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방에서 나가버렸다.

 

  흐음, 얘 방은 변한 게 없구나.

 

  고등학교를 들어온 뒤로 우리 둘 사이에는 일종의 벽이 하나 생긴 기분이 들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남자와 여자의 벽.

 

  의도치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생겨버렸다.

 

  “야, 이거 먹어.”

 

  그녀가 초콜릿 케이크를 건네면서 말했다.

 

  “무슨 동물 대하듯이 말하네.”

 

  “그럼 이제부터 내 애완동물 하던가.”

 

  “그건 좋은데, 중성화 수술만은 피해주라. 재롱도 부려줄게. 먹이고 재워주기만 한다

  면.”

 

  “으, 징그러. 저리가.”

 

  “됐고, 무슨 얘기야. 할 얘기가.”

 

  “아, 맞다.”

 

  그녀의 대답을 보니 나는 그냥 놀러온 손님이었나 보다.

 

  “있지···.”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확실히 말해.”

 

  “이 시간 관리자라는 게 되게 귀찮고 힘들거든. 또 바쁘기도 하고···.”

 

  “근데 능력은 좋아 보이던데? 또 재미있어 보이고.”

 

  “그럼 나 대신해서 시간 관리자 좀 해주라.”

 

  “그게 무슨···?” 내가 놀라 당황하자 그녀는 서랍 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자, 이거 봐.”

 

  “이게 뭔데?”

 

  “시간 관리자 계약서.”

 

  [시간 관리 계약서]

  1. 시간 약속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키도록 한다.

  2. 1년에 한 번 씩은 꽃을 키우도록 한다.

  3. ‘시간’ 이외에 어떠한 종교도 믿지 않는다.

  4. 자신에게 어떠한 시련이 닥쳐도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는다. (배우자 제외)

  5. 당신의 배우자(어떠한 이유에도 당신에게 신뢰를 버리지 않는 사람)에게만 ‘시간 관리자’ 라는 사실을 말할 수 있다.

 

  “이게 무슨 계약서야. 노예 문서지.”

 

  “난 태어나서 이유도 모른 채 외동딸이라는 이유로 시간의 노예가 됐어.”

 

  “그렇게 말하면 내가 할 말이 없잖아···.”

 

  그녀가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더 이상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래서 뭐. 내가 이 일을 너 대신 하라고?”

 

  “부탁해.”

 

  그녀의 눈가가 촉촉해진 것이 보였다.

 

  “나도 곤란하다고······. 나한테도 꿈이 있고, 또···”

 

  그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처럼 보였다.

 

  “사실은···” 그녀가 애써 눈물을 삼키며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남자였어야 했어. 지금까지 내 조상님들도 다 남자였어. 그래야 대가 끊이

  지 않고 계속 이어지잖아. 여자여도 관리자를 이을 수는 있어. 자식이 부모의 운명을 짊어지는 거니까 상관은 없지."

 

  그녀가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우리 아빠는 내가 딸이라도 상관없다고 했어. 오히려 좋아했었지. 여자가 최초로 ‘시간 관리자’를 맞게 되는 거니까. 그런데 엄마는 아니었나봐. 무조건 남자, 남자, 남자. 남자 아이만이 제대로 된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었어."

 

  그녀는 눈물을 참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한테는 버려졌지. 일찍부터 가정부 아주머니의 손맛이 입에 맞아서 엄마의 음식 따위는 먹어본 적도 없었어. 다행이지. 그 흔한 엄마와의 수다, 쇼핑, 소풍, 여행도 가지 못하고 멀어졌어. 어렸을 때부터. 이젠 익숙해.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아빠도 내가 남자였으면 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 아빠가 돌아가실 때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거든. 그래서 나를 아직까지도 원망하고 있을지 몰라. 시간의 저편에서까지도.”

 

  이 모든 얘기를 우는 호흡으로 순식간에 끝내버렸다.

 

  쉴 틈은 보이지 않았다.

 

  다급했고 초조해 했다.

 

  “알겠어. 울지 마. 그러면서 크는 거지. 사나이가 돼서 울기는. 쯧. 그만 뚝.”

 

  “정말? 나대신 해 줄 거야?”

 

  “알겠다니까.”

 

  “고마워. 그럼 여기에 동의 체크랑 싸인 좀 해줘.”

 

  그녀가 나한테 펜을 주면서 말했다.

 

  어딘가 섬뜩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고마워. 내가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정말 아쉬워.”

 

  그녀의 눈물은 어느새 쏙 들어가 버렸고 말투가 인위적으로 변했다.

 

  “너 설마.”

 

  “우린 친구야.”

 

  “고마워, 친구. 넌 내 운명을 바꿔 주었어. 내가 시간 관리자가 돼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잘 지켜봐줘.”

 

 

  사실 아침에 그녀에게 말을 들은 뒤로 수업시간 내내 그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녀가 부러웠다.

 

  비록 제한이 있지만 시간을 멈추는 능력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모아를 따라 고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제대로 된 꿈조차도 가지지 않

  고 있었다.

 

  그녀가 갑자기 시간 관리자를 넘기겠다고 한 건 너무 뜻밖이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싶었다.

 

  차근차근 두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어떠했는가.

 

  눈앞에 놓인 먹잇감을 기다림 없이 잽싸게 채간 뱀이 아니던가.

 

  아니면 호랑이라던가.

 

  아님 치타.

 

  “민간인이 된 기분이 어떠신가?”

 

  내가 말했다.

 

  “아직 내가 민간인이 된 건 아니야. 그리고 너도 시간 관리자가 된 건 아니지. 일종의

  인턴 기간이랄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행동해. 알았지, 우리 애완동물?”

 

  “조용히 해. 근데 나는 지금부터 뭘 하면 되지? 혹시 관리자가 되면 시간 여행 같은 건 할 수

  있어?”

 

  “꿈이 너무 크네. 일단 이걸 받아. 내가 쓰던 용품들은 너한테 줄게.” 그녀가 안테나가 달린 핸드폰과 지도를 나한테 던졌다.

 

  “그 지도를 봐.”

 

  “마침 일거리 하나 생겼네. 거기 빨간 점 보이지? 그게 네 일 거리가 될 거야. 돈도 벌 수 있다고.”

 

  “그래? 그럼 지금 당장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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